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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4 01:54 메종드 쭌

 

가을비, 기다리고 있다.


계절의 흔들림에 종지부를 찍고 짧게나마 정착하게 해 줄,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

 

그 비가 오신단다.

 

비를 기다리던 소년과 여인의 마음이 스크린을 뚫고 고스란히 전달됐던,
올해 가장 감성 돋게 만든 어느 여름날의 감성우화, <언어의 정원>.

 

구두를 만드는 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미각 장애로 맥주와 초콜릿 맛만 느끼던 여인의 감각을 깨워주던, 레인.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 그리고 가을이 오면.

당신도 꼭 인사 해 줘. 안녕, 나의 가을~ 
이 비가 가을을 호출하면 널 만나러 갈게. 비처럼 가을처럼.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워샹니(我想你, 보고 싶어)

- <호우시절> 동하 (정우성)가 메이(고원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



어제(4월20일) 봄비.


봄비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알 거야. (꼭 귀도 함께 열어야 하느니!) 

코에 쏙쏙 박혀서, 알알이 혈관을 타고 내려가 심장부근에서 터지고야 마는 봄비 내음.


참으로 알싸했어.  

쌀랑한 봄기운과 따스한 봄온기가 공생하는 공기의 촉감. 


전날(4월19일)의 커피가 데워준 온기가 잔향을 남겼기 때문일까. 

서교동 수운잡방과 용답동 '마당'(청소년 휴카페 예정)을 오간 피로는 봄비에 씻겼다. 싱긋. :)


4월19일, 

53년이 된 '4.19혁명'으로 불리는(그날 용답동 술자리에서 누군가는 이를 강력하게 부정했지만. 그의 군대 이력과 꽐라 정도를 생각해서, 그냥 흘렸다.) 날에, 



그날과 함께 나는 커피를 볶고 내리면서, 다윈을 생각했어. 


남을 할퀴고 짓밟는 경쟁에 중독된 사람들, 

다윈의 '적자생존'을 자기식대로 끌어들여 그것을 정당화하고자 여전히 애쓰고 있지.
《종의 기원》에 대한 치명적 오해.


다윈의 진화론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이용당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이긴 자의 유전자만 진화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양 오도됐어.


허나, 다윈이 말하고자 한 바는 그것이 아녔어라구!

인간의 유래에서 그는 이리 말했어. "뿌리 깊은 육체적 본능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이 인간 진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다윈에게 인간의 자연선택은 완력이나 권력이 아닌, 종족이나 집단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사유하는 마음 혹은 지혜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었지. 남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이 개인의 유전자를 희생함으로써 부족 전체의 성공을 이끈다는 것이 다윈의 생각이었어.   


그런 다윈을 떠올리며 볶고 내린 커피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자란 커피. 

다윈의 131주기(1882. 4. 19)를 맞아, 

다윈이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고, 

《종의 기원》을 낳게 한 곳.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커피가 재배되는 곳은,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섬으로, 

고도 800m 이상에서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커피가 안개의 도움을 받아 잘 익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다른 식물군도 풍부하며, 특히 중앙에 솟아 있는 화산입구에서는 자연 용수가 흘러나와 호수를 형성하고 있다지. 이 호수는 섬 전체에 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말이야. 


이곳의 커피 재배는, 

1875년 Don Manuel Jcobos가 버번종 종자를 들여와 심은 것이 시작이었어. 

수확시기는 11월에서 1월 사이인데,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커피는 아니야.  



꼭 이것이 아니라도, 이런 날엔 라틴아메리카의 것이 최고.

체 게바라가, 혁명이 으스러졌던 볼리비아의 슬픔을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어떤 생각. 세계를 사유하는 어떤 방법. 이것, 에릭 홉스봄의 것. 


"생물학자 다윈처럼 역사가인 나도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늘 역사 변화의 실험실이었다. 그곳에선 늘 짐작과는 다른 일이 벌어져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통념을 밑동부터 흔들었다."       

        -《미완의 시대》(에릭 홉스봄) 중에서 -

  

문득, 그 커피,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 

다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이지. 



그렇게 지낸 다음날 흐른 봄비 속에 '장애인의 날'. 

시내를 관통하면서 만났던 장애인들의 평화적인 행진. 

버스 내 뒷자리에 앉은 한 꼰대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알려고도 않은 채, 온갖 경멸 섞인 쌍욕을 해대더라. 대한민국의 잘난 애국자 나셨도다! 혼자 생각해도 그만일 것을, 줄곧 십여 분을 다른 사람 다 들리게끔 꽁알꽁알. 


그의 초라한 자아가 버스 안에서 서성였어. 

타인에 대한 경멸을 입밖으로 내뱉으면서 초라한 자아를 드러내고, 남을 낮춰야만 간신히 자신을 높일 수 있다는 결핍으로 얼룩진 모습을 버스 안 모든 사람들에게 내보이면서. 저이의 지질한 자아가 울고 있는 듯 보였어. 어떤 슬픔. 



그리고 봄비온 뒤 다음날. 

봄하늘은 맑았고, <호우시절>이 생각났었는데  말야.

와우 놀라운 건, 그런 날 채널을 돌리다가 만난 <호우시절>.



아, 그녀의 자전거가 다시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더라.  


나는 봄비 이후의 커피를 내렸어.  

그 커피 이름은 호우시절. 


메이(고원원)의 말이 그 커피의 향을 더욱 짙게 만드네. 


"동하,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봄이 오니 꽃이 피는 걸까?"


나도 궁금해졌어. 봄비가 와서 좋은 걸까, 좋아서 봄비가 온 걸까?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는 법인가 봐. 


이 커피에 그리움을 담아, 워샹니...     





春夜喜雨(봄날 밤에 기쁜 비) 

                              - 두보 -


好 雨 知 時 節

當 春 乃 發 生

隨 風 潛 入 夜

潤 物 細 無 聲

野 徑 雲 俱 黑

江 船 火 燭 明

曉 看 紅 濕 處

花 重 錦 官 城


즐거운 비가 그 내릴 때를 알아

봄이 되면 내려 생을 피우는구나

바람 따라 밤에 살며시 내리니

세상을 소리 없이 촉촉하게 적시네

들길은 낮게 드리운 구름으로 어둡고

강 위에 배 불빛만 외로이 비치네

새벽녁 붉게 비가 적신 곳을 바라보면

금관성에 꽃들도 활짝 피어 있으리라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여름비. 길지 않았지만, 여름비가 왔어.

 

좋더라.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豪雨時節).

빗소리,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빚어낸 것 같은 니 하이톤의 목소리, 그 목소리.

니 생각이 잠깐 났어. 그래, 우린 여름에 만났는데, 여름비를 함께 맞이한 적이 없더라.


오래된, 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함께 늙어가는 아해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역시 니 이름이 호명되고, 이 늙어가는 아해들은 볼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만큼 우린, 즐거웠고 행복했던 거지. 호우시절이었을 거야.

날짜를 봤어. 아, 그렇구나. 6월 들어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젠 코앞이네. 

 

사랑이다, 아니다. 아해들은 그때 그 시절, 각자의 추억을 놓고 그렇게 주판알을 튕구더라.

하하호호. 즐거웠어. 너도 꼭 함께인 것 같은 시간. 상호, 진희, 종민이도 그렇게 즐거운 시간.

 

그래, 모든 게 여름비 때문이었을 거야. 때를 알고 내린 좋은 비.

 

여름이야, 여름.

네 하이톤으로 여름이에게 건네는 인사가 듣고 싶네.
네가 알려준 거야. 그렇게 인사하는 것. 나 여름이한테 지난주 인사했거든. 안녕, 나의 여름. :)

 

여름비가 좀 더 내려줬으면 좋겠어. 좋다, 여름비.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2.06.07 23:59 메종드 쭌

어제, 문경새재에서 '봄날은 갔'고. 굿바이, 봄.



오늘, 창원 대신 서울에서 아쉬움 묻은 무더위 속에서, 여름이 오는 소리.


에피톤 프로젝트가 내 무더위를 달래주다. 



내게 다시 다가온 여름밤의 아스라한 선율.


좋다! 계절이 스쳐가도, 노래는 스쳐가질 않아.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호우시(好雨時節). 좋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를 기다리는 마음.


때를 알고 울려퍼지는 좋은 선율, 에피톤 프로젝트.

그렇게, 호가시절(好歌時節).


그렇게 에피톤 프로젝트가 노래를 들고 찾아온 여름.

나의 2012년 여름의 시작. 굿하이, 여름. :)


곧, 이 여름 안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쓸게.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9.07.14 16:11 메종드 쭌/무비일락
호우(豪雨) 쏟아지는 날의 여름 오후.
비는 창을 때리면서, 땅을 향하면서 소리를 낸다.
정제될 수 없는 그 소리와 재즈 피아니스트 켄타로 키하라(Kentaro Kihara)의 선율은,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음악을 빚어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응한다.

알싸하게 핸드 드립한 LOBODIS 커피의 산미, 역시 비의 감흥을 북돋고.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호우시절(豪雨時節).


허진호는 늘 내 안에서 비가 나리도록 만들었다.
나는 허진호의 4편 장편, 어느 하나 좋지 않은 게 없었다.
(혹평 많이 들었던 <외출> 조차도, 내겐 아득함. 그들의 흔적이 깃든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계절이 끝나면, 찾아온단다.
<호우시절(好雨時節)>!

호우(豪雨) 나리던 날, 느닷 없이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생겼다.
그렇게, 내 가슴이 비가 내린다.
그렇게, 비 오는 날의 여름 오후.


비 그리고, 나와 당신의 이야기.


P.S. 꺄아아아아아아아~
난 정우성, 좋아라 한다. 허진호와 정우성의 만남이라니, 이 어찌 윽빠이 좋지 않을쏘냐.
고원원. 중국 배우라는데, 예쁘다. 그녀를 맞는다면, 나도 호우시절!
그녀라는 비, 맞고 싶다. 괜히 하늘을 쳐다 본다. 아뿔싸, 비가 내 눈에 들어온다.
이 비가 혹시 그녀인가.
눈에 들어와도 아프지 않을 그녀(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원원.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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