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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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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월7일의 냄새는 알싸했다. 안개 냄새 덕분이었다.  

봄안개의 밤이었다. 흡~. 봄이 밤이었고, 밤이 봄이었다. 
그 안개가 봄을 몽환적으로 만들었고, 냄새 덕분에 나는 충분히 봄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볶고 내린, 
내 마음을 함께 흘려내린 커피를 오전 중 연신 맛있다며 마셔주었던 두 사람 덕분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도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던 하루를 봄안개가 또 휘감았도다.  

아마도 그 커피와 안개에는 기형도가 블렌딩돼 있었다는 것을. 
차베스의 죽음에서 가장 가까운 내가 보유하고 있던 멕시코 치아파스 커피.
그 커피의 이름은 '기형도'였음을.  

그리하여, 
기형도의 [ 안개 ]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봄밤. 3월 7일, 기형도 24주기(1989). 

1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邑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江을 건너야 한다.
앞서간 一行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空中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江에서 한 발자국도 移動하지 않는다.
出勤길에 늦은 女工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
步行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食口가 되고
멀리 送電塔이 희미한 胴體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는,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江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空氣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植物들, 工場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 당했다.
寄宿舍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겨울엔
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三輪車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不幸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正午 가까이
工場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發水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邑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邑의 名物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株式을 가지고 있다.
女工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工場으로 간다


아울러, 
3월8일 오늘, 세계 여성의 날. 
빵(생존권)과 장미(인간의 존엄성과 인권)를 들고 나섰던 1908년의 오늘을 기념하며, 내가 아는 세상의 근사하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조공하는 장미. ^^

오늘, 수운잡방에서는,
아름다운 여성 당신들에게 장미와 커피를. 어쩌면 덤으로 초콜릿까지.



@}-;--`--- 

@}->-- 

@>+-+--  

@}--,--`------- 


곧 수운잡방이 아름다운 당신을 맞이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그 봄, 안개가 붑니다. 수운잡방이라는 안개. 당신의 마음을 감싸는 안개.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어제.
현재 서식지 근처의 다리, 한남대교.
경찰과 119, 수상안전요원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북적거린다.

뭥미?
빠꼼 고갤 내밀어 경찰에게 물었다. "무슨 일?"
심드렁하게 답한다. "사람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아, 갑자기 아득해진다.
다리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번 쳐다본다.
저 거리. 물리적으로 잰다면, 글쎄 한 30미터? 50미터? 잘 모르겠다.
고개를 한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 충분한 그 거리.
그 거리가 누군가에겐 세계를 들었다놨다할 거리가 된 셈일까.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어떤 뉴스도 정보도 없다.
어제 처음 물어본 뒤, 한참 지나 다시 물어봤지만, 경찰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 찾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지금 고인이 됐을 것이다.

어제 새삼 경험한 이물감은,
같은 공간에서 한 세계가 그렇게 무너져버렸건만,
다른 세계는 그 세계의 무너짐에 무심한 듯 웃고 떠들고 달리고 걷고.
카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풍경.
지척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의 왁자찌껄함은 여전.

물론,
다른 세계도 아주 조금씩 균열을, 그 슬픔 혹은 아픔을 어떤 식으로든 감내하리라.
한 세계의 무너짐과 아주 무관한 세계를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뭣보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 세계의 무너짐으로 당면한 슬픔을 감내해야 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밟힌다.

그 거리를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은 저승과 이승의 거리.
그 물은, 입 속의 검은 잎이었던 걸까.



3월7일 새벽, 21년 전.
기형도는 뇌졸중으로 세계에 작별을 고했다.
그만의 절박한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꽃샘추위가 봄 기운에 취하는 것을 막기 때문일까.
어떤 한 세계의 무너짐이 기형도를 깨웠기 때문일까.

기형도는 더 버티고 견뎠어야 옳다. 예술은 그래야 한다.
요절은 일종의 최면이다. 그것이 환기하는 심리나 정서는 강력하다.

죽음에서 기형도를 파생하는 건, 너무 익숙한 클리셰지만,
기형도의 시 곳곳에 박힌 죽음은 어쩌면 버티고 견디기 위한 몸부림이 아녔을까.
궁금하다.
검은 잎 속으로 뛰어들어야했던 몸부림은 얼마나 치열했을까.
우리는 어떤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기형도는 봄이다...
3월7일 기형도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