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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6 14:48 메종드 쭌/무비일락
 
“야구하자.”

지금은 야구 비시즌. 야구팬들에겐 고역인 계절이다. 겨울이 싫은 건 아니지만, 야구가 없는 건 참 싫다. 그래서 영화 보는 도중 나는 벌떡 일어났다... 고 하면 뻥이지만, 그러고 싶었다. 가슴이 울렁거렸거든.

김상남(정재영)이 청각장애인 야구소년 차명재(장기범)에게 스케치북에 써서 건네는 말. “야구하자!” 아, 나도 저 말, 진짜로 하고 싶거든. 봄을 기다리는 이유. 야구. 야구하자! 이 영화 <글러브>는 그러니까, 염장(지르는) 영화다. 아니, 비시즌의 오아시스?


“야구는 마약이잖습니까.”
우리 돈 잘 버는 주원이 아니, 야구 잘했던 김상남의 친구이자 매니저 찰스(조진웅)는 안다. 비록 홈에 들어오다 다리가 부러져 야구를 그만둬야했지만, 그놈(김상남)을 통해 알게 됐다. 야구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아뿔싸. 정부는 대마초를 금할 것이 아니라, 야구를 금해야 하는 거 아냐? 야구가 마약이라잖아! 대마초가 무슨 마약이니, 쯧. 담배도 차라리 금해라. 인민 건강에 더 악영향을 주잖아!

“정말로 이기고 싶은 거야?”(《H2》 중에서)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는 타구 소리를 듣지 못해 낙구지점 포착에도 큰 애로가 있다. 타구와 함께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야구인데, 그들은 그러질 못한다. 전국대회 1승은 그래서 ‘꿈’이다. 어떡하든 단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은. 야구계의 말썽꾼 김 선수가 처음, 그들의 꿈을 비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야구부에 열성인 음악 선생님 나 선생(유선)에게 아이들을 그냥 즐기게 하라고 툴툴대는 것도 야구를 알 만큼 알기 때문이다.

허나, 이기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즐기기 위해선 이겨야 한다. 김 선수도 결국 토하듯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망’없는 야구선수이지만 야구를 즐기는 히로(《H2》의 주인공). 그는 “뭐, 야구야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할 거지만. 난 동네야구든 뭐든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동네야구든 뭐든, 이기려고 던진다.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소년에게, 야구를 즐기기 위한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명재도 즐기고 싶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지. “여기서 뭐가 자꾸 올라와요. 1승하고 싶어요.”

‘야구는 즐기는 것’이라고 자꾸 세뇌했다. 워낙 지는데 익숙한 내 야구팀(노떼 자얀츠)이니 그리 했을지도 모른다. 내 팀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대범한 척, 대인배인양 포장(?)했다. 하지만, 속 시원히 털어놓겠다.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다. 지면 속상하고, 짜증난다. 이기면 세상을 다 가지는 거다. 정말로 이기고 싶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1승에, 그들의 야구 경기 승리에 목을 쭉 뺀 이유다.

히까리의 어머니는 히로에게 말했다. “정말로 이기고 싶은 거야? 히데오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속 시원해지려는 거 아냐? 히데오에겐 비밀이지만, 아줌만 히로 편이야.” 히로 편이기에, 우리 히로가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을 안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 이겨야 한다. 1승, 거둬야 한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불쌍하게 보고 봐준다면 더욱 용납 못한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상대는 도저히 이기기 힘든 강팀이 아니다. 바로 우리를 불쌍하게 보는 팀이다.”
김 선수의 이 불호령. 뻔한 것임에도, 임팩트 빠바방이다. 자존감. 김 선수는 그것을 안다. 무엇이 그들을 야구하게 하는지. 세상의 불쌍한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것. 아마도 그들은 김 선수를 통해 세상을 한 번 더 배웠을 것이다. 속에 담아두지 말고, 요구하고 권리를 내세워야 한다. 터트려야 한다. 그건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들도 요구해야 한다. 야구도 함께 하듯, 세상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김 선수의 이 불호령도 마찬가지다. “밟는 건 상관없는데, 일어설 힘마저 뺐으면 안 되잖아!”

“벙어리라뇨, 청각 장애인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의 영역이겠다. 영화는 자주 지적한다. 심각하지 않게, 웃음을 통해.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 영화는 자연스럽게 추방하자고 권고한다. 더불어, 일반인, 정상인 따위의 말도 조심해야 하겠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장애인을 일반이 아닌,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구획 짓게 돼 버리니까.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왔다!”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야구의 재미를 알아차린 소년들의 땀과 노력이 빛난다. 유명 야구선수인 김 선수의 눈빛 하나에도 그들은 온갖 신경을 곤두 세운다. 그만큼 그들은 야구를 하고 싶은 거다.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볼을 던지고, 사인을 맞추고, 견제 연습을 하는 아이들. 그들은 소리칠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가 왔다! 너희를 짓밟아 주겠다. 꼭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나는 눈물을 꾹꾹 누르지 않았다. 그저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뒀다. 자연스러운 내 감정이었으니까. 나도 파이팅을 보탰다. <글러브>는 마냥 눈부시지만은 않지만, 그들의 소리없는 함성에 한 목소리 보태고 싶은 영화다. 누군가에겐 야구는 그렇게 새벽녘에 몸이 부서져라 던지는 공이다.


“가끔은 필요하지 않니? 얻어맞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으니까” (《H2》)
물론,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은 매번 얻어맞고 진다. 그렇다고 지기 때문에 야구를 포기해야 할 까닭은 아닌 게다. 얻어맞고, 또 얻어맞아도, 아까와 지금은 다르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며, 일구일구, 모든 것이 다르다. 야구공 하나에 실린 마음부터 모든 것이. 그들은 배우고 있는 거다. 야구를 통해. 지는 것을 통해. 또한 이기기 위해. 나의 영웅, 히로도 말했다. “대체로 스포츠란 이긴 시합보다 진 시합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법이니까.”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 그들은 이미 야구를 시작했고 하고 있다. 상처는 이미 예견된 바다. 상처 입은 날들이 많아도,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보호만 받고, 동정만 받을 순 없다. 대개의 어른들은 위해주는 척 하지만, 실은 그것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이익과 마음을 위해서다.

‘GLOVE에서 G를 빼고, LOVE’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글러브>는 우직하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내용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 김 선수와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이 맺는 관계가 그렇고, 김 선수와 찰스가 맺는 관계도 그렇다. 변화구 구사하지 않고 직구로만 승부한다. 아무렴, 그건 스트라이크다.


원장 수녀(물론 나중에는 바뀌게 되지만)를 비롯해 학교 운영위원회 어른들을 묘사한 것도 그렇다. 과장하자면, 지금 한국 교육계를 향한 일갈일 수도 있다. 학생들이 배제된, 일선 교사가 배제된, 교장 등 교육 정책가(정치꾼)들의 책상머리에서만 결정된. 그들의 나쁜 머리에서 나오는. 김 선수, 일선에서 애들 가르치다보니 잘 알게 되잖나. 그의 일갈이 유쾌통쾌상쾌했던 이유다. “인생을 살다보면 나의 의지보다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서 꿈을 포기해야 된다는 거, 아직 모르는 애들입니다. 이런 게 교육이면 뽕이고, 우리가 그런 어른이면 니 뽕이고, 학교가 그런 거라면 니미 뽕입니다.” 아, 정말 아쌀했다. 니미 뽕들.

야구는 그러니까, 사랑. 야구 안에 사랑있다. 뭔, <파리의 연인>인가 싶지만, 그만큼 뻔한 설정이지만, 고개를 끄덕댈 수밖에 없다. ‘GLOVE’에서 ‘G’를 빼자. ‘LOVE’. 야구 없는 시즌. 야구 없이 못살겠다는 아우성을 강우석 감독은 잘 캐치해줬다. 내 평가? 단순하다. 야구를 다뤘다. 그것이 다다. 나는 <글러브>를 강우석 최고의 작품으로 뽑는 아주 편파적인 판정을 내린다.


극중 김 선수의 스케치북 대사를 재인용하겠다.
“야구하자. 야구, 혼자 볼 때보다 같이 볼 때가 더 재미있다. 너, 알지?”

봄이 와야 하는 이유, 단순하다. 야구해야 하니까. 야구봐야 하니까.


참, 나는 가린다.
여자. 거칠게 말해, 세상에 여자는 딱 두 부류다. 야구 좋아하는 여자와 야구 안 좋아하는 여자. 야구 좋아하는 여자가, 진짜 여자다. 나는 그렇게 가린다. 니미 뽕이라고? 맞다. 나는, 니미 뽕이다. 니미 유치 뽕이다.^^;; 우헤헤~ 야구, 빨리 하자! 야구는 사랑을 싣고, 사랑은 야구를 싣고. 봄은 야구와 함께 온다. 봄은 야구로 시작된다. (남하당의 박영진 풍으로, "준수의 야구사랑을 매도하지 마아아~)



거듭 촉구한다.
야구하자!

1승도 하자,
충주성심학교야구팀!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A. 말하자면, 나는 야구소년이었다.
야구를 잘했냐고? 선수였냐고? 워워. 일단 내 말부터 찬찬히 듣고 얘기하자.

내 기억이 닿는 한, 가장 먼저 접한 스포츠는 야구.
글을 읽기 시작한 때부터 소년은, 야구라면 무조건 읽었다.
집에 배달되는 스포츠신문(일간스포츠)의 야구부터 챙겨봤을 정도.

오죽하면 그 어린 나이, 소년은 야구를 스크랩했다.
그땐 고교야구가 지금과 달리 대세였는디, 고교야구를 꼼꼼히 챙겨 오려서 스크랩북에 고이 붙이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소년. 물론 프로야구가 대세가 되면서 옮겨탔다.

그러니까, 조그셔틀로 생의 기억을 최대한 돌려보면,
내 생애 최초의 Addiction은 야구였다, 야구.


B. 야구를 사랑한다면, 아이러브 Baseball.
방송 프로그램 홍보가 아니라, Baseball은 소년 시절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내 사랑, Baseball.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야구였다. 비가 오면 하늘이 미웠다.
아버지를 졸라 야구 장비를 마련하고 끝내 유니폼까지 맞췄다.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회색유니폼에는 'LOTTE'라는 딱지가 떡하니 붙어있었다!)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가족들은 종종 구덕야구장을 찾았다.
와우, 야구장, 참 크고 멋있다. 소년에겐 야구장이 그랬다. 


한때 나는 동네야구계에서 군림(?)했다.
동네 형들이 '야구하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은 까닭에, 내가 왕고였다.
어린 동생들을 겁박(?)해 에이스 노릇까지 하면서 치고 달렸다.
물론 포볼공장 공장장이었다. 동생들은 투덜거렸지만, 끝까지 '쌩'깠다.

지금은 그런 모습 보기 힘들지만, 참 많이도 도망다니고 어른들에게 혼났다.
아파트 유리창을 깨고 차에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밥보다 야구였다. 조명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공을 던졌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때, 세상은 'Baseball Heaven'이었다.


C. 물론, 즐김이 우선이었다.
무조건 야구가 좋았던 시절. 그러다 불이 붙었다.
내 자연스레 응원하던 연고팀 노떼 자얀츠(롯데 자이언츠)가 1984년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 완전 극적인 우승이었다.

마지막 7차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때린 유두열 아저씨.
내 같은 반 급우의 외삼촌이었다. 녀석까지 덩달아 영웅이 됐다.
Champion. 그것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처음 알았다. 아, 세상엔 이런 희열도 있구나. 그리고 8년 후, 다시 희열이 찾아왔다.

1992년, 서울에 올라온 촌놈이 한국시리즈 5차전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노떼와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의 경기.
끝내줬다. 4승1패, 다시 한 번 Champion.

아, 나의 10대는 그렇게 행복하였노라.


D. 야구만화, 신난다 재미난다.
야구소년에게 야구보기, 야구하기만큼 좋아하는 것이 생겼는데, 그것이 야구만화.

생애 첫 만화부터 야구만화였다. 이현세 작가의 ≪제왕≫.
(그전부터 만화를 봤지만, 만화방에서 본 최초의 만화가 ≪제왕≫이었다!)

만화방 골수분자가 된 나는, 야구만화라면 '닥치고 본책 사수'였다.
내용 따위, 작가 따위 거의 가리지 않고 넘겼다. 이유 따로 있나, 야구앞에.

그렇게 당시 나의 Desire는 야구였다.
그렇다고 정식 선수가 되길 바란 것은 아녔다.
난 이미 동네야구 선수였고, 야구인이었으니까! 누가 뭐래도!

세상, 아니 한국의 모든 야구 만화를 섭렵하다가 만났던 이 작품.
≪H2≫!

훅~ 갔다.
이전까지 본 모든 야구 작품들을 무위로 돌릴만큼의 강력한 포스!
야구 만화의 모든 것.
세상 모든 야구작품을 합쳐도 따라오지 못할 폭풍간지.
내 생애 가장 뭉클하고 짜릿했던 야구만화였다. 
아니 '야구'를 빼도 무방할 정도의 내 생애 최고의 만화를 만났다. 심봤다~~~


E. 히로(≪H2≫의 주인공)는 나의 영웅(Hero).
깜빡 지나친 첫사랑에게,
"너한테 야구를 빼면 뭐가 남니"라는 말을 듣는 '본투비 야구소년', 히로.

나는 히로에 푹 빠졌고, 내 모든 감정을 이입했다.
아마 당시 내 감정은 이랬을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히로로 태어나고 싶다.'

야구소년 히로가, 야구인 준수에게 미친 Effect는 예사롭지 않았다.
말하자면, 히로 Effect.  

한 번 보자. 히로와 그의 라이벌, 히데오(히데오 역시 영웅이라는 뜻)의 비교.

히로의 절친이자 고교야구 최강 타자 히데오의 야망 스케줄은 이렇다.


* 갑자원 - 프로야구 - 신인왕 - 올스타 출장 - 개인 타이틀. 팀우승 - 많은 기록을 남기고 은퇴 - 해설자에서 감독까지

와우~ 고교야구 스타 플레이어이자 최고 타자다운 스케줄이다. 
허허, 하지만, 나의 히로는 상대적으로 야망(?) 없는 플레이어다.

"뭐, 야구야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할 거지만. 난 동네야구든 뭐든 괜찮아."

'야망의 세월'따윈 필요없는, 허허실실 낭만적 한량 같으니.
명색이 두 사람 라이벌인데, 히로는 이래도 되느냐 싶겠지만,  

동네야구라도 상관없다는 그 태도. 나는 그 태도가 한없이 좋았다.

더구나, 비키니에 혹하고, 성인잡지라면 눈 반짝이는 십대의 야구소년이라니.
(<- 흠, 이건 십대의 나와 아주 비슷했다!)  

서울이라는 정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한다는 강박이 짓누르던,
야망을 채우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경쟁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시절에,
아, 그러지 않을 수도 있구나.    

물론, 히로는 "야구하고 있으면 꽤 멋진" 야구소년이자 남자다.

오진때문에 잠시 멈췄던 야구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히로도 히데오와 똑같이 이런 딱지를 붙인다.
하긴 누가 라이벌 아니랄까봐.

목표
갑자원

히로의 이 목표는, 히데오에게 공 던지는 재미(!)를 알아버린 탓이다.

고로, 히로는 말하자면, 야심가다.
히데오처럼 어떤 지위를 확보하거나 성취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야구가 좋아서, 어떻게든 야구를 하는 일이 점지된 소명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라이벌이지만, 다른 두 영웅.

나는 그래서, 히로가 되고 싶었다.
나의 행보도 조금씩 변모해갔다.
히로가 나의 영웅인 까닭이다.

두 영웅, 라이벌 중에 히로를 선택한 이유!



F. ≪H2≫, My Favorite!
히로 덕분이다.
히로에 푹 빠진 덕분에 내 마음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다.
재미에서도 ≪H2≫는 극강이다.
감동에서도 ≪H2≫는 작렬이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그래서 되레 흠좀무(흠 좀 무서운걸)? 

나는 감히, 아다치 미츠루 작가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야구만화는 보는 이를 들끓게 만든다. 감정을 엄청 흔든다.

사실 그의 만화 모든 작품은 내용이 빤~하다.
딱 보면 답 나온다. 구도 또한 진부하다.
그런데도, 그의 세심한 터치는 그 모든 단점을 깔아뭉갠다.

≪H2≫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고, 좋아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그럼에도, 혹 당신이 이 작품을 안 봤다면, 무조건 무조건이다.

하루까는 히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후회되니? 히까리를 히데오한테 소개한 것."

히로는 곰곰 생각하지만, 나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말할 수 있다.
"후회하지 않아."

아니, 뭘 후회하지 않아?
당신에게 이 작품을 소개한 것!
내 사랑을, 내 Favorite을 당신에게 소개한 것!!


G. 다시 ≪H2≫를 꺼낸 것은,
'이제 겨우 플레이볼 했을 뿐이야'라는 글 덕분이다.
이 글에서 나는 정말이지 어찌할 수 없는 무한 희열을 찌리릿.
꺄오~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그 블로거의 글을 나는 무척 좋아하는데,
내 사랑하는 ≪H2≫를 그 역시 좋아하다니!

내가 마음에 품고 소중하게 간직한 것을,

누군가 역시 그렇다고 하면 그 사람이 무지 친근해뵈고, 가까워진 그런 느낌.
그가 나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괜히 흐뭇해지는 그런 것.

그러니, 그가 말한 ≪H2≫에 대한 이 이야기도 덧붙여야겠다.



동의한다.
그러니 그 사람도, 나도 Guarantee한다! ≪H2≫를.
당신도 ≪H2≫를 보면, 동참하고 싶을 게다.
아니면? 그럼 당신은 우리와 다른 족속인 게지.ㅋ 

어떤 작품이든,
사귀어 보니 겉만 멋있는 게 아니었던 히까리처럼 추첨운이 따를 수도 있고,
하루까처럼 멋있다싶은 사람은 거의 다 겉만 번지르르한 뻥튀기일 수도 있지만,
이번엔 뻥튀기가 아닐거야.

아, 내가 Guarantee한다니까!


H. ≪H2≫의 'H'는 히로와 히데오의 이니셜, '2'는 두 사람을 가리킨다.
두 영웅은 확연히 '다르다'. 야구를 놓고도, 사랑을 놓고도 라이벌이지만.
어느 누구를 응원하고, 누구에게 감정이입할 것인지는 당신의 몫이다.
두 영웅의 라이벌 대결은 정말 흥미진진, 그 자체다.

물론, ≪H2≫, 히까리와 하루까를 가리킬 수도 있다.
두 소녀도 가만 보면, 라이벌이다. 것도 흥미진진.

짧은 가을 떠나보내고, 예기치 않게 겨울이 훌쩍 다가온 시간.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는 말이 있듯,
야구로 받은 상처, 야구로 치유하는 것일까.

내 손에는 ≪H2≫가 쥐어져 있고,
나는 다시 플레이볼할 내년 시즌을 고대하는 '기다림 모드'로 바뀌고 있다.

내 가을야구는 안타까운 참사로 끝이 났지만,
나는, 여전히 야구인이다.

그래서 나는,
야구는 9회말 2아웃에서도 역전될 수 있음을,
야구는 3할만 치면 엄청나게 잘 치는 것임을,
야구는 시즌이 끝나면 다시 시즌이 올 것임을,

여전히 믿고 있다.

나는 이 긴 겨울을 버티고 견딜 것이다.
죽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까지 존재한다면,
나는 여지없이 호들갑에 오두방정을 떨어대면서,
당신도 익히 예상하듯, 이리 씨불댈 것이다. "봄은, 야구와 함께 온다."

그 모든 것은,
야구 뿐 아니라, 생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을, 믿고 있다.

그래서 생이 움푹 파인 순간,
≪H2≫의 그들이 그랬던 마냥,
나는 당신 손을, 당신은 내 손을 잡는 것임을, 믿고 있다.

I 믿 You!


H2.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  
많은 사람이 알고, '이제 겨우 플레이볼 했을 뿐이야'에서도 언급됐다시피, ≪H2≫의 자장에서 비롯된 노래다.

덧붙이자면, 그 노래 가사는,
히로가 히까리에게 느끼는 감정,
히까리가 히로에게 느끼는 감정,
히까리가 히데오에게 고백하는 감정 등으로 엮여 있다.

≪H2≫를 보고,
<고백>을 들으면 그 노래 더 팍팍 꽂힐지니.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