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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존 레논 32주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2.09 [밤9시의 커피] 우리가 꿈꾸는 이매진의 나라
커피의 발견은

환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희망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 이시도르 부르돈 -

 

오늘 12월 8일,

우리 커피하우스에 오는 인민에게, 하나 같이 상상해보자고 강권(?)하고 있다. (내일까지 그럴 거다, 뭐. :-)) 커피하우스의 콘셉트는 '이매진(Imagine)'이요. 커피메뉴도 '이매진'이다. 뭐, 어쩔 수가 없다. 시국이 시국이고, 시절이 시절이다. 호우시절 아닌 호설시절? 좋은 눈은 때를 알고 내린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눈. 그런 것은 아니고. 호가배(咖啡)시절이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커피를 건넨다. 12월 8일의 커피 짓는 내 마음이다.

 

이 두 여성은,

종종 우리 커피하우스를 찾는다. 커피 취향은 제각각이다. 신맛만 찾거나 단 것만 마신다. 이들은, 마을 빈 공간을 찾고, 셰어하우스(share house)를 추진하는, 마을을 짓는 건축코디네이터라고나 할까.

 

셰어하우스. 아직 이 단어가 한국에선 낯선데, 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의 공동주택(아파트)이 좀 웃기는 거다. 집들만 모여 있다. 안에 사는 사람들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웃, 없다. 그래서, 셰어하우스는 주거에 커뮤니티와 라이프가 결합한 형태다. 이웃이 산다.

 

중요한 것은 공유공간이다.

공동 주방, 공동 식당, 공동 체육실 등 그들은 공간뿐 아니라 삶을 공유한다. 어쨌든 이들, 추진하고 있는 셰어하우스에서 커피 교육을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커뮤니티 키친에 커피 향이 잘 배이도록 커피 기구 등의 배치도 해 달란다.

 

나는 얼른 셰어하우스나 지으라고 빙그레 웃는다. 실은 나도 기대하고 있다. 금호동의 'Y-House'정도만 돼도 좋겠다. 나는 이 하우스의 평상을 좋아한다. 마을사람들이 쉬고 논다. 이야기도 나눈다. 커피도 마신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 같다.

 

그녀들, 둘이서 뭔가 쑥덕이더니, 내게 묻는다.

 

"아저씨, 오늘 뭔 날이죠? 왜 오늘 '이매진'이에요?" 

 

"노래!"

 

"노래?"

 

"아~ 이매진! 존 레논?"

 

"맞아, 맞아, 존 레논이 죽은 게 이즈음인데. 그쵸? 아저씨?"

 

"빙고~! 1980년 오늘, 뉴욕 맨해튼에서 오노 요코가 보는 앞에서 총탄을 맞았었죠. 그리곤 더 이상 노랠 부를 수가 없었어요. 그때가 마흔인데, 거의 내 나이. ㅠㅠ" 

 

 

Imagine there's no Heaven(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

It's easy if you try(하려고만 하면 쉬운 일이야).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위에는 오직 하늘만 있는)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for today(모든 인민이 오늘을 위해 나누며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봐).

 

"아저씨, 오늘 되게 슬픈 소식 있었던 거 알아요? 부산에 어떤 여자가 굶어 죽었는데, 7개월 만에 발견됐대요. ㅠㅠ"

 

"에? 7개월? 주변에 친구도, 이웃도 없었대요?"

 

"3년을 사회적 외톨이로 지냈대요. 지병도 있었고, 히키코모리(외톨이)처럼 지내다가 생활고로 그만..."   

 

무연사회, 무관심 사회. 우리도 점점 일본 사회처럼 돼가고 있다. 오늘을 서로 나누며 사는 것에서 멀어졌다. 얼마 전, 경기도 한 창고에서 할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손자가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진 기사도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딸이 무직 상태에서 자신과 손자를 돌보느라 너무 고생하고 있는 것을 비관했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 나누며 살 수 있는 이웃이 없는 것일까?

 

 

 

Imagine there's no countries(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봐).

It isn't hard to do(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도, 무언가를 위해 죽어야 할 이유도 없으며, 종교도 없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봐).

 

"얼마 전에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후속편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을 봤는데, 정말 화나는 거 있죠. 어휴. 이스라엘이 신을 모시는 나라 맞아요? 아저씨, 왜 이스라엘 권력자들은 아무 죄 없는 아이와 민간인을 왜 끊임없이 공격할까요" 

 

"휴, 그러게요. 평화. 이스라엘, 참 할 말이 없어요. 신의 이름으로 학살을 정당화하는 그런 태도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우리 모두, 나라도 없고, 종교도 없으면... 아저씨, 우린 평화롭겠죠? 정말 그럴 거 같애. 다 나라 걱정하고, 종교 강요하는 거 땜에 전쟁 나고 사람 죽는 거 같애."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1973년 4월 1일 만우절, 유토피아에서 따 온 뉴토피아(Nutopia)를 세웠다. 어디에도 없는 나라. 모든 사람이 싸우지도 않고 아무 근심없이 사는 나라. 이들은 건국선언문에서 이렇게 외친다.

 

"땅도 없고, 국경도 없으며, 여권도 없고, 오로지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뉴토피아에는 우주의 법칙 외에는 아무런 법규도 없다. 뉴토피아 인민은 모든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다. 뉴토피아를 안다고 인정하는 인민은 누구나 뉴토피아 시민이 될 수 있다."

 

 

물론, 당연히 뉴토피아는 이매진(1971년 발표)을 기반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매진은 두 사람이 만들었다. 존 레논이 작사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래의 바탕과 가사는 오노의 생각이 밑거름이 됐다. 나라 없는 세상. 나라를 뺏긴 것이 아니라, 아예 어디에도 없는 나라. 존 레논이 40년도 더 된 시절에 했던 상상을, 지금 우리는 왜 하지 못할까? 이유가 뭘까? 나라조차 우리 인민의 것으로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어서?

 

Imagine no possessions(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봐).

I wonder if you can(당신이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욕심을 부릴 일도, 배고플 이유도 없는 한 형제처럼).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모든 인민이 함께 나누며 사는 세상을 상상해 봐).

 

"아저씨, 우리들이 하고 싶은 셰어하우스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소유가 목적이 아니잖아요. 대신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니까. 존 레논이 말한 것과도 통하지 않아요?"

 

"하하, 그러네요. 그러니까, 나도 껴줘요." 

 

"아저씨 함께하는 거 대찬성. 커피 향,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의 것이니까, 자기 것처럼 아끼고, 그러면서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니니까, 욕심을 부릴 일도 없고요. 회사도 그런 식으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노동자 모두의 것이 되는 거, 노동자가 주체로 되는 거, 그게 경제민주화 아니에요?" 

 

"커피노동자 입장에서 봐도, 경제민주화! 공허해. 대통령이 특정 직업군이나 처지를 대변한다고 하는 건 민주화가 아니잖아요. 김순자 후보가 그랬어요. "당신이 당신의 처지를 스스로 말할 때 세상은 바뀐다""

 

"이재용은 부회장 승진했던데? 대체 무슨 근거로 그 자리에 올랐는지 몰라. 그 집안은 쪽 팔리지도 않을까요? 검증도 안 되고, 회장 아들이라고 덜컥 황태자가 되고. 그네 타는 그 여자도 마찬가지죠. 지가 무슨 진짜 공주인줄 안다니까요. 재수 없어! 오늘 낮에도 광화문에서 또 빨간 옷 입고 설쳤다매?" 

 

"그네 타듯 스트롱맨(strongman) 아버지한테 자신을 밀어달라고 보채는, 황상민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생식기만 여자'도 그렇고, 정권 교체와 새 정치만 공허하게 말하는 문안도 그렇고. 상상을 못하는 상상결핍증 환자들 같애요."  

 

"아저씨는 누구의 국민이 되고 싶어요?"

 

질문을 받은 나는 섣불리 답을 할 수 없다. 나는 누구의 국민이 아닌, 이 땅의 시민이 되고 싶을 뿐이니까. 커피노동자로서의 시민.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 내기 위해 크레인에 오르고, 철탑,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여야만 하는 나라. 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지 않다. 죽음을 각오하고 높은 곳에 올라도, 어거지를 쓴다고 땡깡을 부린다고 말하는 곳이 한국이라는 사회다.

 

"진짜 국가고 나라라면 말이죠. 모두가 부자가 되고 잘 살고, 선진국민이 되게 해 주겠다고 공갈 치는 게 아니고, 배 곪는 사람, 먹지 못해 죽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없게 하는 게 국가의 의무이자, 존재의 이유죠. 난 가난해도, 단 한 사람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국가에서 노동자로, 시민으로 살고 싶어요."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당신은 내가 꿈꾸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But I'm not the only one(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 만은 아냐).

I hope someday you'll join us(언제가 당신도 우리와 동참하길 바라).

And the world will be as one(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될 거야).

 

국민대통합의 아이콘은,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들까지 하나로 만들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의 구호는 개뻥이다.

 

이로써, 오늘 밤9시의 커피 메뉴가 '이매진'으로 하나 된 이유를 알겠지? 함께 상상하고, 드리머가 되자는 거. 천국도, 나라도, 소유도 없는 세상.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 1000원에 이런 세상을 꿈꾸게 만드는 커피가 있다는 거, 그것도 참 멋지지 않아?

 

자, 내일까지 밤9시의 커피는 '이매진'으로 하나되는 걸로~

I hope today you'll join us!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