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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25 당신의 일상에 반짝반짝 빛나는 예술을 입혀라!


일상은 많은 경우, ‘지겨움’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일상은 반복되는 쳇바퀴이며, 비슷한 패턴에 의해 되풀이되는 무엇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지겹다는 감정은, 변화가 없다는, 곧 ‘별 일 없음’이 주는 마음의 상태일 텐데, 그건 한편으로 세상에 심드렁해졌다는 의미도 있다.

어쩌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꾀죄죄해졌을까. 일상이 지겹다는 말, 일상이 듣는다면 참으로 섭섭해 할 말이다. 화도 나고, 울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일상은 그리 지겹거나 무감하게 지나쳐야 할 무엇이 아니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탓이다. 혹은 타의나 외부의 자극에만 몸과 마음을 맡긴 탓 아닐까. 정작 중요한 내 마음, 내 몸의 주체적인 끌림에 반응하지 못한 까닭은 아닐까.

돌아보라. 자신의 감성을. 무뎌진 것은 아닌지, 노화될 때가 아닌데, 어느덧 노화된 것은 아닌지. 너무 강한 외부의 자극에만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감탄할 줄 모른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것이 크건 작건 문제가 아니다.

『플레이!』의 저자 강미영은 이렇게 자극(?)한다.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다. 누군가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더라도 반성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 감동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이다.”(p.106)

나는 생각한다. 아주 간혹이라도 찰나처럼 스친 행복감을 기적이라고 부르지 말란 법이 없다면, 일상은 때론 기적의 연속이다. 대부분 사람은 슬픔, 노여움, 화, 분노, 짜증 등이 기쁨, 즐거움, 환희, 감탄 등보다 생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적을 만날 수 있다. 일상을 축제처럼 보내는 비기(秘技)가 아닐쏜가.

그러니까,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하루인 내일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기대하느니, 내 남은 생애 가운데 가장 젊은 하루인 오늘의 일상에 감탄을 심어라. 『플레이!』는 그런 소소한 감탄 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3000명, 꿈을 향한 첫 발자국



이에, 지난 16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플레이!』 출간기념 북 콘서트 ‘혼자 오는 파티’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일상의 예술을 즐겨라!” ‘혼자 놀기’의 달인, 저자 강미영이 선사하는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축제 혹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당신의 일상을 다독이는 법, 한 번 훑어봐도 좋겠다. 밤9시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 그것이 때론 당신을 외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강미영이 공부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학생들이 그의 축제를 함께 즐겼다. 누군가는 기타 연주와 노래를 불렀고, 다른 이는 플롯을 연주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시를 낭송했다. 다들 각자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것들일 것이다. 누군가는 하루하루가 파티 같을 수 있다. 인생이 곧, 파티이며 축제라는 본질을 깨닫고 실천하는 이에겐.

이날 이 자리, 그녀가 꿈을 향해 내딛는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아마도 그녀에겐 평생을 잊지 못할 그런 순간이리라. 누구에게든 세상 모든 ‘첫’은 모든 것을 무화 시킬 만큼 힘이 세니까. 그녀의 꿈이 뭐냐고? 3000명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하는 것. 그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모였지만, 그녀에게선 잔뜩 긴장이 묻어난다. 허나,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꿈이 바람처럼 다가오진 않는다. 첫 발은 그런 것이다. 두려움과 긴장감이 엄습하는 것. 아마도, 그녀는 그 감정을 즐겼을 것이다. 그 어느 해, 3000명을 상상하면서.

“여기 오기 전에 그런 다짐을 했다. ‘혼자 오는 파티’니까, 이런 자리에 혼자 올 때의 뻘쭘함을 알기 때문에, 한 분 한 분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첫 번째 오신 분을 보는 순간부터 굉장히 떨리고 그래서 그러지 못했다. 오늘 3000명보다 적은 인원인데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인원을 줄여야겠다. 3000명은 너무 많은 것 같고. (웃음)”

본격적인 파티 문을 열기 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의 축사와 짧은 문답이 있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13년 전, 책을 처음 낼 때, 그게 내 손에 쥐어졌을 때를. 무척 좋았는데, 사람들 앞에선 티를 못 냈다. 진짜 좋아한 건, 화장실에서였다. 마음 놓고 좋아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을 잊기 마련인데, 어떤 느낌이 내 안으로 몰려왔을 때의 순간은 잊히지 않는다. 13년 전 이야길 할 때는 그때 그 기분이 떠오른다. 강미영씨에게도 그럴 거다. 첫 번째 만큼의 감동과 에너지, 충격적인 기쁨으로 다가올 진 모르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덜해지기도 하지만, 두 번째 책도 자신이 낳은 아이고, 품에 안을 때 기쁨이 있다. 나는 첫 책에서 내 인생이 바뀔 거라는 예감을 받았고, 진짜 바뀌었다. 오늘 멋진 시간 보내길.”

1년에 한 번씩 책을 낸다. 책 쓰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 어떻게 극복하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글이 있었다. 혼자 있으니 외롭다. 안 써진다. 그래서 내가 댓글을 달았다. 사람 맛을 알면 술을 퍼 먹지, 왜 글을 쓰냐. (웃음) 글을 쓴다는 건, 그 앞에 뭔가 생략돼 있다는 거다. 두렵다, 꼴값 한다 등. 글 쓰는 게 잘 안 되면 머리를 쥐어뜯는데, 그냥 나가서 놀다오면 된다. 그러는 게 좋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면 뭔가 채워진다. 안 채워지면 술을 퍼마시면 되고. (웃음) 살다가 채워지면 쓰게 되고, 쓰게 되는 것에 만족한다.

이번에 나오는 책이 있다던데, 어떤 책인가.


제목을 아직 결정 안 했는데, 내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제목은 ‘깊은 인생’이다.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속에 있는 위대함이 어떨 때 발화하게 되는지를 담았다. 그런 것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터닝 포인트로 촉발되는 건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싶은 건데, 위대한 사람들도 소급해 보면 평범하고 나약하고 절망할 때가 있었다. 어떻게 했기에 우리가 아는 위대함을 갖췄을까. 역사적 인물 속에서 구했지만, 역사성에는 관심 없었고, 그 순간에 느꼈을 정신적 경지를 추측한 거지. 문학 같은 건데, 사실은 구라다. (웃음)

공개! 일상을 축제로 즐기는 비기(秘技)


이어 강미영의 순서. 책에는 없는, 그 이후에 발견했던 일상의 발견이나, 책에 넣고자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리지 못한 이야기. 맥락은 같다. 일상을 축제처럼 즐기는, 그녀의 비기. 일상을 축제처럼 만드는 마음의 행로 따라잡기.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기적. 자, 이젠 당신의 일상을 건드릴 지어다.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참고로, 그녀는 이런 사람이다. “재미없거나 포기하게 될까 봐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 이대로 주저앉아 버리기에는 내가 너무 젊고, 또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비록 끝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들이 모두 내 안에 어딘가 쌓여간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p.133)


화장품 가게 : 그녀가 선물을 주는 방법

“마음에 드는 립글로즈를 그냥 사서 갖고 있다가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준다. 대개 목적을 갖고 선물을 사러 가는데, 나는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사서 준다. 난데없는 선물을 하는 거지. 받을 사람을 생각해서 사는 것도 좋지만,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서 아무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좋거나 그냥 어울릴 것 같아서 주는 것도 권해주고 싶다.”

파자마 파티 : 그녀, 관계를 넓히다

“적당한 사진이 없어서 책에 싣지 못했다. 파자마 입고 재밌게 노는 파티인데, 보기에도 느끼한 아저씨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잠옷을 입고 논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취지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자는 건데, 나는 그 파티를 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파자마를 입은 모습은 대개 가족들에게만 공개하잖나. 그러니 가족 같은 친구를 만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어릴 때는 나이 등에 상관없이 관계가 넓었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서 동성친구, 또래 등으로 관계가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파자마 파티는 그래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도 가족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연령대를 떠나 관계도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겐 그런 계기가 파자마 파티였다.”

캐릭터 볼펜 : 그녀, 효율이 아닌 즐거움을 찾다

“캐릭터 볼펜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볼펜만 놓고 봤을 땐, 성능이 좋은 건 못 봤다. 하나씩 하자를 갖고 있음에도 좋아한다. 한 번은 친구가 생일선물로 휴대폰 줄을 골라왔다. 예쁘다고 하면서도, 무슨 기능이 있냐고 물었다. 휴대폰 줄에도 창을 닦는 기능 등이 있잖나. 친구가 ‘예쁘면 됐지, 뭘’ 그러는 거다.

그 얘길 되짚어봤다. 어떤 것이든 예쁜 것은 중요하지 않고 기능 위주로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있고 충격적이었다. 기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예뻐서 맛있어서! 모든 게 효율만 따지는 건 아니구나. 캐릭터 볼펜은 모시고 다녀야하는데도 꼬박 챙겨서 나간다. 그런 기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글 쓰는 입장에선 잘 써지는 볼펜이 좋은데도, 그런 걸 포기하고 즐길 수 있는 걸 찾는 거지. 난 그렇게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밥벌이와 연결되지 않는 일은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이고 기억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밥벌이가 아닌 일에 관심을 두고 자신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은 밥벌이만큼 중요하다. 이것은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의 문제이기도 하다.”(p.140)

카페 : 그녀, 다른 시선을 느끼다

“카페 밖에서 카페 안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해보라. 마침 그게 출근길이다.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여유 있게 앉아 있는 것 같다면. 출근길에 친구와 홍대 카페 앞을 지나는데, 카페에서 한 사람이 컴퓨터를 치고 있더라. 우린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데, 팔자 좋은 사람은 카페에 앉아 놀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친구가 그러는 거다. 우리 회사 오려고 이력서 쓰고 있을 걸? 내가 부러워 미칠 지경인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은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거지. 나, 그렇게 형편없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과 달리 다른 사람이 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고, 나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우린 달라질 수 있다.”

김밥과 라면 : 그녀, 공동의 외로움에 대하여

“분식집에 혼자 갔는데, 사람이 붐볐다. 4인 테이블에 혼자 앉았는데, 마침 혼자 온 아주머니와 함께 대각선으로 앉았다. 난 혼자 밥 먹는 게 어색하지 않았는데, 아주머니는 어색해서 내 눈치를 보는 거다. 내 눈치를 보는 게 불편했는데, 물을 두 잔 떠서 한 잔을 드렸다. 물 뜨러가서도 고민을 했다. 찬물? 따듯한 물?(웃음)

그때 알았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말 건네는 것이 힘들고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긴 하지만, 손을 내밀면 고맙고 편해질 수 있는 관계가 된다. 혼자 온 사람만이 혼자 온 사람의 마음을 안다. 둘이 있을 때는 혼자 온 사람에겐 관심이 없었고 혼자 온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 가면 혼자 온 사람이 보인다. 그럴 때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네 보길 바란다.”

수요일 : 그녀, ‘리틀 토요일’을 만들다

“나는 목요일만 되면 일주일치 체력이 바닥나는 저질체력이다. 금요일은 힘없이 지내는데, 이런 나를 위해서 만든 것이 리틀 토요일이다. 사대를 나와서 교사 친구가 많은데, 제일 억울한 것이 방학이다. (웃음) 나는 수요일마다 가급적 칼퇴근을 하는데, 어느 날 회사 차원에서 수요일은 칼퇴근을 하라는 거다. 그러니 싫어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하지 않고 있는데, (웃음) 하루를 정해서, 꼭 칼퇴근이 아닐 수도 있고, 일주일 중 기운을 충전할 수 있는 날을 만들어 봐라. 일주일을 지치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힘이 된다.”

화장지 : 그녀, 가족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화장실에서 거의 다 쓴 화장지를 보면 화가 난다. 갈아 끼워놓고 가지, 그러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직접 갈아 끼워놓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것에 집착하기 시작한 거다. (웃음)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서 그게 내 자리인 것 같더라.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한때는 가족이 다 집에 오면, 신발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봤다. 재밌는 시간이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의무고 책임이지만,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작은 지점을 찾아 나의 즐거움으로 삼는다면, 그것이 훨씬 즐거울 수 있다.”

같은 사물이라고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다. 용도가 있다손, 모든 것이 그것으로만 재단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어떻게 두느냐의 문제. 강미영의 말. “돈 들여서, 공부 많이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관심을 갖고 발견하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의 발견은, 특별해서가 아니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 대한 관심이다. 노력이다. 세상은 보려고 하는 만큼 특별해지고 풍성해진다. 당신이 지금 보는 컴퓨터 모니터에도 이름을 붙여줘 봐라. 당신의 친구 이름 하나가 더 늘었다. 당장, 세상은 달라진다. 삭막한 것은 세상이기보다 당신의 마음일 가능성이 크다.

사진이 바꾼 삶


책에서 사진을 담당한 안태영의 순서다. 카메라를 든 지 3년이 좀 넘은,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의 작가다. 그도 책 덕분에 삶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는 이 책에 함께 참여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이 책은 그의 일상에 어떻게 틈입했을까.

“원고를 받고 천천히 읽어봤는데, 남자인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여러 번 읽었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케이크, 분홍수건, 요구르트 한 병에 특히 공감이 갔다. 아내와 아들 둘이 있는 내 가족도 생일 때만 주로 케이크 먹었는데,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케이크를 사는 게 얼마나 일상을 바꿀 수 있나 실험을 했다.”

과연 어떤 실험이었기에. 그는 아내와 싸운 다음날 케이크를 샀다. 화해하기 위해서였다. 케이크를 조르는 두 아들을 뿌리치고, 아내에게 케이크를 선사했다. 결과는? 그 자리에선 안 풀렸단다. 헌데 다음날이 달라졌다. 매일 아침 먹는 계란프라이. 그는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은 계란프라이를 좋아함에도, 아내는 바쁘단 이유로 노른자를 터트린 계란프라이를 먹이곤 했으나 케이크 다음날 아침의 계란프라이, 노른자가 생생히 살아있었다. 케이크가 바꾼 일상이었고, 결과적으로 먹혔다. 종종 케이크를 사갔더니, 돈 아깝다며 아내가 말렸다는 후일담까지 그는 전한다.

‘요구르트 한 병’에 공감한 그의 또 다른 실험. 아내에게 이틀에 1만원씩 용돈을 받는다는 그. 하루는 점심을 얻어먹은 덕에 1만원이 굳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1만원을 쾌척(!)했다. 대신 뒤로 오는 차량 열 대의 톨게이트 비용을 받지 말라면서.

“일부러 천천히 갔다. 인사라도 할까 봐. (웃음) 세 대한테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 이후의 차는 내가 낸 줄 모르니까 안 했을 테고. 기분이 색다르더라.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허세 부렸다고 야단맞았다. (웃음) 단돈 만원이지만, 열 사람에게 짧은 기쁨을 주고 나도 얻었다는 걸 책을 통해 느꼈다. 일상에서 기쁨 찾는 게, 여행을 가거나 술을 마시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요구르트를 안 먹는 날이면 깜짝 이벤트처럼 냉장고에 누군가를 위해 요구르트를 넣어두었다.… 그리고 며칠 후 냉장고에는 기적처럼 "아무나 드세요"라고 써 붙인 우유가 나타났다.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트레버처럼 좋은 것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결국에는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p.216)

그는 이어 어떻게 카메라를 들게 됐는지 사연을 언급했다. 3년 정도를 함께 한 카메라, 이 책을 보니, ‘카메라와 혼자 잘 놀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더 젊은 날, 그는 군대 제대 후 직장생활을 1년 하고 자신의 사업을 꾸렸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 컸다. 하지만, 그는 부자 아빠의 욕망을 이루지 못했고, 하던 사업을 접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때 친구가 카메라를 샀다며 보여줬는데, 캐논 400D였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자신도 카메라를 마련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안태영 사진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런 시점에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갔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인화하면서 사진에 재미가 붙고 알아갔다. 그렇게 3년 사진을 찍었다. 그 시간동안 자기만의 사진을 토대로 책을 쓰고 인지도를 가진 것은 빠른 편이라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 3년 동안 사진을 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잘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는 그 3년, 혼자 시작하고 즐긴 사진을 좋아하는 분도 생겼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대중을 무시해선 안 되고, 혼자 하는 작업이라도 대중과의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의 공간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남들을 신경 쓰기보다 내 일상을 기록하거나, 사진으로 일기를 대신하는 것도 좋다. 그것이 모였을 때, 과거를 되돌아갈 수 있다. 일기는 내가 과거의 이날은 이랬고, 이런 사람을 만났다는 타임머신 역할을 할 거다. 사진도, 글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각자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한 가지만 제대로 즐겨도 재미있게 신나게 살 수 있다. 무엇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주변에 널린 것들을 충분하게 누릴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 널려 있는 기쁨의 순간을 충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달라질 수 있다.”(p.57)

강미영에게 묻고, 강미영이 답하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인가.


뭔가 특별한 설정이 아니라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 첫 책이 일상에서 혼자 놀기라면, 이 책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축제라는 느낌으로 잡았다.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 사람을 위해, 뭔가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생각, 관계 맺기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리뷰 중엔 호감 리뷰도 있고, 비호감 리뷰도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가.


리뷰는 일단 다 본다. (웃음) 책을 쓴다는 건, 연습문제를 푸는 느낌이다. 끝을 가도 알 수 없는 답일 수 있는데, 문제도 스스로 낸 것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답을 제출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독자는 꼭 채점자 같다. 모든 분들이 내 책을 좋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도 좋아하진 않는다. 10 중에 7이 내 책을 좋아해준다면 충분히 만족한다.

안 좋은 리뷰를 처음 봤을 땐, 굉장히 충격 받았다. 내가 왜 썼을까, 고민도 됐는데, 이젠 맷집이 생긴 건지, 그렇지 않다. 예전에 나도 책을 읽고 내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면 쉽게 판단하고 버렸는데, 이젠 잘 못 읽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내 책을 안 좋게 읽은 분은 ‘네가 제대로 못 읽었네’하고 생각도 한다. (웃음) 점점 더 독자와 리뷰를 보는 게 편안해 질 거라고 본다.

두 번째 책인데,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려운 말이다. 성향이나 재능으로 봤을 때, 나는 큰 판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 정치나 투쟁은 내 영역은 아니고, 나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참모 역할은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진 않은데, 누군가가 자신의 색깔을 찾는데 내가 사례가 돼서 자신의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고향이 제주도다. 제주도는 어떤 의미인가?


매력적인 곳이라 많은 분들이 여행 삼아 가는데, 안타깝게 나에겐 떠나고 싶은 곳이다. 20년 넘게 산 뒤, 서울에 와서 살았는데, 당시는 왜 그곳을 떠나고 싶었는지 몰랐다. 다시 일 때문에 3년 정도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왜 그랬는지 깨달았다. 아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다. 여행 온 사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내겐 제주도가 그런 곳이 아니었다.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게 제주도 떠나고 싶은 이유였다.

지금은 도시를 동경하는 편이다.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도 조금 있으나, 관계에 대한 매듭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싶을진 모르겠다. 그런 관계를 내 나름대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3월에 여행 간다는데, 어떤가.


3월부터 6월까지 유럽에 갈 생각이다. 나가서 글 쓰고, 책을 낼 생각이다. 출판사랑 얘기한 건 아니고. 제주도에 살면서 늘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와서 뭘 보고 느끼고, 충전시킬까. 나에겐 일상의 공간이라 보이지 않았는데,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여행자 신분이 돼서 낯선 곳으로 갈 거다. 여행자 신분에서 바라보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여행지 정보나 지식을 주진 않겠지만, 일상을 도와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조사하고 책을 쓰고 싶다.

언제 둘이 놀기 할 건가.


글쎄, 지금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 한국 나이로 서른셋인데, 이왕 늦은 거 할 것 다해보고 가자는 주의다. 결혼은 내 계획 중엔 가장 후순위다. 그래서 맨 나중에 둘이 놀기, 셋 놀기 해보고 싶다.

글을 쓸 때도 혼자 쓸 텐데, 가장 행복했다고 느낀 순간은?


첫 책은 멋모르고 썼고, 얼결에 썼다. 독자들이 남긴 리뷰에서, 내가 표현하지 않은 것까지 느껴줬을 땐 정말 희열이었다. 이번 책은 그 힘으로 썼는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상상하는 순간이다. 처음엔 나를 위한 글을 썼는데, 이번 책은 독자를 상상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 때 희열을 느낀다. 피드백을 상상하면서 에너지를 얻어서 다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 책인 『혼자 놀기』를 쓰고 나서 처음엔 기쁘고 그랬는데, 나중에 스멀스멀 올라온 느낌은 내가 왜 그랬을까, 였다. 어떤 분은 책을 내면, 광화문에 알몸을 벗고 서 있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나도 공감했다. 알몸으로 서점에 놓여 있는 느낌?

이번 책을 쓰면서 자기검열이 심해지는 거다. 어디까지 나를 보여주고 솔직해야 하는지 고민도 했다. 나는 내 삶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삶에 대한 탐구가 새로운 보편성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갖는 특별함에 집중하고 싶고, 내가 가진 것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모범 답안은 아니지만 사례로 보여주면서, 힌트를 주고 싶다. 나는 내 삶이 들어 있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는지는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다양한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저 좋고 기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좋고 기쁜지를 정확히 느낄 수 있어야만 진지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p.117)

p.s. 참, 책에서 아쉬운 게 있다. ‘똑같은 일상에서 틀린 그림 찾기’라는 챕터. 제목이 ‘틀렸다’. 내용은, ‘날마다 완전히 다르게 펼쳐지는 일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데, 제목과 내용엔 ‘틀린 그림 찾기’라고 적어 놨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분에 신경을 덜 쓴 탓인가? 저자도 그렇지만, 편집자의 잘못도 있다. 관용어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라도, 그것이 틀렸으면, 책에서 굳이 쓸 이윤 없지 않나? 일상에서 '틀린 것 찾기'를 놀이처럼 하는 까칠한 내 눈에 들어와서 꼬집어봤다. 유후~ ^^;;  

[예스24 기고원문 아주 초큼 수정]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