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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살 남자도 중독시키는 마력의 밴드가 차오른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1집 앨범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



최근 이 남자, 울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나도 덩달아 그렁그렁. 왜 그랬는지 몰라도, 별일 없이 덩그렁. 사실 이 남자, 심드렁한 게 좀 짱이었다. 하찮은 세상을 향해 덤덤하게 일관할 것 같은. 누구 말마따나, 웃긴 듯 슬픈 노랫말과 포크선율로 마음을 휘감는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 이 남자. 음, 아마, 교주가 우니까, 신도는 자연 따라간 것, 아녔을까? 희끄므레죽죽~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


그렇다.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 요즘 가장 ‘Hot’한 국내 뮤지션. 누군가는 복귀한 서태지를 들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알록달록 ‘소시지룩’으로 무장한 소녀시대라고 외칠 테고, 혹자는 세상에 소리치는 빅뱅이라고 울부짖겠지만, 그럼 일단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감히 우리 교주님을 앞에 두고, 데끼.


참, 원더걸스의 소희양도 광팬이라는 ‘그 남자 왜’ 울었냐고? 물론, 기뻐서. 지난 12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그들은 ‘올해의 노래상’, ‘최우수 록 노래상’, ‘올해의 남자가수상’을 탔다. 아니, 정규 1집 앨범이 지난달 27일에야 발매된 이 밴드가 빅뱅의 태양도 누르고, 무려 3관왕. 우왕, 이만하면 울만하지 않은가. ‘느리게 걷자’더니, 이게 웬걸, 초고속 스피드다.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모르’는 양반이 터보엔진이라도 달았나보다. 앨범도 날개를 달았다. 사전 예약으로만 8천장이 팔리더니, 1만장을 훌쩍 넘었다. 추가로 1만장이 발주됐단다. 예스24 종합음반 차트에서도 서태지와 슈퍼주니어 등에 이어 4위. 아놔~


이거 장얼의 활약을 들어놓자면, 무궁무진이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열린 콘서트는 예매 시작 45분 만에 매진됐고, 지난 15일 서태지 8집 두 번째 싱글 기념공연에선 게스트로 나왔다. 어릴 땐 양현석 역할을 맡았다며 컴백홈의 안무까지 선보인 우리 장 교주. 인터뷰, 화보촬영 등 하루 평균 4개씩의 스케줄로 하루가 다 빡빡하다. 정규앨범 수록곡들도 최근 EBS의 <EBS스페이스-공감>을 통해 최초 방송 공개됐다. 블로고스피어엔 장얼을 향한 ‘님 좀 짱인듯~’의 경배가 차고 넘친다. 이 정도면, 인디밴드가 아니고 아이돌이다, 아이돌. 영화계에 <워낭소리>가 있다면, 음악계엔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못나고 악랄한 지도자 때문에, ‘오늘도 무사히’ 제발 별일 없이 사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 재미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외치며 길을 나섰다. 그리고 발 디딘 곳이, ‘Yes24와 함께 하는 장기하가 떴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 지난 11일 서울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 리허설 현장은 분주했다. 조명과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동선을 맞추는 와 중에 장얼의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뺏는다. 흐흐흐. BG도 유유히 흐르는 와중, 6시40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팬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좋은 자리에서 교주를 경배(?)하고픈 신도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한편, 차례대로 자리를 안내하고자하는 스탭들이 연신 양해를 얻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역시나 여성들이 절대 다수다. 역시 장 교주의 말마따나, ‘얼굴’되는 멤버들만 뽑은 영향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말고. 



장내가 정리되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뮤직비디오 메이킹이 방영된다. 다들 희희낙락. 그 유명한, 유유자적 팔동작이 나오자, 다들 ‘우와~’라는 즐거운 탄성을 지르고, ‘우하하’ 웃음을 터뜨리면서 집중 또 집중. 뮤비에 찬조 출연한 여학생들의 달오름 체조에 ‘귀여워’를 연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리고 스크린이 걷히고, 유희의 시작.

어디가 무대고, 어디가 객석인지도 모를 그 현장 속으로, 고고, 고고.

참고로,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왜냐고? 장 교주를 만난 자랑질이거든, 염장질이거든.

아주 그냥 끝내줘요. 죽어죽어. 하악하악.


들썩들썩, 흥얼흥얼… 볼매 공연의 현장


환영인사와 박수와 함께 장얼이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나타났다. “공연이라기보다는 얘기나 하고 좀…”이라며 입을 뗀 장 교주. 그렇다. 그는 우리와 함께, 놀고 싶은 게다. 룰루랄라. 예의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로 핵심만 담아 말하는 건 여전하다. “그러니까 앨범을 사신 분들 가운데 추첨해서 모이신 거니까, 다 들어보셨죠? (그럼요~) 그럼 다 아시겠네요. 아직 1집 밴드라 앨범에 있는 노래가 다에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희 노래 중에 깊은 정서를 표현한 노래가 없어 감정몰입이 잘 안 될 텐데, 그래도 불러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열광. ‘싸구려 커피’닷. 훌쩍훌쩍.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



이 눅눅한 자취방의 정서. 장 교주에 역시나 열광하는, 사무실 내 옆의 사람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를 들면서, 정말 백수였다면 이 노래 듣고선, 펑펑 울어버렸을 거란다. 웃긴 듯 슬프다. 어쩌면, 페이소스. 이 덕분에 혹자는 장얼을 패자(루저)의 정서적 대변자라고도 했다. 장 교주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승자의 정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패자의 정서라기보다는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불분명한 불확실함과 불안․허무의 정서다. 미디어가 20대를 너무 즐거운 사람들로 그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싸구려 커피로 확 달궈진 무대는,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노팅힐>을 떠올린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아름다워 함께 걸었네/ 힘든 줄도 모르고 손을 잡았네/ 빠르지 않게 걸으며 잠시 쉴 때엔/ 사뿐하게 입을 맞추네 ♬” 다음 곡 ‘말하러 가는 길’을 부르기 전, 악기를 교대한다. 그러면서 왈. “우리는 번거로운 밴드예요. 악기 전문성도 없고. 곡마다 바꿔가면서. 오늘은 곡을 많이 준비 안 했는데, 대신 얘기도 하고 선물도 있어요. (우와~) 몇 곡 부르고 얘기나. 아, 한 얘기군요.” 뻘쭘해 하는 장 교주, 아유 귀여워. 아마도 어떤 언니들은 콱 깨물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크왕.


바뀐 악기를 튜닝한다. 역시나 한마디 덧붙인다. “여러분은 튜닝하는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한 줄의 악기라도 틀어지면 전체가 틀어지는 그런 민감한 밴드가 아니나, 할 만큼 해야죠.” 쿡. 예상을 벗어난 이 어슬렁거리는 답변. 이것이 바로 장 교주의 매력이 아니던가.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말하러 가는 길’을 듣자니, 그렇다. 길모퉁이를 돌면 왠지 손잡고 입 맞추고픈 그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예감? 푸하하. “여덟 번째 정거장 지날 때 나의 입술은 말랐다.” 어쩌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하나둘 정거장 숫자를 셀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덟 번째,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입술은 바짝바짝. 촉촉한 입술이 필요해. 붕가붕가.


장 교주는, 이어 벌써 마지막 곡이라고 선수를 치면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미미 시스터즈’의 등장을 알린다. “미미 시스터즈가 살짝 들떠 계세요. 미미 시스터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표정만 봐도 아시겠지만. 팬미팅이라니까 좋아하고 계세요. 이보다 밝은 표정 보기 힘듭니다. 지금 분위기가 소풍 와서 장기자랑 하는 듯해요. 반 친구들이 같이 박수치고 어우러지는…” 아, 교주님이 우리를 친구로 명명해주시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넙죽. 절이라고 하고프다. 우왕, ‘나를 받아주오’. “나를 받아주~ 내 마음 헤짚어 놓고~♩”



무엇보다 압권은 미미 시스터즈의 강력한 포스. 장 교주를 밀어내고, 담배를 꼬나물고, 라이터를 던지고, 연기를 뿜어낸다. 황홀경이라면 이런 것 아니겠나.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꿈틀거린다. 그냥 여기서 끝낼 순 없다. 당연히 앵콜앵콜!! 수줍은 미소를 띠며, 한곡 더 추가요~ 잠깐, 이어진 마이크 세팅. 빠지지 않는 장 교주의 멘트. “전달이 안 된다고 음악적으로 훼손될 밴드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되겠죠.” 이런 센스쟁이. 쿡쿡. 그리고 달린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오름 체조는, 따라 하고픈 욕망을 동반하는 중독성 강한 몸짓이다. 나는 차오르는 달을 보면, 역시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팔과 다리를 휘적휘적 거릴지도 모르겠다. 달밤에 체조. 



장기하와 얼굴들과 얘기 하실래요?


아무리 짧아도 2부 공연을 꼭 하는 장얼. 얘기나 하면서 놀자고 했던 바람대로, 2부는 토킹 어바웃이다. “1집 앨범을 만드는 동안 녹음과 공연을 준비하고 상당히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썼어요. 적성에 안 맞아 힘든 것도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오니 좋네요. 사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장 교주의 소감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짧은 소감이 있었다. 하나 같이 소박하게 달뜬 그들을 바라보는 나도 므흣. 참, 미미 시스터즈의 소감은 어땠냐고? 대변인 장기하의 말에 따르면, 흡족해하고 있단다.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라고 하는데 힘들었다고. 더불어 미미 시스터즈에 대한 질문은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만 부탁했다.


그리하여, 질문과 답변의 시간. 싸구려 커피 대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그들에게 이번 초대이벤트의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이 이어지고 쏟아진다.



Q. 앨범표지의 의미는?

A. 나도 모른다. (앨범이 나온) 붕가붕가레코드의 디자이너 작품인데, 그림으로만 감상하려고 의미도 안 물어봤다. 본인만의 의미로 상상하면 될 것 같다.


Q. ‘별일 없이 산다’는, 정말 신나서 별일 없이 산다는 의미인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빗대 일 없이 산다는 뜻인지.

A. 모두 정답이다. 듣는 분의 해석에 맡긴다. 나름의 의미는 있는데, 다 말해 버리면, 예전에 교과서에 밑줄 긋는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는 작품 감상이 될 것 같다.


Q. 싱글을 먼저 내고 언론들의 스폿라이트가 쏟아졌다. 냄비현상도 우려되는데, 유명세를 타면서 에피소드 있나. 가령 밥집이 공짜라든지.

A. (멤버들 얼굴을 두리번 거리며 눈짓으로 묻더니) 물어보니 없다. (웃음) 아, 4명이 고깃집을 갔는데, 사장님이 아는 척 하면서 5~6인분을 먹으니 2인분을 더 주더라. (홍대 거리 다니면서 불편함은 없나?) 불편한 거 없다. 싸인해 주는 거,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Q. 오늘 코사지는 왜 없나.

A.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안 할 때가 더 많다. 쌈지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처음 했다. 뭐, 잘 때도 (코사지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코사지는 어디서 사고,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어디서 구입하냐는 질문에) 쌈지페 전날 동대문에서 구입했다. 밀리오레, APM? 코사지는 하나만 하니, ‘개똥이’라는 닉네임의 팬으로부터 연말 공연 때, 코사지 4종세트를 선물 받았다. (A4지 여러 장 가운데 답을 고르는 미미 시스터즈) …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흔히 있는 기성품이 아니고, 본인들이 말하길 원치 않아서 답하기는 어렵다.



Q. 큰 미미, 작은 미미라고 불러도 되나?

A. ‘X’(아니). (그렇다면 좌미미 우미미는?) ‘X’(역시나 아니) 따로 부르지 마세요.

(이 질문을 한 두 여성분은 미미 시스터즈가 공연 때 애용하는 라이터와 스티커를 받았다. 아울러 CD에 입술자국까지 덤으로 받았다. 왕부러움을 받았다는.)


Q. (베이스 ‘정중엽’에게) 혹시 연기에 관심 있나?

A. 관심 있다. 키가 180cm인데 모델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모델은 나보다 커야 되더라. 사실은 내 밴드가 있는데, 지금 휴업하고 장얼이 메인이 됐다. ‘장기하의 난’이 계속 되면서 못하고 있다. (웃음)


Q. (기타 ‘이민기’에게) 공연 중에 팔이 빠질 것처럼 연주해서 인상 깊었다. 밴드와서 후회한 적 없나? 잘못 낚였다고 생각한 적은?

A. 앨범까지 나온 마당에. (웃음) (기타는 몇 년째?) 대학 와서 배웠으니 9년, 10년차가 됐다.


Q. (드럼 ‘김현호’에게) 장기하가 ‘눈뜨고코베인’에서 드럼을 맡았는데, 영역을 침범해서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둥의 얘기는 않나?

A. 기하형이 인정해주는 편이다. 잘 생각해 준다. 그런 문제는 없다. (보컬 생각은?) 노래를 잘 못해서 노래할 생각은 없다.


Q. (보컬 ‘장기하’에게) 정말 중독성이 있다. ‘정말 없었는지’를 좋아하는데 경험담인지, 그냥 쓴건지, 어떻게 나온 가사인가.

A. 다른 노래들과 달리 그 노래는 직접적인 정서를 담은 게 아니다. 만들 일이 있었다. 계기가 있었는데 말하고 싶진 않다. 청탁을 받아서 만든 노래다. 이런 정서를 얘기하면서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Q. (장기하에게) 여자친구 있나? 이상형은?

A. 이상형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상상한 적은 없다. 지금 여자친구는 있다.


Q. (장기하에게)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들으면 빵집 딸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45세다. 올해 대학신입생이 된 애와 함께 왔다. (박수) 애가 좋아하는 노래를 이제는 내가 좋아하게 됐다. 혹시 안동 장씨인지. (웃음) 45살 사람을 (장기하의 얼굴들의) 전도사로 만들 수 있는 내공이나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A. 안동 장씨다. (웃음) 내공이 있다고 해 주셔서 감사한다. 잘 모르겠다. 현학적인 말을 가사에 쓴다든지, 엄청 예술가인양 인정받고픈 욕심이 없다. 그냥 내 취향이다. 일상적인 말을 쓰고, 들어서 난해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음악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공은 더 쌓아야 한다.


Q. (장기하에게) 두 번째 수능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 위안이 된다. 작년에는 싱글을 샀고, 지금은 앨범을 샀다. 살면서 삶의 위안을 주는 음악이 있다면.

A. 최근 노래를 듣고 눈물을 두 번 흘린 적이 있다. 캐비넷싱어롱즈의 ‘이 좁은 골목길’을 집에서 듣다가 울었다.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가 참 따뜻한데, 왜 울고 있나 생각했는데, 내게 위안이 됐다. 또 로로스 단독공연을 갔다가 백현진의 ‘학수고대했던 날’을 라이브로 처음 듣고 줄줄 눈물을 흘렸다. 


숱한 궁금함을 뒤로 하고 아쉽게도 우리들의 대화는 이 정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역시 끝이 아니었다. 깜짝쇼. 1집 앨범 발매를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 수여와 촛불 점등. 그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는데, 어색해 하면서도 수줍은 그들을 향해 우리들은 박수와 노래로 화답했다. “앨범 축하합니다. 앨범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앨범 축하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장기하가 닮았다는 한 여성팬이 심혈을 기울인 12행시가 우리의 2%를 채웠다. 12행시의 제목은,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진심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바랐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소박하지만, 왠지 가슴을 울리는 이 말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그들은 최고의 뮤지션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다.


송골매(배철수), 산울림, 송창식을 닮고 싶어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노래와 공연에만 몰입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든, 그렇지 않든,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해석 나름이겠으나, 그의 음악에는 동시대와 끈끈하게 맺어진 정서가 있다. 급작스런 유명세와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 듯한 꼿꼿함도 완소(완전소중)다. 명품 브랜드의 CF 제의도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는 이야기에, 그들답다고 생각했다.



말도 노래하듯, 노래도 말하듯, 세상과 소통하는 그들의 선율을 듣자면, 들썩이는 흥겨움 뒤로 “야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있어야 한다”(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팩토텀≫)는 명제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 좀 띄엄띄엄 살면 어때. 숨 좀 쉬면서 살자. 빈틈 많고 군더더기가 있으면 또 어때. 잘나야 인간 취급받는, 세상은 밥맛이다. 뭐 좀 시시콜콜해서 별일 아니면 어때. 크고 거대하셔서 국민들의 아우성에는 귀를 닫아놓은 놈들을 봐라.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시큰둥한 삶에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그 무엇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언젠가 그들도 지금의 만신전에서 내려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그들의 목표는 인기가 아니잖아. 원래 그들은 ‘아무 것도 없잖어’. 지속가능하다면 그들은 어디서든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계속하고 있을 터.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고 있겠지. 덤덤하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집으로 가는 길. 밤하늘이 묻고 있었다. 별일 없냐? 에라이, 말해줬다. 나? 별일 없이 산다. 웅~~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참, 4월3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4월4일), 광주(4월11일)에서 지방 공연이 펼쳐진단다. 신도들아, 우리 또 각개 모이자. 교주님 오시니, 전도하시라. 당신이 이미 신도라면, 교주님을 향한 신심은 더욱 깊게. 특히나 이날 특명 하나가 떨어졌으니. ‘연령 높은 분들을 전도하라.’ 꼰대들에게도 장얼을! 특히나 이래저래 자꾸 헛발질만 해대는 머리 빈(MB) 사람, ‘별일 없이’ 그저 노래만 들으심이 어떠하실까. 아마 68세 양반이라도, 충분히 중독되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에 해를 끼치는 일만 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지 않던가. 푸른 집으로 장얼 1집 앨범 하나 보내드릴까? 나, 별일 없이 살고 싶다규, 정말. 하악하악.



[지난 3월11일 성미산 마을극장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를 다녀와 작성한 예스24 기고원문]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달이 거의 차오른다, 가자! 재미있게!



매년 12월, 어떻게든 거리는 흥겨웠습니다. 어디서든 나쁜 일이 있어도, 거리만 나오면 괜찮았습니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발걸음을 룰루랄라~하게 했습니다. 순간적인 마취제요, 모르핀이었을망정, 뭐, 어때요. 1년에 한번 있는 시즌인걸요. 이맘때 아니면 언제 용서를 해보겠으며, 실실 쪼개면서 메리와 해피를 불러보겠습니까. 그런데 눈치 채셨다시피, 과거형입니다. 정말 올해 거리는 예년과 다릅니다. 성형수술이라도 한 걸까요. 크리스마스 캐럴의 흥겨움이 띄엄띄엄 듬성듬성 입니다. 시절의 하수상함을 거리에서 체감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혼자 며칠 전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미친 듯이 듣고 있어요. 거리에 나가봐야, 캐럴이 주는 박동이 없으니까요. 저만 그런가요? 어떠세요? 캐럴은 좀 들으셨쎄요?


‘비’가 이번호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한동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를 헤집고 다니더니, 5집앨범 ‘레이니즘(Rainism)’을 들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쁜 남자’. 멋집니다. 근육질 몸매도 그렇고, 패션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수 ‘비’를 오랜 만에 보니, 반갑네요.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서 그동안 적적했던 팬들과의 회포도 푸는 것 같고요. 그를 보니, 후끈 달아오르는 분도 계시죠? 하악하악. 역시나 멋진, 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시기엔 비보다 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멋지다는 표현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재미있다’가 더 어울릴 것 같네요. 동방신기 제6의 멤버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장 교주’라는 신흥교주를 탄생시킨, 인기가 차오를 대로 차오르고 있는, 막강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이들은 정식 1집 앨범도 내지 않았습니다. 싱글 앨범을 냈을 뿐이고! 그런데도, 인기 막강합니다. 아 참, ‘미미시스터즈’도 빼면 안 되죠. 장기하와 얼굴들의 얼굴마담이자, 막강한 실세멤버인. 그 인기를 보자면, 동방신기, 빅뱅이 새 앨범을 냈을 때도, 앨범 판매량은 삐까삐까할 정도.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 그들의 노래를 듣자면, 완전 ‘쩝니다’. 절로 흥겨워집니다. 보컬의 무표정과 흥미로운 가사를 잘근잘근 씹다보면, 캐중독입니다. 팔을 허우적대며 달이 차오른다고 읊조리는 퍼포먼스는 누가 보지 않으면, 거울 앞에 놓고 따라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포크록밴드라는 정체성은 오간데 없습니다. 나사 두 개쯤 빠진 아이돌 같습니다. 뭐, 이들이 좋아하는 팬들이,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을 외치고 있다는, 믿거나말거나 풍문도 있고요.


비 얘기하다말고, 뜬금없이 장기하와 얼굴들로 넘어간 거, 이상하시죠? 캐럴이 사라진 시절, 멋진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입니다. 혹 모르핀이 될지라도, 마력을 갖춘, 중독성 강한 장기하와 얼굴들이 저는 더 좋아요. 그들의 바람대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가능했으면 좋겠고요. 그들의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또 재미난 앨범을 내놨으면 합니다. 큰 돈 들지 않는다면, 재미를 위해 그들의 앨범을 사주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달이 거의 찼습니다. 새해에도 그냥 쭈욱 가시죠. 부디, 윤기 잃지 마시고, 마음의 재미를 찾으시길.


[코엑스몰 내방객을 위한 무료감성매거진 '몰링' 기고]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8.12.16 15:02 메종드 쭌/무비일락

복고가 ‘대세’긴 대세인가 보다. 제34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의 포스터와 트레일러에는 1970년대 만화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촌스러운 그림체와 문어체 말투, 요란한 음악 등 이거이거 완연한 ‘복고풍’이다. 그러나 낡거나 후지지 않다. 되레 중독성이 있다. 보고 또 보고 싶어진다. 에너지도 충만해 뵌다. 대체 이게 무어란 말인가! 묘한 것은, 국가권력의 퇴행성(복고)과 맞물려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1970년대 무소불위식 권력이 횡행하던 시절, 그에 절망한 혹은 환멸을 극복하기 위한 불온한(!) 문화적 저항들이 있었다. 지금-여기의 국가권력과 현실을 살펴보라. 어쩐지,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혹시……?


서울독립영화제2008 ‘상상의 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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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찌 그 현장이 궁금하지 않을쏜가. 그래서 찾았다. ‘서울독립영화제2008’ 개막식. 11일 저녁 서울 명동 인디스페이스의 공간을 급습(?)했다. 자고로 불온함은 어둠 속에서 잉태하는 법. 행여나 국가권력에 치명적인 해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슬쩍 그들의 행적을 좇았다. 슬로건은 ‘상상의 휘모리’. 이런 역시나 복고. 아마 ‘상상력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말을 하고팠나본데, 이건 68혁명 때도 이미 써먹은 수사가 아닌가. 그때도 누군가들은 상상을 통한 전복을 꿈꿨다. 도전과 반항, 불온함 가득한 상상을 휘몰아치면서 현실과 정면으로 맞섰던 그때. 이런 기시감이 있나. 40년 훌쩍 지난 동아시아에서 휘몰아치다니.

뭐 물론,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이다. 화폐의 부작용이 커질 만큼 커져, 곪을 만큼 곪아, 금융위기라는 이름으로, 불황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의 목줄을 움켜쥔 이 시기. 도전과 가능성의 이름, 독립영화라고 그 파고를 맞닥뜨리지 않을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독립영화가 언제 꽃피는 봄날이었던 적이 있나. 뺄 기름기도, 감축해야 할 지방질도, 버려야 할 과소비도 없는 형편. 그래서 여느 때와 같이 올해도 그저 달린다.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줬듯이. 그렇게 똑같이.

서울독립영화제2008은 12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올해의 서독제에는 역대 최다인 623편이 공모한 결과, 경쟁부문에서 51편, 초청섹션에서는 3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국내 초청작 부문이 재밌다. 아니, 다시 열 받을지도 모르겠다. 바뀌지 않은 지금의 현실 때문에. ‘재밌거나, 열받거나’를 키워드로 한 9편의 ‘촛불영상’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여름을 밝힌 촛불정국의 기억을 다시 되새기면서 다시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력을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밖에도 독립영화감독들이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는 ‘일일 자원활동가’, 감독과 배우의 만남의 장을 마련한 ‘감독, 배우를 만나다’ 등의 행사가 있다. ‘Sex is cinema: 영화에서 성적 표현의 문제’ ‘거리의 촛불, 참여 미디어의 가능성’ 등의 세미나도 열린다.

개막식이 열리는 명동 인디스페이스

그렇다. 오늘, 명동이 빛나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이런 서독제2008의 개막을 앞둔 설렘 때문이겠거니. 인디스페이스는 유난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영화계 종사자는 물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북새통. 누군가는 오랜만에 만난 이와 반가이 인사하고, 다른 누군가는 영화로 담소에 빠져 있다. 영화제 자랑을 늘어놓으면서도 영화계를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모두들 휘몰아?는 서?제의 파고 앞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냥 온몸으로 받아들일 자세다. 역시나 이날 개막식 티켓은 조기 매진됐단다.

그리고 예정된 7시가 넘어서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480석을 가득 메웠다. 밖은 춥지만 안은 후끈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느닷없이 등장한 마루치와 아라치. 영화제 오프닝 영상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고민 한번 깊다. “상상력이 문제였단 말인가!” 마루치가 ‘상상력 결핍증후군’이라는 신종병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 각종 직업군의 사람들과 독립영화인들이 교차하면서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지금 필요한 건, 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렬한 상상력의 휘몰아침. 환멸을 참고 견디기 위한 상상력의 힘. 불가해한 존재를 믿고, 요정을 불러내는 그런 상상력. <헬보이> 시리즈와 <판의 미로>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상상력과 희망으로 버티어낼 수 있었다. 나에게 상상은 도피가 아니다. 진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지금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



‘장기하와 얼굴들’의 축하공연

그렇게 차츰 달아오르는 열기에 불을 붙인 인물은, 동방신기 제6의 멤버라는 소문이 도는, 인기가 차오르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잠깐, 이들의 현재 인기가 어떤가 보자. YES24에선 동방신기, 빅뱅이 새 앨범을 냈을 때도 이에 꿀리지 않고 판매순위 3위를 하더니, 어느덧 지금은 2위다. 윤상에 이어. 아직 첫 앨범도 아닌 싱글인데 말이다. 이만하면 포크록밴드라는 정체성이 무색하게, ‘아이돌’ 아닌가! 장기하와 얼굴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요즘,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를 외치고 있다는 믿거나말거나 후문.

서독제라고 다르지 않다. ‘장교주’를 연호하는 관객들의 환성이 그것을 증명한다. 무대에 올라 “아, 떨리는군요.”라는 말로 문을 연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끼리의 만남에 더욱 고무된 눈치다. 예의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로 할 말 다하는 캐릭터인 그들의 매력이 극장을 휘몰아쳤다. 무엇보다 압권은 쇄골 부근에 빨간 코사지로 장식한 장교주의 패션. ‘아무것도 없잖어’로 시작된 공연은 ‘말하러 가는 길’을 거쳐 인기절정의 ‘싸구려 커피’로 이어졌다. 관객들도 어깨가 들썩들썩. 그리고 올 것이 왔다. 호피무늬 원피스와 빨간 모자와 빨간 테 선글라스를 낀 ‘미미시스터즈’와 함께한 2부는 불온함으로 가득했다. ‘찌질’한 남성의 울부짖음을 담은 ‘나를 받아줘’에서 미미시스터즈는 담뱃불을 붙였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서 그들은 팔을 허우적대며 달이 차오른다고 읊조렸다. 앵콜곡 ‘느리게 걷자’까지, 그들의 노래는 서독제와 궁합, ‘딱’이다. 한마디로, 휘몰아치는 상상력의 전조이자, 중독성 짙은 마력의 공연. 잠깐 엇나가자면, 그들의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을 통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원한다면, 당신의 지갑을 열어라. 그들의 앨범을 사라.

사회자 권해효와 류시현

열띤 공연이 끝나고 등장한 개막 사회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권해효, 류시현. 각각 8년째, 5년째 서독제의 사회를 맡고 있다는 그들은 만담 수준의 유려한 진행을 자랑했다. 10년 전 1998년의 국제통화기금(IMF) 시즌과 비교한 권해효는 화폐의 위기에 닥친 올해라고 힘 빠질 게 없단다. “언제 가진 게 있었어야지. 그러니 타격이 없어요.”라며 서독제의 굳건한 항해를 자축했다. 그리고 다른 10년을 축하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독립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의,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그리고 제안했다. 9일 동안의 신나는 축제를 즐겨줄 것을. 누구도 주인이 아닌, 관객과 감독이 주인 되는 축제를.

이어서 올해 서독제에 자신의 작품도 출품한 임창재 이사의 개막선언이 있었고, “영진위의 모든 사업은 독립영화를 위한 사업이며 독립영화의 든든한 후원자로 제 역할을 하겠다.”라고 다짐한 영화진흥위원장 강한섭의 축사가 있었다. 서독제 관련한 식구들(외빈)과 김조광수 심사위원장을 위시한 심사위원들에 대한 소개와 무엇보다 서독제의 든든한 주인공인 경쟁작과 초청작의 감독들이 인사를 나눴다. 오오, 놀라워라. 이토록 많은 감독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니. 감독(들)의 휘모리.

조영각 집행위원장

결코 빠질 수 없는 개막식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장식했다. 처음으로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는 그의 패션은, 결코 장기하에 뒤지지 않는 센스를 보여줬다! 빨간색 나비넥타이는 단연 압권. 관객들의 열광 섞인 환호성이 그의 새로운 패션에 대한 품평을 대신한다고나 할까. 조 위원장은 올 서독제가 특별히 준비한 2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상상마당, 미디액트와 함께 진행하는 제작지원사업.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옴니버스 단편 3편을 제작, 내년 서독제에서 선보이고 내후년에 개봉키로 했다. 세고 야한, 무엇보다 새로운 체위(!)를 개발한 영화들이 선보일 것이라는 조 위원장의 호언장담이 있으니, 내년을 기대해도 좋겠다. 나머지 하나는 지난 1999년에 가졌던 ‘감독, 배우를 만나다’를 이번에 다시 열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영화관을 가득 메운 관계자와 관객들

마지막으로 개막작 <푸른 강은 흘러라>의 강미자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사가 있었다. 변화하는 중국 연변사회를 담은 새로운 청춘영화로 소개된 이 작품은 오랜 숙성을 거쳤다. 3년 전 프로듀서를 맡은 이지상 감독에 의해 기획된 <푸른 강은 흘러라>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침내 완성돼 관객들과 만났다. 강 감독이 10년 전 단편 <현빈> 이후 만든 첫 장편인 이 영화. 연변 작가인 량춘식의 중편 『하류의 물살』과 단편 「푸른 강은 흘러라」, 김남현의 단편 「갈등-문제의 소녀」를 토대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힘겹게 영화를 완성한 강 감독의 말이 인상 깊다. “영화가 자기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3년 전 기획했는데, 아직 이 영화가 유효한 것으로 봐서, 세상에 나올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영화 상영. 영화는 뭐랄까. 참으로 푸르다. “푸르름은 낭만이야/푸르름은 광대무변이지/그것은 숙원의 약속이고/그것은 옥같은 고백이야”로 시작된 영화는 낯설면서도 청량한 감정을 불어넣는다. 숙이와 철이라는 70년대 풍의 주인공 이름부터 문어체의 연변말 대사들이 전자라면, 선생과 학생들, 친구들 간의 관계 속에서 엿보이는 건강함과 애틋함은 후자다. 이 영화를 보자니, 아직 가보지 못한, 두만강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곳에서 “푸른 강” 하고 외치고 싶었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두만강처럼 푸르게 살자는 약속이라도 덜컥 해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청춘영화, 참으로 생소하지만 반갑다. 재개발된 청계천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두만강이 훨씬 낫다.

개막작 상영이 끝나고 인근에서 얼큰한 뒤풀이가 있었다. 곤드레만드레, 달짝지근, 그날 새벽녘의 명동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는 후문이다. 기분 좋은 시작. 서독제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 오는 19일까지 신나는 축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신산하고 강퍅한 현실과 맞물려 거친 상상력이 휘몰아치는 서독제로 발걸음을 향하는 것도 좋겠다. 송년회 술자리 대신, 송년회 서독제는 어떤가. 알코올보다 더 황홀하고 짜릿한 상상력이 당신을 업!시킬 지도 모른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잊지 마라. 달이 진 다음에는, 소용없다. 참, 이번 서독제2008에는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사회자 권해효의 코멘트다) YES24가 공식후원하고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8.11.08 18:19 My Own Coffeestory
진하다.
마시고 싶다.
중독성도 꽤나 짙다.

제발, 한잔 더, 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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