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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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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15:56 메종드 쭌/무비일락
5월. 이 따뜻한 봄날이 오면 생각나는 이야기와 선율.

우선, 우연과 약속이 빚은 어떤 영화들이 있다.
매년 5월8일이면 나는 그들의 행로를 좇아 사랑을 다시 생각한다.

먼저, 이 영화, <첨밀밀>.


10년이었다. '만나야 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는 사랑의 아포리즘을 촘촘하게 형상화했던 이 영화. 홍콩으로 함께 넘어온 친구로부터 시작해 숱한 엇갈림을 거쳐 마침내 뉴욕의 한 전파상에서 우연 같은 필연을 빚었던 두 사람.

이요(장만옥)과 소군(여명)의 사랑은 그랬다. 한끗 차이의 미묘한 엇갈림에 한숨 짓게 하고, 애타게 만들었다. 그들이 빚어낸 10년의 돌고도는 운명(론)은 5월에 결국 마무리됐다. 그들이 마침내 10년의 새침함을 뚫고 만났던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나는 그 순간을 이렇게 읊은 바 있다.

[5월8일의 영화 ①] 10년을 그리워한 사랑을 다시 만나는, 5월8일의 전파상...



참고로, 5월8일은 등려군이 사망한 날(1995년)이자, 그들(이요와 소군)이 뉴욕에서 다시 만난 날이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믿고 싶은 사람, <첨밀밀>을 꺼내봐도 좋겠다.



이요와 소군이 만난 뉴욕의 5월8일은, 또 다른 연인들이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다. <러브 어페어>의 테리(아네트 버닝)와 마이크(워렌 비티).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그들. 각기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서로에게 풍덩 빠진다. 그야말로, 러브 어페어.


어찌할 수 없는 끌림. 불과 사흘이었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3개월 후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과 장소가, 5월8일 오후 5시2분,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렇게 그때,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듯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약속을 한 두 사람. 다만 한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서로 찾거나 연락하지 않기. 진짜 그것이 사랑인지 고민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날, 그들은 그곳을 향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그들을 기다린다.

나는 이 사랑에 쩔쩔맸다.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역시 나는 이렇게 읊었다. [5월8일의 영화 ②] 3개월의 약속, 5월8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러브 어페어>. 1932년 처음 만들어졌고, 1939년에 첫 리메이크됐으며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 주연으로 만들어진 1957년 리메이크작은 맥 라이언, 탐 행크스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모티브가 됐다. 특히 애니(맥 라이언)은 눈물을 쏟으면서 이 영화를 보는데, 애니가 삭막한 현실에서 잊고 사는 진실한 사랑에 대한 꿈을 되살리는 영화가 바로 1957년작 <러브 어페어>다.


1994년작은 가장 최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바람둥이 워렌 비티를 잠재운 아네트 버닝의 극강의 아름다움이 반짝반짝 빛난다. 캐서린 헵번의 깜작 등장도 작은 선물이다. 그래, 뭣보다 영화가 알려주는 이것. "누구의 인생에도 끼어드는 위험, 그러나 늘 위험을 무릅 쓸 가치가 있는 것, 그건 사랑이다." 사랑 지상주의자에게 권한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 5월25일에 꺼내보면 좋을 영화다. 그날은 아오이(あおい)의 생일이다. 아오이? 누구냐고? '아오이' 유우나 미야자키 '아오이'를 떠올린다면 땡! 그녀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히로인이다.


스무살, 아오이와 쥰세이는 약속을 했다. 우리,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 10년 후에는 피렌체 두오모에 오르자. 바야흐로, 사랑의 약속.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 스무살에 했던 사랑의 약속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만날 사람은 역시나,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의 사랑이 복원되는 그날, 사랑을 복원하고픈 누군가는 이 영화를 봐도 좋겠다. 쥰세이가 회화 복원사로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쥰세이는 이리 말한다. “복원사는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리고 싶은 연인들의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 아오이의 생일이 5월25일인 것도 이유가 있으리라. 일본어 '아오이(あおい)'는 푸르다, 파랗다, 풀 등의 의미인데, 봄의 절정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이름을 품은 것 아닐까.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불끈 이렇게 다짐했었다.
5월25일, 당신의 가슴 속에도 누군가가 있는가...



아울러, 잊히지 않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이 말.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밖에 없다." 이말의 출처는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인 소설이었다. 사실 영화가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책이 훨씬 더 낫다. 5월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연애하듯이 썼다는 이 소설. 에쿠니가 한 챕터를 쓰면, 그 다음 츠지 히토나리가 자신의 챕터를 쓰면서 Rosso와 Blu를 완성했다.


참고로, 내가 좋아라~하는 우에노 주리의 생일이 5월25일(1986년)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데뷔한 그녀는 <스윙 걸즈>에서 존재감을 본격 피력했고,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 메구미 역으로 만개했다. 25일,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봐도 좋겠다.


사랑을 하건, 사랑을 하지 않건, 사랑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그러니 사랑은, 우리를 살게 한다. 10년동안 애타게 엇박을 냈어도 다시 만나게 된 것도, 3개월 후의 약속을 부득이하게 지키지 못했지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도, 10년 후 사랑의 약속을 서로가 지켜낸 것도, 모두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뭐? 사랑!


어쩌면 그들 모두에겐 '약속'이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입밖에 꺼낸 약속이든, 마음으로 행한 약속이든. 그 약속은 미래였다. 추억은 과거이고, 약속은 미래라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말은 그래서 맞다.  한편으로 그 약속이 기적을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이들 영화가 빛난 것은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좋은 연출 등도 한몫했겠지만, 뭣보다 음악의 힘이 컸다. 그러니, 음악도 함께 추천해야겠다.

우선, <첨밀밀>의 절대 공신은 '등려군'이다. 대만에서 태어나 중화권의 국민가수로 활동한 그녀였다. 첨밀밀에는 그녀의 대표작인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 나온다. 이 음악, 잊지 못할 사람들 많을 거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냉정과 열정 사이.
친구들 중에 나를 간혹 '준쉐이(혹은 준셍이)'라고 부르는 넘들이 있다.
당연히 영화(<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처럼 간지나고 잘생겼기 때문이지.
라고.................................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첫사랑을 오매불망 잊지 못해 그녀를 품고 세월을 버티는 순정남이라서.
라고..................................해도 끔찍한 뻥이야. OTL

이유? 단순하다.
그저 내 이름 중에 '준'이 쏙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지.
간혹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생각난다. 내게도 있었던 아오이(들).
풋풋한 스무살 시절, 준세이와 10년 약속으로 손가락을 걸었던 여인.
5월25일 피렌체 두오모에서 해후하면서 옛사랑을 복원했던 준세이와 아오이.


어제 밤, TV에서 <냉정과 열정사이>를 방영했다.
영상보다 음악이 더 도드라졌던, 
원작(책)보다 밀도와 질감이 미치지 못했던 영화를 다시 응시하면서,
이번에는, 준세이와 아오이보다 다른 인물들에 눈을 맞췄다.

운명(으로 포장된) 사랑을 위해 들러리를 서야 했던,
바퀴벌레 한쌍의 작당에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메미와 마빈.
메미는 (아오이 없는) 준세이의 연인이었고,
마빈은 (준세이 없는) 아오이의 연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작 마음은 저 멀리 가 있는 연인 때문에 가슴은 가슴대로 앓고,
눈물은 눈물대로 흘려야 했던 그네들.
단지,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두 주인공이 덧칠하는 옛사랑의 복원 때문에 동원됐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들이라고 왜 마음이 없겠는가. 사랑을 왜 지키고 싶지 않았겠나.
그럼에도 주목받지 못한 채 스크린 뒤로 물러서야 했던 그네들의 마음.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제목은,
주인공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어쩌면, 아오이와 준세이가 복원하려는 사랑이 열정이라면,
그 틈바구니에서 외면당해야 했던 마빈과 메미는 그야말로, 냉정.

누구나 그렇게 자신의 삶에서는 주인공이다.
메미와 마빈에게도 마음이 있고, 사랑이 있다.
조연이라고, 들러리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히스 레저.
어제, <브로크백 마운틴>을 돌려보고 싶었다.
동료에게 그 말을 했다. 카페에서 그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어제 1월22일이 그의 2주기라서.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집의 DVD 플레이어는 고장났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삽입해도 소용이 없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히스 레저를 생각하면,
그냥 딸 마틸다가 눈에 밟힌다.
내 딸도 아니고, 아무 연관도 없는 아이임에도.
올해 여섯 살이 되었을 마틸다.
아빠의 존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느닷없이 곁을 떠나야 했던 아빠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마틸다 레저가,
세상의 악행과 슬픔을 잘 견뎌나가길.
거칠고 더러운 공공연한 비밀을 품은 세계를 헤쳐 나가길.  
어느날, 훌쩍 커버린 마틸다를 보곤 '잘 컸구나'하는 탄성을 뱉을 수 있길.


오늘, 봉춘이가 결혼했다.
녀석. 이렇게 훅~ 가게 될지는 우리 친구들 아무도 몰랐다.
다들 놀랍다는 말 한 마디씩 덧붙인다.
원투쓰리(1월23일). 꾹꾹 눌러담은 그 말로 결혼식에 와 달라던 녀석.
몰래 사랑도 아니고, 알기론 너무 미적지근한 사이였음에도,
그렇게도 결혼은 한다. 나로선 의아한 일이긴 해도, 녀석은 녀석의 방식대로!
내가 녀석에 대해, 녀석의 결혼에 대해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행복하길. 아니 녀석에게 행복이 작은 한뼘이라도 늘어나길.

몇 남지 않은 미혹 혹은 비혼에게, 어떡할거냐는 진부한 타박(?)도,
나는 열외인종. "쟤는 그냥 재껴놔." 친구들마저 이젠 인정한다.
뭐 내 의도와는 무관.
나는 독신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주의자도 아닌, 회색인간, 열외인종.

그래도, 커피가 나를 달래준다.
메미와 마빈, 히스 레저와 마틸다까지.
아름다운 여자만큼 커피가 좋은 이유. ^.^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밖에 없다지만,
마음의 있을 곳이란, 커피 한 잔에도 있단다.

어쨌든 5월25일 피렌체 두오모에는 갈 테닷!
피렌체 두오모에서 커피 한 잔 마실테고.
그 순간, 당신이 함께였으면 좋겠다. :)

[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5월25일, 당신의 가슴 속에도 누군가가 있는가...

[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 안녕, 에니스... 안녕, 히스 레저...

[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우리, 히스 레저 배웅할까요~

[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히스 레저, 그리고 우리들의 '다크 나이트'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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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미술관에서 즐기는 1일휴가콘서트>에, '카페 티모르'가 함께 했다. '카페 티모르'의 케이터링을 아주 조금 도우러 간 나는, 거의 6~7년 만에 다시 찾은 (동물원 옆) 현대미술관의 풍경 앞에 약간 설렜다. 더구나 지금은 아직도 봄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싱글남의 춘심은 뻥뻥 부풀어오르기 마련~. 그래, 청춘이 소멸된 자리에도 춘심은 되살아나기 마련인데, 내 봄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게지. 춘심은 또한 여심이라지만, 남심이라고 방콕하란 법은 없잖은가 말이다. ^^

그런 봄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춘심으로 들뜬 풍경. 많은 이들이 커피나 맥주를 하나씩 끼고, 바람과 풀이 행하는 속삭임과 터치에 기대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니 정의 온몸을 흐느적대게 하거나 들썩이게 만든 섹소폰 연주가 여흥을 돋웠고, 권해효의 재기 넘치는 야부리와 노래가 붐업을 시켜줬다면, 한영애는 그 특유의 카리스마와 빨판처럼 우리의 마음을 흡입하는 노래로 봄날의 춘심을 마구마구 흔들어댔다. 특히나, 세계를 아우르는 한영애의 짧은 멘트 하나하나는 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실감케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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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봄날의 저녁이 익어갈 무렵. 비록 공연장의 저 곁다리에서 '카페 티모르'의 케이터링을 도우면서, 귀동냥하고 몸동냥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무대에 한쌍의 커플이 초청됐다. 한영애는 사연을 읽었고, 그들은 무대 위로 불러세워졌다. 이른바 '프로포즈'의 시간. 구구절절 사연은 차치하고, 사실은 기억도 잘 나진 않아. 그래도 분위기만 언급하자면, 5월의 프로포즈는 닭살스러워서 더욱 반짝반짝했다. 콘서트장에 모인 춘심(들)의 결을 따라, 그 춘심을 업시키기엔 딱 좋은 모멘텀.

그리고 한영애의 주문에 따라, 구애남이 던진 결정적 한마디. "나랑 결혼해줄래?"
그 뻔하고 식상하며 상투적이기 그지 없는 그 말도 그 순간만큼은 어떤 주술같은 힘을 발휘한다.
이미 그 연인 사이엔 어떤 교감이 있었을 테고,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겠지만, 뭐랄까,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저건 마법의 주문이라고. 낯 모르는 숱한 대중들 앞에서 연인을 향한 프로포즈의 이벤트가 만드는 마법의 순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감염되고 마는 행복 바이러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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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리고, 어떤 장래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한영애의 질문에 미리 준비라도 해 둔양, 연인과 꿈꾸는 혹은 행해야 할 아니면 행하게 될 행위들을 열거했다. 일종의 자신과 연인을 위한 약속 같은 것. 그 순간만큼은 나는 그 남자의 진심을 느껴졌고, 그냥 코 끝이 시큼했다. 찡~했다. 씩씩하면서도 수줍어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행복감과 사랑이 듬뿍 발린 그의 말을 듣자니. 결국 혼자 중얼거렸다. "님 좀 짱인 듯..."ㅋㅋ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됐다. 마침 5월25일을 몇 시간 앞에 둔 시점. 내 생체 및 감성 초침이 이미 향하고 있는 어떤 이야기와 욕망을 향해. 그 사랑과 그 약속이, 내 기억의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사랑과 약속이 오버랩됐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생일파티를 하면서 이날을 맞이할까. 혹시 다시 헤어졌을 수도 있겠지. 아냐, 그래도 다시 만날지 몰라.....

언젠가, 어느해, 5월25일. 나는 피렌체 두오모에 올라가고, 블로깅을 할 것이다. 어느 여인의 생일을 축하하며, 어느 10년의 약속이 사랑과 합치되던 순간을 기억하며, 그토록 품던 피렌체 두오모에 올랐음을 자축하며, 어쩌면 누군가를 향한 프로포즈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순간을 꿈꾸며... 그건 또 내 자신과의 약속. 몇 년 후가 될 지 알 수 없지만. *^^*

하나씩 풀어보자면,
그 여인은 아오이.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주인공.
5월25일은 아오이의 생일이자, 두 사람이 10년 전 그들의 사랑을 위해 약속을 했던 날.
피렌체 두오모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10년 약속이 이뤄지는 장소.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그 한마디.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밖에 없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그 나이 때부터, 나는 피렌체 두오모를 꿈꾸고 있다. 5월25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감지되는. 혹시 그 시간, 그 곳에 가면 내 잔치가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예감? 아니면 어그러진 그때 그 약속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혹은 어떤 위로를 받기 위해서? 나도 모르는 그 이유 따윈 제쳐놓고, 오르고 말 일이다. 그 어느해 5월25일 피렌체 두오모에. 케익 하나 들고, 아오이의 생일을 축하해줘야겠지? *^^*

그래, 그렇게 5월25일이다. 10년의 약속이 있었던 그날. 5년 전 풀어냈던, 내 냉정과 열정 사이.

당신이 복원하고픈 옛사랑,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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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약속이 있었다. 추억보다 진하고 강력한 주술과도 같은 그런 약속.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그들은 이야기한다. “추억이 아닌 약속”이라고… 또 “약속은 미래이며 추억은 과거”이며 “추억과 약속은 의미가 다르다”고 속삭인다. 그 간극은 크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혹은 누군가에겐 약속은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그 언젠가 찾아올(것이라고 믿는) 그 무엇. 그 약속은 일상을 지탱하게 만들고 희망을 길어낸다. 대개의 약속이 사계절의 스쳐감, 세월의 풍파에 깎이거나 퇴적되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사랑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약속이라면 때론 세월을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은 그 순간, 당시의 감정을 가장 투명하고 충실하게 반영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평생 잊지 못할 어느 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은 때론 그런 약속을 한다.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고,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이것은 어쩌면 열정이다.

물론, 혹자는 얘기한다.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그럴 수 있다. 아침의 주림을 저녁의 다담상으로 잊고, 쓰지 않는 칼은 녹슬기 십상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대변한다. 아무리 굳게 지어먹은 마음이라도 세상살이가 변하면 따라 변하게 마련인 것이 한편으로 우리네 사람살이다. 그것은 또한 냉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약속이 이뤄진 그 순간의 진정성은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손 열정을 내칠 수 없다. 찰나의 순간에 냉정을 부러 끄집어낼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랑의 약속은 세월의 모진 바람을 맞으며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외줄을 탄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닌 사람은 어떨까. 마음 깊은 곳에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냉정’을 강요받는다면……. 그 사람에겐 평생 짊어질 회한이 남는 법이다. 가슴 속 어느 한 편에서 지워지지 않을 어떤 상흔 같은 것.

기적은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는 없다. 최소한 내가 아는 기적은, 그 기적은 그렇단 얘기다. 냉정도 열정도 그 어느 것도 될 수 없는 경계에서 그 약속은 정처 없이 부유한다. 누군가에게 그래서 ‘추억’은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추억보다 약속”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 사이, 원작의 질감과 밀도에 미치는 못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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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책을 통해 이 사랑을 접한 사람들에게 영화는 그냥 ‘확인사살’일 뿐이다. 원작 <냉정과 열정사이>는 “하나의 사랑, 두 가지 느낌”이란 컨셉으로 어느 외로운 두 남녀가 그리는 사랑의 궤적을 담담하나 뭉클하게 담아낸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듯, 아오이(Rosso)와 쥰세이(Blu) 각각의 입장에서 한 사랑의 궤적이 그려내는, 다른 색깔의 러브 로망이다.

아오이와 쥰세이사이. 그 책은 사랑의 약속을 다룬다. 둘 가운데 누가 냉정이고 누가 열정인지, 한 사람 내부에서 냉정과 열정사이는 어떻게 외줄을 타는 지를 책은 넌지시 속삭인다. 또 열정에 불이 붙고 냉정에 물이 뿌려지는 순간에 대해 책은 귀띔한다.

단언컨대, 영화는 분명 원작의 질감과 감성을 능가하지 못한다. 앞서 확인사살이라고 얘기했지만 문자언어가 영상언어로 치환되면서 감정의 밀도는 책에 미치지 못하고 양 방향의 색감이 주는 농도 역시 묽다.

두 사람 사이의 그 미묘한, 꼬집어낼 수 없는 감정의 편린들을 씨줄과 날줄로 기워내는 솜씨 또한 성기다. 원작을 일부 각색한데다 원작과 달리 두 사람의 감정 흐름에 대한 묘사력도 떨어진다. 관객들이 원작을 이미 읽었으리란 판단 하에 영화의 내러티브가 일부 진행된다는 느낌도 역력하다.

그럼에도 미덕을 얘기하고자 함은 그 영상을 통해 ‘10년의 약속’을 확인했고 스크린에서 그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숱한 영화들이 원작을 따르지 못한데 따른 비난의 화살을 맞았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왠지 이 영화의 풍경은 남달랐다.

소설 속 활자가 눈앞에서 영상으로 펼쳐질 때, 사소하지만 사랑을 잇는 그 약속이 꿈결 같은 목소리로 관통할 때,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 피렌체의 두오모가 눈앞에 펼쳐질 때… 사랑과 약속의 방정식이 머리(이성)와 가슴(감성)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약속, 그 사랑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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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의 대성당(주. 책은 피렌체의 두오모라고 쓴다. 책을 먼저 읽어서인지 나는 ‘피렌체의 두오모’가 더 좋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곳. 나와 함께 가 줄 거지?”... “언제?”...“십 년 후 생일날”... “약속해 줄 거지?”... “그래 약속해”

아오이(진혜림)와 쥰세이(타케노우치 유타카)는 속삭이듯 약속을 한다. 마치 꿈속에서 주고받은 듯한 그런 약속. 2001년 5월 25일은 순식간에 그렇게 고정된 미래가 됐다. 약속은 어쩌면 사랑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세월 속에 일단 잠수한다. 여느 연인들의 통관의례와도 같은 헤어짐. 오해에서 비롯된 골을 감당하기 힘들어서였을까, 그들은 어느덧 끈을 놓은 채 머나먼 이태리에서 각자의 길을 가꾸고 있다.

사실 쥰세이의 가슴속엔 잊을 수 없는 별이 있다. 아오이라는 별(★). 인간이란 잊으려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존재임을 증명하듯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약속이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그는 ‘회화 복원사’다. 이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소리 채집가였듯, 쥰세이가 세월에 희석된 명화들을 원상태에 가깝도록 복원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 끈을 놓쳐버린 사랑과 연관이 있다. 잃어버린 생명을 되살리는 작업,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 쥰세이가 복원할 것은 치골리나 프란체스코 코사의 작품만이 아니다. 자신안의 르네상스는 물론, 아오이와의 사랑도 복원해야 한다.

아오이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 있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던 나날, 그 문을 우산으로 살며시 열어젖혔던 쥰세이, 태어나서 처음 사랑의 고백을 했던 그 사람과 헤어졌다. 혼자 있는 것에 냉정해질 수 있는 듯 강해 보였으나 사람을 그리워했던 아오이. 그녀에게 쥰세이는 영원히 함께 할 줄로만 알았다.

그녀는 ‘보석 세공사’다. 갈고 닦고 아름답게 광채를 내보이는 보석. 아오이는 모진 바람과 풍파를 이기고 보석처럼 영롱하게끔 사랑을 세공해야 한다.

그들에겐 스무 살, 영원히 함께할 것이란 풋풋하고 알싸한 사랑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 세기를 건너뛰어 서른 살, 약속의 시간은 닥쳐오고 새로운 시작이 요구된다. 그들의 삶은 10년의 약속을 위해, 그 순간만을 위해 8년의 기다림을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고정된 미래는 어떤 삶을 규정하기도 한다. 어떤 세월의 질곡이 있든, 오해가 있든, 사랑하는 연인들의 약속과 실행은 누군가에게 삶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열정으로 기다리든, 냉정하게 내치든, 그 선택 또한 약속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약속의 전개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음모도 있고 오해가 자기증식을 했으며 산산 조각난 접시의 이빨은 다른 아교풀로 접지돼 있다. 쥰세이 곁에는 메미가, 아오이의 곁에는 마빈이 있다. 예전처럼 복원할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었다. 세월은 그렇듯 절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쥰세이가 시간이 멈춰버린 피렌체를 택하고 복원사의 길을 걷는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한편 극중에서 피렌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두오모를 중심으로 올망졸망 엇비슷한 키 재기로 과거를 품고 있는 도시. 퐁테베키오 다리, 팔라티나 미술관, 산타마리아노베라 역, 아르노 강 등은 사랑이 있는 풍경을 더욱 빛나게 한다. 밀라노와 도쿄까지 삼각 체제로 오가는 로망이 피렌체에서 사랑을 일차로 복원하고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는 밀라노에서 결실을 맺는 설정 또한 다분히 시공간의 방정식을 풀이한 결과다.
 
세월도 깎아내지 못한 옛사랑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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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속은 ‘기적’이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약속은 그런 기적을 이야기한다. 10년의 세월과 8년의 그리움을 건너뛴 약속, 그리고 해후. 추억이 아니라면 그 약속은 유효하다. 21세기는 결국 왔다. 세월은 결국 그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도쿄의 교정에서의 첫 키스를 담은 첼로리스트의 선율은 세기를 건너 피렌체의 광장에서도 심정을 아스라하게 만든다.

사랑 자체가 어쩌면 약속이다. 약속은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로 대신한다. 하지만 대개 세월은 사랑의 복원을 어렵게 만듦을 사람들은 잘 안다. 그때 그 시절, 그 사랑했던 감정은 세월을 터널을 관통하는 동안 균질감을 보장하지 못한다.

유한한 삶의 영역에서 영원히 늙지도 않은 채로 한 사랑이 박제된다면 사랑은 영원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 자체가 변화를 꿈꾸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고 되묻기도 하듯 말이다.

그런 면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종의 판타지다. 두 사람의 손짓 인사는 약속의 실행을 시사한다. 스므살에서 서른까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외줄을 타던 사랑의 행로는 일단 약속의 실행으로 인해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번만큼은 그 이후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마흔살, 쉰살까지는 생각하기 싫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그들의 꿈결 같은 약속과 사랑의 방정식을 풀었으니까.

내 나이도 그들과 같은 서른이 됐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싸구려 향수에 취해 살고 있다. 내가 ‘싸구려’라고 표현한 것은 그 당시 내 영혼의 가난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가난함을 채워주었던 그 사람을 기억한다. 사랑했던 기억. 그리고 지키지 못했던 약속.

쥰세이가 말했다.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보낼 수 없다”고. 북베트남 인민군 소년병 출신 바오닌의 소설 <전쟁의 슬픔> 중의 한 구절도 그렇게 얘기한다. “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추억의 힘 때문이다”라고...

그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말들에 공감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결코 미래가 될 수 없는 추억이 생존의 욕망 근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또 어떤 사람들에게 가을이 외롭거나 아픈 것은, 누가 옆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있어야 할 ‘그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듯, <냉정과 열정사이>는 불가능해진(혹은 그렇게 낙인찍힌) 사랑을 불러오고 싶은, 복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연서다. 가을은 그런 연서를 읽기에 ‘딱’인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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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복원하고픈, 옛사랑이 있는가.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는가.
가슴 속에, 누군가 있는가.

혹은,
당신도, 누군가의 가슴 속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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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타계가 날 슬프게도 만들었지만 이런 반가운 소식도 날아드는군.
흠, '오겡끼데스까'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랄까.
나카야마 미호, 연기자 복귀 선언

다시 이 얼굴을 스크린에서 만날 생각하니 가슴이 쿵쾅콩닥.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그 존재감을 뚜렷이 채우는 이 배우. 어느날 훌쩍, 결혼한다구 떠나버렸더랬지. 야속한 사람. 그의 남편을 알곤 놀라워했던 기억. 츠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와 공동 저작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Blu'를 썼던 작가. 남편에게 소설 작법을 배운다던 나카야마 미호. 어떤 이야기를 들고 관객 앞에 설까. 자신만의 소설작법은 완성했을까.

궁금하다. 나카야마 미호. 그의 화양연화는 뭐니뭐니해도 스크린에 있을 때 아니겠나. 다시 복귀하는 사연이나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반갑다.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그를 기다리는 이 심정. 당신은 아시려나. 유후~

아, 나는 역시나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러브레터>를 처음 봤던 그때, 감정이입이 불가피했던 탓도 있겠지만 설산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눈물 주룩주룩 흘리며 봤던 그 장면. 방가방가 나카야마 미호 누나. 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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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그래 다시 누군가에게 러브레터를 쓰고 싶어졌다. 보내지 못할 지라도...

그는 나의 연인이었습니다.
당신이 그리워하고 있는 그는
제 기억속에 살아 있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을
저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기억 저편에 사라졌던 그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추억은 당신의 것이기에 돌려드립니다.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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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가 끝났다'는 그 나이 때.

나는 피렌체 두오모를 꿈꿨다. 거기에 가면 내 잔치는 다시 시작될 것만 같았더랬다.

'5월25일'은 그런 감정을 부른다. 스스로 약속을 한 날이다.

언제 어느해가 될런지 모르지만, 5월25일은 피렌체 두오모를 오를 것이다. 그 이후는 모르겠다.
잔치가 다시 시작될지, 아니면 끝난 잔치의 잔해만 확인하게 될지.

뭐 그날이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내게 박힌 날이다.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주인공, 아오이의 생일이다.

피렌체 두오모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10년 약속이 이뤄지는 장소.

내게도 있었던 어떤 '약속' 때문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던 책과 영화.
그 어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에겐 회한을 불러일으키킬 이야기. 허허.

책은 또한 이런 이야길 했었지.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밖에 없다"는 말을.

나는 오늘 다시 피렌체 두오모를 생각했다. 2003년부터 매년 그렇다.
5월25일이 되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피렌체 두오모에 오르고픈 욕망의 초침이 작동한다.

그래 내게도 그 약속이 올해 10년이 됐다. 나는 이제 선뜻 10년 전과 같은 그런 질감의 약속을 하지 못한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생긴 생채기 때문에.
물론 나의 잘못은 아녔지만. 나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까봐, 다시 미끄러질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역시나 피렌체 두오모에는 올라봐야겠다.
그러면 내 트라우마도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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