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낭만_커피

Notice

Recent Comment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687,967total
  • 16today
  • 23yesterday

'11눨10일 가장 빛나는 죄악 하나 랭보 커피를 마시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1.12 [밤9시의 커피]11월10일,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 랭보 한 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먼저 인생을 바꿔야 한다.
-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11월10일, 특별히 이 커피콩을 볶는다. 에티오피아 하라르 지역 사람들이 만든 커피. 그 남자가 오기 때문이다. 그 남자, 밤 9시부터 詩를 낭송할 계획이다.

시즌이다. 10월20일부터 시즌에 돌입하긴 했다. 한 20일에 걸쳐 있는데, 오늘 11월10일이 정점이자 마지막 날이다. 커피 이름은 쉽다. 

랭보. 

이날, "랭보 한 잔이요~"라고 주문하면 나는 하라르 커피를 내놓는다. 그래, 오늘 120주기라서 그렇다. 1891년 11월10일, 서른 일곱의 나이였다. 요절이었던 거지. 죽기 몇 달 전, 병 때문에 다리를 자른 뒤, 그는 특유의 시니컬함을 거침없이 내질렀다.  

"우리 인생은 불행이다. 끝없는 불행의 연속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빌어먹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번번이 실패하고 불행한데, 버티고 견딘다. 아주 사소하고 엉뚱한 성공에 감읍해서. 

열 다섯에 데뷔, 빅토르 위고로부터 "어린 셰익스피어"라는 극찬을 받았던 랭보는, 스무 살, 詩를 덜컥 놓았다. 그 얘긴 예전에 했던 블라블라를 참조하시고.  11월에 생각하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


詩에 작별을 고하고, '스무 살 이후'를 살게 된 랭보는 커피 상인(무역상)으로서도 살았다. 당시 백인으로서 커피무역상에 고용된 것은 랭보가 처음이었단다. 그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향했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했단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하라르로 갔다. 해발 1850m의 이슬람 도시. 이슬람 4대 성지 중 하나다. 하라르(의 커피)에 대해선 이런 유언비어(?)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지역의 커피가 커피의 왕이고, 에티오피아 하라르 지역 커피가 커피의 여왕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바디가 풍부하고 중간 정도의 산미에 초콜릿 향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여왕'의 타이틀을 달 만큼은 아니다. 내 코와 혀는 그리 말한다. 

개성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랭보는 "지저분하고 커피도 맛이 없는 곳"이라고 하라르를 평했다. 하지만 하라르 커피는 랭보의 간택을 못 받았을 뿐, 그리 최악은 아니었다. 하라르 커피의 미묘한 밸런스는 예멘으로 전파됐고, 그 유명한 '예멘 모카'를 잉태했다.

그러니 하라르 커피는 랭보나 예멘 커피에 얽힌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오늘의 특별한 커피, '랭보'는 그래서 나온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중2병(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 청소년들이 겪는 허세적 착각)'을 앓았을 무렵의 랭보를 추억해도 좋고, 더 이상 랭보에 빠질 수 없음을 아는 속물적 현실을 자각할 수도 있다.

랭보는 詩에 작별을 고한 뒤, 철저히 돈 밝히는 속물로 살았다. 극과 극의 체험을 겪은 천재가 택할 수 있는 건 결국 분열 혹은 죽음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라르 커피에 섞인 랭보적 자취는 그래서 찐~하다. 터키의 속담, '커피는 지옥만큼 어둡고, 죽음만큼 강하고, 사랑만큼 달콤하다'는 하라르 커피를 지칭한 것인데, 랭보의 질척한 방랑이 섞여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늘 랭보를 읊을 남자의 이니셜은 L.D.다. 아마, 당신도 본 적 있을지도 모른다. 천하의 꽃미남! 꽃랭보가 그러했듯. 나는 그 남자에게 이걸 부탁하려고. 아님, 내가 읊던가.

「가장 높은 탑의 노래」.

300일이 넘은 308일째, 김진숙 위원을 위해. 11월9일 노사 잠정합의안이 나오면서 김진숙 위원이 내려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경찰이 삑살이를 놨다. 병력을 투입하는 과잉반응이 결국 김진숙의 귀환을 막았다. 개새끼들. 하는 꼬라지하곤. 

아, 김진숙 위원님이 내려와서 건강이 회복되면, 커피 한 잔 대접하고 싶다.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나는 생각한다, 좋아
그대와 만나지 않을지라도,
그대와 얘기하는 덧없는 기쁨의
약속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아
당당한 은퇴를 그대가
멈추게하여 주기를 바라네

언제까지나 내가 꾸었던 헛된꿈을
그토록 참고 견디었다
공포도 고통도 하늘높이 날아가버렸고
그런데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을 어둡게 하는구나

평원이 버려진채로 커지고
향과 갈라지색 꽃을 피우는 것처럼
수많은 불결한 파리떼가
잔인한 소리를 내는도다

아아, 그토록 가여운 영혼
말할 수 없는 홀아비 생활
그것은 오직 노트르담 교히의
모습이구나
성모마리아에게
간구하는 것인가?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그러니까, 굳이 밤 9시의 커피가 읊는 시 낭송회에 오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 랭보 한 잔 마시며 시를 만나도 좋은 시간. 김진숙 위원의 귀환을 기다리며. 한때 랭보의 격정적인 연인이었던 베를렌이 랭보를 일컫길,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 당신에게도 '가장 빛나는 죄악' 하나쯤. 오늘만큼은.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