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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리 보이는 계기는 무엇일까? 

세상을 달리 보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런 계기나 순간,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형태로든. 가령,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로, 애써 문제의식을 외면하고 달리던 내가 ‘일단 멈춤’을 택한 것은 그 어느 해 가을날의 햇살 때문이었다. 햇살은 고왔는데, 내 삶은 질척거렸다. 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어떤 간극이 자꾸만 생을 좀먹고 있는 것 같았다. 갑갑했고, 우울했다.


그런 날, 내 목을 타고 내려간 커피 한 잔. 어쩌면 뜻밖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곧, 나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됐다. 관성처럼 바라보던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 달리 보였고, 달리 보게 됐다. 내 생을 칭칭 동여매고 있던 붕대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허위로 날 지탱하던 직업을 그만 뒀고, 나는 커피를 만들기로 문득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만드는 남자가 됐다.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고의 커피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나는 ‘당신’이라는 단 한 사람을 위한 커피를 만드는 남자가 됐다. 커피라는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나는, 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드립커피를 내리는 속도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간극은 좁혀졌고, 나는 이전보다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됐다. 나의 원래 속도를 찾았다. 커피, 아 템포(본래의 빠르기로).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그가 세상을 달리 보게 된 첫 계기는 질병의 역습이었다. 서른네 살의 유럽여행, 심각한 신경장애 증상을 유발하는 미확인 바이러스성 또는 세균성 병원체가 그를 덮쳤다. 자율신경계가 망가졌고, 모든 신체기능들이 고장 났다. 그가 할 수 있는 일, 순간순간을 참고 이겨내는 것밖에 없었다. 질병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앗아갔다. 행간을 보건대, 절망으로 도배된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이 도래한다. 제비꽃 화분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건. 달팽이가 그에게 왔다.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에게 느림보 생명체가 느닷없이 다가왔다. 세상 모든 속도가 급하게 멈춘 그에게, 달팽이는 유일하게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였다. 두 생명은 의기투합했다. 《달팽이 안단테》는 그러니까, 두 생물의 동거의 기록이다.


흥미로웠다. 세상의 주류 속도에서 생래적 혹은 불가항력의 사고로 이탈한 두 생명의 교류와 교감. 물론 저자의 일방적인 관찰처럼 보이지만, 내겐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생명은 눈을 맞추고 속도를 맞추는 순간, 서로가 영향을 미치고 받는다.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들이 형성하는 생물 환경. 생물 환경은 그것이 둘러싸고 있는 생물과 함께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곧, ‘공진화(coevolution)’인 셈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달팽이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나와 관계된 인간 세계는 반대로 점점 더 멀어졌다. 나와 같은 종은 너무 크고 너무 경솔하며 너무 혼란스러웠다.”(p.55) 


그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 어느 날부터는 방문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데 몰두하는 자신도 발견한다. 달팽이와의 동거와 관찰이 야기한 새로운 시선이다.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녀석의 호기심과 우아함은 나를 평화와 은자의 세계로 점점 더 가까이 이끌었다.”(p.57)


내게 커피가 그랬다. 커피의 우아한 맛은 나를 평화의 상태로 이끌었고, 커피의 역사와 유통을 통해 나는 세상의 불공정한 교역실태를 새삼 깨달았다. 커피의 다양한 맛과 다양한 변수에 의한 변덕(?)은 사소함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뭣보다 나는 내 생에 맞는 속도를 찾았다. 모두 똑같은 시간을 살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생에 묻은 시간의 결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보면서, 그에게 있어 달팽이가 내겐 곧 커피임을 알았다. 

읽는 내내, 그에게 이입이 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질병이 바꾼 저자의 삶은 더욱 격했을 터이다. 삶이라는 질병이 내게도 틈입했지만, 그는 거기에 바이러스의 침공까지 받았으니, 오죽했겠는가. 과거나 지금이나 존재하긴 매 한가지이지만, 그에게 닥친 질병의 무게는 그를 더 고립상태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는 종종 그것을 토로한다. 누군가 떠나고 또 누군가는 변하는 상황에서 고립은 그를 더욱 깊이 병들게 하기도 했단다.


그런 상황에서 달팽이는 구원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작고 사소한 달팽이라는 생명이 주는 영향력이었다. 


“우리 달팽이는 내 영혼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우리 둘은 온전히 하나의 사회를 이루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고립감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었다.”(p.152)


그것에서 나는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고 말한,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을 떠올렸다. 저자는 달팽이(들)가 아니었으면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과 다른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은 그것의 삶을 돌아보는 일. 그것은 관찰자인 저자에게도 삶의 목적을 부여했다. 달팽이가 작고 느리다고 멸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인간의 오만이다. 다윈이 자신의 일기에 썼다는 한 다짐이 떠올랐다. 어떤 생명체를 논하든, 하등하거나 고등하다고 쓰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


저자는 되레 달팽이의 존재감이 인간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달팽이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것이리라. 달팽이는 주로 죽은 것들을 먹어치우고 배설물로 분비하여 토양에 영양분을 되돌려주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반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다. 오히려 해만 끼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과 다른 생명에 대한 오만으로 똘똘 뭉친 채.


달팽이를 다시 생각했다. 속도를 다시 돌아봤다. 이 책, 달팽이의 속도에 대한 찬양복음서 같다. 


“달팽이의 타고난 느린 걸음걸이와 고독한 삶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의 시간 속에서 헤매던 나를 인간세계를 넘어선 더 큰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달팽이는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그 아주 작은 존재가 내 삶을 지탱해주었다.”(p.181)


그것은 아울러 너무 급하게, 너무 빠르게, 관성처럼 달려온 삶이 불러온 파열음을 알아채자는 호소다. 그런 파열음에서 비롯한 균열이 우리 세계와 자신의 삶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자는 성찰적 호소. 느닷없이 다가온 질병에 이어 달팽이는 저자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꿨음이 분명하다. 또한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독자는 달팽이가 주는 사유에 동참할 수 있다. 암세포의 속도보다 달팽이의 속도가 인류 본연의 것임을 자각할 수도 있다.


작가는 한없이 늦춰진 속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입증했다. 《달팽이 안단테》, 그것의 명백한 증거다. 커피와 함께 한 달팽이의 속도. 나는 내게 맞는 속도, 나만의 속도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론 역주행도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하게 이 사회에 썩어 들어가라'는 주술을 거부할 순 없다. 그것이 내겐 '달팽이 안단테'이기도 하니까.  


주류 속도와는 명백히 다른 빠르기. 그래도 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아무렴, 세상이 달리 보이거나 세상을 달리 보게 되는 일은 살아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당신이라는 사람만을 위해 내리는 나의 커피, 아마도 우연이 빚은 사고(?)일 것이다. 《달팽이 안단테》를 만난 것도 마찬가지. 죽기 전 다시 들춰보고, 살아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축복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사물과 동물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여전히 당신이 휘말릴 수 있는 우연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903,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27) -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로자
붉은 로자. 불꽃의 여인.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두뇌.
레닌, 한마디 덧붙인다. "그녀는 혁명의 독수리였으며, 독수리로 남을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순정한 혁명주의자의 이름.  
급진적이었고, 극좌라는 표현도 잘못된 건 아닐 것이다.
폴란드 출신 독일의 사회주의자인 그녀는 타협을 모르는 불굴의 혁명가였다.

엊그제 장원봉 교수의 협동조합 강연, 로자 누나의 이름이 언급됐다. 반가웠다.
뜨거운 수정주의 논쟁을 펼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과 협동조합과 관련해 펼친 논쟁의 일부.

로자는 협동조합을 수정주의로 인식했다. 그녀는 주장했다.
"협동조합에게서 무슨 사회성을 발견할 수 있지? 결국 그것들은 개인주의적인 것뿐이야. 결국 개인주의 기업으로 퇴행할 거야."

베른슈타인은 반박했다.
"생산자협동조합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소비자 협동조합의 구매를 위해 생산한다고!"

다시 로자는 공격했다.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세상을 봐. 거대한 제조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협동조합으로 가능할까?"

베른슈타인, 뜸을 다소 들이며,
"하지만 우리는 산업자본은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상업자본은 소비자협동조합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


100년 전이었다. 결과적으론 로자의 주장이 옳았다. 
급격한 시장화와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이전에 발흥했던 사회적경제는 퇴조했다.
복지국가의 도래도 협동조합이 약해지는데 한몫했다. 국가가 협동조합의 몫을 대신했으니까.

로자는 어쨌든 대처 이전 '철의 여인'이었다. 물론 대처와 판이하게 다른 철학과 사상으로 실천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 로자의 신념과 이상은 그에 기반했다. 실패도 그녀에겐 자극일 뿐.  

로자가 마지막에 남긴 글은 이랬다.
"그러나 혁명이 가진 특수한 생명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거듭되는 패배를 통해서만이 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말, 바꿔말하면, "씨바, 쫄지 마!"
즉, 패배는 혁명의 '스펙'이다. 스펙을 그만큼 쌓아야, 승리도, 혁명도 가능하다는 법칙.

결론은 이렇다.
나로선, 로자 룩셈부르크와 커피의 친연성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순정한 혁명주의자였기에 그녈 떠올린다면 1월15일의 커피는 '리스트레또'.
커피 향과 맛을 좌우하는 성분 중심으로 뽑는 리스트레또가 맞다.
잡맛을 가능한 제거한 순정한 에스프레소의 엑기스.  

로자는 93년 전인 1919년 이날, 살해당했다. 비극, 그 자체였다.
한때의 동지가 집권한 가운데, 군인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고 확인사살당했고 강에 버려졌다.

그 죽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붉은 로자도 사라졌네/ 그녀의 몸이 쉬는 곳마저 알 수 없으니/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말했고/ 그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이 그녀를 처형했다네."  


한명숙
1월15일. 1919년 로자는 죽었고 2012년 한명숙은 민주통합당 당대표가 됐다.
한 여성이 죽고, 한 여성이 일어났다. 1월15일의 커피가 '리스트레또'가 돼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아 물론, 로자와 한명숙은 너무도 다른 인물이다.
'무죄녀' 한명숙 대표, 청렴한 행정가일 수 있겠다. 반MB정서를 업고 야당 대표로까지 올라섰다. 잘된 일이다. 그것도 여성이. 격하게 찬성!

그러나, 냉정하게. 한 대표가 정권을 바꾸게 하는데 일조할지는 모르겠다. 
한명숙(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인민의 삶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혁명은 없다.   
지금 엄혹한 1대99 시스템을 바꿀 정치인, 아니다. 나는 그들의 개혁(가능성)조차 회의한다.
근본적 모순에 대한 언급도 없고, 반성도 미미하다. 그 모순을 해결할만한 콘텐츠도 미약하고.

더 냉정하게 투표로 이들 세력에게 권력을 준들,
그들이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반성과 성찰, 깨달음을 통한 실천을 못한다면,
우리는 투표 기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투표만 하면 뭐든 바뀐다고? 조까라 마이싱. 내가 보기엔 그들은 로자가 아니다.
결국 인민이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 투표보다 직접 액션을 통해 점령해야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의 말을 담아둬야 할 이유. 
"만약 올 한 해 동안, 권력을 휘두르는 금융자본을 제어할 적절한 수단과 정치적 의지가 표출되지 않는다면 모든 선거는 쓸데없는 짓이 될 것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독일 베를린의 지하철 한 역 이름이 '로자 룩셈부르크'라더라.
그 언젠가 1월15일엔 로자 룩셈부르크 역에서 리스트레또 한 잔을.

아 물론, 강철 여인, 혁명의 독수리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리투아니아 출신 사회주의자 레오 요기헤스. 로자의 오랜 스승, 동료, 연인이자 사실상 남편.
고종석에 의하면, "독립 여성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로자가 레오 앞에서만은 순한 양이 되었다." 로자가 레오에게 보낸 연애편지, 참으로 달큼하다. 로자라는 한 여자안에서 나온 것인지, 우와~

혁명은 사랑과 함께다. 커피도 사랑과 함께라면, 이날의 리스트레또는 달금하다.  


룩셈부르크
로자 '룩셈부르크' 얘기기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룩셈부르크의 속담 중 하나. (으응?)
"룩셈부르크인은 혼자 있을 때 장미밭을 가꾸고, 둘이 모이면 커피를 마시고, 셋이 모이면 악단을 만든다." 그렇게 커피를 들입다 마시니, 이런 통계도 나온다.

2010년 기준 27.2kg.
룩셈부르크 한 사람당 1년에 소비하는 커피의 양이다. 세계 최대란다. 한국? 
같은 해 기준 1.9kg이다. 전 세계 34위. 그래봐야 룩셈부르크의 1/14이다. 


루니 마라(루느님!) 
여자 얘기 또 안 할 수 없는데, 나, 한 여자한테 단단히 뿅 갔다.
이토록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니! 일은 물론이요, 자기 앞가림도 끝내주게 잘한다.  
용 문신한 여자가 이리 치명적일 줄이야. 격하게 애정할 수밖에 없는 여자, 루니 마라!!!
데이비드 핀처판 <밀레니엄>히로인이다. 남자주인공 미카엘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저리 가~

얼굴과 몸 곳곳엔 피어싱, 등에는 용 문신, 가죽점퍼로 간지를 뽐내고 줄담배를 피우며 오토바이를 모는 폭주족, 리스베트 역의 루느님.

그녀가 극중 법적보호자인 변호사 닐스(요릭밴 와게닌젠)의 변태성행위에 복수하면서부터, 나는 훅~ 갔다.

미카엘을 죽음 직전에서 구하고,
그에게 May I Kill? 하고 묻는데, 씨바, 얼릉 죽여 줘, 죽여 줘, 뒤따라다니면서 외치고 싶었다.

한 마디로 '마성'!
예쁘진 않은데, 이뻐~
그 미친 존재감에 내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
아드레날린 강하게 돋는다. 보장한다. 이 여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리스베트가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미카엘을 사랑할 때, 나는 한없이 미카엘이 부러웠더랬다.
그녀의 온몸을 더듬고 애정하는 미카엘이 되고 싶었다.
물론 마지막 장면, 그녀는 끝까지 쓸쓸하고 멋지다. 
뻔하디뻔한 금발 편집장과 시간 보내려 리스베트의 사랑을 소외시킨 미카엘, 바보에 멍충이다.
여자 볼 줄 모르는 병신. 내게 이런 여자만 있어봐라. 평생 뫼시고 산다!

이런 파격은 드물다.
루니 마라, 단숨에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과 동급으로 내 여신전에 올랐다. 루느님~

강한 여자에 대책없이 끌리는 나는 역시 '강한 여자종속형 수컷'일세.ㅋ



남자3호
남자 3호, 재밌고 신나는 경험.
내가 찍은 여자는 매력투성이에 마성이 보이건만, 아무도 안 찍는다.
선물만 줬다. 나도 염치를 아는 사람이니까!ㅋ   
그녀,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신의 서사를 가진 사람 같았다.
살면서 어떤 변수가 그녀에게 개입할진 몰라도, 내 느낌이 맞다면,
그녀는 더 멋있는 마성의 여자이면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헤이데이의 캘리그래피. 멋있다!


아울러,
10만 년 전에 내가 여자였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자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나저나, 내 이름은 왜 이리 제 각각이야. 쯧.  
인디언식 이름. 웅크린 태양의 그늘(그림자) (음력. 웅크린 늑대의 고향)
조선식 이름. 소싯적 마당쓸던 기생오라비. (팡 터졌다.)
일본식 이름. 아이노 켓쇼오. 사랑의 결정.
중세식 이름. 알버트 콘라드. 대단히 뛰어난 수다스런 조언자.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집을 나서거나 들어올 때, 아파트 화단에 장미덩쿨이 자리한다.
나설 때,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서 향을 맡아준다.
들어올 때, 역시 안녕~하고 살포시 스다듬어준다.
혹은, 와 오늘은 예쁘구나~하고 말을 건넨다. 

간혹, 그 장미를 덩쿨에서 뜯어내,
내 방이나 어느 공간에 놓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정말 앞에서 고민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힘들게 잡았다.
나처럼 쟤네들을 보는 사람이 있겠지.
뭣보다, 장미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혼자 쓸쓸히 죽어가야 하잖아.

헌데, 지난 여름비에 꽃이 후두둑 떨어졌다.
나의 리추얼 하나도, 뚝 떨어졌다.
왠지 아쉽고, 서운한 기분.

여름비 사이로 힘들게 햇살이 비친 날,
송이를 거의 떨어트린 그들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내 손으로 뜯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와 만나서 어쩌면 즐거워했을지도 모르니까.

아마도, 내가 그렇게 인사해준 것이 그들도 고마웠으리라.
'예쁜 장미'라는 말보다 더한 보상이 있을라고.

《홀가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그런 이야길 한 적 있는데,
커피 만드는 내게 가장 큰 보상은 큰 돈이 아니라,
"(당신이 내려준) 커피, (당신 마음이 담겨 있어서인지) 참 맛있어요"라는 말 한마디.

말하자면,
커피도 병인 양하여, “커피가 맛있어요”라는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가 되고, “커피 맛도 모르는 입이 어디 입인가”라는 독설(?)도 마다 않는,
나는야, 시크한 커피 만드는 남자. ^^;;

"의사에게 '친절하고 좋은 의사'라는 말보다 더한 보상이 어디 있을라고요. 선생님에게 '졸업하고도 계속 보고 싶은 스승'이라는 말만큼 짜릿한 보상이 있을라고요. 부모에게 '나는 엄마 아빠가 참 좋아'라는 말 이상의 보상이 다시 있을라고요." (《홀가분》, p.156)

그러니까, 본질.
장미가 있을 곳에 있고,
의사는 친절하고 좋아야 하고,
선생은 졸업하고도 계속 보고 싶어야 하는 본질.

암, 커피는 맛있고 봐야지.
참고로, 맛있다는 말에는, 행복하다, 기분 좋다, 이런 뜻도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말이 가장 짜릿한가요~?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나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


옹졸한(?) 반골기질이 초큼 있어서, 즉 성격 더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커피하면 떠오르는 직업군이자, 흔히 알고 익숙한 '바리스타'라는 호칭보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물론 혼자만의, 편협한 자기해석이니, 흘려들으셔도 좋아요. ^^;  
바리스타가 좁은 의미에서, 바에서 커피(음료)를 만드는 사람에 한정된 것이라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세계에서 물 다음 음용을 많이 하는 커피라는 검은 유혹의 추출에만 집중하는 것, 아닙니다.

커피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입니다.

아니, 그깟 커피로 무슨 세계를 들먹이냐고 말하신다면, 당신은 미운 사람~ 아니 상종 못할 인간. 당신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커피보다 낫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호히 말해드리오리다. 우리의 입을 자극하고 마음을 건드리는 커피는 인류의 역사, 문명의 변화와 함께 한 오래된 세계랍니다.

현재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커피는, 뭣보다 세계 교역의 불공정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상품이죠. 주로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바다를 건너가면서 이른바 문명국의 일상화된 음료가 되지요. 그 갭을 아신다면, 커피에 담긴 세계의 일부를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겁니다. 언젠가 또 얘기하겠지만, 커피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답니다. 그리하여, 커피를 통해 당신의 세계를 더욱 넓힐 수 있습니다. 그건 제가 장담하지요.   


커피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창조의 시간과 비슷합니다.

부엌이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있으면 잘 아실 겁니다.
그것은 대자연(물, 빛, 바람, 햇빛 등)의 화음으로 빚어진 자연이 내 손을 거쳐 서서히 변화하거나 전혀 다른 맛과 형태로 바뀝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생성의 즐거움이라고 합디다. 커피 역시 그렇다지요. 자연이 만든 생두(그린빈)을 볶고 뽑아서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 역시 저에겐 창조입니다. 요리술이 '불멸의 식욕을 만들어 내는 일상의 연금술'인 것마냥, 커피술(알콜이 아닙니다욧!)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어떤 커피를 만들고, 어떤 향을 뽑아낼 것인가의 문제. 창조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것은 커피.

커피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맛으로 멋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감각적인 맛으로 정서적인 멋을 만들고,
적극적인 맛이 은근한 멋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생리를 필요로 하는 맛은 교양을 필요로 하는 멋으로 탈바꿈할 때도 있는데다,
정확성에 초점을 둔 맛과 함께 파격을 추구하는 멋이 공존할 뿐 아니라,
그때뿐으로 끝날 맛이 여운을 가진 멋으로 화장을 하는 순간을 아세요? 
얕은 맛과 깊은 멋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현실적인 맛으로 이상적인 멋을 만든다면, 
정염의 사랑에 가까운 맛도 좋고, 플라토닉 사랑에 가까운 멋도 좋아요~
맛과 함께 멋을 느끼며 당신은 맛쟁이 그리고 멋쟁이~
아, 바로 저를 말씀하시는 거죠? ^.^ 

커피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의 커피 이야기로 갈음합니다.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습니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쳤어요.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 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에 몸담고 있지요.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습니다. 아 참, 커피를 맛으로만 기억하려 하지 말고 커피를 마실 때 당신의 이야기도 함께 가지세요. 아마도 그건, 커피와 당신이 하나가 되는 마법의 순간?

마지막으로 커피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당신에게 가는 길입니다.

당신을 위한 나의 마음.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으로 삼투압하는 마술. 당신만을 위한 나의 커피,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 잔 건네고 싶어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커피 한 잔 하실래요?'의 주술!

그리하여, 제가 보고 싶은 책은 커피와 세계에 관련된,
딱히 커피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커피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세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사유하고픈 세계를 담았습니다.
간절하게 또 두려움 없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홍성민 역 | 뜨인돌 | 2009년 10월

커피는, 이 책에서 가장 앞의 챕터인 욕망에서도 가장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커피의 힘. 이만하면 아시겠죠?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박광식 역 | 심산문화(심산) | 2003년 07월

제목에서 '삘'이 팍팍 오시죠?

설탕과 커피, 우리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이 상품(!)은 어떻게 우리와 관계를 맺게 됐는가.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
박찬일 감수/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저/김희정 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05월

커피의 심장, '에스프레소'의 고향, 이탈리아.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요. 그것이 알고 싶어효~

 

 

도시와 인간
마크 기로워드 저/민유기 역 | 책과함께 | 2009년 04월

커피의 전세계적인 창궐(?)을 불러온 것은 도시에 만들어진 '커피하우스' 덕분이었죠. 중세부터 현대까지 서양도시의 변화를 탐구한 이 책에도 아마 커피하우스 얘기가 있겠죠? ^^

 

비포 컵 라이즈 뉴욕
이명석,박사 글,사진 | 생각의나무 | 2010년 06월

카페 정키, 커피 홀릭임을 자임하는 이명석씨가 메트로폴리스 뉴욕의 카페 여행자로 나선 기록. 아, 뉴욕과 카페. 함께 갈 걸 그랬죠? ㅠ.ㅠ

 


 더 레프트 THE left 1848~2000
유강은 역/제프 일리 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02월

아니 좌파와 커피가 뭔 상관? 천만에요, 세상을 뒤흔들거나 바꾼 혁명의 배후(?)에 커피가 있었다는 사실. 모르면 바보~(헤헤 넝담). 좌파들에게도 이성과 사유의 자극제였던 커피는 필수음료였다죠? 아, 전 우측보행을 즐겨하는 사람입니다. ^^;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 저/김성곤 역,해설 | 비채 | 2006년 11월

 이건 또 뭐냐고요? 닥치고, 제 말 들어보삼. 이 책의 저자 리처드는 이런 말을 남겼죠.

때로 인생은 단지 커피 한 잔의 문제,

혹은 커피 한 잔이 가능케 해 주는 친밀함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자자, 오늘은 이 정도로~
자, 어떤 이야기부터 해 드릴까요? ^.~
당신에게만 살짝 속삭일게요.

아 참, 그 전에 이 책을 받아서 읽어야 하겠죠?
예스24에서 번개이벤트로 책 주는 행사를 했는데, 당첨되는 행운이 온다면, 이야기를 더 풀죠. ^^

흠흠, 근데 다 주진 마세요. 시간이 넘으넘으 오래 걸리잖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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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나리는 2010년의 4월1일.
지난 7년 전, 홀연히 세상과 절연을 선언하고, 영원히 우리 가슴에만 남은,
(장)국영이 형의 기일.

만우절이면, 아니 만우절보다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 이름, 장국영.



어떤 커피가 좋을까.
뜨겁게 살다가, 한 순간에 식은 국영이형을 떠올리며,
국영이 형이 가장 좋아했던 동티모르 커피라고 하면,... 새빨간 뻥이고.
어떤 커피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를 위해, 그를 기억하며, 에스프레소 샤커레또.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얼음과 함께 쉐이킹해서 급아이싱한,
얼음을 제외한 차갑게 식은 에쏘의 맛과 향이 그대로 냉각된, 에쏘 샤커레또!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고픈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당신이라면,
 이날 에스프레소 샤커레또를 홀짝이며,

국영이 형이 <아비정전>에서 작렬했던 궁극의 작업멘트를 곁들여서!!!
“1960년 4월 16일 우리는 함께 했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했던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이 1분은 이제 지울 수 없는 1분이 됐어. 내일 다시 올게.”


아마, 당신의 그 얘기를 들은 그 누군가는,
<아비정전>의 수라진(장만옥)이 읊조렸듯,
“그는 1분을 쉽게 잊겠지만 난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고 할지도...

그렇게...

안녕, 국영이형...

[메종드 쭌/그 사람 인 시네마] - 장국영 리덕스!

[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국영이 형, 제 맘보춤 봐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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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③


(※ 이 글은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앞선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에서 이어집니다.)


나, (마)초성도 좀 놀랍다. 격하게 놀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인스턴트커피, 그러니까 일명 자판기, 다방커피에 길들여진 내가 어쩌다 커피강좌를 듣기 시작해서 세 번까지 왔단 말인가. 된장녀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커피가, 이상하게 묘한 매력, 중독성, 있다. 내가 미쳤어~♪


사진제공 : 애니북스

어쨌든 그렇게 다시, 브라운하우스(www.brownhaus.co.kr)로 찾아갔다. 이젠 봄기운이 완연한 4월4일 토요일의 세 번째, 마지막 강의. 지난주 예고대로 ‘더치커피’가 우릴 반긴다. 더치, 그러니까 네덜란드의 커피 음용방식 중 하나였다는데, 여느 커피와 달리 뜨거운 물이 아닌, 찬 물을 한 방울 한 방울 똑똑 떨어뜨려서 추출하는 방식이란다. 뜨거운 커피에 비해 카페인도 거의 없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인향이 말로는 ‘커피의 눈물’이라는 닉네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하는데, 내 손에 쥐어진 이 더치커피는 24시간 동안 찬 물을 똑똑 떨어뜨린 맛이란다. 흐음. 이건 또 다른 맛과 향이로군. 신기해~


커피의 심장, ‘에스프레소’를 만나다


이번 시간은 에스프레소. 그러면서 기계가 있는 쪽으로 데리고 간다. 그래, 저 몸통 희한하게 생겨먹은 기계가 궁금하긴 했다. 인향이 따라 가보면 다들 저런 기계에서 커피를 순풍순풍 뽑아대더라고. 바리스타들이 만지작하면 쏴아~하고 누리끼리하면서도 시커먼 액체가 나오는 것이 뭐랄까, 설사하는 것 같기도 했어.^^;;



참, 에스프레소 강좌는, 바리스타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 것 같은 실력의 소유자인 송영주 바리스타께서 맡아주신단다. 흠, 저리도 아리따운 분께서 뽑아주시는 커피라면, 아마 고독마저 감미롭겠지? 역시나 인향이 몰래, 흘깃흘깃. 커피 강좌 계속 들었으면 좋겠군. 흠흠. 물론, 흘깃대다 들키면 후덜덜.


송 바리스타 왈. 에스프레소 머신은 반자동과 전자동이 있단다. 여기 강의실에 있는 건, 반자동. 원두를 갈아버리는, 뭐라고라?, ‘그라인더’가 전자동 기계에는 내장돼 있단다. 에스프레소 전용 그라인더도 따로 있다네. 전용과 비전용의 차이라면, 분쇄에서 차이가 나는데, 에스프레소는 빨리 추출하기 위해서 입자를 더 가늘게 분쇄한다는군.


그리고 드립에서의 드리퍼 역할을 하는 것이 포터 필터. 저기에 커피원두를 담아서 기계에 끼우면 에스프레소가 팍팍. 구멍이 1개짜리도 있고, 2개짜리도 있는데, 쉽게 1인분, 2인분이라고 보면 된단다. 포터 필터에서 원두를 담는 부문은 바스켓 필터라고 하고, 원두는 1인분은 6~7g, 2인분은 14~16g을 넣는단다. 그래서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시간은 18~30초에 맞춰진다네. 그래야 제대로 된 크레마(Crema)가 형성돼 맛이 좋단다. 왜 초수가 정해져있지, 궁금해 하던 차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저 정도의 초수로 뽑으니까 악성요소가 나오지 않더라, 이렇게 된 거죠. 가게마다 다르긴 해도 빠르게는 18초, 늦게는 30초까지 에스프레소를 뽑아요.”


첫 번째 강좌에서 언급했듯,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표면에 떠 있는 황금빛의 거품층을 뜻하지. 유화오일과 원두커피 조직이 담겨있는 층. “크레마 그 하나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뽑았는지 아닌지 평가가 가능해요.” 야, 그까짓 거품이 그렇게 중요한 거란 말이야? 앞으로 커피하우스에 가면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 저 황금빛 오일이 제대로 나왔는지 아닌지 봐야 되겠군. 황금빛이 안 나기만 해봐라. 콱. 흐흐흐.


그리고 그라인더에 원두가 담겨진 통인 호퍼, 포터필터를 꼽는 곳인 그룹,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를 만드는 우유를 데울 때 필요한 스팀노즐 등을 이야기하는데, 어휴 왜 이렇게 많아. 자판기커피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인데, 반자동 기계를 사용하려면 별의별 기구와 기계를 알아야 하는구나. 고된 직업이야.


Tip. 탬핑, 탬퍼, 태핑


․ 탬핑(tamping) - 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고 고른 압력으로 포터 필터에 다져주는 작업. 좋은 에스프레소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바른 탬핑 습관을 길러둬야 한다. 탬핑이 잘돼야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kg 가량의 중량으로, 대개 두 차례에 걸쳐 탬핑을 한다.

․ 탬퍼(tamper) - 탬핑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바리스타에게는 군인의 총과도 같은 것.

․ 태핑(tapping) - 포터 필터에 담긴 분쇄원두를 탬핑하는 과정에서 가루가 기울어지거나 포터 필터에 묻는데, 이때 포터 필터 옆면을 탬퍼로 살짝 쳐주는 작업. 


커피하우스에서 이것들은 챙기자


송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단다. 포터 필터를 그룹에 끼워서 예열시켜 놓는 것. “포터 필터가 식어있으면 에스프레소 맛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건 기본이죠.” 그러니까 작은 것이지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지. 뭣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커피하우스의 기본을 평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도 알려주시네. 손님이 올 때, 그때그때 원두를 분쇄(그라인딩)하는지 살펴보란다. 만약 미리 뽑아놓는다면, 그건 기본상실. 정신줄 놓고 장사하는 게지. 향이 날아가니까. 참, 커피를 분쇄하기 전의 향은 ‘Fragrance’, 커피가 물과 닿아서 나는 향은 ‘Aroma’로 쓴다네~ 


Tip. 에스프레소의 형제들, ‘리스트레토, 룽고, 도피오’


․ 리스트레또(ristretto) - 이탈리아어로 ‘농축, 제한’을 뜻한다. 같은 양의 원두를 사용하지만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때 가장 맛이 진한 시점, 즉 정점에서 추출을 끝낸다. 그래서 양도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약간 적은 15~20ml. 맛이 진하고 풍미가 강한 한편, 물에 닿는 시간이 짧아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 룽고 - 에스프레소보다 오래 많은 양을 뽑는다. 길게 추출하기 때문에 떫거나 탄맛, 쓴맛이 올라올 수 있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양이 다소 많은 40~45ml.


․ 도피오 - ‘더블’과 같은 뜻이다. 에스프레소 싱글의 2배 분량으로 따른 것을 가리킨다. 양이 2배가 되었다고 농도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이 나왔어. 카페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가 뭐냐고. 맞아, 인향이 따라 커피하우스에 가보면,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나 거기서 거기 같아. 카푸치노에 계피가루 얹어주는 곳이 있던데, 혹시 그게 차이? “계피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아니에요. (웃음) 심지어 우유거품 1스푼이면 라떼, 2스푼이면 카푸치노라고 하는 커피하우스도 봤어요. 두 메뉴의 차이는 우유거품의 차이에요.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거품은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거품이고, 카푸치노에 들어가는 것은 드라이하고 러프하고 거품이 풍성해요. 라떼의 생명은 우유의 고소함이고요, 우유의 최적온도는 대략 70℃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한편으로 커피하우스에 갔을 때, 무엇보다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를 유심히 보란다. “별이든 콩이든 어디든 가서 에스프레소 추출과정을 지켜보면서 크레마를 보세요. 그리고선 크레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레마가 왜 이리 거칠어?’ ‘크레마가 왜 이리 빨리 꺼져?’라고 말해보세요. (웃음) 신선한 원두일수록 크레마가 넉넉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꺼져요. 크레마는 맥주거품을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지! 맥주는 모름지기 거품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구. 그 거품이 맥주 맛을 덜 빠지게 하고 맛을 유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건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거품을 싫어하더군. 맥주를 마실 줄 몰라서 그래. 킁. 그러고 보니, 커피와 맥주가 비슷한 것도 있구나. 하하.


“에스프레소와 다른 베리에이션 메뉴와 함께 주문해 보세요. 그러면 에스프레소를 맨 마지막에 내놓아야겠죠? 크레마가 없어지잖아요. 만약 다른 메뉴와 함께 크레마가 없어진 에스프레소를 가져오면 모르거나 지식이 없는 바리스타라고 보시면 돼요. 아무리 좋은 원두를 써도 에스프레소 추출은 중요해요. 모든 베리에이션의 맛이 에스프레소로부터 결정되거든요.” 호오, 그렇지.


커피의 세계는 여전히 넓다


에스프레소 기본 강의가 끝난 뒤 1, 2조로 나눠 드립과 에스프레소 심화과정을 들어갔어. 드립은 기일도 대표께서, 에스프레소는 송영주 바리스타께서. 이제 막바지인데, 이거 참 커피는 묘한 오브제야. 나 같은 마초를 이렇게 살살 녹여버리다니. 흠.


결점두부터 고르는 핸드픽 과정. 콜롬비아의 ‘PATOBONITO’라는 품종. 가만 보니 커피콩이 잘 생겼어. 사이즈도 일정한 편이고 색깔도 고와. 기 대표는 이 커피는 지난주 언급했던 ‘Shade grown’방식으로 자라난 커피래. 좋은 커피라는 얘기지.


결점두를 고르는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어. 이 결점두들은 버려질 텐데, 누가 이들을 달래줄까. 커피로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존재들. 꼭 지금 이 사회의 비정규직이나 이 엄혹한 사회가 낙오시킨 존재들 같아. 패자부활전도 없이 꼬꾸라져야 하는 존재의 비애. 음 커피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지만, 인간세계는 커피세계와는 다르잖아. 결점두처럼 낙오자, 루저들을 골라내기만 한다고, 좋은 세상이 오나? 천만에. 커피계와 달리, 그들을 끌어안고 보듬고 가야 좋은 세상, 멋진 세계가 형성될 터인데…


사진제공 : 애니북스


어쨌든, 결점두는 꼭 골라내야 한다는 것이 기 대표의 설명이야. 생두 과정에서나 로스팅 된 상태에서나. “반드시 골라내야 하는 것은 시커먼, 거의 재에 가까운 것들이에요. 이런 것들은 탄 맛이 나요. 그리고 깨진 파두도 골라내야 하고요. 깨진 것은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깨진 생두는 로스팅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커요. 생두 상태서 상대적으로 좀 하얀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서 그래요. 이건 로스팅하면 시커멓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선, 항상 향을 맡아보란다. “커피도 습관이라서 분쇄된 것도 냄새를 맡아보고, 추출해서도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커피 맛을 유추해낼 수도 있고 그게 또 실력이 됩니다. 맛을 수치화하거나 점수로 매기는 것은 주관적이고 어렵지만, 커퍼(커피감별사)들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서 그런 것이 가능하죠. 그들도 첫 번째가 분쇄된 원두의 냄새를 맡는 것에서 시작해요.” 


이어 드립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씀도 하신다. “드립 찌꺼기만 봐도 드립을 잘 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신선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정말 갓 볶은 커피는 베스트가 아니에요. 가스가 좀 빠지는 것이 좋아요. 물론 정확한 지침은 없어요. 그렇다고 한두 달 지난 것은 아니죠. (웃음)”



각자 드립한 커피를 마셨는데, 맛이 달라. 같은 원두를 썼는데도 맛 차이가 확 난다. 왜 일까. “추출자가 달라서 그런데, 추출방법, 시간 차, 온도 차 등이 달라서 그래요. 사실 커피 맛은 품종의 차이부터 블렌딩, 추출자 등등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신맛이 통제되고 섬유질 성분이 더 녹은 게 좋다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아요. 인스턴트커피 같은데 길들여져서 그렇죠.”


아, 그런데 나도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졌다 생각했는데, 여기 강좌에 오면서 좀 달라지고 있어. 커피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더라규. 인스턴트커피는 뭐랄까, 가격경쟁력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어. 물론 그것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지만. 기 대표는 이런 말씀도 하시네. “계산기로 두들겨서 답이 안 나오는 게 세상엔 너무 많아요. 뭘 하든지, 많이 알아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도 덜컥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세요.”


사진제공 : 애니북스


막장남, 세련된 마초를 다짐하다


이후 에스프레소 기계를 통해 나만의 맞춤커피를 만들어봤어. 각자가 원하는 베리에이션 메뉴를 만들었고 그것이 마지막 여정. 부록으로 애니북스의 경품추첨이 있었고, 골고루 선물도 돌아갔어. 매주 토요일 3주간에 걸친 커피기행은 이것으로 끝! 인향이 소원 들어주는 셈치고, 아무 기대 없이 따라온 낚시터에서 의외의 월척을 낚은 기분이랄까.


우연히 이렇게 커피를 만나게 됐지만, 뭐랄까, 생각이 조금씩 움직여. 내 일상과 사건사고, 아니 내 세계 자체가 이전과 달라진 것 같아. 세상이 달리 보여.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마)초성은 그랬어. 고인 이름을 들먹여서 미안하기 하지만, 소속사 전 대표의 접대강요와 폭력 등이 겹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장자연 씨. 그 사건 처음 접할 땐 그랬어. ‘아니, 그 바닥에서 크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냐? 뭘 그런 것 갖고 목숨을 끊고 그래? 모름지기 남자들은 여자가 있어야, 그것도 아리따운 아가씨가 술을 따라줘야 술맛이 나는 법이라규.’


그건 아마도 그렇게 주입을 받으며 자라난 영향도 있을 거야. 학교와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남자 선배들 대부분은 이렇게 얘기했어.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야.” 내가 뭐 알겠어. 그 말, 자연스럽게 나한테도 이식이 됐지. 물론 장난처럼, 웃자고 한 얘기라고 그랬지만, 글쎄, 지금 생각하니 갑자기 우습네. 여자가 굳이 따르지 않아도 술맛은 그게 그거고, 여자가 굳이 접대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놀 수 있잖아.


커피 한잔에 저리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인향이나, 커피 한잔을 놓고 저렇게 즐겁게 얘기하는 사람들, 커피 강의에 열중해 눈빛이 초롱초롱한 저 사람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 커피 한잔의 ‘포스’랄까. 후덜덜. 


그들은 무엇보다 스스로 즐거워하잖아.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치욕을 주면서 자신의 즐거움만 누리는 우리 남자들의 술자리완 달라. 사실 여자들이 따르는 술을 마시면서 즐거워하는 건, 여자들이 아니라 우리 남자들이잖아. 억지로 그렇게 ‘접대’라는 명목으로 끌려 다니며 치욕을 삼켰을 장씨에겐 괜히 좀 미안한 것도 있어. 결국 그런 환경을 조장하고 만끽한 것이 남자들이잖아.


사진제공 : 애니북스


그래, 커피 한잔 300원 아니면 커피믹스. 난 그것이 커피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지. 그 훌륭한 가격경쟁력을 지닌 커피를 마다하고,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자들. 혹은 밥은 굶어도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다는 여자들. 정말 밥맛이었거든. 근데! 여기 와서 확실히 바뀐 건, 커피, 그만한 가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밥보다 영양가도 없고 턱도 없이 비싼 술집에 가서 수십수백만원을 뿌리는 ‘막장남’ 주제에 그들을 ‘된장녀’라고 도매금에 넘기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 반성하고 있어.


근데 확실히 쩐다 쩔어. 커피는. 알면 알아갈수록 신나고 재미있어. 무엇보다 희한해. 예전이라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부분까지 생각하게 되다니.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아. 설마 그걸 기대하는 건 아니지? 아무렴. 남성성 특유의, 마초 고유의 미덕도 존재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제는 뭐랄까, 약간은 세련미를 가미한 마초? 각자의 커피 취향은 존중해주면서, 커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는, 김어준 흉아가 말했듯, 인문학적 마초랄까. 그 정도는 될 수 있을 것도 같아. 이게 다, 그놈의 커피 때문 아냐? 그래, 나 커피마초다. 인향이가 붙여준 별명이야. 우하하. 맘에 들었어. 이 녀자, 정말 내겐 느미느미 아름다운 녀자라규. 쪽팔려서 못했는데, 이 말은 하고 끝내자. 인향아~, 초성이가 격하게 아낀다. 살앙한다~♥




(이것으로 세 차례에 걸친 『오늘의 커피』 출간기념 커피강좌 연재를 마칩니다.)


[예스24 기고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 이 글은 『오늘의 커피』 출간 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앞선 <골초 마초, 커피를 만나다>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 : 출판사 애니북스)

헥헥. 지난주 찾아온 길인데도, 어찌하다보니 좀 헤맸다. 그래도 한번 와봤더니, 어느덧 익숙한 공간이 됐군. 브라운하우스(www.brownhaus.co.kr).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눈에 익고. 엇, 그런데 저기 아름다운 자태로 앉아있는, 처음 보는 절세미녀는 누규? 나, (마)초성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다니. 여자친구 (여)인향이 몰래 눈길 흘깃흘깃. 큼큼. 원래 남자들은 미인에게 자연 눈이 가게 돼 있는 거야. 흠흠.

옆자리 인향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흠, 눈치 챈 건가.^^;; 귓속말로 살짝 속삭인다. 작가란다, 작가. 『오늘의 커피』작가, 기선. 한번 참여한다더니, 이렇게 행차하신 게다. 오우 완전 예쁘시다. 하하. 근데, 다행이다. 흘깃댄 거, 눈치는 못 챘나보다. 오늘 커피수업은 더 즐거워지겠군. 

과테말라산 커피로 살짝 입을 적신 뒤, 수업 시작이다. 오늘은 드립의 심화과정이란다. 지난주 생애 처음 배운 커피드립. 그러니까, 내 생애 첫 드립커피(내생드). 저렇게도 커피를 마시는구나 싶었지. 인스턴트커피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그 맛이 신기했어. 쩝.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기일도 대표께서 로스팅(볶음도, 배전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 “보통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이라고 표현을 해요. 보통 약배전은 라이트에서 미디움까지, 중배전은 하이에서 시티까지, 강배전은 풀시티부터 이탈리안 로스팅를 말하고요. 그런데 만약 ‘시티’ 로스팅이라고 딱 정확하게 정해진 게 아니에요. 강한 시티나 약한 시티가 있을 수 있죠. 컬러(색깔)에서도 다크 브라운, 초코 브라운 등이 있잖아요. 시티 같은 것도 편리상 그렇게 분류를 한 거죠. 어쨌든 일반적으로 강배전이 될수록 쓴 맛이 강해지고, 약할수록 신맛이 납니다.”

드립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드립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뽑아내는 추출방법이 다른 두 개의 방식에서 원두는 똑같이 사용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 서로 다른 맛을 품은 방식인데, 그냥 추출만 다른 거야? 역시나 이런 설명이 뒤따라. “드립용 원두와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두 추출방식에서 원두는 차이가 있어요. 지난 시간에 설명했듯이, 추출시간이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로스팅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도 달라지는데, 로스팅이 강할수록 물에 잘 녹아요.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커피를) 뽑아야 하니까 배전이 강하고 분쇄도 (드립보다) 더 가늘게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마실 것이냐에 따라 원두 선택과 로스팅이나 분쇄 정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렷다. 커피를 좀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팁 되시겠다. 그리고 드립할 때 천천히 물 붓기를 하는 것이 좋단다. 커피의 엑기스인 아로마 성분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한 거라네. “물은 커피를 만나자마자 커피를 바로 녹이진 않아요. 물이 커피를 감싸고 사이사이로 물이 침투하게 돼요. 물이 흘러내리면서 아로마 성분도 뽑아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무열매인 커피가 지닌 섬유질 성분도 나와요. 섬유질은 물에 쉽게 안 녹고, 마지막까지도 안 없어지는 게 섬유질이에요.”

드립할 때, 그래서 마지막까지 물이 떨어지도록 놔두는 건 좋지 않단다. “커피와 물이 오랫동안 만나고 있으면 떫은 맛이 나고, 로스팅에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악성 맛이 납니다.” 아니 커피에 물 조절이 그렇게 중요한 거였어? 인스턴트커피는 그저 적당히 물만 부어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신경 쓸게 많아. 엉? 인향이는 그저 눈이 초롱초롱, 함박 미소까지 지으면서 즐거운 표정이네. 남자들이 이런 거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야 되겠어. 남자는 모름지기 큰일 할 사람인데 말이야. 킁. (주. 사실, 수컷들은 큰일이나 저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커피의 추출방법

커피는 추출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대. 침출식과 투과식. “침출식은 물을 가득 부어내리는 겁니다. 가루입자가 물에 잠기게 되죠. 대표적인 것은 프렌치 프레스가 있어요. 투과식은 대표적인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뽑는 거고요, 드립으로는 뜸을 우선 들이고 2~3차 물을 붓는 것이 투과식인 셈이죠. 섬유질 추출을 최소화하면서 엑기스를 뽑기 위해 투과식을 많이 쓰죠.”


물론 같은 커피종류를 써도 에스프레소와 드립은 번지수가 다른 커피가 된단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에스프레소는 풍부한 맛, 드립은 깔끔한 맛. 역시나 방법의 차이인 게야. “에스프레소에서 ‘탬핑’(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고 고른 압력으로 포터 필터에 다져주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투과식으로 뽑기 위한 것이죠. 커피를 위에서 눌러 손발을 묶어놓고 강제로 9바의 압력을 가해 물이 내려오면서 커피의 좋은 성분을 뽑아내는 것이 에스프레소에요. 드립할 때도 에스프레소처럼 (탬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촘촘히 커피를 뭉쳐놓으면 물이 안 내려오게 되죠. 그래서 물을 천천히 줘야 하는 거고요.”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

드립이 됐든, 에스프레소가 됐든,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되나? 커피믹스에 물 부어서 마시면 간단할 것을 괜히 어렵게 하는 것 아냐?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잔의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비율을 나누면, 우선 50%는 생두 자체의 품질이에요. 다음 30% 정도는 로스팅이고요. 건조나 가공과정 혹은 블렌딩까지 포함한 거죠. 그리고 나머지 20% 정도는 어떤 추출법으로 정확히 하느냐가 관건이죠.”


아니, 그러면 대개 커피하우스를 찾아간 소비자입장이라면, 로스팅 하는 곳이 아니라면, 거의 80%는 정해져 있는 셈이네. 그 바리스타라는 양반들이 좌우할 수 있는 몫은 20% 정도. 역시 원재료가 좋고 봐야 돼. 먹고 마시는 것에선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내 담배는 원산지가 어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 “추출자의 몫이 20% 정도라고 해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추출자가 제대로 못하면 커피 맛은 엉망이 돼요. 물론 추출자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썩은 콩으로는 좋은 맛을 절대 낼 수가 없죠.”

커피도 또한 마찬가지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거. “원래 안 좋은 것들이 성질이 강해요. 맛이 확 올라와요. 아무리 좋은 커피 종이라도 (성질 나쁜) 한 알 때문에 맛이 이상해질 수 있어요. 한 알의 결점두가 천 알의 맛을 좌우할 수 있는 거죠.”

Tip. ‘Shade grown’ 커피재배방식

그늘에서 재배한 커피라고 알려진 ‘Shade grown coffee’는 일명 ‘Shade tree’라고 알려진 바나나 나무나 아보카도 나무와 같이 잎이 넓고 큰 나무의 영향을 받고 자란 커피를 뜻한다. 이는 커피나무에 그늘이 지게 해서 재배한다기보다는 땅에 그늘에 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병충해 저항력을 높여주면서 땅속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주도록 한다. 청정지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커피를 재배하기도 한다.


덧붙여 기 대표가 알려주는 커피구매 시의 주의할 점. “제조날짜를 잘 봐야 해요. 아무리 원자재가 좋아도 볶은 지 6~7개월 이상 됐다면 이미 생명이 끝난 거예요. 법적으로 2년이지만, 마셔서 탈은 안 나도 이미 커피로서는 꽝입니다. 커피를 살 때는, 첫째도 둘째도 신선도를 봐야 하죠. 지난주 말씀드렸듯이, 만약 선물 받은 커피가 있다면, 드립할 때 거품이 제대로 나는지 여부를 보면 신선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있어요.” 아무렴, 신선한 것이 최고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건데.

추출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어쨌든 제대로 된 원재료를 갖추고 있다면, 커피 추출자들의 기술이 중요하군. 인향이를 따라서 커피하우스에 갈 때, 바리스타들 잘 봐야겠는걸. 커피 맛 안 좋으면 막막 따져야지. 큭큭. “추출자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비롯, 온도와 분쇄도를 통제할 수 있어요. 바리스타는 이 세 가지를 유효적절하게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커피 맛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엑기스와 섬유질을 제대로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거지. “드립할 때도 섬유질은 일정하게 녹는데 반해, 엑기스는 초중반에 녹고 끝으로 가면 뺏길게 없어요. 그러니까 4~5차까지 계속 물을 붓는 건 좋지 않아요. 즉, 아깝다고, 까만 물이 나온다고 물을 붓는 건 잘못이라는 거죠. 한약 다릴 때 재탕, 삼탕이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에요. 드립 추출자가 시간을 언제 끊을지도 맛 결정에 있어 중요하고요. 오래할 수록 섬유질 성분을 많이 가져오니까 좋지 않겠죠?"

아, 맞아. 『오늘의 커피』에도 나오지. 에스프레소 종류 중에 ‘리스트레토(Restretto)’. 에스프레소가 가장 진하게 나오는 시점까지 제한해서 끊어준단다. 잔 맛이 없어 맛이 깨끗하고 고급 커피라고 할 수 있다는 기 대표의 설명. 책에선 나기태는 이렇게 말하지. “같은 양의 원두로 보통의 에스프레소보다 적은 양을 뽑기 때문에 훨씬 진하고 풍미가 강합니다. 원두 본래의 맛을 즐길 줄 아는 분이라면 반드시 드셔야 할 강력추천 메뉴입니다.” 음, 정리하자면, 섬유질을 적게 뽑고 엑기스를 잘 뽑는 것, 그것이야말로 추출의 기술! ‘분장실의 강 선생님’(<개그콘서트>) 안영미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똑빠노 해, 잘해, 이거뜨라” 바리스타들, 안영미를 조심해~

로스팅과 블렌딩으로 생각하는 커피

추출하기 전, 로스팅할 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대. 직화식, 반열풍식, 열풍식 등과 같은 로스팅 방법이 있고, 홈로스팅이라고 개인이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서 커피를 볶는 사람도 많다네. 별 희한한 취미들도 다 있지? 하긴 우리 인향이도 프라이팬에 커피를 볶는답시고 지지고볶고 한다고도 하던데, 뭐, 난 관심이 없어 별 귀담아 듣지 않았다만. “불 세기나 공기 양 조절에 따라 수 천 수 만 가지 커피 맛을 낼 수 있어요. 물론 불 세기나 공기 양을 조절하는 게 묘하고 어려워요. 오래해도 쉽지 않은 게 처음 할 때와 다음 할 때가 또 달라요. 커피를 볶고 냉각할 때도 중요해요. 냉각이 잘못되면 원두 안이 더 익기도 하고 그러죠.”

그리고 지난주 잠깐 언급했던 다양한 커피종을 혼합한다는 블렌딩(Blending). “큰 회사일수록 많은 커피를 블렌딩하는 경향이 있어요. 12개까지 혼합하는 메이저 커피회사들도 있어요. 그렇게 많이 블렌딩을 하는 이유는 위험 관리 차원이라고 보시면 돼요. 작황이나 어떤 큰 변화 때문에 커피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크게는 3~4가지 정도로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렌딩을 하면 10% 미만으로 들어가는 건 큰 의미가 없고요. 보통 홀빈 상태에서 블렌딩을 하는데, 비율대로 한다고 해당 커피종의 커피 맛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리고선, 과테말라SHB,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만델린, 콜롬비아 수프리모를 블렌딩한 커피를 내주시네. 오호, 이것이 바로 섞어치기 커피. 크크. 드립 한번 해볼까나. 각기 다른 품종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맛이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하나의 맛을 내는 거로군. 즉, 다인종, 다문화 커피라. 음, 우리 사회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군. 글로벌, 글로벌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그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잖아. 민족, 인종 구분 없이 이렇게 블렌딩해서 사는 것. 재밌지 않겠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커피강좌 들으면서, 이런 생각도 해보다니. 허허. 재미있군.


Tip. 향커피(헤이즐넛 커피)가 좋지 않은 이유

한때 ‘헤이즐넛’이 커피시장에서 ‘대세’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커피 품질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랐고, 좋은 커피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던 그런 때. 그러나 헤이즐넛과 같은 커피에서 나는 향은 전적으로 인공향이고 공업향이다. 천연향이 아니다. 더구나 이 향을 입히기 위해서 커피는 신선해선 안 된다. 오래돼야 한다. 갓 볶거나 오래되지 않은 커피는 가스를 배출하는데, 가스 배출 때문에 향을 입혀도 제대로 향이 먹히질 않는다. 말하자면, ‘향발’을 받게 하기 위해 대개 오래된 원두를 쓴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채 값싸게 제조된 인공향이 첨가된다는 사실이 찝찝하다. 인공으로 합성된 것이 몸에 좋을 가능성, 당연히 적지 않겠는가. 기 대표 왈.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헤이즐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자기들은 헤이즐넛 취급 안 하는 것이 자랑이었죠. (향커피는) 언젠가는 TV의 소비자고발프로그램에서 한번 맞을 거예요. (웃음)”


커피, 당신의 취향을 위해

인향이는 계속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미소 짓는다. 정말 좋은가보다.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다. 아, 내가 커피보다 못한 존재란 말인가. 불끈. 아니, 그만큼 내가 저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 건 아닐까. 흠.

오늘도 기 대표는 지난주와 같은 맥락의 말씀을 하신다. “커피는 이 맛이 옳다, 그르다, 고 얘기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없어요. 제가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가르쳐 주는 데도 없었고, 비밀처럼 커피를 다뤘어요. 지금도 보면 커피에 대해 다소 신비롭게 미화돼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건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커피도 치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경험치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강해요. 어쨌든 커피는 먹어봐서 맛있는 게 맛있는 커피예요.”

아직까지도 나는 반신반의하고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어쩌면 그 이상의 커피가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어. 생각보다 커피가 품은 세계도 넓다는 것도 알게 되고. 여자들이 커피에 빠지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취향을 존중한다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가는 것들이 있네. 좋아, 다음 주 마지막이지만, 계속 들어보자규. 가는 길에 인향이한테 커피 한잔 사줄까봐. 이런 데 어떻게 알고 날 데려와 가지고. 아규, 예쁜 우리 인향이~ 쪽~♥


Tip. 커피의 유래(강의교재에서 발췌)

커피의 기원에 대한 설은 크게 두 가지이다. 에티오피아 고원 발견 설과 오마의 발견 설인데, 에티오피아 발견설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에티오피아 발견설은, 에티오피아의 고원 아비시니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양치기 칼디가 양떼들이 흥분하여 뛰어 노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목장 근처의 나무에서 빨간 열매를 따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사실을 수도원 원장에게 알려 열매를 따서 끓여 먹어보니 전신에 기운이 솟는 것을 느꼈고 다른 제자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 후 그 소문이 각지에 퍼져 동양의 많은 나라들에게 전파되고 애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

오마의 발견설은 아라비아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오마는 아라비아 모카의 수호성주 세크칼디의 제자로 중병에 시달리는 성주의 딸을 치료한 뒤 그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발각돼 오자브라는 지방으로 유배를 당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커피를 발견한다. 그 후 오마는 이를 의약제로 사용해 큰 효과를 발휘, 이로 인해 면죄를 받아 고향에 돌아간 뒤 커피를 널리 전파했다는 설이다.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커피와 이야기. 참 어울리는 조합.
물론, 당신이 함께라면 그것보다 좋은 것, 이 세상엔 없겠지만...

커피강좌로 만들어 본 이야기.
물론 여기 나온 남자는 글 쓴 나와는 무관한 가상의 존재!!! ^^;
(그렇지만 너의 실체도 마초! 아니냐고? 음, 그래 내 안에도 쪼매 마초 있긴해도 그게 다는 아니다, 뭐...)  


골초 마초, 커피와 만나다
『오늘의 커피』 출간기념 커피강좌 ①


(※ 이 글은 『오늘의 커피』출간기념 커피강좌 참여를 토대로 허구를 섞어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나, (마)초성은 그런 남자야. 밥보다 비싼 커피 마시는 여자들, 된장 초장에 막장이야.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겠다고? 웃기는 짬뽕이야, 아주. 그까짓 시커먼 커피 같은 거, 회사에도 널리고 널렸고 거리 곳곳에 자판기도 있잖나. 커피믹스 그냥 부욱 찢어서 종이컵에 휘휘 저어서 마시면 될 걸, 뭐 엘레강스하고 차밍하시다고 굳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냐고. 나는 그저 자판기 커피가 최고야. 싸고 쉽잖아. 커피, 그까이 게 무슨 와인도 아니고, 이리저리 복잡할 게 뭐 있어. 나는 ‘둘 반(커피)-하나 반(설탕)-둘(프림)’이 제일 좋아. 더구나 우리 자판기 커피, 담배와 함께라면 캬~ 뽕간다. 커피와 담배의 이 오묘한 조합 때문에 커피가 좋을 뿐, 된장녀들 아주 커피에 빠져 죽어라, 죽어.

그런데 내 애인, (여)인향이는 커피라면 사족을 못 써. 하루에 커피를 대여섯 잔씩 마셔. 그것도 인스턴트커피도 아닌, 원두커피를. 유명하다싶은 커피하우스를 수소문해서 찾아다닐 정도로 커피 마니아야. 커피 마시기가 취미인 그런 여자랄까. 그럼 따라다니면서 좋은 커피를 마시지 않냐고? 에이 그렇다고 체면 안 서게 억지로 끌려 다니진 않지. 나, 남자거든. 차라리 다른 걸 마시고 말지, 밥보다 비싼 커피는 절대 네버 안 마셔. 내가 술을 마시면 마셨지, 커피에 헛돈 쓰지 않는 걸 자랑으로 삼는 남.자.라구. 그런 우리가 어떻게 애인 사이가 됐냐고? 글쎄, 그것도 생각해보니 미스터리하긴 한데, 다 남자가 잘난 탓 아니겠어. 우하하.

며칠 전, 인향이가 이번에 희한한 제안을 해 왔어. 예전에 한번 각자의 커피 취향 때문에 대판 싸운 이후로 서로의 커피 취향에 대해선 얘기를 않는데, 생뚱맞게 커피 강좌를 들으러 가자는 거야. 아니 정말 생뚱맞죠~ 그 놈의 비싼 커피 마시는 것도 고까워 죽겠는데 이젠 그걸 아예 배우겠다고?

근데 공짜라네. 자기가 꼭 가고 싶은 자리란다. 별 희한한 장르도 있다 싶었는데, 뭐, 커피만화? 『오늘의 커피』(기선 만화/애니북스 펴냄)라나 뭐라나. 출간기념 무료 커피강좌 이벤트에 당첨이 됐단다. 쿨럭. 이 여자, 하여튼 커피에 대한 집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좋다. 주말에 커피 값도 아끼고 잘 됐지 뭐야. 3주 동안 토요일마다 한다는데, 인향이가 실컷 좋아하는 커피나 마시게 하면서 아주 박살을 내 버릴 요량으로 같이 따라가기로 했어. 가서 커피에 환상을 가진 것들, 아주 독설을 퍼붓고 말테다. 내가 이래봬도, 독해~ 김구라야 김구라. 하하.

인향이가 보래서 만화도 봤는데, 뭐 바리스타? 내가 ‘슈퍼스타’나 ‘시다바리’는 알아도 바리스타는 처음 알았네. 푸하. 뭐 재밌긴 한데, 뭔 그리 모르는 용어는 많아. 오난지인지, 오간지인지, 그 여자, 그냥 자판기커피나 탔으면 좋겠더라고. 커피 오타쿠 남자 놈은 마음에 안 들어. 부잣집, 아니 재벌 손주 놈이 뭐가 아쉬워서 커피 같은 걸 한다고 그래? 바리스타인지 시다바리인지. 쯧. 근데 2권은 언제 나온대?^^;


아, 잡설이 길었군. 지난 21일 오후 2시 첫 번째 커피강좌가 열리는 날이었어. 알려준 장소가 역삼동의 브라운 하우스(www.brownhaus.co.kr).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힘들게 찾았어.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10명이나 와 있어. 무료 강좌 들으려고 경쟁이 꽤 치열했다고 하던데. 이 사람들 도대체 뭐야. 커피 따위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다는 거야. 커피집 차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듣고 보자. 초나 치면서 있지 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같은 드립커피니 뭐니 하는 걸 알려주는 과정도 있던데, 한번 시식이나 해 주지, 뭐. 이래봬도, 포용력 넓은 남자잖아. 출판사 직원 분들도 반겨주시는데, 좋아, 뭐, 애인을 위해 이 정도 소원쯤이야 못 들어주겠어.

브라운하우스를 휘휘 감도는 커피향

강사는 이 곳, 브라운 하우스의 기일도 대표시란다. 인상, 좋으시네. 그런데 어쩌다 남자 분께서 커피에 빠지셨나, 쯧쯧. 여자들이나 할 일에 말이야. 어쨌든, 대표님께서 오늘 강사선생님으로 직접 나오셨네. 어색한 기운이 다소 감돌긴 해도, 한번 들어보자고. 커피에 대해 선생님이 이런 말씀부터 시작하시네. “우선 커피에는 정답이 없어요. 담배도 많이 팔리는 담배가 있지만, 청자나 백자 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기호품에는 어떤 것이 맞고 틀린 것이 없어요. 이 책은 그걸 독자들에게 잘 전달한 것 같아요.”



하긴 내가 피는 담배도 그래. 별로 인기 없는 담배지만, 내겐 그게 가장 맞는 걸. 내 취향인 걸. 담배 얘기를 해주니 쏙쏙 들어오잖아.

그리고 원두를 갈은 커피를 갖고 오시네. 분쇄 5분이 지난 커피라는데, 케냐AA? 별 희한한 이름도 다 있군, 생각했어. 투명한 주전자 같은 것을 밑에 대고 위에 깔때기 엇비슷한 것을 놓더니 커피를 붓고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부어. 저게 뭥미? 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드립 커피’란다. 믹스에 물만 부으면 될 것을, 복잡하게 저렇게 하다니. 허허.

설명을 덧붙인다. “커피를 분쇄하면 빨리 마시는 것이 좋아요. 분쇄한 지 하루 지나면 생명력이 끝난 커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존기간을 늘리려면 공기와 접하지 않게 해서 냉장․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요. (거품이 부풀어 오른 드립커피를 가리키며) 지금 여기 드립하는 것처럼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신선한 커피예요.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죠? 만약 커피를 선물을 받아서 드립해보면 그 커피의 선선여부를 알 수 있어요.”

Tip. 커피패킹에 밸브가 있는 이유
커피를 볶으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패킹을 해도 계속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놔두면 부풀어 올라 터진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커피패킹에는 ‘밸브’가 있다. 그 밸브는 가스를 배출하되 바깥의 공기는 패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분쇄커피에는 밸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맞아. 커피도 식품이니까, 보관방법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겠어. 그럼 얼마나 보관이 가능한 거지? “산지에서 보관은 대개 파치먼트(커피열매를 딴 뒤 과육을 제거한 상태)인 채로 해요. 분쇄를 안 하면 약 한달 정도 보관이 가능해요. 냉동고에 밀봉 보관하면 3~4개월도 되고요. 물론 갓 볶은 커피만큼의 맛은 낼 수 없죠. 생두 상태에서도 습기만 잘 관리하면 1년도 가능합니다.”  

마초, 커피 맛을 보다

드립커피라는 것을 마셨어. 와우 셔~ 그런데 그 신맛이 나쁘지 않아. 뭐지? 입안에서 쩝쩝 감칠 맛나게 감도는 이 맛은.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신맛이 아냐. 궁금해서 인향에게 물었더니, 이건 산미가 살아있는 거란다. 오호. 이런 맛 처음인데. 커피에서 이런 맛도 나는 거구나. 인스턴트에선 볼 수 없는 맛이야.

아니, 사실 커피면 다 엇비슷한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고, 커피의 단맛은 미묘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반면 코(아로마)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훨씬 넓고 다양해요. 커피 마실 때 ‘바디’라고 표현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겁다, 가볍다로 보통 표현을 해요. 뚱뚱하다, 홀쭉하다가 아니고. (웃음) 이것은 처음 커피를 들이킬 때 느끼는 거예요. 농도와는 상관없고요.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도 바디에 대한 개념이 없기도 하고, 처음 배운 사람도 개념을 가지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미묘한 것을 잘 찾는 분들이 바디감을 느끼는데 유리합니다.”

Tip. 커피의 식물학적 분류(종류)

아라비카

해발 1000~2000m의 고지대, 성장속도 느리나 향미 풍부, 카페인함유량 적다, 주로 원두커피용으로 사용한다.

로부스타

해발 0~700m의 저지대, 성장속도 빠르나 자극적이고 거친 향미, 카페인함유량이 아라비카종의 약2배 수준, 주로 인스턴트커피용, 물에 잘 녹는다.

리베리카

상업적 유통이 거의 되지 않는 품종, 커피나무가 5m까지 자란다.


그 뭐라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져 나오는 시커먼 색의 그 액체에서 중요한 것이 바디란다. 내가 운동을 해서 바디는 좀 좋은데. 하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을 때, 황금색의 크레마가 나오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디라는데, 이런 말도 하신다. “에스프레소의 생명은 바디죠. 크레마에서 오는 바디. 머신에서 추출할 때 안 좋은 성분도 나오는데, 떫은 맛 등이 나올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성분을 뽑으면서 바디감을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전에 아라비카종에서는 답이 없었어요. 바디감이 좋은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수마트라 만델린인데, 스타벅스가 이것을 발굴하면서 바디감을 좀더 살릴 수 있게 됐어요.”

아, 별 게 다 있군. 말하자면 바디감이 좋은 커피가 몸짱 커피인 건 아니란 거지?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 흠. 그러고 보니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가볍긴 했어. 계속 이어진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맛이) 강한 커피를 들고 온 거죠. 처음에는 ‘왜 이렇게 써’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이내 적응된 거죠. 어떻게 보면, 강한 맛에 중독된 거예요. 그리고 스타벅스의 상당 부분 동업자가 만델린이죠.”


커피도 막 섞는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걸 블렌딩(blending)이라고 한다네. 각 지역에서 나는 커피마다 고유의 맛이 있고, 그것을 섞어서 새로운 커피맛을 내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일종의 섞어치기? 난 말이야. 담배는 섞어서 못 피겠던데, 커피는 커피끼리 섞어서 내놓기도 한다는 거로군. 희한해~

아니 그런데,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차이는 뭐지? 추출하는 방법이 다를 테니, 무엇보다 맛 차이가 날 테고. 아, 이것도 기 대표께서 설명을 해 주시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크레마’에요. 향미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지방의 함유량이 다르죠. 에스프레소는 맛이 풍부한데, 이것이 다 크레마에 포함된 지방에서 비롯되는 거죠. 드립은 기름을 걸러낸 거고요.” 그리고 덧붙이는 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돼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커피는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모두 마찬가지에요. 커피는 어떻게 보면 중독이에요.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커피도 아니고요.”

커피의 중요한 요소, 물과 로스팅

이번엔 물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네. 커피에 붓는 그 물 말이다. “커피를 마신다지만, 사실 90% 가량이 물을 마시는 거예요. 커피를 꼼꼼하게 마시려면 물맛을 먼저 보죠.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석회수라 용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터라, 연수기도 달고 정수필터도 달고 그러죠. 기본적으로 물이 중요해요. 커피농장이나 산지에 가서도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물이죠. 물이 커피의 생육과정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이 중요하구나, 물. 아, 내일 3월22일이 ‘세계 물의 날’이던데, 한번 눈 여겨 봐야겠네.

‘로스팅’이라는 것도 알려주신다. 미팅, 소개팅 같은 건 잘 알아도 로스팅은 처음이야~ 그건 커피콩을 볶는 거란다. 그래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원두가 나온다네. 겉과 속이 얼마나 균일하느냐도 중요하고. “로스팅이 잘못 되면 풋내, 풋콩 냄새가 나기도 하고 맛이 제대로 나질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까 드립커피의 신맛은 괜찮았는데, 좋은 커피에서는 신맛이 어느 정도 중요하단다. “신맛이 싫다는 사람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냐는 것이 중요하죠. 커피 향미 중에 ‘sour’이라고 있는데, 생생한 산미와는 다른 개념의 신맛이 있어요. 주로 덜익은 콩으로 만든 커피에서 나는데, 이건 신맛으로서 결점이죠.”




그런 로스팅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이탈리안’은 상업적으로 거의 유통되지 않고, 로스팅 정도가 셀수록 무게가 가벼워지고 부피는 커진단다. 그런데 처음 알았다. 프랑스․이탈리아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단다. 아니, 우리나라 커피집 어딜 가도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가 없다니. 그들 나라에 가서 그걸 설명하면 물을 갖다 준 단다. 물을 타 마시라고. 하하. 웃겼어.

참, 블루마운틴. 나도 그건 들어본 적이 있는데, 되게 유명한 커피종이라네. 자메이카에서 나오는 커피래. 그런데 이거 백화점에서 4~5만원에 판다면, 그건 가짜래. 진품 100% 블루마운틴이라면 20~3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네. 유후~ 그런 커피를 찾아서 마시는 인간들은 완전 된장막장人들 아닐까? 그래서 블루마운틴 표기를 한 제품들이 블루마운틴 ‘블렌드’나 블루마운틴 ‘타입’과 같은 식으로 표기돼 있는데, ‘블렌드’나 ‘타입’ 표기는 조그맣게 돼 있다네. 블렌드는 블루마운틴이 10%만 들어가 있어도 붙일 수 있고, 타입은 1%도 안 들어간 경우도 있대. 그야말로 장삿속이로군. 조심해야겠어. 커피도 모르면 당하는구나.  

맛이 좋은 커피

갑자기 생긴 궁금증. 그러니까 커피를 잘 만들면 장사도 잘 되어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오늘의 커피』를 보니 나기태의 낙원카페는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물론 혼자만 잘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기 대표께서 그런 내 궁금증을 간파했는지, 알려주시더군. “커피를 잘 하는 것과 장사를 잘 하는 것은 달라요. 『오늘의 커피』에 나온 것처럼. 같은 커피라도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요. 드립 할 때 방향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여느 공산품처럼 일률적이지 않지요. 그래서 커피가 어려우면서도 재밌고요.”

쳇, 모야. 내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는 언제나 한결 같던데. 달달하니, 딱 좋던데. 오간지처럼 자판기 커피를 맛있게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냐, 혹시 내가 인스턴트커피에만 중독돼 있는 건가? 오늘 커피는 좀 색다르긴 해. 좋은 커피에 대한 기 대표 왈. “커피광고 문구 중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는 커피’라고 있죠? 좋은 커피일수록 식었을 때도 맛이 있고, 온도가 떨어져도 맛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에요. 커피 맛을 느끼기에 좋은 온도는 70℃ 전후예요. 식을수록 신맛이 치고 올라오는데, 50~60℃일 때 신맛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좋은 커피는 광고 문구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아쉽습니다. 이런 커피를 마시면 참 좋죠.”


이 자리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는 실습도 함께 했다. 이젠 무식하게 깔때기, 비이커 같은 얘기 않기로 했다. 서버, 드리퍼, 필터, 드립포트, 흠 괜히 있어 보이는군. 캬캬. 내가 추출한 커피라 그런지 더욱 향기롭고, 맛 난다. 쩝. 인향이도 꽤나 만족하는 눈치다. 그렇게 드립을 한 케냐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는데, 기 대표께서 말씀 하신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머나 먼 케냐에서 이 커피가 지금 우리 손에까지 온 거에요.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서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가 드립을 해서 마시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아요?”

커피로 연결된 세상

아, 정말 그러네. 전혀 나와 상관이 없는 곳인 줄 알았던 아프리카의 케냐. TV를 통해 케냐 국립공원의 풍광이나 보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 아버지의 고향 정도라는 정도만 알던 나라였는데. 그러고 보니 그 케냐에서 나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이 신기한 걸. 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는 지금 이렇게 케냐와 연관을 맺고 있는 거구나. 케냐에서 커피를 재배한 사람과 나는, 이 커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맺어진 셈?

어릴 때,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네.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밥상을 오르게 해 준 벼를 재배한 농부를 생각하라고 하신 말씀. 핫, 갑자기 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케냐의 커피농부가 궁금해지네. 갑자기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이건, 커피의 힘?

이날의 커피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어. 남자 체면에 말이 아니게 따라왔지만, 이거 나름 재미있는 걸. 큼. 입안을 알싸하게 감도는 이 기운이 참 좋아. 뭐, 그렇다고 내가 인향이처럼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진 않을 걸. 큼큼. 어쨌든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걸.

[예스24 기고 원문]


커피스토리텔러 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공정무역 커피회사 '카페 티모르'에 몸담고 있다. 지금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골초마초, 세련된 커피마초 되기

골초 마초, 커피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골초 마초, 세련된 ‘커피마초’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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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기억하는 날. 10월5일. 그러니까, Since 2007. 아니, 1996.

재니스 조플린의 기일에서 하루 뒷날.

특별히 어떤 일을 하진 않았지만,

나를 토닥토닥. 버티고 견뎌줘서 고마워.


어떻게 오늘따라 내 오래된 좋은 사람 세 명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그들에게도 암말도 않고 내 하루를 자축했다.
그냥 온전히 오늘은 나 혼자만.

산타바바라의 백화점 옥상 커피하우스,
강남역 곱창구이집에서 시작된 나의 커피이야기.

커피, 난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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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 깊은 곳에서 시큰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책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있지.
특히나 백수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이며, 나침반과 같은 것이, 책.

그렇게 책은 버티고 견딜 수 있는 씨앗을 심어줬단다.
돈이 아닌 다른 종류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해주는 존재이며,
비금전적인 풍요함을 맛보면,
관계망이 바뀌면서 주변을 둘러싼 세상의 또 다른 아름다움과 마주치게 되더라.
또 어쩌면 창의성을 발휘하게 될 공간을 넓히게 될 지도 모르고.

오늘, 특별히 고마움을 전해, 책!
니 생일, 책의 날(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잖아.^^

또한 이야기의 대가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393주기(1616년).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날들.
무슨 소리냐고?
2008/04/23 - 너에겐 장미를, 나에겐 책을...

그리고 지금,
장미만큼 아름다우면서도, 그보다 더 진한 향기를 지닌 너에게 권하고 싶은 이 책.
숲에서 건지는 희망과 소망, 그리고 나



물론, 장미는 너다.
너와 내가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장미 한송이.

책과 장미를 품은 너와 함께 마시고 싶은 4월23일, 오늘의 커피.
꽃향기(Floral)를 품은 에티오피아 시다모.
향이 강하고 산미가 두드러진.

너는 그렇게 내게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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