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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식량의 날'이다.

누군가는 요즘 누가 못 먹는 사람 있어?, 하고 쉽게 말한다. 먹을 것, 정확하게는 못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시대라지만, 그건 수사이거나 거짓말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 차고 넘친다. 


세계 식량의 날 올해의 주제는 '식량가격- 위기에서 안정으로'인데, 식량'가격'의 위기만 있는 게 아니다. 식품 값이 오른다고 아우성 치는 것, 기아의 골이 깊어진 것을 놓고 표면적으로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이유로 든다.

이밖에 중국, 인도 등의 경제개발·성장에 따른 농지 소멸과 육류소비 증가, 허울  좋은 바이오연료 생산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더 크고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식량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다국적 농식품기업들과 자본의 패악질이다. 농식품복합업체들은 농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지배함으로써 식량독점을 꾀하고, 투기자본은 국제곡물시장에 적극 개입해 가격을 폭등시켰다. 
거기엔 북반구 정부와 세계기구의 정치적 무능함 혹은 협잡도 함께 한다.

한마디로 먹는 것 갖고 각자의 이권을 챙기고자 장난 치는 '신성동맹'의 탐욕이 위기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허구헌 날, 기아를 줄이자고 외치면서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꼴이 그것을 방증한다. 1996년 세계식량정상회의는 '전 세계 기아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의한 바 있으나, 지난 2007년~2008년, 2010년의 식량위기로 기아인구는 8억5000만 명에서 10억25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식량의 위기는 결국 체제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점령하라(Occupy)'는 구호의 확대와 우리네 99%를 위한 행동은 식량 위기와도 관련을 맺는다. 한 사회의 유지와 개별적인 인간의 실존은, 배를 곪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과거, 나의 인디커피하우스에서 한 예술팀이 알려준 이 말.

"MOST IMPORTANT THING IN THE UNIVERSE IS -> FULL STOMACH"



지금의 식량 위기가 인간이 자행한 일이라면, 이것을 극복하는 일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의무다. 결자해지! 그리하여, 먹을거리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고, 푸드정의(Food Justice)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나는 커피라는 창을 통해 혹은 먹을거리로 이것에 대한 사유를 푸는 한편으로, 커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겠다. 《미국의 송어낚시》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이 말처럼.  “때때로 인생은 단지 커피 한 잔의 문제, 혹은 커피 한 잔이 가능케 해주는 친밀감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갑자기 어디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인지 궁금한 이 계절, 당신에게 커피 한 잔 권한다. 프롤로그부터 그에 이어지는 몇 편의 이야기는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산지를 탐방한 '동티모르 커피로드' 되겠다. (참고로, 프롤로그는 '윤리적 소비' 공모전에 응모했으나 떨어진 글이다.) 

어느 밤 문득 외롭거든, 삶의 미각에 쓸쓸함이 묻어나거든, 문을 두드리시라. 당신을 위해, 밤9시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 건네겠다. 그래서, 밤9시의 커피다. 커피 한 잔 나눌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다. 

[프롤로그] 나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움직인다!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산지를 가다

 


하얀 커피꽃이 피었다. 빨간색 커피체리가 익었다. 체리의 외피·과육을 벗기고 건조를 위한 사람들의 몸짓도 분주하다. 커피 한 잔을 위해 자연이 내려앉고 인간의 노고가 투입되는 현장이다. 내가 만들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잉태되는 터전이다. 나는 동티모르 로뚜뚜 마을에 와있다. 공정무역 커피산지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동티모르 딜리공항에서도 꼬박 십여 시간 이상 험한 산을 타고서야 도달할 수 있는 산촌의 커피마을.

동티모르의 7월, 커피가 익어가는 계절에 ‘만남’을 가졌다.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우연에 우연이 빚은 산물. 그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27)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사물과 동물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여전히 당신이 휘말릴 수 있는 우연한 일로 가득하다.”

그래, 사실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제도교육권에서 가장 보통의 신자유주의적 인간으로 사육됐던 나는, 신자유주의적 사이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직장 생활을 꾸역꾸역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서 불어온 바람이었을까.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아니, 커피라는 창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커피를 만들고, 공정무역 커피하우스를 꾸리며, 사회적기업을 공부하면서, 공정무역 커피산지에 발을 디뎠다. 그 모두가 우연이었다.  

많이 궁금했다. 내가 지지고 볶고 추출하는 커피의 근원이.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고, 상상했을 뿐이었으니까. 태고의 산악이 품은 동티모르에서 내 커피의 근원과 세계의 잇닿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운이 좋았다. 그곳에 왔다. 숨을 깊이 들이쉰 순간, 느꼈다. 아, 우리는 연결된 존재구나. 동티모르
로뚜뚜에 도달한 순간, 실감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은 커피 한 잔에 담긴 자연이었다. 땅, 햇빛, 바람, 비, 안개, 별 등 대자연을 머금고 자란 커피열매와 그것을 따고 다듬는 사람들. 자연과 땀의 결정이었다.

커피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이제 확실하게 안다. 하얀 마음과 빨간 열정이 어우러져 갈색의 음료가 나온다. 이방인을 위해 내려준 커피에서 온유한 맛을 느낀 건 그런 이유였나 보다. 커피를 내리는 내 마음이 그 자연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다만 안타까운 일이라면, 기상이변의 비극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동티모르에도 기상이변이 덮쳤다. 하늘이 뚫린 마냥 10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닥쳤단다. 아무도 그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긴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에는 눈을 돌려도 누가 동티모르의 비극에 관심이 있을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관심이 없다면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알게 된, 운 좋은 한국 사람인 셈이다.

문제는 커피 농사가 흉년이었다. 매년 25~30톤가량 이뤄지던 커피 생산은 1톤으로 팍 줄었다. 자연의 분노는 수시로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커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커피열매가 맺지 못하는 현실은 삶 또한 영글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후 벌어졌다.

굳이 말을 붙이자면, 공정무역이 지닌 회복탄력성이라고 할까. 공정무역이 단순히 생산자에게 시장가보다 돈 몇 푼 더 쥐어줌으로써 끝나는 체제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커뮤니티의 유지와 생산자조합(혹은 그룹)의 결성 등 그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나누는 것. 전국YMCA연맹에서 파견된 양동화 간사는 5년 여 동안 커피로 동고동락한 사람들의 좌절과 절망을 이해했다.

궁즉통이라고 했다. 공감한다면, 방법이 보인다. 마침, 도서관과 학교 등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었고, 이들을 그곳의 자원으로 돌렸다. 공정무역의 진짜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자연의 분노 앞에서도 인간은 겸허해야 한다. 로뚜뚜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을 쉬이 원망하지는 않았다.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한 해 동안, 로뚜뚜 마을 커피향은 약해지겠지만, 몇 년 뒤 책향기가 덧붙여져 로뚜뚜 커피는 더 좋은 품질과 향미로 다가설 것임을, 나는 확신했다.

뭣보다, 커피생산자와 함께 밥을 나눠먹고 커피를 마신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들과 마주한, 해발 1004m에 자리한 마을사무실(겸 숙소)은 고도 덕분에 ‘천사의 집’이라고 불렸다. 천사가 있다면, 지상에 내려와 커피 한 잔 마시는 휴식처로 쓸 법한 곳에서, 지상의 천사들과 마주 한 시간이었다. 나는 손에 힘주어 그들과 악수를 했으며, 또박또박 이름을 부르며 눈을 보았다. 개별의 인간에게 새겨진 구체적인 존엄이 거기 있었다. 내 커피의 실존과 마주대했다. 감격스러웠다. 
 
물론 그 삶의 실체는 내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심연이겠지만, 나는 그 구체적 존엄 앞에 겸손해야 했다. 그들은 자연의 일부였고, 나는 그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 커피 덕에 저 멀리 한국의 누군가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그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나는 그들 몇몇에게 커피란 당신에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누군가는 커피는 행복이라면서 웃었고, 다른 누군가는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답했다. 어떤 이는 여자 친구 같다고 했다. 다들 하나 같이 다른 답변, 그래, 그것이 커피다.

나는 당신들이 채집한 커피가 ‘디아’(좋다)하고 ‘가빠쓰’(맛있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곳은 커피나무를 경작하지 않는다. 플랜테이션 농장 등에서 가꾸는 농사가 아닌 채집이다. 자연이 키워준 것을 때가 되면 채취할 뿐이다. 유기농 그 이상이다. 생두는 튼실하며 빛깔도 좋다. 맛도 뛰어나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경이로움을 품은 야생 커피가 지닌 장점이다.

하얀 커피꽃과 빨간 커피체리, 녹색 생두를 잉태하는 자연과 생산자를 만나면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짐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를 더 정성스레 만들어야겠다. 커피는 곧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들은 그것을 확인해줬다. 대자연과 생산자의 마음에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 합쳐진다면, 커피가 그보다 맛있을 수 있을라고! 공정무역 커피는 그런 ‘만남’과 ‘관계’속에서 빛을 발한다.

 
윤리적소비는 별다른 게 아니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 아는 것. 그래서 세계가 연결돼 있음을 깨닫고, 고마움을 가지는 것. 협동조합운동이 양이나 이물질 포함여부를 속이지 않음에서 시작한 것은, 마음을 담았다는 말이다. 좋은 커피에 가급적 화학첨가물을 섞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하는 우리 커피하우스의 노력은 당연한 의무다.

그들의 노동과 실존을 마주하면서 지금 내 생존의 윤리를 생각했다. 아, 나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움직이는구나. 조금 덜 먹고, 더 움직이자. (물론 커피는 많이 마셔도 된다!) 요즘 내가 만든 커피 한 잔에 담긴 윤리다. 로뚜뚜를 통한 깨달음이다. 우리는 그렇게 연결된, 세계의 점들이다. 세계는 지금을 살아가는 무수한 점들에 의해서 돌아간다. 로뚜뚜의 속삭임이다. (공정무역)커피를 마신다는 건, 세계와 관계를 맺고 연결됨을 확인하는 행위다.

우리, 커피 한 잔, 할래요? :)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1.07.29 13:54 My Own Coffeestory

커피꽃이 피었습니다. :)

동티모르 로뚜뚜에 살포시 피어난 하얀 커피꽃.
당신에게 그 커피꽃이 핀 이야기, 동티모르 커피로드를 차근차근 들려드릴게요.


단, 기대는 마세요.


저는 기대 따윈 무시해버리는 악질 커피쟁이니까요. ^.~


당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그 커피 한 잔에 연결된 세계.


커피 덕분에 행복했던 여정.



저는 발걸음을 내디뎠고, 세계는 좋았습니다.

그렇게 커피꽃이 피었습니다. :)

좋아요. 커피꽃과 인사하면서,
제가 건네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9.01.04 18:48 My Own Coffeestory

감성노화를 막는 한 가지 방법, ‘착한커피’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에게 듣는 공정무역 커피이야기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때다. 계절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도 지금은 삭풍 부는 시기다. 걱정은 많아지고, 고민도 깊어간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은 더욱 퍼석해질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황이 영혼을 잠식한다’. 그래서 우려되는 건, 감성노화! 몰링 독자들의 감성노화를 막기 위해, 여기 한 잔의 커피를 권한다. 커피에 담긴 감성, 커피가 주는 한 자락의 위로도 좋지만,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소개한다. 이 커피 한잔이면 오늘 하루, 당신의 감성은 너끈하게 촉촉해진다. YMCA연맹 커피사업부 ‘카페 티모르’의 조여호 대표의 도움말을 들어 당신에게, 권한다. ‘착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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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라이턴 지역에 위치한 ‘피플스펍(People's Pub)’.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지역민들의 신망을 받는다. 장사가 잘 된단 얘기다. 컨셉트는 ‘도네이션 바(Donation Bar)’. 그게 뭐냐고? 주인장인 마틴 웹은 “술 팔아 번 돈 중 일정액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문을 열었다. ‘내가 낸 술값이 지역 발전을 돕는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가게에 걸려있고, 기부내역은 정기적으로 발표한단다. 피플스펍은 지역주민들의 음주 개념을 바꿨다. 음주는, 단순유흥이 아닌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이 됐다. 고객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술을 마시는 행위가 곧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데, 왜 지갑을 열지 않겠는가. 여기서 지갑의 열림은, 곧 마음의 열림이다. 술 마시고 뿌듯해지는 일, 그리 흔한가. 그럼에도 피플스펍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즐거운 음주고, 착한 소비다. 브라보~ 지화자~ 건배~


피플스펍의 사례에서 보듯, 요즘 사람들, 현명하다. 또 어찌 보면 까칠하다. 소비활동이 소비만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돈 들인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 자연스레 좋은 일도 겸하게 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법. 심리나 마음에 기인한 어떤 만족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착하면 즐겁다는 것. 이는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은 말이잖나. 착한 일 하면, 절로 흐뭇해지는 경험, 설마 한 번도 못해 본 건 아니겠지!


그래서 이런 소비, 굳이 이름 붙이자면 ‘현명한’ ‘윤리적인’ ‘착한’ 등을 ‘소비’ 앞에 장착할 수 있겠다. 내가 소비한 상품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오호, 매력적이지 않은가. 바꿔 말하면, 이건 ‘즐거운 소비’다. 스스로 즐겁기 위해, 내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기 위한 소비니까. 같은 돈 쓰는 것, 이왕이면 착한 소비, 즐거운 소비를 하면, 더욱 좋지 아니한가.


커피콩을 다루고 있는 동티모르인들

‘공정무역커피’. 이른바 ‘착한커피’로 불리는 이 커피가, 당신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즐거운’ 커피다. 공정무역(Tip 참조)을 통해 조달된 이 커피는 더디지만, 조금씩 사람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잠시, 커피를 얘기해보자. 전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음용을 많이 하는 음료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취향의 음료이기도 하다. 국제원자재시장에서 부피 기준으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된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25억 잔 이상 팔린다. 이 정도면 그 커피가 얼마나 우리 삶에 밀착돼 있는지 알만하지 않나. 그런 한편으로 커피는 세계적인 부의 불균등 문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이기도 하다.


착한커피는 그 불균등 문제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커피재배지(커피존)는 대부분 이른바 ‘못 사는’ 나라에 집중돼 있는데, 대부분 거대 커피자본은 커피를 헐값에 사들인다. 커피 생산자(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쥐어주지 않고, 비자발적 아동노동 등에도 눈 감는다. 커피존 국가에서 커피는 주요 국가수입원인데, 불공정거래는 이들 나라의 경제․정치․사회 안정과 환경에 영향을 주며 마약시장 확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착한커피는 그래서 정당한 값으로 커피를 구매하고, 판매이윤을 커피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간접적으로 돕는 방식이다. 즉, 착한커피에는 좀더 바디감이 풍부하고 산미가 좋은 사람의 향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미니인터뷰)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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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맛 좋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 좋던데?

“동티모르 싸메지역의 2개 마을에서 채집되는데, 농약 없이 자연적으로 자라난 커피들이다. 강한 쓴맛이 나긴 해도, 개운하고 좋은 쓴맛이라는 평도 들었다.”(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와 호주대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370여년 간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가 1999년 독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통치를 받았으며, 2002년 완전 독립했다. 400조 규모(추정치)의 천연가스와 원유 등 자원부국이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은 50여만 원(해외 원조금액 등을 모두 합친 추정치)으로 아직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 마을주민들을 위해 어떤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나.

“ 동티모르에 학교를 만들고 컴퓨터 등을 놔주는 비용 일부가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나오고 있다. 커피 품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가공기계를 현대화한 상태다. 현재 마을조합도 추진하고 있는데, 커피 재배에 대한 주민들 인식이 부족해 촌장 할아버지의 땅 일부에 묘목 작업을 하면서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부녀자 피임교육과 건강교실, 의약품 공급 등 주민복지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청년영농지도자를 한국에서 유학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아직 공정무역커피 인식이 부족한데, 어떤 계획이 있나.

“ 커피하우스 체인을 늘려가면서 공정무역커피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는 한편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좀더 많은 커피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인식 확산도 중요한 문제다.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도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할 텐데 아직은 인식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은 여전히 캠페인이고 운동이잖나. 비정부기구(NGO)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본이나 제도도 없는 상태다. 공정무역 커피도 커피시장에서 산업적인 데이터도 없고. 어쨌든 이런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고 중요하다.”


고로, 이런 불황의 목전, 경기침체의 공포 앞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것, 낭비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필요하다. 내가 힘들 때, 도와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은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단 것, 잘 알잖나. 그것이 또한 감성노화를 막는 길이다. 이런 시기, 감성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등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감성노화를 막기 위해서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체의 젊음을 가꾸려고 보톡스나 태반주사를 맞듯, 마음이나 감성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신체에 쓰는 돈보다 훨씬 덜 든다는 사실. 커피가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수 있음도 분명하지만, 착한커피는 당신의 자부심과 세계를 아우르는 개념도 덤으로 탑재시켜줄 수도 있다. 커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그것은 분명 하나의 세계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있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커피를 마실 때, 누군가 커피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가꾸고 수확했음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당신과 나의 우주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가 아니듯 말이다. 불황기, 당신의 감성이 살아남길, 건투를 빈다!


참, 11월30일(일)까지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카페쇼 2008’를 찾아도 좋겠다. 커피는 물론, 착한커피도 맛볼 수 있겠다. 이번 주 감성은 늙지 않겠다. 다행이다.



Tip. 공정무역

거대자본을 가진 소수만 돈을 벌고 다수는 손해를 보는 구조가 지금의 주류 무역체계인 ‘자유무역’이다. 쉽게 말하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해 만든 상품이, 어딘가에서는 비싼 값에 팔려 판매업자의 주머니를 불린다. 공정무역은 이런 불공정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대안의 무역체계다. 생산자(노동자)는 최소한의 공정가격, 즉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한다. 또 초과이익(판매이윤)이 발생하면 사업이나 공동체에 재투자, 가난한 생산자(노동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일은 더 나은, 더 관대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실천 방식이다. 공정무역은 지구상의 빈곤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2008년 여름 동티모르커피산지 견학 당시의 모습(사진제공 카페티모르)



Tip. 서울에서 ‘착한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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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

카페 티모르 이대점(서대문구 대현동, 02-365-7891), 남대문점, 신림점

아름다운 카페 (종로구 재동, 02-736-0660)

6:02 (강남구 신사동, 02-445-3083)


쇼핑몰

피스커피 www.peacecoffee.co.kr

아름다운 커피 www.beautifulcoffee.com

페어트레이드코리아 www.ecofairtrade.godo.co.kr

공정무역가게 울림 www.fairtra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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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커피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커피하우스 이름은 가칭, ‘세 번째 첫 사랑’!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08.07.29 13:01 My Own Coffeestory
당신의 소비스타일을 바꾼다, ‘착한 소비’
커피 한잔으로 만나는 다른 세상...“생산자에게 정당한 댓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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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봉래동(남대문) 부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고운(31. 가명)씨.

아침 출근길과 점심식사 후 항상 커피를 마신다. 인근에는 세계적 기업인 스타벅스나 하겐다즈 매장이 있지만, 그가 가는 곳은 정해져 있다. YMCA에서 운영하는 ‘Cafe 티모르’. 동티모르산 커피를 제공하는 이 카페는 이른바 ‘착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김씨는 아라비카종인 동티모르 커피의 좋은 향미와 인근 매장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에 끌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김씨는 이 커피를 통해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Cafe 티모르를 찾는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에는 커피향미와 가격 이상의 것이 있었다. 거기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커피한잔을 마실 때마다 아마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다른 세계의 생산자와 자신이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그들의 생활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가난한 커피 생산자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함으로써 ‘착한 소비’를 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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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뜻한다. 공정무역은 쉽게 말해 생산자(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생산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보장해주는 무역방식이다. 또 생산자 공동체의 교육·의료 등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초과이익을 보장한다. 아울러 자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막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체계가 기존방식(자유무역체계)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 니카라과에서 커피 재배를 하는 농민인 블랑카 로사 몰리나의 답변은 이를 대변한다. “우리 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요.”(≪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마일즈 리트비노프, 존 메딜레이 지음/모티브북 펴냄)

그것은 곧 이 세계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된 활동이다. 그렇다고 공정무역은 자선이나 원조가 아니다. 어엿한 사업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가난한 나라 생산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프리미엄이 붙을 뿐이다. 단순 상품 소비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정무역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공정무역을 통한 제품을 사는 것을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혹은 ‘착한 소비’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최근의 먹거리 불안과도 맞물려 공정무역 제품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 가운데 유기농 식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웅지를 트는 공정무역

지난 5월10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이었다. IFAT(국제공정무역연맹)은 공정무역의 취지의 알리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매년 5월 둘째주 토요일을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1950년대부터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여개국, 3,000여개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공정무역합시다!”라는 표어 아래 행사가 있었다. 한국YMCA전국연맹 등 다양한 단체와 커뮤니티가 행사에 참여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공정무역의 날 행사에 동참했다. 커피를 비롯해 옷, 설탕, 초콜릿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들이 선보였다. 당일 행사장에서 커피트럭을 통해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 카페 Timor는 500~600잔의 커피를 판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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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점수를 주고 이들 제품의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 윤리적 소비가 하나의 새로운 소비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기관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5개국 소비자 50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자동차, 식품,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윤리경영을 준수하는 제품이라면 5~1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라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응답자의 56%는 “기업들이 윤리적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60%의 소비자들은 “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윤리적 브랜드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브랜드 전문가들도 자동차, 음식료, 소매, 의료 및 미용 등 전반에 걸쳐 윤리적 소비자운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공정무역과 만나다

이처럼 착한 소비가 서서히 뜨자, 유통계에서도 나섰다. 가난한 나라의 생산(노동)자 보호를 위한 소비 트렌드가 슬슬 형성되고 있음을 간파하고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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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백화점 가운데 처음 발을 디뎠다.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 ‘공정무역상품’ 코너를 만든 것. 현대백화점은 국제공정무역 상표인증기구(FLO)가 인증한 ‘공정무역상품’을 중심으로 커피, 씨리얼, 딸기잼, 설탕, 코코아, 씨리얼바 등 27개 상품의 판매에 나섰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FLO인증 상품코너를 마련한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

이준권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제3세계 노동자를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활동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취급 품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착한 소비’는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디지만 스멀스멀 파고들고 있다. 제품의 기능적 가치에만 집중하던 시기는 지났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맞춰주고 그들의 요구에 선행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착한 소비’는 소비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결국 이익을 만들어줄 수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선행조건이 되는 셈이다. 다만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정책이 부재하다. 소비자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생산자(노동자)에게 희망과 생존을 주는 착한 소비는 경제주체들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월간 경제포커스 7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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