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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3 그 원 나잇 스탠드, 짜릿했냐고?
  2. 2007.12.26 이 남자, 에단 호크 (2)
2009.12.13 12:14 메종드 쭌/무비일락

사건일지 2. '원 나잇 스탠드', 과연 짜릿했는가.

사건개요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감독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1997)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스타샤 킨스키(카렌 역)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웨슬리 스나입스(맥스 역)의 상대역. 흑백의 인종적인 문제로 대뜸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난 관계 혹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니까.

물론 전작, 라스베이거스에서 흐느적거리던 벤(니콜라스 케이지)의 발걸음을 따르고 싶게 만들던 그 정서적 울림은 덜했다. 그래도 하룻밤의 불장난이 불러온 관계망의 헝크러짐을 직조하는 기술은 마이크 피기스다움!

원 나잇 스탠드.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흔히 번역하는 이 단어도 사실은 삶의 우발성을 좀더 극적으로 강조한 표현, 아닐까. 삶은 많은 부분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우연에서 시작돼 불가해함으로 귀결된다. 무엇하나 우연이 아닌 것은 없다. 모든 만남은 우연이다. 아니 당신들 만남은 필연이고, 운명이라고? 조까라 마이싱. 그렇게 믿겠다면, 말릴 이윤 없겠지만, 어쨌든 조까라 마이싱.

우연이 우연을 불러 인연이 넓고 깊어지거나 단절 혹은 파국을 맛본다. 우연이 길어올린 인연이 세계를 넓혀주기도 하고, 더 좁은 세계에 갇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우연은 그렇담, 삶이 주는 선물? 글쎄, 그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삶을 직조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연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뭐, 그건 곧 운이지. 운7기3, 아니 운9기1.

<원 나잇 스탠드>의 감독들, 왼쪽부터 민용근, 이유림, 장훈 감독

(사진은 서독제 홈피(www.siff.or.kr)에서~,

근데 어째 하나같이 포즈가 똑같을까. 왼손이 오른손 위에 올라간 것까지.

이것은 사회적으로 교육된 결과일까, 관습적으로 익힌 사회화의 결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진사의 요구였을까. ^^;;)


사건전개 : 서울독립영화제2009를 만난 것도, 개막식에 참석한 것도, 개막작 <원 나잇 스탠드>를 마주한 것도, 순전히 우연이다. 우연이 나를 낚은 거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천만에, 그건 아니다. 기1 정도를 불어넣었더니, 우연과 결합이 된 것? 더구나 개막작 이름 봐라, 봐라. 원 나잇 스탠드.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어떤가. 당신의 대뇌피질 안에 있는 측두엽은 코피를 쏟을지도 모를 일. 혹은 뇌하수체가 부신피질호르몬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어 엉뚱한 길로 인도할지도 모를 일. '아, 된장 난 코피가 왜 나지?'하고 시티헌터 같은 액션을 취하진 않나.

괜한 기대로 가슴이 벌렁벌렁. 서독제가 처음으로 기획·제작에 나서,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로, 세 명의 감독이 뭔가 핑크빛 향연을 보여줄 것 같은 서툰 예감? 더구나 포스터 카피 봐라. 잠들 수 없는 격정의 밤. 후욱~ 후끈후끈. 아잉, 부끄러워라~ 세 명의 감독, 원 나잇 스탠드, 경험한 적 없다고 발뺌(?)들 하시는데, 영화 보는데 중요한 것 아니니까, 퉁.

참고로, 내 생애 가장 짜릿하고 아름다웠던 원 나잇 스탠드는, 알다시피 <비포 선라이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어떤 하루(들)) 유럽여행을 다녀왔고, 내겐 그것이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아직 유럽여행의 로망을 포기하지 있는 나는, 그래 낭만소년! ^.^;;  


사건내용 :

Episode 1 (감독 민용근) - 라면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유

슬펐다. 술 펐다가 아니고. 그 모든 것은, 어쩌면 라면에서 비롯됐다.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를 꼬시기 위해 선수친 그, "라면 먹고 갈래요?". 눈이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는 한 청년은 매일 밤 빌라 복도의 계단에서 한 또래 여성의 집을 서성인다. 청진기로 집 안 소리도 듣고, 그녀가 버린 쓰레기를 가져가 그녀의 스타킹 등에서 훅~ 느낀다. 그러니까, 페티시즘. 

고등학교 시절, 그의 망막 속으로 들어온 그녀의 눈에 낚인 청년. 이제는 소리와 냄새로만 그녀를 느껴야 하는 슬픔. 왜 놓지 못할까. 그것은 나중에 그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어쨌든 그는 막막하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그녀 윗집의 한 여자. 역시 혼자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 알고 싶은 전 남자친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잘 때도 선글라스와 함께 자는 그 여자. 늘 선글라스를 낄 수밖에 없는 어떤 아픔도 있다.

청년의 눈에 눈물을 고였다. 그대 눈에 고인 눈물이 짝사랑 그녀의 라면에 의한 것이라면, 그 눈물을 닦아 준 것은 윗집 여자의 라면. 청년이 선글라스까지 끼고 지팡이를 잡는 것까지, 다소간의 비약이고 작위적이었음에도, 그들이 섹스를 하면서 맞잡은 손은 슬프면서 다른 어떤 섹스신보다 에로틱했다. 슬픈 그 섹스. 청년의 눈빛은 왠지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졌고나.  

그 하룻밤 불장난으로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원 나잇 스탠드가 아닌가. 우연의 겹치기 출연. 라면이 만들어준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Episode 2 (감독 이유림) - 수컷들에게

미스터리 스릴러는, 아니다. 무엇이 꿈이고 현실인지, 주인공은 헷갈린다. 보는 사람도 맥을 놓치면 힘들어진다. 신혼부부지만, 아내는 남편의 섹스를 거부한다. 뭐? 정신이 좀더 성숙할 때까지 미루자고? 마침 후배 커플과 함께 산장에서 놀러간 상태였는데, 남편은 후배의 여자친구에게 끌린다. 더구나 집으로 출발하려는 아침, 후배 커플의 섹스를 본의 아니게 목격하고. 거참, 어쩌란 말이냐. 신이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이런 심정?

함의가 있다.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 그것도 원서로 된. 섹스를 기피하는 아내를 남편은 제 멋대로 짜맞추기 시작한다. [보봐리 부인] 군데군데 쓰인 어떤 글에서, 남편은 아내의 섹스편력을 마구마구 상상해낸다. 역시나 수컷의 상상력은 고작 침대에서만 발현된다. 여자가 다른 수컷과 뒹구는 것 이상은 상상하지 못하고, 그것을 질투하고 집착한다. 그러니, 과거를 묻는 수컷에게 부디 과거 따윈 말하지 마시라. 어떤 감언이설로 수컷이 꼬드겨도. 그것이 발설되는 순간, 수컷은 자가발전한다. 쾅~

그런데, 아쉬운 점이라면 좀 길다. 꿈과 현실 사이의 장막을 흐릿하게 한 것은 기교였겠지만, 그것이 다소 불편하게 한다. 물론 내가 제대로 못 쫓아가서 그렇겠지만, 이 영화, 친절하진 않다. 그것이 또한 매력이기도 하고. 그저 불장난도 못 치고 끝난 하룻밤의 꿈.

재미있는 건, 배우 정만식은 이번에도 정만식이다. <똥파리>에서도 만식이었던 그는, 이번에도 실명 출연한다. 이 다채로운 배우는, 어쩌면 만식이라는 이름에서 연기의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주목할만한 배우. 마침, 개막식에도 왔더라.


Episode 3 (감독 장훈) - 원 나잇 스탠드가 깨우는 편견

우선 반가운 얼굴. 방가방가~ 달시 파켓. 이 벽안의 영화평론가를 한국 영화의 주연으로 보게 될 줄이야. 상상, 못했다. 내면 연기까지는 몰라도, 표정 연기 괜찮고, 몸연기도 괜찮다. 발연기, 전혀 아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연기 괜찮은 외국인을 캐스팅했겠구나 싶겠지만, 그를 알고 본다면 더 재미날 영화. 더구나 극중의 역할도 뉴욕의 저명한 영화평론가닷. 권해효의 따박따박한 내레이션도 극중 몰입을 돕는다.

이 영화, 캐스팅처럼 유쾌하고 알싸하다. 원 나잇 스탠드하면 떠오르는 통념을 깨는 재미난 설정. 더구나 그 설정 속에 우리 안의 일상적 감정과 편견이 속속 드러난다. 뉴욕의 영화평론가가 한국에서 환상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대중목욕탕에서 때미는 것. 그러다보니 공중목욕탕 관리사 진영과 친해지고, 그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여자를 둘러싼 수컷들의 질투와 라이벌 의식이 드러나고, 친밀하고 애정 섞인 포즈에 동성애자로 오인하면서 드러나는 호모포비아. 너무도 다른 세계임에도, 우연이 만들어준 인연으로 함께 하는 그들. 원 나잇 스탠드가 꼭 성적 접촉을 뜻해야 한다는 규율 따위도 없다. 내 안의 편견을 버릴 것.


사건결론 : 그래서 짜릿했냐고? 홍콩갈 정도는 아니었대도, 이만하면 괜찮지 뭐. 붕가붕가~ ^.^ 우연은 그렇게, 세계를 넓혀준다고, 강조했잖아. <원 나잇 스탠드>와의 원 나잇 스탠드. 아주 쉽게 잊히진 않을거야. 그치? 원래 원 나잇 스탠드는 금방 잊어야 서로에게 좋은 거라던데. 어떻게 아냐고? 에이, 친구가 알려줬어~ 그나저나, 유럽에 다시 가고 싶네. 쩝. 꼭 사이가 좋지 않은 독일인 부부가 탄 열차 객실에 타야 할 텐데... 그리하여, 난 제시, 당신은 셀린느. 하하.

2009/12/13 - [메종드 쭌/무비일락] - 폭풍간지의 밤, 하악하악

2009/12/10 - [메종드 쭌/무비일락] - 오늘 나는 '원 나잇 스탠드'한다...! @.@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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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유약했다. 눈빛에서도 그것은, 드러났다. 그러나 의외의 강단이 있었다. "오 캡틴, 마이 캡틴"(<죽은 시인의 사회>)을 외칠 때, 나는 완전 뒤집어졌다. 감동도 만빵 우적우적. 영화관에 책상이 있었다면, 냉큼 올라갔을 게다. 당시, 나는 '토드 앤더슨'이 되고 싶었다. 영화 속 토드처럼, 나도 그때, 고등학생이었다. 소년은, 세상과 처음 그렇게 맞장을 떴다. 여리고 내성적이었던 소년의 흔적.

"...당시 에단 호크와 로버트 숀 레너드가 식사를 하러 간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모두 테이블에 올라가 “마이 캡틴”을 외쳤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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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솔직하고 개구진데다 능글능글했다. 기찻칸에서 처음 본 여자에게 눙치더니, 자신의 목적지에 여자를 내리게까지 만들었다. 그리곤 원나잇스탠드까지. 진정한 '꾼'의 자세닷!  '제시'는 오래 산 부부의 권태감을 얘기하고, 사랑과 로맨스를 때론 회의했다. 그러면서 사랑을 긍정하는 '셀린느'와 죽을 딱딱 맞췄다. 해 뜰 때까지 산책과 수다로 충만했던 그들. 당시, 나는 '제시'가 부러웠다. 기차를 타고, 유럽여행을 하고 싶었다. 특히, 독일어를 쓰는 중년부부가 말다툼을 벌이는 칸에. 그리곤 기차에 그녀를 태워보내며, "9번 트랙, 6개월 후 6시"(<비포 선라이즈>)를 기약하고 싶었다. 영화 속 제시처럼, 나도 그때, 20대였다. 청년은, 로맨스와 그렇게 마주했다. 젊고 생기발랄한 청춘의 표상.

"...20대의 호크는 미래가 궁금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늘 살짝 열려 있는 민감한 입술, 골똘히 생각하는 버릇이 일찌감치 파놓은 미간의 주름, 항상 눈부신 것을 보는 듯한 눈과 그와 대조를 이루는 사내다운 턱. 그는 여자로 하여금 “넌 언젠가 꼭 근사한 남자가 될 거야”라고 중얼거리게 만드는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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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우수와 그리움이 깃들어있었다. 움푹 파인 눈가와 주름 자글자글한 미간. 찬란했던, 그러면서도 유약함을 품고 있던 미모는, 세월에 깎여 까끌까끌. '이토록 뜨거웠던 순간'을 관통하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형의 모습이랄까.^^; 지리멸렬하고 섹스리스와 다름없는 윤기없는 생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9년 전과 달리 이제는 로맨스를 옹호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제시'처럼 파리를 거닐고 싶었다. 오래된 로맨스를 품고서. 그리곤, 어떤 노래를 들으며, "I know..."라는 말을 툭 던지고 싶었다. 영화 속 제시처럼, 나도 그때, 30대였다. 청년과 중년 사이에서, 현실은 촘촘히 생을 옥죄고 있었다. 그럼에도, 까르페 디엠(Carpe Diem)

"...혹시 지금 그는 7년의 결혼을 공유했던 여자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비포 선셋>의 제시는 결혼을 가리켜 “한때 데이트했던 사람과 조그만 탁아소를 운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 대사는 누가 쓴 것일까? 지금까지 에단 호크가 쓴 소설과 감독한 영화들은 매우 사적이다. 아직 딱지가 앉지 않은 본인의 체험을 예술로 옮겨놓는 행위에 따르는 위험을 호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 나 역시, 에단 호크와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다. 10대 <죽은 시인의 사회>부터, 20대 <비포 선라이즈> 30대<비포 선셋>. 그리고 이후에 올 무언가. 특히나 <비포~> 연작은 내 20대와 30대의 감성과 로맨스를 지배하는 중요한 영화포인트. 내 생애 후일담이 가장 궁금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9년 후 어쩌면 가장 세월을 현명하게 머금은 영화, <비포 선셋>은 그래서, 내겐 너무도 소중한 영화. 톰 크루즈과(科)는 아니지만, 에단 호크는 독특한 꽃미남이었다. 그 유약해뵈는 눈빛에선, 슬픔과 외로움이 늘 한켠에서 묻어있었다. 마냥, 세월을 먹은 것이 아님을 드러낸 눈빛의 진화. 세월의 농익음이, 현실의 고단함이, 시간의 잔인함이...

너에게, 에단 호크를 권한다. 물론, 소설보다는 영화. 나도 에단 형의 소설은 못봤으니까.^^;
에단 호크와 동년배라는 김혜리 씨네21기자의 맛깔스런 대화록. 찬찬히 에단 호크를 느껴보시라~


<이토록 뜨거운 순간>도 그래서, 기대!

그리고 또 언젠가, 좀더 에단호크에 대해 풀어볼께. 내가 간직하고 있는 에단 형에 대해.

근데, 뭐니뭐니해도,
입술이 뽀개질 정도의 이 강렬한 키스~
나도 기차역 플랫폼에서, 떠날 기차를 앞에 두고, 절절한 이 키스를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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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 [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떠올리다...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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