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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내려오다 전태일 기억하다 노동을 떠올리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1.14 [노동의 감성] 노동, 어떤 사랑을 말하다!

1. 노동
11월13일, '노동'을 더 유심히 봤다. 버스를 타고 버스노동자를, 커피하우스에선 커피노동자를, 영화관에선 극장노동자를, 서점에선 책노동자를. 구체적인 존재들의 노동을 봤다. 광화문에선 노동자대회가 열렸고, 노동자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경찰도시 서울의 볼품 없는 풍경이지만,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을 경찰노동자들의 노고까지도 오늘, 그냥 품었다.

11월13일, 전태일 열사의 41주기. 

오늘, 나는 쉬는 날을 맞은 커피노동자지만,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 커피를 졸졸졸 내렸다. 어머니의 가사노동은 일요일이라고 쉬지 않는다. 나의 커피는 그런 어머니를 위한 사소한 마음. 노동을 위한 나의 마음. 나는 오늘 하루, 어머니 단 한 사람, 한 노동자만을 위한 바리스타!


2. 김진숙 이후
한 원고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김진숙, 내려오다. 이 말은 아마 2011년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열쇳말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의 복직 등을 위해 고공농성을 해야 했던 김진숙 위원이었다. 돈과 권력에, 1%에 일방적으로 밀려 번번이 실패만 거듭하던 99%가 일군 아주 드물고 사소한 성공의 사례.

11월13일, 41주기를 맞이한 전태일 열사와 지난 9월3일 소천하신 이소선 어머니도 천국에서 미소를 지어주셨으리라. 그렇게 전태일을 떠올리는 시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소식이 퍼지고 김진숙 위원이 땅을 밟은 날, 쌍용자동차에선 19번째 죽음소식이 날아왔으니까. “해고가 살인”임을 알면서도 자본은 스스럼없이 살인을 자행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 그곳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담당하는 강정마을을 파괴하고자 하는 국가(군대)와 자본의 협잡과 침탈은 또 어떻고. 우리는 구럼비의 울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99%의 일상을 흔들어놓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그냥 놔둬도 좋을까. 희망버스가 향할 곳은 아직 많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성공을 이어야 할 이유까지."

쉿. 가카께 비밀이지만,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이 있다. 가카껜 절대 비밀이어야 한다.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려선 안 되잖나. 백성의 도리!

 
3. 조제, 봉빈, 오드리 헵번
7년 만에 조제와 츠네오를 스크린에서 만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7년 전과 눈물을 흘렸던 지점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때와 약간 달라보였다. 나이를 들면서 시각이 약간 변한 걸까? 뽀송뽀송한 츠마부키 사토시, 우에노 주리, 이케와키 치즈루. 사랑스러운 그(녀)들.

며칠 전, <채홍> 김별아 작가와 저녁을 함께 했다. 다른 독자들과 함께였는데, '봉빈' 덕분이었다. 봉빈이 누구냐고? '세종대왕의 며느리이자, 조선왕조 동성애 사건의 장본인'으로 기록되지 않은, 그러나 기억돼야 할 어떤 사랑의 주체. 즉, <채홍>의 주인공이다.
 
그전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봤었는데, 조제, 봉빈, 할리 골라이틀리(오드리 헵번)이 나란히 줄을 섰다. 공통점? 조제(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와 할리(트루먼 카포티의 단편) 모두 원작소설의 주인공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에 주체적인 여성들이다.

특히, 골라이틀리(<티파니에서 아침을>). 싱글걸에 대한 세속적 편견을 바꾼 여자. 빌리 와일더의 표현에 의하면, "혼자 힘으로 풍만과 육감의 시대를 바꾼" 여자. 대개의 경우, 시대가 여성상을 만들지만, 어떤 여성들은 반대다. 등장만으로 새 시대를 열어젖힌다. 오드리 헵번의 골라이틀리가 그랬다. 조제도, 봉빈도 어떤 편견과 틀을 깨는 여자들이다. 

그러니, 울면서 풀썩 주저앉은 츠네오는 이 시대 수컷들의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른다. 

'노동'과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함께 지저귀는 이 묘한 풍경, 재밌군.
 

 
 
4. 저런 사랑
<천일의 약속> 재방송. 지형(김래원)이 알츠하이머로 바보가 되어가는 서연(수애)을 향한 사랑(글쎄, 동정은 아니겠지!)때문에 향기(정유미)와 결혼을 취소했고, 두 집안에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지형의 시선은 오로지 서연을 향해 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어머니, 내게 이런 말씀 툭 던진다.

"아들아~, 너도 저런 사랑을 하거라." 

어머니의 근엄한 명령. 네, 어무니, 그럴게요, 하면서도 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도 아버지에게 쫓겨나면, 아버지가 빌려준 돈, 어무니가 대신 주나요? 그러니까, 지형, 넌 참 팔자 좋은 아들이다.ㅋ 하지만, 그 (동정 아니어야 할) 사랑, 인정!

 
나는 그 사랑이 아프다. 나는 그 사랑이 슬프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거늘, 도리 없이 사랑과 기억을 잃어야 할 사랑이라니.
궁금하다. 알츠하이머는, 가슴도 그 사랑을 잃어야 하는 것일까.

알렉스가 분한 서형의 친구이자 사업파트너는 "사랑에 목숨 거는 건 촌스러운 짓"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진짜 사랑이라면 목숨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촌스러운 사람이다.  

먹먹한 내 가슴이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천일의 약속> 8회 마지막에 삽입된 박인환의 詩 '세월이 가면' -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