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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③


(※ 이 글은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앞선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에서 이어집니다.)


나, (마)초성도 좀 놀랍다. 격하게 놀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인스턴트커피, 그러니까 일명 자판기, 다방커피에 길들여진 내가 어쩌다 커피강좌를 듣기 시작해서 세 번까지 왔단 말인가. 된장녀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커피가, 이상하게 묘한 매력, 중독성, 있다. 내가 미쳤어~♪


사진제공 : 애니북스

어쨌든 그렇게 다시, 브라운하우스(www.brownhaus.co.kr)로 찾아갔다. 이젠 봄기운이 완연한 4월4일 토요일의 세 번째, 마지막 강의. 지난주 예고대로 ‘더치커피’가 우릴 반긴다. 더치, 그러니까 네덜란드의 커피 음용방식 중 하나였다는데, 여느 커피와 달리 뜨거운 물이 아닌, 찬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똑똑 떨어뜨려서 추출하는 방식이란다. 뜨거운 커피에 비해 카페인도 거의 없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인향이 말로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닉네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하는데, 내 손에 쥐어진 이 더치커피는 24시간 동안 찬 물을 똑똑 떨어뜨린 맛이란다. 흐음. 이건 또 다른 맛과 향이로군. 신기해~


커피의 심장, ‘에스프레소’를 만나다


이번 시간은 에스프레소. 그러면서 기계가 있는 쪽으로 데리고 간다. 그래, 저 몸통 희한하게 생겨먹은 기계가 궁금하긴 했다. 인향이 따라 가보면 다들 저런 기계에서 커피를 순풍순풍 뽑아대더라고. 바리스타들이 만지작하면 쏴아~하고 누리끼리하면서도 시커먼 액체가 나오는 것이 뭐랄까, 설사하는 것 같기도 했어.^^;;



참, 에스프레소 강좌는, 바리스타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 것 같은 실력의 소유자인 송영주 바리스타께서 맡아주신단다. 흠, 저리도 아리따운 분께서 뽑아주시는 커피라면, 아마 고독마저 감미롭겠지? 역시나 인향이 몰래, 흘깃흘깃. 커피 강좌 계속 들었으면 좋겠군. 흠흠. 물론, 흘깃대다 들키면 후덜덜.


송 바리스타 왈. 에스프레소 머신은 반자동과 전자동이 있단다. 여기 강의실에 있는 건, 반자동. 원두를 갈아버리는, 뭐라고라?, ‘그라인더’가 전자동 기계에는 내장돼 있단다.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도 따로 있다네. 전용과 비전용의 차이라면, 분쇄에서 차이가 나는데, 에스프레소는 빨리 추출하기 위해서 입자를 더 가늘게 분쇄한다는군.


그리고 드립에서의 드리퍼 역할을 하는 것이 포터 필터. 저기에 커피원두를 담아서 기계에 끼우면 에스프레소가 팍팍. 구멍이 1개짜리도 있고, 2개짜리도 있는데, 쉽게 1인분, 2인분이라고 보면 된단다. 포터 필터에서 원두를 담는 부문은 바스켓 필터라고 하고, 원두는 1인분은 6~7g, 2인분은 14~16g을 넣는단다. 그래서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시간은 18~30초에 맞춰진다네. 그래야 제대로 된 크레마(Crema)가 형성돼 맛이 좋단다. 왜 초수가 정해져있지, 궁금해 하던 차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저 정도의 초수로 뽑으니까 악성요소가 나오지 않더라, 이렇게 된 거죠. 가게마다 다르긴 해도 빠르게는 18초, 늦게는 30초까지 에스프레소를 뽑아요.”


첫 번째 강좌에서 언급했듯,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표면에 떠 있는 황금빛의 거품층을 뜻하지. 유화오일과 원두커피 조직이 담겨있는 층. “크레마 그 하나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뽑았는지 아닌지 평가가 가능해요.” 야, 그까짓 거품이 그렇게 중요한 거란 말이야? 앞으로 커피하우스에 가면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 저 황금빛 오일이 제대로 나왔는지 아닌지 봐야 되겠군. 황금빛이 안 나기만 해봐라. 콱. 흐흐흐.


그리고 그라인더에 원두가 담겨진 통인 호퍼, 포터필터를 꼽는 곳인 그룹,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를 만드는 우유를 데울 때 필요한 스팀노즐 등을 이야기하는데, 어휴 왜 이렇게 많아. 자판기커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인데, 반자동 기계를 사용하려면 별의별 기구와 기계를 알아야 하는구나. 고된 직업이야.


Tip. 탬핑, 탬퍼, 태핑


․ 탬핑(tamping) - 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고 고른 압력으로 포터 필터에 다져주는 작업. 좋은 에스프레소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바른 탬핑 습관을 길러둬야 한다. 탬핑이 잘돼야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kg 가량의 중량으로, 대개 두 차례에 걸쳐 탬핑을 한다.

․ 탬퍼(tamper) - 탬핑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바리스타에게는 군인의 총과도 같은 것.

․ 태핑(tapping) - 포터 필터에 담긴 분쇄원두를 탬핑하는 과정에서 가루가 기울어지거나 포터 필터에 묻는데, 이때 포터 필터 옆면을 탬퍼로 살짝 쳐주는 작업. 


커피하우스에서 이것들은 챙기자


송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단다. 포터 필터를 그룹에 끼워서 예열시켜 놓는 것. “포터 필터가 식어있으면 에스프레소 맛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건 기본이죠.” 그러니까 작은 것이지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지. 뭣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커피하우스의 기본을 평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도 알려주시네. 손님이 올 때, 그때그때 원두를 분쇄(그라인딩)하는지 살펴보란다. 만약 미리 뽑아놓는다면, 그건 기본상실. 정신줄 놓고 장사하는 게지. 향이 날아가니까. 참, 커피를 분쇄하기 전의 향은 ‘Fragrance’, 커피가 물과 닿아서 나는 향은 ‘Aroma’로 쓴다네~ 


Tip. 에스프레소의 형제들, ‘리스트레토, 룽고, 도피오’


․ 리스트레또(ristretto) - 이탈리아어로 ‘농축, 제한’을 뜻한다. 같은 양의 원두를 사용하지만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때 가장 맛이 진한 시점, 즉 정점에서 추출을 끝낸다. 그래서 양도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약간 적은 15~20ml. 맛이 진하고 풍미가 강한 한편, 물에 닿는 시간이 짧아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 룽고 - 에스프레소보다 오래 많은 양을 뽑는다. 길게 추출하기 때문에 떫거나 탄맛, 쓴맛이 올라올 수 있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양이 다소 많은 40~45ml.


․ 도피오 - ‘더블’과 같은 뜻이다. 에스프레소 싱글의 2배 분량으로 따른 것을 가리킨다. 양이 2배가 되었다고 농도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이 나왔어.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가 뭐냐고. 맞아, 인향이 따라 커피하우스에 가보면,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나 거기서 거기 같아. 카푸치노에 계피가루 얹어주는 곳이 있던데, 혹시 그게 차이? “계피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아니에요. (웃음) 심지어 우유거품 1스푼이면 라떼, 2스푼이면 카푸치노라고 하는 커피하우스도 봤어요. 두 메뉴의 차이는 우유거품의 차이에요.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거품은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거품이고,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것은 드라이하고 러프하고 거품이 풍성해요. 라떼의 생명은 우유의 고소함이고요, 우유의 최적온도는 대략 70℃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한편으로 커피하우스에 갔을 때, 무엇보다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를 유심히 보란다. “별이든 콩이든 어디든 가서 에스프레소 추출과정을 지켜보면서 크레마를 보세요. 그리고선 크레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레마가 왜 이리 거칠어?’ ‘크레마가 왜 이리 빨리 꺼져?’라고 말해보세요. (웃음) 신선한 원두일수록 크레마가 넉넉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꺼져요. 크레마는 맥주거품을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지! 맥주는 모름지기 거품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구. 그 거품이 맥주 맛을 덜 빠지게 하고 맛을 유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건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거품을 싫어하더군. 맥주를 마실 줄 몰라서 그래. 킁. 그러고 보니, 커피와 맥주가 비슷한 것도 있구나. 하하.


“에스프레소와 다른 베리에이션 메뉴와 함께 주문해 보세요. 그러면 에스프레소를 맨 마지막에 내놓아야겠죠? 크레마가 없어지잖아요. 만약 다른 메뉴와 함께 크레마가 없어진 에스프레소를 가져오면 모르거나 지식이 없는 바리스타라고 보시면 돼요. 아무리 좋은 원두를 써도 에스프레소 추출은 중요해요. 모든 베리에이션의 맛이 에스프레소로부터 결정되거든요.” 호오, 그렇지.


커피의 세계는 여전히 넓다


에스프레소 기본 강의가 끝난 뒤 1, 2조로 나눠 드립과 에스프레소 심화과정을 들어갔어. 드립은 기일도 대표께서, 에스프레소는 송영주 바리스타께서. 이제 막바지인데, 이거 참 커피는 묘한 오브제야. 나 같은 마초를 이렇게 살살 녹여버리다니. 흠.


결점두부터 고르는 핸드픽 과정. 콜롬비아의 ‘PATOBONITO’라는 품종. 가만 보니 커피콩이 잘 생겼어. 사이즈도 일정한 편이고 색깔도 고와. 기 대표는 이 커피는 지난주 언급했던 ‘Shade grown’방식으로 자라난 커피래. 좋은 커피라는 얘기지.


결점두를 고르는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어. 이 결점두들은 버려질 텐데, 누가 이들을 달래줄까. 커피로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존재들. 꼭 지금 이 사회의 비정규직이나 이 엄혹한 사회가 낙오시킨 존재들 같아. 패자부활전도 없이 꼬꾸라져야 하는 존재의 비애. 음 커피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지만, 인간세계는 커피세계와는 다르잖아. 결점두처럼 낙오자, 루저들을 골라내기만 한다고, 좋은 세상이 오나? 천만에. 커피계와 달리, 그들을 끌어안고 보듬고 가야 좋은 세상, 멋진 세계가 형성될 터인데…


사진제공 : 애니북스


어쨌든, 결점두는 꼭 골라내야 한다는 것이 기 대표의 설명이야. 생두 과정에서나 로스팅 된 상태에서나. “반드시 골라내야 하는 것은 시커먼, 거의 재에 가까운 것들이에요. 이런 것들은 탄 맛이 나요. 그리고 깨진 파두도 골라내야 하고요. 깨진 것은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깨진 생두는 로스팅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커요. 생두 상태서 상대적으로 좀 하얀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서 그래요. 이건 로스팅하면 시커멓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선, 항상 향을 맡아보란다. “커피도 습관이라서 분쇄된 것도 냄새를 맡아보고, 추출해서도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커피 맛을 유추해낼 수도 있고 그게 또 실력이 됩니다. 맛을 수치화하거나 점수로 매기는 것은 주관적이고 어렵지만, 커퍼(커피감별사)들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서 그런 것이 가능하죠. 그들도 첫 번째가 분쇄된 원두의 냄새를 맡는 것에서 시작해요.” 


이어 드립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씀도 하신다. “드립 찌꺼기만 봐도 드립을 잘 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신선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정말 갓 볶은 커피는 베스트가 아니에요. 가스가 좀 빠지는 것이 좋아요. 물론 정확한 지침은 없어요. 그렇다고 한두 달 지난 것은 아니죠. (웃음)”



각자 드립한 커피를 마셨는데, 맛이 달라. 같은 원두를 썼는데도 맛 차이가 확 난다. 왜 일까. “추출자가 달라서 그런데, 추출방법, 시간 차, 온도 차 등이 달라서 그래요. 사실 커피 맛은 품종의 차이부터 블렌딩, 추출자 등등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신맛이 통제되고 섬유질 성분이 더 녹은 게 좋다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인스턴트커피 같은데 길들여져서 그렇죠.”


아, 그런데 나도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졌다 생각했는데, 여기 강좌에 오면서 좀 달라지고 있어. 커피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더라규. 인스턴트커피는 뭐랄까, 가격경쟁력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어. 물론 그것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지만. 기 대표는 이런 말씀도 하시네. “계산기로 두들겨서 답이 안 나오는 게 세상엔 너무 많아요. 뭘 하든지, 많이 알아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도 덜컥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세요.”


사진제공 : 애니북스


막장남, 세련된 마초를 다짐하다


이후 에스프레소 기계를 통해 나만의 맞춤커피를 만들어봤어. 각자가 원하는 베리에이션 메뉴를 만들었고 그것이 마지막 여정. 부록으로 애니북스의 경품추첨이 있었고, 골고루 선물도 돌아갔어. 매주 토요일 3주간에 걸친 커피기행은 이것으로 끝! 인향이 소원 들어주는 셈치고, 아무 기대 없이 따라온 낚시터에서 의외의 월척을 낚은 기분이랄까.


우연히 이렇게 커피를 만나게 됐지만, 뭐랄까, 생각이 조금씩 움직여. 내 일상과 사건사고, 아니 내 세계 자체가 이전과 달라진 것 같아. 세상이 달리 보여.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마)초성은 그랬어. 고인 이름을 들먹여서 미안하기 하지만, 소속사 전 대표의 접대강요와 폭력 등이 겹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장자연 씨. 그 사건 처음 접할 땐 그랬어. ‘아니, 그 바닥에서 크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냐? 뭘 그런 것 갖고 목숨을 끊고 그래? 모름지기 남자들은 여자가 있어야, 그것도 아리따운 아가씨가 술을 따라줘야 술맛이 나는 법이라규.’


그건 아마도 그렇게 주입을 받으며 자라난 영향도 있을 거야. 학교와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남자 선배들 대부분은 이렇게 얘기했어.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야.” 내가 뭐 알겠어. 그 말, 자연스럽게 나한테도 이식이 됐지. 물론 장난처럼, 웃자고 한 얘기라고 그랬지만, 글쎄,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우습네. 여자가 굳이 따르지 않아도 술맛은 그게 그거고, 여자가 굳이 접대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놀 수 있잖아.


커피 한잔에 저리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인향이나, 커피 한잔을 놓고 저렇게 즐겁게 얘기하는 사람들, 커피 강의에 열중해 눈빛이 초롱초롱한 저 사람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 커피 한잔의 ‘포스’랄까. 후덜덜. 


그들은 무엇보다 스스로 즐거워하잖아.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치욕을 주면서 자신의 즐거움만 누리는 우리 남자들의 술자리완 달라. 사실 여자들이 따르는 술을 마시면서 즐거워하는 건, 여자들이 아니라 우리 남자들이잖아. 억지로 그렇게 ‘접대’라는 명목으로 끌려 다니며 치욕을 삼켰을 장씨에겐 괜히 좀 미안한 것도 있어. 결국 그런 환경을 조장하고 만끽한 것이 남자들이잖아.


사진제공 : 애니북스


그래, 커피 한잔 300원 아니면 커피믹스. 난 그것이 커피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지. 그 훌륭한 가격경쟁력을 지닌 커피를 마다하고,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자들. 혹은 밥은 굶어도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다는 여자들. 정말 밥맛이었거든. 근데! 여기 와서 확실히 바뀐 건, 커피, 그만한 가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밥보다 영양가도 없고 턱도 없이 비싼 술집에 가서 수십수백만원을 뿌리는 ‘막장남’ 주제에 그들을 ‘된장녀’라고 도매금에 넘기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 반성하고 있어.


근데 확실히 쩐다 쩔어. 커피는. 알면 알아갈수록 신나고 재미있어. 무엇보다 희한해. 예전이라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부분까지 생각하게 되다니.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아. 설마 그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 아무렴. 남성성 특유의, 마초 고유의 미덕도 존재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제는 뭐랄까, 약간은 세련미를 가미한 마초? 각자의 커피 취향은 존중해주면서, 커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는, 김어준 흉아가 말했듯, 인문학적 마초랄까. 그 정도는 될 수 있을 것도 같아. 이게 다, 그놈의 커피 때문 아냐? 그래, 나 커피마초다. 인향이가 붙여준 별명이야. 우하하. 맘에 들었어. 이 녀자, 정말 내겐 느미느미 아름다운 녀자라규. 쪽팔려서 못했는데, 이 말은 하고 끝내자. 인향아~, 초성이가 격하게 아낀다. 살앙한다~♥




(이것으로 세 차례에 걸친 『오늘의 커피』 출간기념 커피강좌 연재를 마칩니다.)


[예스24 기고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 이 글은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앞선 <골초 마초, 커피를 만나다>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 : 출판사 애니북스)

헥헥. 지난주 찾아온 길인데도, 어찌하다보니 좀 헤맸다. 그래도 한번 와봤더니, 어느덧 익숙한 공간이 됐군. 브라운하우스(www.brownhaus.co.kr).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눈에 익고. 엇, 그런데 저기 아름다운 자태로 앉아있는, 처음 보는 절세미녀는 누규? 나, (마)초성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다니. 여자친구 (여)인향이 몰래 눈길 흘깃흘깃. 큼큼. 원래 남자들은 미인에게 자연 눈이 가게 돼 있는 거야. 흠흠.

옆자리 인향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흠, 눈치 챈 건가.^^;; 귓속말로 살짝 속삭인다. 작가란다, 작가. 『오늘의 커피』작가, 기선. 한번 참여한다더니, 이렇게 행차하신 게다. 오우 완전 예쁘시다. 하하. 근데, 다행이다. 흘깃댄 거, 눈치는 못 챘나보다. 오늘 커피수업은 더 즐거워지겠군. 

과테말라산 커피로 살짝 입을 적신 뒤, 수업 시작이다. 오늘은 드립의 심화과정이란다. 지난주 생애 처음 배운 커피드립. 그러니까, 내 생애 첫 드립커피(내생드). 저렇게도 커피를 마시는구나 싶었지. 인스턴트커피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그 맛이 신기했어. 쩝.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기일도 대표께서 로스팅(볶음도, 배전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 “보통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이라고 표현을 해요. 보통 약배전은 라이트에서 미디움까지, 중배전은 하이에서 시티까지, 강배전은 풀시티부터 이탈리안 로스팅를 말하고요. 그런데 만약 ‘시티’ 로스팅이라고 딱 정확하게 정해진 게 아니에요. 강한 시티나 약한 시티가 있을 수 있죠. 컬러(색깔)에서도 다크 브라운, 초코 브라운 등이 있잖아요. 시티 같은 것도 편리상 그렇게 분류를 한 거죠. 어쨌든 일반적으로 강배전이 될수록 쓴 맛이 강해지고, 약할수록 신맛이 납니다.”

드립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드립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아내는 추출방법이 다른 두 개의 방식에서 원두는 똑같이 사용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 서로 다른 맛을 품은 방식인데, 그냥 추출만 다른 거야? 역시나 이런 설명이 뒤따라. “드립용 원두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두 추출방식에서 원두는 차이가 있어요. 지난 시간에 설명했듯이, 추출시간이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로스팅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도 달라지는데, 로스팅이 강할수록 물에 잘 녹아요.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커피를) 뽑아야 하니까 배전이 강하고 분쇄도 (드립보다) 더 가늘게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마실 것이냐에 따라 원두 선택과 로스팅이나 분쇄 정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렷다. 커피를 좀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팁 되시겠다. 그리고 드립할 때 천천히 물 붓기를 하는 것이 좋단다. 커피의 엑기스인 아로마 성분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한 거라네. “물은 커피를 만나자마자 커피를 바로 녹이진 않아요. 물이 커피를 감싸고 사이사이로 물이 침투하게 돼요. 물이 흘러내리면서 아로마 성분도 뽑아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무열매인 커피가 지닌 섬유질 성분도 나와요. 섬유질은 물에 쉽게 안 녹고, 마지막까지도 안 없어지는 게 섬유질이에요.”

드립할 때, 그래서 마지막까지 물이 떨어지도록 놔두는 건 좋지 않단다. “커피와 물이 오랫동안 만나고 있으면 떫은 맛이 나고, 로스팅에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악성 맛이 납니다.” 아니 커피에 물 조절이 그렇게 중요한 거였어? 인스턴트커피는 그저 적당히 물만 부어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신경 쓸게 많아. 엉? 인향이는 그저 눈이 초롱초롱, 함박 미소까지 지으면서 즐거운 표정이네. 남자들이 이런 거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야 되겠어. 남자는 모름지기 큰일 할 사람인데 말이야. 킁. (주. 사실, 수컷들은 큰일이나 저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커피의 추출방법

커피는 추출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대. 침출식과 투과식. “침출식은 물을 가득 부어내리는 겁니다. 가루입자가 물에 잠기게 되죠. 대표적인 것은 프렌치 프레스가 있어요. 투과식은 대표적인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뽑는 거고요, 드립으로는 뜸을 우선 들이고 2~3차 물을 붓는 것이 투과식인 셈이죠. 섬유질 추출을 최소화하면서 엑기스를 뽑기 위해 투과식을 많이 쓰죠.”


물론 같은 커피종류를 써도 에스프레소와 드립은 번지수가 다른 커피가 된단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에스프레소는 풍부한 맛, 드립은 깔끔한 맛. 역시나 방법의 차이인 게야. “에스프레소에서 ‘탬핑’(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고 고른 압력으로 포터 필터에 다져주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투과식으로 뽑기 위한 것이죠. 커피를 위에서 눌러 손발을 묶어놓고 강제로 9바의 압력을 가해 물이 내려오면서 커피의 좋은 성분을 뽑아내는 것이 에스프레소에요. 드립할 때도 에스프레소처럼 (탬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촘촘히 커피를 뭉쳐놓으면 물이 안 내려오게 되죠. 그래서 물을 천천히 줘야 하는 거고요.”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

드립이 됐든, 에스프레소가 됐든,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되나? 커피믹스에 물 부어서 마시면 간단할 것을 괜히 어렵게 하는 것 아냐?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비율을 나누면, 우선 50%는 생두 자체의 품질이에요. 다음 30% 정도는 로스팅이고요. 건조나 가공과정 혹은 블렌딩까지 포함한 거죠. 그리고 나머지 20% 정도는 어떤 추출법으로 정확히 하느냐가 관건이죠.”


아니, 그러면 대개 커피하우스를 찾아간 소비자입장이라면, 로스팅 하는 곳이 아니라면, 거의 80%는 정해져 있는 셈이네. 그 바리스타라는 양반들이 좌우할 수 있는 몫은 20% 정도. 역시 원재료가 좋고 봐야 돼. 먹고 마시는 것에선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내 담배는 원산지가 어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 “추출자의 몫이 20% 정도라고 해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추출자가 제대로 못하면 커피 맛은 엉망이 돼요. 물론 추출자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썩은 콩으로는 좋은 맛을 절대 낼 수가 없죠.”

커피도 또한 마찬가지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 “원래 안 좋은 것들이 성질이 강해요. 맛이 확 올라와요. 아무리 좋은 커피 종이라도 (성질 나쁜) 한 알 때문에 맛이 이상해질 수 있어요. 한 알의 결점두가 천 알의 맛을 좌우할 수 있는 거죠.”

Tip. ‘Shade grown’ 커피재배방식

그늘에서 재배한 커피라고 알려진 ‘Shade grown coffee’는 일명 ‘Shade tree’라고 알려진 바나나 나무나 아보카도 나무와 같이 잎이 넓고 큰 나무의 영향을 받고 자란 커피를 뜻한다. 이는 커피나무에 그늘이 지게 해서 재배한다기보다는 땅에 그늘에 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병충해 저항력을 높여주면서 땅속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주도록 한다. 청정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재배하기도 한다.


덧붙여 기 대표가 알려주는 커피구매 시의 주의할 점. “제조날짜를 잘 봐야 해요. 아무리 원자재가 좋아도 볶은 지 6~7개월 이상 됐다면 이미 생명이 끝난 거예요. 법적으로 2년이지만, 마셔서 탈은 안 나도 이미 커피로서는 꽝입니다. 커피를 살 때는, 첫째도 둘째도 신선도를 봐야 하죠. 지난주 말씀드렸듯이, 만약 선물 받은 커피가 있다면, 드립할 때 거품이 제대로 나는지 여부를 보면 신선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있어요.” 아무렴, 신선한 것이 최고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건데.

추출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어쨌든 제대로 된 원재료를 갖추고 있다면, 커피 추출자들의 기술이 중요하군. 인향이를 따라서 커피하우스에 갈 때, 바리스타들 잘 봐야겠는걸. 커피 맛 안 좋으면 막막 따져야지. 큭큭. “추출자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비롯, 온도와 분쇄도를 통제할 수 있어요. 바리스타는 이 세 가지를 유효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커피 맛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엑기스와 섬유질을 제대로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거지. “드립할 때도 섬유질은 일정하게 녹는데 반해, 엑기스는 초중반에 녹고 끝으로 가면 뺏길게 없어요. 그러니까 4~5차까지 계속 물을 붓는 건 좋지 않아요. 즉, 아깝다고, 까만 물이 나온다고 물을 붓는 건 잘못이라는 거죠. 한약 다릴 때 재탕, 삼탕이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에요. 드립 추출자가 시간을 언제 끊을지도 맛 결정에 있어 중요하고요. 오래할 수록 섬유질 성분을 많이 가져오니까 좋지 않겠죠?"

아, 맞아. 『오늘의 커피』에도 나오지. 에스프레소 종류 중에 ‘리스트레토(Restretto)’. 에스프레소가 가장 진하게 나오는 시점까지 제한해서 끊어준단다. 잔 맛이 없어 맛이 깨끗하고 고급 커피라고 할 수 있다는 기 대표의 설명. 책에선 나기태는 이렇게 말하지. “같은 양의 원두로 보통의 에스프레소보다 적은 양을 뽑기 때문에 훨씬 진하고 풍미가 강합니다. 원두 본래의 맛을 즐길 줄 아는 분이라면 반드시 드셔야 할 강력추천 메뉴입니다.” 음, 정리하자면, 섬유질을 적게 뽑고 엑기스를 잘 뽑는 것, 그것이야말로 추출의 기술! ‘분장실의 강 선생님’(<개그콘서트>) 안영미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똑빠노 해, 잘해, 이거뜨라” 바리스타들, 안영미를 조심해~

로스팅과 블렌딩으로 생각하는 커피

추출하기 전, 로스팅할 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대. 직화식, 반열풍식, 열풍식 등과 같은 로스팅 방법이 있고, 홈로스팅이라고 개인이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서 커피를 볶는 사람도 많다네. 별 희한한 취미들도 다 있지? 하긴 우리 인향이도 프라이팬에 커피를 볶는답시고 지지고볶고 한다고도 하던데, 뭐, 난 관심이 없어 별 귀담아 듣지 않았다만. “불 세기나 공기 양 조절에 따라 수 천 수 만 가지 커피 맛을 낼 수 있어요. 물론 불 세기나 공기 양을 조절하는 게 묘하고 어려워요. 오래해도 쉽지 않은 게 처음 할 때와 다음 할 때가 또 달라요. 커피를 볶고 냉각할 때도 중요해요. 냉각이 잘못되면 원두 안이 더 익기도 하고 그러죠.”

그리고 지난주 잠깐 언급했던 다양한 커피종을 혼합한다는 블렌딩(Blending). “큰 회사일수록 많은 커피를 블렌딩하는 경향이 있어요. 12개까지 혼합하는 메이저 커피회사들도 있어요. 그렇게 많이 블렌딩을 하는 이유는 위험 관리 차원이라고 보시면 돼요. 작황이나 어떤 큰 변화 때문에 커피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크게는 3~4가지 정도로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렌딩을 하면 10% 미만으로 들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고요. 보통 홀빈 상태에서 블렌딩을 하는데, 비율대로 한다고 해당 커피종의 커피 맛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리고선, 과테말라SHB,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린,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블렌딩한 커피를 내주시네. 오호, 이것이 바로 섞어치기 커피. 크크. 드립 한번 해볼까나. 각기 다른 품종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맛이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하나의 맛을 내는 거로군. 즉, 다인종, 다문화 커피라. 음, 우리 사회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군. 글로벌, 글로벌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잖아. 민족, 인종 구분 없이 이렇게 블렌딩해서 사는 것. 재밌지 않겠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커피강좌 들으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다니. 허허. 재미있군.


Tip. 향커피(헤이즐넛 커피)가 좋지 않은 이유

한때 ‘헤이즐넛’이 커피시장에서 ‘대세’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커피 품질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랐고, 좋은 커피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던 그런 때. 그러나 헤이즐넛과 같은 커피에서 나는 향은 전적으로 인공향이고 공업향이다. 천연향이 아니다. 더구나 이 향을 입히기 위해서 커피는 신선해선 안 된다. 오래돼야 한다. 갓 볶거나 오래되지 않은 커피는 가스를 배출하는데, 가스 배출 때문에 향을 입혀도 제대로 향이 먹히질 않는다. 말하자면, ‘향발’을 받게 하기 위해 대개 오래된 원두를 쓴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채 값싸게 제조된 인공향이 첨가된다는 사실이 찝찝하다. 인공으로 합성된 것이 몸에 좋을 가능성, 당연히 적지 않겠는가. 기 대표 왈.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헤이즐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기들은 헤이즐넛 취급 안 하는 것이 자랑이었죠. (향커피는) 언젠가는 TV의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서 한번 맞을 거예요. (웃음)”


커피, 당신의 취향을 위해

인향이는 계속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미소 짓는다. 정말 좋은가보다.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다. 아, 내가 커피보다 못한 존재란 말인가. 불끈. 아니, 그만큼 내가 저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 건 아닐까. 흠.

오늘도 기 대표는 지난주와 같은 맥락의 말씀을 하신다. “커피는 이 맛이 옳다, 그르다, 고 얘기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없어요. 제가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가르쳐 주는 데도 없었고, 비밀처럼 커피를 다뤘어요. 지금도 보면 커피에 대해 다소 신비롭게 미화돼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건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커피도 치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경험치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강해요. 어쨌든 커피는 먹어봐서 맛있는 게 맛있는 커피예요.”

아직까지도 나는 반신반의하고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어쩌면 그 이상의 커피가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어. 생각보다 커피가 품은 세계도 넓다는 것도 알게 되고. 여자들이 커피에 빠지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가는 것들이 있네. 좋아, 다음 주 마지막이지만, 계속 들어보자규. 가는 길에 인향이한테 커피 한잔 사줄까봐. 이런 데 어떻게 알고 날 데려와 가지고. 아규, 예쁜 우리 인향이~ 쪽~♥


Tip. 커피의 유래(강의교재에서 발췌)

커피의 기원에 대한 설은 크게 두 가지이다. 에티오피아 고원 발견 설과 오마의 발견 설인데, 에티오피아 발견설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에티오피아 발견설은, 에티오피아의 고원 아비시니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양치기 칼디가 양떼들이 흥분하여 뛰어 노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목장 근처의 나무에서 빨간 열매를 따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사실을 수도원 원장에게 알려 열매를 따서 끓여 먹어보니 전신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꼈고 다른 제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 후 그 소문이 각지에 퍼져 동양의 많은 나라들에게 전파되고 애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

오마의 발견설은 아라비아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오마는 아라비아 모카의 수호성주 세크칼디의 제자로 중병에 시달리는 성주의 딸을 치료한 뒤 그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발각돼 오자브라는 지방으로 유배를 당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커피를 발견한다. 그 후 오마는 이를 의약제로 사용해 큰 효과를 발휘, 이로 인해 면죄를 받아 고향에 돌아간 뒤 커피를 널리 전파했다는 설이다.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커피와 이야기. 참 어울리는 조합.
물론, 당신이 함께라면 그것보다 좋은 것, 이 세상엔 없겠지만...

커피강좌로 만들어 본 이야기.
물론 여기 나온 남자는 글 쓴 나와는 무관한 가상의 존재!!! ^^;
(그렇지만 너의 실체도 마초! 아니냐고? 음, 그래 내 안에도 쪼매 마초 있긴해도 그게 다는 아니다, 뭐...)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오늘의 커피』 출간기념 커피강좌 ①


(※ 이 글은 『오늘의 커피』출간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나, (마)초성은 그런 남자야. 밥보다 비싼 커피 마시는 여자들, 된장 초장에 막장이야.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겠다고? 웃기는 짬뽕이야, 아주. 그까짓 시커먼 커피 같은 거, 회사에도 널리고 널렸고 거리 곳곳에 자판기도 있잖나. 커피믹스 그냥 부욱 찢어서 종이컵에 휘휘 저어서 마시면 될 걸, 뭐 엘레강스하고 차밍하시다고 굳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냐고. 나는 그저 자판기 커피가 최고야. 싸고 쉽잖아. 커피, 그까이 게 무슨 와인도 아니고, 이리저리 복잡할 게 뭐 있어. 나는 ‘둘 반(커피)-하나 반(설탕)-둘(프림)’이 제일 좋아. 더구나 우리 자판기 커피, 담배와 함께라면 캬~ 뽕간다. 커피와 담배의 이 오묘한 조합 때문에 커피가 좋을 뿐, 된장녀들 아주 커피에 빠져 죽어라, 죽어.

그런데 내 애인, (여)인향이는 커피라면 사족을 못 써. 하루에 커피를 대여섯 잔씩 마셔. 그것도 인스턴트커피도 아닌, 원두커피를. 유명하다싶은 커피하우스를 수소문해서 찾아다닐 정도로 커피 마니아야. 커피 마시기가 취미인 그런 여자랄까. 그럼 따라다니면서 좋은 커피를 마시지 않냐고? 에이 그렇다고 체면 안 서게 억지로 끌려 다니진 않지. 나, 남자거든. 차라리 다른 걸 마시고 말지, 밥보다 비싼 커피는 절대 네버 안 마셔. 내가 술을 마시면 마셨지, 커피에 헛돈 쓰지 않는 걸 자랑으로 삼는 남.자.라구. 그런 우리가 어떻게 애인 사이가 됐냐고? 글쎄, 그것도 생각해보니 미스터리하긴 한데, 다 남자가 잘난 탓 아니겠어. 우하하.

며칠 전, 인향이가 이번에 희한한 제안을 해 왔어. 예전에 한번 각자의 커피 취향 때문에 대판 싸운 이후로 서로의 커피 취향에 대해선 얘기를 않는데, 생뚱맞게 커피 강좌를 들으러 가자는 거야. 아니 정말 생뚱맞죠~ 그 놈의 비싼 커피 마시는 것도 고까워 죽겠는데 이젠 그걸 아예 배우겠다고?

근데 공짜라네. 자기가 꼭 가고 싶은 자리란다. 별 희한한 장르도 있다 싶었는데, 뭐, 커피만화? 『오늘의 커피』(기선 만화/애니북스 펴냄)라나 뭐라나. 출간기념 무료 커피강좌 이벤트에 당첨이 됐단다. 쿨럭. 이 여자, 하여튼 커피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좋다. 주말에 커피 값도 아끼고 잘 됐지 뭐야. 3주 동안 토요일마다 한다는데, 인향이가 실컷 좋아하는 커피나 마시게 하면서 아주 박살을 내 버릴 요량으로 같이 따라가기로 했어. 가서 커피에 환상을 가진 것들, 아주 독설을 퍼붓고 말테다. 내가 이래봬도, 독해~ 김구라야 김구라. 하하.

인향이가 보래서 만화도 봤는데, 뭐 바리스타? 내가 ‘슈퍼스타’나 ‘시다바리’는 알아도 바리스타는 처음 알았네. 푸하. 뭐 재밌긴 한데, 뭔 그리 모르는 용어는 많아. 오난지인지, 오간지인지, 그 여자, 그냥 자판기커피나 탔으면 좋겠더라고. 커피 오타쿠 남자 놈은 마음에 안 들어. 부잣집, 아니 재벌 손주 놈이 뭐가 아쉬워서 커피 같은 걸 한다고 그래? 바리스타인지 시다바리인지. 쯧. 근데 2권은 언제 나온대?^^;


아, 잡설이 길었군. 지난 21일 오후 2시 첫 번째 커피강좌가 열리는 날이었어. 알려준 장소가 역삼동의 브라운 하우스(www.brownhaus.co.kr).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힘들게 찾았어.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10명이나 와 있어. 무료 강좌 들으려고 경쟁이 꽤 치열했다고 하던데. 이 사람들 도대체 뭐야. 커피 따위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다는 거야. 커피집 차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듣고 보자. 초나 치면서 있지 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같은 드립커피니 뭐니 하는 걸 알려주는 과정도 있던데, 한번 시식이나 해 주지, 뭐. 이래봬도, 포용력 넓은 남자잖아. 출판사 직원 분들도 반겨주시는데, 좋아, 뭐, 애인을 위해 이 정도 소원쯤이야 못 들어주겠어.

브라운하우스를 휘휘 감도는 커피향

강사는 이 곳, 브라운 하우스의 기일도 대표시란다. 인상, 좋으시네. 그런데 어쩌다 남자 분께서 커피에 빠지셨나, 쯧쯧. 여자들이나 할 일에 말이야. 어쨌든, 대표님께서 오늘 강사선생님으로 직접 나오셨네. 어색한 기운이 다소 감돌긴 해도, 한번 들어보자고. 커피에 대해 선생님이 이런 말씀부터 시작하시네. “우선 커피에는 정답이 없어요. 담배도 많이 팔리는 담배가 있지만, 청자나 백자 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기호품에는 어떤 것이 맞고 틀린 것이 없어요. 이 책은 그걸 독자들에게 잘 전달한 것 같아요.”



하긴 내가 피는 담배도 그래. 별로 인기 없는 담배지만, 내겐 그게 가장 맞는 걸. 내 취향인 걸. 담배 얘기를 해주니 쏙쏙 들어오잖아.

그리고 원두를 갈은 커피를 갖고 오시네. 분쇄 5분이 지난 커피라는데, 케냐AA?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군, 생각했어. 투명한 주전자 같은 것을 밑에 대고 위에 깔때기 엇비슷한 것을 놓더니 커피를 붓고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부어. 저게 뭥미? 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드립 커피’란다. 믹스에 물만 부으면 될 것을, 복잡하게 저렇게 하다니. 허허.

설명을 덧붙인다. “커피를 분쇄하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아요. 분쇄한 지 하루 지나면 생명력이 끝난 커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존기간을 늘리려면 공기와 접하지 않게 해서 냉장․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요. (거품이 부풀어 오른 드립커피를 가리키며) 지금 여기 드립하는 것처럼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신선한 커피예요.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죠? 만약 커피를 선물을 받아서 드립해보면 그 커피의 선선여부를 알 수 있어요.”

Tip. 커피패킹에 밸브가 있는 이유
커피를 볶으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패킹을 해도 계속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놔두면 부풀어 올라 터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커피패킹에는 ‘밸브’가 있다. 그 밸브는 가스를 배출하되 바깥의 공기는 패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분쇄커피에는 밸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맞아. 커피도 식품이니까, 보관방법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겠어. 그럼 얼마나 보관이 가능한 거지? “산지에서 보관은 대개 파치먼트(커피열매를 딴 뒤 과육을 제거한 상태)인 채로 해요. 분쇄를 안 하면 약 한달 정도 보관이 가능해요. 냉동고에 밀봉 보관하면 3~4개월도 되고요. 물론 갓 볶은 커피만큼의 맛은 낼 수 없죠. 생두 상태에서도 습기만 잘 관리하면 1년도 가능합니다.”  

마초, 커피 맛을 보다

드립커피라는 것을 마셨어. 와우 셔~ 그런데 그 신맛이 나쁘지 않아. 뭐지? 입안에서 쩝쩝 감칠 맛나게 감도는 이 맛은.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신맛이 아냐. 궁금해서 인향에게 물었더니, 이건 산미가 살아있는 거란다. 오호. 이런 맛 처음인데. 커피에서 이런 맛도 나는 거구나. 인스턴트에선 볼 수 없는 맛이야.

아니, 사실 커피면 다 엇비슷한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고, 커피의 단맛은 미묘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반면 코(아로마)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훨씬 넓고 다양해요. 커피 마실 때 ‘바디’라고 표현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겁다, 가볍다로 보통 표현을 해요. 뚱뚱하다, 홀쭉하다가 아니고. (웃음) 이것은 처음 커피를 들이킬 때 느끼는 거예요. 농도와는 상관없고요.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도 바디에 대한 개념이 없기도 하고, 처음 배운 사람도 개념을 가지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미묘한 것을 잘 찾는 분들이 바디감을 느끼는데 유리합니다.”

Tip. 커피의 식물학적 분류(종류)

아라비카

해발 1000~2000m의 고지대, 성장속도 느리나 향미 풍부, 카페인함유량 적다, 주로 원두커피용으로 사용한다.

로부스타

해발 0~700m의 저지대, 성장속도 빠르나 자극적이고 거친 향미, 카페인함유량이 아라비카종의 약2배 수준, 주로 인스턴트커피용, 물에 잘 녹는다.

리베리카

상업적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품종, 커피나무가 5m까지 자란다.


그 뭐라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져 나오는 시커먼 색의 그 액체에서 중요한 것이 바디란다. 내가 운동을 해서 바디는 좀 좋은데. 하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을 때, 황금색의 크레마가 나오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디라는데, 이런 말도 하신다. “에스프레소의 생명은 바디죠. 크레마에서 오는 바디. 머신에서 추출할 때 안 좋은 성분도 나오는데, 떫은 맛 등이 나올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성분을 뽑으면서 바디감을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전에 아라비카종에서는 답이 없었어요. 바디감이 좋은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수마트라 만델린인데, 스타벅스가 이것을 발굴하면서 바디감을 좀더 살릴 수 있게 됐어요.”

아, 별 게 다 있군. 말하자면 바디감이 좋은 커피가 몸짱 커피인 건 아니란 거지?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 흠. 그러고 보니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가볍긴 했어. 계속 이어진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맛이) 강한 커피를 들고 온 거죠. 처음에는 ‘왜 이렇게 써’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이내 적응된 거죠. 어떻게 보면, 강한 맛에 중독된 거예요. 그리고 스타벅스의 상당 부분 동업자가 만델린이죠.”


커피도 막 섞는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걸 블렌딩(blending)이라고 한다네. 각 지역에서 나는 커피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그것을 섞어서 새로운 커피맛을 내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일종의 섞어치기? 난 말이야. 담배는 섞어서 못 피겠던데, 커피는 커피끼리 섞어서 내놓기도 한다는 거로군. 희한해~

아니 그런데,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차이는 뭐지? 추출하는 방법이 다를 테니, 무엇보다 맛 차이가 날 테고. 아, 이것도 기 대표께서 설명을 해 주시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크레마’에요. 향미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지방의 함유량이 다르죠. 에스프레소는 맛이 풍부한데, 이것이 다 크레마에 포함된 지방에서 비롯되는 거죠. 드립은 기름을 걸러낸 거고요.” 그리고 덧붙이는 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돼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커피는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모두 마찬가지에요. 커피는 어떻게 보면 중독이에요.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커피도 아니고요.”

커피의 중요한 요소, 물과 로스팅

이번엔 물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네. 커피에 붓는 그 물 말이다. “커피를 마신다지만, 사실 90% 가량이 물을 마시는 거예요. 커피를 꼼꼼하게 마시려면 물맛을 먼저 보죠.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석회수라 용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터라, 연수기도 달고 정수필터도 달고 그러죠. 기본적으로 물이 중요해요. 커피농장이나 산지에 가서도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물이죠. 물이 커피의 생육과정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이 중요하구나, 물. 아, 내일 3월22일이 ‘세계 물의 날’이던데, 한번 눈 여겨 봐야겠네.

‘로스팅’이라는 것도 알려주신다. 미팅, 소개팅 같은 건 잘 알아도 로스팅은 처음이야~ 그건 커피콩을 볶는 거란다. 그래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원두가 나온다네. 겉과 속이 얼마나 균일하느냐도 중요하고. “로스팅이 잘못 되면 풋내, 풋콩 냄새가 나기도 하고 맛이 제대로 나질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까 드립커피의 신맛은 괜찮았는데, 좋은 커피에서는 신맛이 어느 정도 중요하단다. “신맛이 싫다는 사람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냐는 것이 중요하죠. 커피 향미 중에 ‘sour’이라고 있는데, 생생한 산미와는 다른 개념의 신맛이 있어요. 주로 덜익은 콩으로 만든 커피에서 나는데, 이건 신맛으로서 결점이죠.”




그런 로스팅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이탈리안’은 상업적으로 거의 유통되지 않고, 로스팅 정도가 셀수록 무게가 가벼워지고 부피는 커진단다. 그런데 처음 알았다. 프랑스․이탈리아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단다. 아니, 우리나라 커피집 어딜 가도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가 없다니. 그들 나라에 가서 그걸 설명하면 물을 갖다 준 단다. 물을 타 마시라고. 하하. 웃겼어.

참, 블루마운틴. 나도 그건 들어본 적이 있는데, 되게 유명한 커피종이라네. 자메이카에서 나오는 커피래. 그런데 이거 백화점에서 4~5만원에 판다면, 그건 가짜래. 진품 100% 블루마운틴이라면 20~3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네. 유후~ 그런 커피를 찾아서 마시는 인간들은 완전 된장막장人들 아닐까? 그래서 블루마운틴 표기를 한 제품들이 블루마운틴 ‘블렌드’나 블루마운틴 ‘타입’과 같은 식으로 표기돼 있는데, ‘블렌드’나 ‘타입’ 표기는 조그맣게 돼 있다네. 블렌드는 블루마운틴이 10%만 들어가 있어도 붙일 수 있고, 타입은 1%도 안 들어간 경우도 있대. 그야말로 장삿속이로군. 조심해야겠어. 커피도 모르면 당하는구나.  

맛이 좋은 커피

갑자기 생긴 궁금증. 그러니까 커피를 잘 만들면 장사도 잘 되어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오늘의 커피』를 보니 나기태의 낙원카페는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물론 혼자만 잘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기 대표께서 그런 내 궁금증을 간파했는지, 알려주시더군. “커피를 잘 하는 것과 장사를 잘 하는 것은 달라요. 『오늘의 커피』에 나온 것처럼. 같은 커피라도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요. 드립 할 때 방향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여느 공산품처럼 일률적이지 않지요. 그래서 커피가 어려우면서도 재밌고요.”

쳇, 모야.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언제나 한결 같던데. 달달하니, 딱 좋던데. 오간지처럼 자판기 커피를 맛있게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냐, 혹시 내가 인스턴트커피에만 중독돼 있는 건가? 오늘 커피는 좀 색다르긴 해. 좋은 커피에 대한 기 대표 왈. “커피광고 문구 중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는 커피’라고 있죠? 좋은 커피일수록 식었을 때도 맛이 있고, 온도가 떨어져도 맛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에요. 커피 맛을 느끼기에 좋은 온도는 70℃ 전후예요. 식을수록 신맛이 치고 올라오는데, 50~60℃일 때 신맛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좋은 커피는 광고 문구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아쉽습니다. 이런 커피를 마시면 참 좋죠.”


이 자리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는 실습도 함께 했다. 이젠 무식하게 깔때기, 비이커 같은 얘기 않기로 했다. 서버, 드리퍼, 필터, 드립포트, 흠 괜히 있어 보이는군. 캬캬. 내가 추출한 커피라 그런지 더욱 향기롭고, 맛 난다. 쩝. 인향이도 꽤나 만족하는 눈치다. 그렇게 드립을 한 케냐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는데, 기 대표께서 말씀 하신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머나 먼 케냐에서 이 커피가 지금 우리 손에까지 온 거에요.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서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가 드립을 해서 마시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아요?”

커피로 연결된 세상

아, 정말 그러네. 전혀 나와 상관이 없는 곳인 줄 알았던 아프리카의 케냐. TV를 통해 케냐 국립공원의 풍광이나 보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고향 정도라는 정도만 알던 나라였는데. 그러고 보니 그 케냐에서 나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이 신기한 걸.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는 지금 이렇게 케냐와 연관을 맺고 있는 거구나. 케냐에서 커피를 재배한 사람과 나는, 이 커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맺어진 셈?

어릴 때,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네.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밥상을 오르게 해 준 벼를 재배한 농부를 생각하라고 하신 말씀. 핫, 갑자기 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케냐의 커피농부가 궁금해지네. 갑자기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이건, 커피의 힘?

이날의 커피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어. 남자 체면에 말이 아니게 따라왔지만, 이거 나름 재미있는 걸. 큼. 입안을 알싸하게 감도는 이 기운이 참 좋아. 뭐, 그렇다고 내가 인향이처럼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진 않을 걸. 큼큼. 어쨌든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걸.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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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