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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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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의 허구 혹은 신화가 깨진 것은 최근이었다. 그전까지는 순수(결)함은 자랑이요, 대세였다. 파리에 체류했던 저널리스트 고종석이 일찌감치 그 허구의 위험성과 관용의 필요함을 간파하고, 그 불온함을 전파한 책. 논리 정연한 글은 편지글 형식을 띠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하다. 과연 파리가 아니었다면, 그 생각, 그 논리, 가능했을까.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고종석의 유럽통신》

그건 구원이었어. 군대라는, 인분을 떠먹게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은 아니지만, 폭압과 계급질서가 일상화된 감옥에서 만난. 으, 지옥에서 보낸 한철. 좀 과장하자면, ‘유럽통신’이라는 제목이 아녔다면, 군 간부들이 고종석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었다면, 불온서적으로 주홍글씨를 새기고, 날 영창으로 넣지 않았을까 싶은 이 친구, 《고종석의 유럽통신》.

어쨌든 그 엿 같았던 ‘짬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효되면서 책을 읽는데도 약간의 숨통이 트이자, 구원처럼 다가왔던 것이 고종석! 당시 격월간 무료잡지로 발간되던 <지성과 패기>의 한 꼭지로 연재되던 ‘고종석의 유럽통신’. 그 감옥 같은 곳에서 나는, 그 글을 통해 유체이탈을 꾀했지. 막막한 군 생활에 숨통을 틔워준 산소호흡기 같았다고나 할까.

당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파리에 체류하면서 여러 지인들에게 띄운 편지글을, 내게 보낸 글이 아닐까 착각(!)하면서, 내가 몰랐던 어떤 세상을 읽고 흡수했지. 그러니까, 그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읽었고, 배운 게지. 유럽을 배회하면서 건넨 비판적 세상읽기가 송두리째 날 흔들었어. 당시만 해도, 순수는 무조건 좋은 것! 개인보다 조직을 늘 우선! 이라는 것이 나를 감싼 가치관이었으니까. 제도권 교육의 폐해, 맞지? 꽐라~

그러나 내 친구는, 고종석은 말했지. 천만에. 순수는 광기, 조직의 논리는 폭력. 물론 그것이 다는 아녔지만, 당시 군대에 갇혀있던 나로선 정신의 탈주를 꾀할 수 있었어. 숨통이 트인 게지. 나는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 독립적인 개체로서 인류의 한 구성원이라는 것. 개인주의라면 치를 떨만한 군대에서 만난 청량감. “세계시민주의로서의 개인주의는 불순함에 대한 사랑이고, 관용에 대한 경배입니다.”

나는 새로운 시선과 세상을 만났지. 어쩌면 지금의 나를 일정부분 형성하게 만든 이야기. “종교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모든 교조주의, 근본주의의 심리적 뿌리는 순수(결)성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순수(결)함이냐 불순함이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저는 말할 나위 없이 불순함의 편입니다. 순수함에 대한 열정, 순결함에 대한 광기는 결국 불순함에 대한 증오,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그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가져온 가공할 재해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 불온함이 열어준 세상 덕분에, 나는 기존의 주류 가치가 심어놓은 감옥에서 탈피할 수 있었어. 알다시피, 불온함이란 그런 거잖아. 지배세력과 기성세대가 해석 불가능한, 자신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리키는 것.

21세기에도 여전히 야만이 지배한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지. (방송가에서) 퇴출시키고, (이 땅에서) 강제출국 시키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갈 곳을 묻는 당신에게 국가가 폭력으로 대답하는 세상’이잖아. 결국 순수(결)에 대한, 조직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욕망이 만들어놓은 지옥도.

그러니까, 이 후지고, 비겁한 세상에서 나는 아직도 내 친구가 알려준 가치를 마음 깊이 품고 있어. 이미 속물이 돼 버렸지만, 그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세상의 주류가치에 미욱하나마 저항하고자 하는 내 불온함의 원천 중 하나. 책을 구하기 힘들다고? 그렇다면 그저 ‘고종석’을 읽어도 좋겠다. 그 불온함은 《자유의 무늬》《서얼단상》 등에서도 묻어나거든. 어때? 내 친구, 괜찮지?

[다음 시간에 계속]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나는, ≪밤은 노래한다≫ 이전에, 김연수(의 책)를 읽은 적이 없다.
다만, 지난 여름, 한 북콘서트 현장에서, 김연수를 처음 접하고,
그의 여행철학에 깊이 동감했다.
그때가, ≪여행할 권리≫가 나온 직후였다.


( 재미난 건, 그 6월의 북콘서트 현장과, 10월의 향긋한 북살롱 현장에서,
김연수는 똑같은 파란색 상자곽 무늬 옷을 입고 있다는 거다.
되게 좋아라~하는 옷인가보다.
낭독의 밤 포스터에도 같은 옷을 입고 찍은 걸 보니. )

나는 그렇다. 공항을 가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순간, 오르가슴을 느낀다.
내 일상과 모든 것이 박힌 이곳을 떠나 다른 어딘가에선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일까.
글쎄, 정확하게 그걸 설명은 못하겠지만, 나는 그렇다.

김연수는 '공항(을 찾는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한 욕망"이라고.
국경은, 그렇게 또 다른 나를 상정할 수 있는 경계가 아닐까. 다른 세계에 도달하려는 노력이기도 하고.
내가 쳐놓은 울타리, 내 안에 있는 울타리를 넘어, 내가 아닌 어떤 사람이 돼 보는 것.
참으로 그래서, 여행은 매혹적이다.

≪밤은 노래한다≫를 아주 빠져들면서 읽진 않았다.
필요로 의해 읽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게지.
소설 하나로 단정짓긴 그렇지만,
그의 전작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저 느낌이 닿는다면, 생각이 난다면, 읽는 게지 뭐.


그런데, 뜬금없이 스페인을 가고프다.
지난주는 뭐랄까. 스페인이 느닷없이 한꺼번에 뎀벼들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남편둘-아내하나-아이하나로 구성된 가정의 서식지가 스페인이었다.
김연수를 만나서, 스페인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종석 선생님은 번개 자리에서 스페인이 정말 참, 좋다고 하셨다.
나라는 녀석도, 스페인에 가 있으면 참 좋겠다.
혹시 어느 아내의 둘째 남편이 돼도 좋으니, 스페인이라면 빙고~ㅋㅋ


어쨌든, 이런이런 운 좋게도,
≪밤은 노래한다≫를 집필할 때, 김연수 작가가 참고했다는 하드북이 당첨돼,
그 책을 받아서 참 좋았다는 말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받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ㅋㅋ
내 생각에,
김연수는 대화나 대사라면 모를까, 낭독(낭송)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지녔다.
글로 드러난 그의 목소리가 훨 낫다.^^
(물론, 다르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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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북살롱] 사랑을 읊고, 밤을 노래한 김연수의 낭독유혹기
- 『밤은 노래한다』의 저자 김연수


알다시피,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가을이 익어가는 10월13일의 홍대 부근, 예스24와 상상마당이 마련한 ‘향긋한~ 북살롱’에 나타난 소설가, 김연수가 그랬다. 그저 슬그머니, 낌새를 차릴 새도 없이, 독자들 앞에 나타난 김연수. 최근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펴냄) 출간 이후 독자와의 첫 만남이란다. 3주 후면 서울 하늘이 아닌, 스페인 하늘을 마주대한다는 김연수. 최근 EBS 세계테마기행에선 초원의 나라, 몽골을 헤집고 다니더니, 다시 ‘스페인이라니, 연수야’(『사랑이라니, 선영아』를 변용해서). 거참,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 아닐쏜가. 그는 모름지기, ‘여행할 권리’를 철저히 누리고 있는 ‘유령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래, 지난 여름 북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던 그는, ‘국경, 한계, 틀’을 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른 세계에 도달하려는 노력. 『밤은 노래한다』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며, 낭독회를 마련한 것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것은, 김연수 혹은 『밤은 노래한다』, 아니면 1930년대의 간도라는 다른 세계를 만난 기록이다. 같은 말의 다른 판본(들). 낭독하는 김연수의 발견. 김연수, 밤을 노래하다.


김연수, 사랑을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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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밤은 노래한다』를 간략 소개하자면, 이 소설은 1930년대 초반, 오늘날 우리가 연변이라고 부르고, 간도 혹은 동만이라고도 불린, 이름만큼이나 기막힌 사연이 많은 땅의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소재로 했다. 동지가 동지를 죽이던, 기막히고도 참담했던 사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모를 얽히고설킨 복잡함과 혼돈”(한홍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떤,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한. 

어쨌든 이 자리는, 낭독회다. 음악이 흐르고, 이야기의 일부가 낭송되며, 청중들의 귀가 열리는 시간. 어디 가서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어려웠을 마당에, ‘낭독이라니, 연수야’, 라고 타박할 사람이 혹 있었을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김연수는 ‘만주의 문장들’을 음악과 함께 조곤조곤 풀어냈다. 한편으로, 책을 들고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든 낭독시간이었음도 실토해야겠다.

처음은 그랬다. 예상했던 숙연함이 아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좋다며, 말을 건넨 김연수는 약간 달떠보였다. 그러나 이내 곧 낭독 시작을 알리고, 음악이 흘렀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낭독할 부분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워밍업이 끝나고 시작된 사랑에 대한 낭독. 결에 묻어나는 김연수의 감수성, 김연수의 목소리, 밤이 노래하는 낭독의 시간. 고결한 존재,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순수한 영혼에 가까운 이정희와 사랑에 대해 알아가는 김해연의 심정(p. 30~32)이 김연수의 목소리를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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