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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3:43 My Own Coffeestory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커피 볶다가 생긴 일, ‘커피볶기의 균열, 생의 균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커피를 볶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스팅(Roasting)’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좋은 커피 생두(Green bean)를 선택하는 것, 와방 중요하다. 그리고 이걸 잘 볶아야, 생두는 훌륭한 원두로 변신할 수 있다. 생두의 성격에 맞춰, 커피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볶아줘야 한다. 전깃불에 콩 볶듯 생두를 다루면, 그건 커피에 대한 모독이다. 모름지기 볶기를 잘해야 생두가 살고, 커피가 산다. 제 아무리 좋은 생두라도 커피볶기에 실패하면, 그 커피는 ‘꽝’이다. 그러니까, 볶는 것도 기술이다. 무슨 방법으로, 어떤 온도에서, 열 조절은 어떻게, 로스팅 정도 등등을 결정해야 하는 것. 커피볶기는 그렇다. 끊임없는 선택의 결과다. 인생과 다를 바 없는.


균열이 생겼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열 조절을 제대로 못했다. 투입온도도 그렇고, 화력조절을 하면서 생긴 균열이었다. 생두의 표면이 징징 울고 있었다. 원두가 돼 가는 과정에서 태클이 걸린 것이다. 뽀깃뽀깃, 균열이 생긴 생두를 보자니, 괜히 마음이 쓰라렸다. 열이 콩을 팽창시켰으나, 콩이 그 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생두는 예민하다. 단단한 녹색의 콩 같지만, 그 표면만으로 단순 평가해선 안 된다. 열과 결합하면 더욱 예민해진다. 자라는 동안 콩 안에 결합된 모든 요소들이 열 속에서 분해되고 재조립되기 때문이리라. 그 요소들의 재결합을 돕는 일, 그것이 또한 커피볶기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재결합을 방해한 것이다. 이런, 된장할. 


으아~ 나는 죄인이 되고 말았다.
적정한 열로 콩을 다독이지 못한 죄. 커피의 탄생을 방해한 죄. 무엇보다 느닷없이 생두의 생에 균열을 가게 만든 죄.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죄인’이다. 커피야, 미안해. 너의 쇄골뼈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얼룩을 생기게 하고 말다니. 그렇다. 얼룩!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생에는 느닷없이 얼룩이 생긴다. 균열 때문이다. 며느리도 모르게 찾아오는 균열은 예고 따위 없이 찾아오곤 한다. 하긴 예고하고 찾아오면 그게 균열인가. 커피볶기에 찾아온 균열도 애초 예고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커피볶기든, 생이든, 균열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이 있다. 커피볶기의 균열은 비교적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온도나 열 조절에서 비롯된다. 즉, 커피볶기의 미숙함. 마음은 그렇지 않으나 부족한 기교와 정성 때문에 발생한. 그러나 생의 균열은 때론 인과관계나 맥락 없이 닥친다. 전생이라든가, 살아오면서 켜켜이 쌓아온 총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아니다. 생의 균열은 기습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생에 그닥 타격을 주지 않는 균열도 있다. 얼룩이 작고, 금세 지울 수 있는 경우. 그렇담, 다행인 게지. 그게 아니라면, 균열은 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무방비 상태에선 대책 없이 쓰러질 수 있다. ‘준비’는 아니지만, ‘염두’에 둬야 한다. 어느 순간 균열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 ‘일어나지 않으리란 확신’보다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균열이 일어난 커피는 맛이 떨어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균열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볶았다. 그리고 마셨다. 커피 향미가 제대로 살질 않았다. OTL! 균열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녔지만, 균열 역시 한 몫 했다. 생의 균열은 어떨까. 생의 맛이 떨어질까. 아니 마냥 그렇진 않다. 떨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균열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생은 달라진다. 균열이 자극이 돼서 생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커피볶기의 균열처럼. 다만 이것은 분명하다. 생의 균열은 ‘before’와 ‘after’를 구획 짓곤 한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읽거나 경험해도 이전과 다르다는 것. 알다시피, ‘before’ 그리고 ‘after’ 두 단어사이의 간극만큼, 생은 균질하지 않다.


커피볶기의 균열이 엉뚱하게 생의 균열까지 도달했다.
균열이 일어난 커피를 마시는 일이 그닥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그 균열은 따지자면, 나 때문이다. 커피 자신이 원하거나 자초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거나 자초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균열이 단순 얼룩이 될지, 평생의 흉터가 될지, 글쎄, 모르겠지만, 참고 마시라. 볶기 과정에서 균열이 일어난 커피라도. 누군가에게 대접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균열이 이것을 바꿀 순 없다. 별이 지는 어제, 태양이 뜨는 오늘.


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문래예술공단에서 인디커피하우스를 가꾸고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랩39'의 공정무역 커피프로젝트인  ‘Coffee, 세 번째 첫 사랑’의 시즌1, '골목길 다락방(골다방)'이 그곳.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9.05.05 14:26 My Own Coffeestory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너에게 소곤대는 이야기
, ‘커피 한잔 하실래요?’의 주술



‘으랏차차, 걸렸구나’라고 생각했어.
감히, 누가 따라가지 않을 재간이 있을쏘냐. 상대는 손예진이라규. 아, 그녀가, 온몸이 썩어문드러져도 좋을, 샤방샤방한 미소까지 품고 말하잖아.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 시파, 내가 스크린을 뚫고 그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니까. 네~ 주인아~씨, 하악하악.


김주혁, 아니 노덕훈, 와방 부럽더라. 그건 은밀한 속삭임 정도가 아녔어. 거부할 수 없는 천사의 계시? 그것이 비록, 아.미.고.(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의 시작일지라도 멈출 순 없었을 거야. 알아도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불가해한 주술, 바로 이것. 커.피.한.잔. 이후 얘기는 않겠어.

알다시피,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이야. 난 사실 다른 것보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에 꽂혔어. 흐미. (응? 거짓말하는 거야? 사실 손예진에 넘어갔으면서.)

물론 이전에 비슷한 주술이 있었어.
<봄날은 간다>에서 인구에 회자된 은수(이영애)의 명대사 알지? “라면 먹고 갈래요?” 캬~ 그때도 쇠주한잔 들고 찾아가고 싶더라. 상우(유지태) 입은 ‘입’이고 내 입은 ‘주디’냐, 라고 따지면서. 푸헐, 농담이고.


그때도 혹하긴 했지. 그래도 커피만큼 강력하지 않았어. 사람이 달라서가 아니고. 내가 라면보다는 커피를 더 좋아하거든. 요즘 광고에선 조인성이 커피한잔 하라고 은근 졸라대더라. 그런데, 그건 ‘인스턴트’커피라서 전혀 안 땡기고. (에이, 남자가 권해서 그렇겠지. 여자들은 다 넘어가겠드만. ㅋㅋ)


알프레도 토버의 《어느 의사의 고백》에도 이런 얘기가 나오지.

병원에서 만났던, 풍만한 가슴과 쾌활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육체적 매력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그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나’. 부끄러워하는 내게 자신을 기억하냐며 그녀가 다가와 말하지.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답해. “별일 없이 잘 지냈어요. 그런데 저, 혹시 커피 한잔 안 하실래요? 저희 집이 이 근처인데요.” 크헐.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의대생은 매우 바쁘다며 손사래를 치고, 그녀는 “나는 당신이 좋아요”라는 말로 거듭 꼬드기지. 물론 이상은 책의 본 테마와는 별 상관없는 얘기야. 커피는 마성을 갖고 있어.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거나 유혹할 때, 커피가 좀 짱이야. (근데, 니 얘긴 꼭 여자들만 커피 한잔 하자고 권하는 것 같다?)

흠, 이건 더 심해. 원재훈의 《모닝커피》에는 어떤 경고가 나오지.

마흔 줄의 심야방송 DJ가 주인공인데, 정신과 의사인 아내와 딸이 있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무거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녀’에게 허물어져. 커피인지, 그녀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이 퍽퍽함에 절어있던 그의 감성을 깨우지. ‘하찮은 사물,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두던 스무 살의 버릇’이 막막 되살아나는 거야.

그리곤 사랑의 환상여행이 시작되는데, 저자는 이렇게 경고하는 것 같아. 남자는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낯선 여자의 말에 조심하라고! 유후~ 역시 교훈은 아.미.고.? (커피 권하는 여자들은 무슨 다들 팜므파탈이냐, 췟. -.- 하긴 여자들은 똑똑해서 남자가 커피한잔 하자고 해도 잘 안 넘어가지? ㅋㅋ)



어어, 오해마.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야.

몇 년 전이었더라. 미국의 한 단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듯한, 물론 정확하게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1만쌍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대. “맨 처음 두 사람을 로맨스에 빠지게 만든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앞에 얘기한 것 보니, 대충 감이 오지? 맞아. 가장 많은 대답은 “커피 한잔 할래요?”라는 말, 그 말 때문이었대. 커피가 두 사람을, 사랑을 이어준 매개가 된 거라규. ‘커피 한잔’의 위력은 막 이래. (그래, 커피나 한잔하면서 자두의 노래, ‘커피 한잔’이나 듣자규~)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피 한잔

차라도 한잔
어때요 우리
가볍게 커피 한잔
나와 함께
다정한 얘기 나누며
커피 한잔

혹시나 시간 있나요
잠깐 볼수 있나요
자꾸 그대가
참 궁금해져요
이런 내 마음
어떻게 전하죠
나 용기 낼래요




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커피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커피하우스 이름은 가칭, ‘Coffee, 세 번째 첫 사랑’!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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