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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성장과 무한 이윤에 목매단 지금-여기의 회사들. 치사하게 밥줄 갖고 장난치는 밥통정국의 무법자들이다. 그 무법자들에게 할퀴고 뜯기고 뽑아 먹히는 가장 보통의 사람들에게 ‘다른’ 회사가 있음을, ‘다른’ 회사도 가능함을 알려주는 책. 혼자 잘 사는 것이 재미가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것이 재미임을 알려주는 책. 분명 다른 회사는 가능하다.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⑤ 너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④ 교양을 만나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③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덧붙여, 세상에는 없을 줄 알았던 이 회사, 《가슴 뛰는 회사》

안타깝게 F4엔 포함이 안 됐지만, F5로 정원을 늘리면 아싸~하면서 손뼉을 마주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가슴 뛰는 회사》(존 에이브램스, 샨티, 2009). 저기 미쿡에 있는 자그마한 건설회사인 사우스 마운틴의 이야기야. 개정판을 내면서 이름을 바꿨는데, 앞서는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

여기서 잠깐. ‘건설’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어때? 이 땅의 건설 회사가 갖고 있는 이미지, 뻐언~하잖아. 이 토건국가에서 건설회사가 지닌 지위와 로비(력), 엄청나지. 자기들 어렵다고 깨방정 부려서 국가적인 삽질 붐을 불러일으키는 품새를 보라지. 이놈들‘거침없는 (삽질) 하이킥’은 지붕까지 뚫고 나갈 지경이지.

지금 여기의 집은 주거 공간 혹은 삶을 가꾸고 영위하는 공간이 아녀. 투기 수단이자 남에게 보여서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지. 수많은 거대 건설 회사(라 쓰고, 조폭이라 읽지)들과 국가의 협잡이랄까. 같은 말의 다른 판본. ‘내 집 마련’이라는 환상을 심고, 소유욕을 살살 긁어 사람들의 거짓 욕망을 부추기는 패악적 집단. 꽐라~

솔직히 대부업체나 건설업체나 무엇이 그리 달라? 안 그래? 잠깐 몇 년 전 에피소드 하나 말하자면, 톱스타의 아파트 광고 등장이 미치는 해악 때문에 숱한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연예인에게 아파트 광고에 응하지 말 것을 강력 권유하는 편지를 보냈지.

대부분 연예인이 콧방귀만 끼고, ‘뉘들이 뭔 참견?’하고 썩소를 날릴 때, 여신 송혜교는 이런 답변을 건넸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집값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편지 내용에 공감했다. 편지를 받은 뒤 아파트 광고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파트 광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송혜교 짱. 아, 미안 말이 샜는데, 내 친구 얘기로 다시 돌아갈게. 여튼 사우스 마운틴은 우리가 아는 건설회사의 이미지와는 딴판이야. 아직도 개발과 성장의 환상에 사로잡힌 여느 건설회사, 아니 다른 모든 회사들과 다른 이 회사는 막 이래.

들어 봐. 회사의 점핑(성장)에 큰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는데도, 자연을 훼손할 것이 뻔한 일감을 과감히 뿌리쳤다지. 물론 CEO 혼자가 아닌 모든 구성원들의 가치 결합된 결론이었어!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로 포장된 패악)를 거부하고, 암세포의 성장 속도와 절연하며, 달팽이의 속도로 가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지킬 것을 천명하는 이 친구. 끝없는 자기 팽창과 자기 증식을 꾀하는 자본에 대한 저항하는 회사. 아, 이런 건설 회사도 있네!


“회사란 무릇 돈을 벌고 바쁘게 일하며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곳, 그리고 결국은 빠져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회사는 회사인 동시에 공동체이다. (중략) 우리는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기업 공동체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며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p.15)  

가슴이 뭉클뭉클. 이 친구, 날 생각하게 만들더라. 사회 안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은 어떠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회사에 일하고 싶은가. 기업의 부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가. 그 부는 저 잘나서 얻은 것인가. 내가 그 이윤추구에 쌍심지를 켠, 무한 성장한답시고 직원의 마음을 할퀴기만 하는 기업을 나온 것에는 아마 이 친구의 영향도 있어.

그리고 나는 꿈을 꾸게 됐지. 가치관이 비슷하고 그에 부합하게 삶으로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일을 즐기며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회사. 사우스 마운틴의 공동창업자, 존 에이브램스는 이리 말했어.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 나도 그런 구조 속에서 있고 싶어.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불편하고 억압적인 자본의 구속으로부터 탈피하는 구조. 월요일 출근이 부담스럽지 않고, 사람이 좋고, 더불어 일하는 게 즐거운 그런 회사. 아, 이런 회사, 이런 친구가 있다니. 좋다! 우리, 함께 꿈꾸면서 길을 걸어가지 않겠니?


아, 하하. 내 얘기가 괜히 길지 않았니? 좋아, 마무리할게. F4, 그리고 한 명 더한 이 다섯 친구들, 공통점이 하나 있단다. 뭐 공통점이 별달리 없을 것 같지만 딱 하나. 감 오지? 맞아, 다른 삶도 있다! 하나의 획일화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으며, 충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렇게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이 엄혹하고 횡포한 이 지옥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내게 다른 삶을 알려준 이 고마운 친구들, 고마워. 꾸벅.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내집 마련’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중요한 것은 내집이 아니라, 내 작업실이다! 김갑수의 희희낙락 작업실 예찬은 ‘먹고사니즘’에 사로잡힌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책은 대놓고 다르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보면 안다. 지금 지배세력이 주입한 가치가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 것인지. 책을 덮고는 나지막하게 읊조릴 것이다. ‘아, 나도 작업실 하나 갖고 싶다.’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④ 교양을 만나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③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너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지구 위의 작업실》

어쩌다보니 한 십여 년, 남의 똥꼬 열심히 핥고 빨았지. 뭐, 모르고 한 짓은 아니지만, 그게 그래. 과장하자면, 똥꼬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시커먼 물질에 길들여진 거지. 월급이라는 이름의 마약에 나는 차츰 널브러졌어. 과감한 포기가 진짜 더 큰 행운을 준다고 믿고 싶으면서도, 노예의 편안에 그냥 젖어버려.

그렇게 젖어서 살다보면, 다른 철학이 있을 수가 없지. ‘먹고살아야지’하는 핑계에 갈수록 더 익숙해져. 악행의 자서전에 한 줄 한 줄  더 보태게 되지만,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해버리고 말더라고. 꿈은 저 어디 하수구에 처박힌 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더 이상 고민하길 멈추게 됐더라고. 오 마이 갓~


그런 때, 나는 가까스로 뛰쳐나왔어. 온전히 나를 위한 가시밭길을 거닐던 즈음, ‘줄라이홀’을 만났어. 그래, 바로 이 친구, 《지구 위의 작업실》. 십여 년 축적된 싸구려 관성 때문에 불안이 남아있었지만, 이 친구는 그런 내게 ‘선빵’을 날려. 훅~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떤 위치로 올라가거나 무엇을 획득할 수 있었다면 그 역시 그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을 들어야 했다. 음악에 포개어진 삶은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획득하거나 무엇에 올라서는 것을 언제나 가로막았다. 팔자려니 해야 했다. 그러나 깨달았다. 하루하루 음악을 듣는 일이 삶이 되면 되는 거잖아! 먹고사는 일이며 모든 관계를 도구나 방편으로 삼으면 되잖아! 그 무엇의 잣대를 ‘이쪽’이 아니라 ‘저쪽’ 세계의 것으로 바꾸면 되는 것을. 나는 아무 것도 못된 것이 아니었다. 못 획득한 것도 아니었고, 못 올라선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조건들을 많이 가졌다. 뒤늦은 깨달음이다.”
(p.196)

빙고! 말하자면, 이거지. ‘지구촌 불안동지들처럼 남의 똥꼬 빨아대지 않아도 저렇게 살아도 되겠구나.’ 삶에는 다양한 길과 방식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 누가 길이 하나래? 그건 위정자들의 술수지. 불안과 공포를 주입해 통치를 쉽게 하려는 후진 방식에 끌려 다닐 필욘 없잖아? 꽐라~


난 그렇게 나만의 작업실을 꿈꿔. 헛발질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만들고 있어. 그러면서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누군가가 생계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꿈을 꾸고 있지. 아마 어떤 지구촌 불안동지는 그런 날 몽상가라고 치부해 버릴지 몰라도, 아 그럼 어때. 프랑수아즈 사강도 그랬잖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커피를 택한 내가 자랑스러워. 커피스토리텔러. 멋지잖아? 나도 아무 것도 못된 것이 아냐. 나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고 커피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거야. 커피는 멋으로 맛을 만드는 일이고말고, 암. ‘잘 비워낸 한 생애가 천천히 식어가는 동안’ 나도 줄라이홀을 꿈꾸련다. 그것이 자기파괴적 욕망이라 할지라도.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

[다음에 계속]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김규항은 직설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글 또한 그에 입각한다. 모든 것은 좌파적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가 지닌 레드 콤플렉스는 좌파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도하기 일쑤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상식이자 교양이다. 얼마나 이 사회가 몰상식했는지, 몰염치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교양을 성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유죄!

- 준수 100자평 -
교양을 만나다, 《B급 좌파》

여기 또 하나의 불온. <씨네21>에 연재했던 김규항의 칼럼은 이랬어. 세상의 똥꼬 깊숙한 곳에 똥침을 날리는 글빨에 시원통쾌한 청량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내 민무늬 정신에 통찰과 사유를 자극했었지.

직장생활을 하던 그때. 나는 하루살이였어. 뭐 제대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일에 쫓기고 마감하는 틈 사이로는 술에 쩔어 지내는 여느 직장인이었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증발시킨 채, 나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아메바와 같았다고. 이봐, 여기 한 잔 더, 꽐라~


그렇게 지내다가 그 칼럼을 묶은 《B급 좌파》를 만났어. 오오, 이 책, 놀라워라. 거기엔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교양이 있었어. 당시는 알다시피, IMF를 관통하며, 더욱 강화된 돈지랄과 무교양이 판을 치던 때였지. ‘대박’이 일상어가 되고, “부자 되세요”라는 천박한 인사말이 미덕처럼 퍼진 시대.

그런 시대에 김규항은 혹독하고 삐딱하게 세상의 무교양을 꼬집고 있었지. 아, 나는 이 친구를 만나고서야 그때야 다시 반성을 하게 됐어. 나도 모르게 교양 없음에 편입돼 있었구나, 싶은 깨달음.


그 친구는, 말하고 있었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혹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회·문화적 인물․현상들에 대해 우리가 자체 증발시켰던 교양을. 지극히 상식적이고 어릴 때 교과서를 통해, 어른들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였어! 시대가 그걸 박제시켰을 뿐. ‘틀린’ 구석이라곤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양.

근대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겪지 않고, 남의 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온 원죄 때문이었을까. 분별없는 열정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내 친구는 교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지. 뇌에 주름을 새기게 만든, 그래서 너에게 《B급 좌파》를 권한다.

“아마도 교양이란 ‘사회적인 분별력’일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그 뜻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반드시 자기 힘으로가 아니어도), 그게 교양이다.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교양은 근대적인 사회에 주어지는 축복이면서 더욱 근대적인 사회를 지향한다. 말하자면 교양은 그지없는 진보다.” (pp.62~63)

물론, 나는 아직 ‘교양’을 쌓기 위해 김규항을 읽고, 만나. 그것을 ‘좌파’라는 말로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어. 다시 말하지만, 그건 상식이고, 교양이니까. 한편으로 그의 정체성인 좌파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 김규항을 통해 절감하고 있어. 오랫동안 우경화 혹은 우파 일색이다 보니, 이곳은 너무 침침해졌어. 교양도 없어지고 상식도 증발하고 원칙마저 휘발된 이상한 나라. 그런 의미에서, 김규항은 교양의 회복! 《B급 좌파》의 형제 격인 《나는 왜 불온한가》(김규항, 돌베개, 2005)를 만나도 좋겠지. 이것 역시 직설이야.

이 친구가 좋아한다는 루쉰(노신)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지. 네가, 당신이, 그대가 함께 길을 그렇게 걸어갔으면 좋겠어.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 묻고 싶은 게 있어. 넌 교양을 어떻게 만나고 있니?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시인·문화평론가 조병준이 인도 콜카타의 마더하우스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사랑과 우정, 나눔을 마음 한 가득 담은 그 친구들,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응시하고 성찰하며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두 권으로 나뉜 책이었으나, 2005년  두 권의 합본으로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개정판이 나왔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친구. 사실 이 말, ‘사랑’처럼 참 두려운 말이야. 지금 세상에선 너무 오염돼 있어서. 불순함과는 또 다른. 간혹 고민될 때가 있어. 누군가를 들먹일 때, 친구라고 할지, 그저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여기 조병준이 소개하는 친구들 만나고선, 나는 한 없이 부러웠어.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상관없어. 져도 노 쁘라블럼.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어 넣어준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난 그랬어. 그냥 함께 교실에서 수업 듣고, 술이나 함께 마시면 친구겠거니. 뭐, 딱히 다른 생각도 없었어.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물론 친구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딱히 친구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은 않았지. 뭐 친구 대신 죽을 수 있냐는 따위의 어이없는 질문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런 질문, 우웩~ 둘 사이의 우정을 강조한답시고 하는 말이 고작 그런 것이라면, 나는 사양하겠어. 꽐라~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이 친구는 말이지. 인도의 콜카타(캘거타)에 자리한, 마더 테레사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는 ‘죽어가는 빈자들을 위한 집’에서 만난 친구들을 소개하고 있어. 수많은 환자가 있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수많은 천사들의 이야기야. 갑자기 천사라니까, 손발이 오그라들어? 하하. 음, 아마 너도 이 친구가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조곤조곤, 아기자기하게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 속살거리는 것을 듣는다면, 아마 그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싶어질걸? 모하메드 할아버지, 로르, 안또니오 등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그들의 생활을 소개한 글은 정말 그래. 사랑스러워~

아마, 그것은 우연이면서 또한 운명일거야. 그런 소중한 인연을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죄악이 될 터. 이런 좋은 친구들이, 천사 같은 이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덜 슬플 수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도 들어. 그것이 우리가 아직 이 엄혹한 세상을 버티고 견뎌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어. 무엇보다 한껏 기분이 부풀어 오르는 건, 친구를 소개하는 사람의 감정이 행간을 통해 콕콕 들어박히기 때문이야.

난 그랬어. 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지. 무엇보다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나, 어떤 친구였나,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됐어. 음, 나만 이 좋은 이야기를 품고 살기에는 아쉬워서 너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거고. 우리는 여전히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지만, 가끔은 붕대가 필요하잖아. 아마, 이 글은 내게 그랬듯, 네게도 붕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상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짐승투성이 세상이니까요. 그 상처를 달래달라고, 아니면 달래주겠다고 손 내밀었다가 더 큰 상처를 입는 일이 흔한 인생입니다. 인간은 천사가 되지 못합니다. 잘해야 인간이고 못하면 짐승이지요. 그런데 짐승이면서 인간이고, 어쩐 일인지 동시에 천사의 얼굴까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은 살 만 한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아마 내가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주변의 누군가를 잃고 헤맸을 때였어. 상실감에 외줄타기 하듯, 흔들리던 그때. 나는 조병준을 통해, 조병준의 친구를 통해 나는 조금씩 살아날 수 있었어. 이 친구 덕분에 난 인도 땅을 밟기도 했으니까. 물론 콜카타를 가진 못했지만, 나는 인도에서 큰 위안을 얻었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다른 것을 인정해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게지. 친구야, 너에게도 그래서 이 이야기를 권하고 싶은 거란다. 어때? 넌 이런 친구들이 있니?

“헤이, 준 그건 아주 간단해. 이 일을 하면 우선 내가 행복하거든. 그리고 내가 조금 도움을 주는 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도 아마 조금은 행복할거야. 그러면, 저 위에서 세상을 보고 계시는 그분께서도 행복해 하시지 않겠어?”


(부록. 그리고, 내가 만났던 '조병준' 이야기)
올해의 인물, '조병준'... 고맙습니다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단일민족의 허구 혹은 신화가 깨진 것은 최근이었다. 그전까지는 순수(결)함은 자랑이요, 대세였다. 파리에 체류했던 저널리스트 고종석이 일찌감치 그 허구의 위험성과 관용의 필요함을 간파하고, 그 불온함을 전파한 책. 논리 정연한 글은 편지글 형식을 띠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하다. 과연 파리가 아니었다면, 그 생각, 그 논리, 가능했을까.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고종석의 유럽통신》

그건 구원이었어. 군대라는, 인분을 떠먹게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은 아니지만, 폭압과 계급질서가 일상화된 감옥에서 만난. 으, 지옥에서 보낸 한철. 좀 과장하자면, ‘유럽통신’이라는 제목이 아녔다면, 군 간부들이 고종석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었다면, 불온서적으로 주홍글씨를 새기고, 날 영창으로 넣지 않았을까 싶은 이 친구, 《고종석의 유럽통신》.

어쨌든 그 엿 같았던 ‘짬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효되면서 책을 읽는데도 약간의 숨통이 트이자, 구원처럼 다가왔던 것이 고종석! 당시 격월간 무료잡지로 발간되던 <지성과 패기>의 한 꼭지로 연재되던 ‘고종석의 유럽통신’. 그 감옥 같은 곳에서 나는, 그 글을 통해 유체이탈을 꾀했지. 막막한 군 생활에 숨통을 틔워준 산소호흡기 같았다고나 할까.

당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파리에 체류하면서 여러 지인들에게 띄운 편지글을, 내게 보낸 글이 아닐까 착각(!)하면서, 내가 몰랐던 어떤 세상을 읽고 흡수했지. 그러니까, 그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읽었고, 배운 게지. 유럽을 배회하면서 건넨 비판적 세상읽기가 송두리째 날 흔들었어. 당시만 해도, 순수는 무조건 좋은 것! 개인보다 조직을 늘 우선! 이라는 것이 나를 감싼 가치관이었으니까. 제도권 교육의 폐해, 맞지? 꽐라~

그러나 내 친구는, 고종석은 말했지. 천만에. 순수는 광기, 조직의 논리는 폭력. 물론 그것이 다는 아녔지만, 당시 군대에 갇혀있던 나로선 정신의 탈주를 꾀할 수 있었어. 숨통이 트인 게지. 나는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 독립적인 개체로서 인류의 한 구성원이라는 것. 개인주의라면 치를 떨만한 군대에서 만난 청량감. “세계시민주의로서의 개인주의는 불순함에 대한 사랑이고, 관용에 대한 경배입니다.”

나는 새로운 시선과 세상을 만났지. 어쩌면 지금의 나를 일정부분 형성하게 만든 이야기. “종교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모든 교조주의, 근본주의의 심리적 뿌리는 순수(결)성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순수(결)함이냐 불순함이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저는 말할 나위 없이 불순함의 편입니다. 순수함에 대한 열정, 순결함에 대한 광기는 결국 불순함에 대한 증오, 요컨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그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가져온 가공할 재해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 불온함이 열어준 세상 덕분에, 나는 기존의 주류 가치가 심어놓은 감옥에서 탈피할 수 있었어. 알다시피, 불온함이란 그런 거잖아. 지배세력과 기성세대가 해석 불가능한, 자신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리키는 것.

21세기에도 여전히 야만이 지배한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지. (방송가에서) 퇴출시키고, (이 땅에서) 강제출국 시키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갈 곳을 묻는 당신에게 국가가 폭력으로 대답하는 세상’이잖아. 결국 순수(결)에 대한, 조직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욕망이 만들어놓은 지옥도.

그러니까, 이 후지고, 비겁한 세상에서 나는 아직도 내 친구가 알려준 가치를 마음 깊이 품고 있어. 이미 속물이 돼 버렸지만, 그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세상의 주류가치에 미욱하나마 저항하고자 하는 내 불온함의 원천 중 하나. 책을 구하기 힘들다고? 그렇다면 그저 ‘고종석’을 읽어도 좋겠다. 그 불온함은 《자유의 무늬》《서얼단상》 등에서도 묻어나거든. 어때? 내 친구, 괜찮지?

[다음 시간에 계속]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어쩌다, 운 좋게도, 공저자로 '꼽사리'를 꼈던 《100인의 책마을》.
책은 지난해 가을경 태어났으나, 그 속에 담긴 나는, 2년 전의 나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또 다르다.
 편협하고 옹졸한 것은 여전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옳고 그름이나, 좋고 싫음(혹은 나쁨)과는 상관 없이.

책에 텍스트로 찍히기 전의 판본이다.
그러니,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에서 좀 더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말도 있다.

올해, 나는 어떻게 달라지고, 변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다만 그때나 지금 달라지지 않은 건, 이 엄한 세상,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것.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큰 어긋남 없이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
그 마음 지키기가 가능하길.



[저자 소개] 준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커피 한 잔에 미소 짓고,

공공성과 편협한 취향들이 공존하는 커피하우스의 일부가 될 날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커피라는 콘텐츠로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의 고혹적인 자태를 좋아하고,

야구장에서 미친놈처럼 자이언츠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고,

몇 점의 구름이 그려진 청명한 하늘과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 오는 날,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마음까지 함께 두드리면 좋아하고,

식물이 우거진 길을 거닐면 좋아하고,

편협하고 편파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과 글을 좋아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정성이 깃든 요리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다만, 사람을 믿지 않는다기보다 사람의 가변성을 믿으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길 원하지 않는 사람.

소원 중의 하나는, 나이테처럼 멋진 주름을 가진 노장이 되는 것.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랑지상주의자에 가까운 사람.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자, 책에 얽힌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여기, 한 청년의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보탠 ‘F4’가 있어. 청춘 시절이 대개 그렇잖아. 방향을 몰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것. 아니 방향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헐떡거리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어떤 한 순간에서 그 이후가 비롯되고야 마는. 모든 만남이 우연이듯, 책도 마찬가지야. 우연이 켜켜이 쌓여 인연이 되고, 그 인연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꽐라!~

아, 잡설 닥치라고. 좋아. 바로 그 F4를 알려주지. 《고종석의 유럽통신》(고종석 지음/문학동네 펴냄, 1995)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조병준 지음/그린비 펴냄, 1998) 《B급 좌파》(김규항 지음/야간비행 펴냄, 2002) 《지구 위의 작업실》(김갑수 지음/푸른숲 펴냄, 2009). 그건, 곧 고종석이고, 조병준이며, 김규항인 한편 김갑수인. 책(글)과 사람이 다를 수도 있다고? 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겐 그들이 지금 여기까지 내 인생의 F4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

F4가 꺼내놓은 지도. 그건 아직 청춘을 관통하는 내게, 방황과 방랑이 추적추적 대는 내 삶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해줬어. 군대 시절에 읽었던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회로 본격 나가기 전에 만난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 직장 생활 중 접했던 《B급 좌파》, 직장을 탈출하고 새 삶을 꾸릴 때 읽었던 《지구 위의 작업실》.

삶의 어떤 변곡점에서 만났던 F4, 그러니까 그들은 내 좋은 친구들. 그들은 내 젊음의 한때를 함께 했고, 위태하던 내 민무늬 정신에 위안과 방향을 제시해줬어. 어쩌면 나는 이들에 의지한 것이 아니었을까도 싶어. 살아온 날보다 많이 남은 살아갈 날에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

사실 내 생각과 행동, 사고체계와 인식이 어디까지 고유한 내 것이고, 어디부터 주입되고 흉내 낸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일정 부분, 구획 지을 순 없지만, 이 친구들의 영향이 지대했을 것은 분명해. 지분이 얼마나 되냐고? 흥, 지분 따위 따지는 건, 경영권 다툼을 하거나 경제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치는 곳에서 하는 거라고! 꽐라~

물론, 지금 다시 보면, 그때와 다른 울림을 안겨다주기도 하지. 세월이 마냥 그때와 똑같은 시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도 다른 무게의 세월을 관통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안겨다 준 주름, 청춘의 변곡점을 기억해. 그것은 살아가는 동안, 평생 따라붙을 지도니까. 그들을 통해 나는 다시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까. 그래. 내 친구들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줄게. 자~자, 인사해. 안녕, 준수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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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팔월의 고집이 남은 어느 날.
아마도 중국의 열하기행을 다녀온 직후였을 텐데,
최영준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길사를 따라 홍천으로 향했다.

최영준 선생님의 저서,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때문이었다.
그건, 알량한 머리가 아닌 정직한 몸을 밀어서 쓴 글이었다.
책 곳곳에 묻어나는 땀냄새와 삶의 향기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랑방이 먼저 사람들을 반겼고,

문틈으로 녹색 셔츠를 입으신 선생님도 보이고,


정겹고 소박한 정원의 모습하며,

일기를 쓰고, 글을 쓰는 사랑방을 보는 순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핸드밀이었다.
아, 나도 이런 집의 핸드밀이 되고 싶다...


본가의 모습 일부다. 아궁이와 장작, 저들은 언제나 인간을 위해 몸을 사른다.
아궁이와 장작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집 바깥에는 더 없이 좋은 '시크릿 가든'이 있다. 물론 비밀 따윈 없다.
자연은 비밀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모를 뿐이고, 무심할 뿐이다.
최영준 선생님께서 시크릿 가든의 이모저모를 말씀해 주신다.


저렇게 성모상을 놔뒀더니, 다른 사람들이 저곳을 어찌하지 못하더라는 말씀.
책에도 그 얘기가 나온다.
막걸리와 맥주를 품은 천연냉장고도 있고, 연못은 푸르구나. 아, 좋다.

보라빛은 언제나 내 마음을 뺏곤 한다.
잠시 마음을 뒀다. 넌, 여기서도 날 반겨주는구나...

옥수수를 삶기 위해 선생님께서 직접!
그 모습을 담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촌부가 되고 싶다.
그 어떤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품격이 있지 않나?


사모님의 작업실이 있고, 장독대가 줄을 서 있다.
아, 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이로다.


  8월의 정원에서 펼쳐지는 파티.
연간 몇 억원 이상을 처발라준 화폐들을 위한 VVIP파티,
국민세금을 동원, 고귀하신 지경부 공무원들과 대기업 직원간 이너서클 결성 맞선 파티,
따위의 천박함과는 아주 다른, 파티. 파티라면 이 정돈 돼야지~

뭣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의 하나.
최영준 선생님과 손정리 선생님이 함께 자리한 문패.
예술적 동맹이자 결합으로 함께 하는 두 사람.

책에도 나오는데, 낙담할 일이 있어도 서로를 다독이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서로 깊어지는 그 관계.
지나치게 부를 축적하는 데 집착하지 말며, 그들의 세계와 공간을 만들어가는 부부의 다짐이,
저 문패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
.
.
나는 그것을 아주 어설프게나마 글에 담았다.

아래에 있는 글이 그것이며,
최영준 선생님께서 계속 건강하시길,
그리하여 선생님 바람대로, '하루하루 진정한 촌사람으로 변해 가'시길.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을 부르는 20년의 기록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을 읽고,

방송사의 일기예보는 말한다. 날이 맑아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라고. 물론, 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듣자하니, 시소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기상 캐스터의 예보는, ‘도시’ 사람들만 ‘시청자’로 삼는 듯하다. 농작물은 비가 오지 않아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마당일 수 있는데. 날이 맑아도 가슴에 애를 키워야하는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안겨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야속하다.

그러니까, 정말 도시 사람들은 모른다. 여기 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건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봄 가뭄이 극심하니 맑은 하늘을 보아도 즐겁지 않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가뭄의 괴로움도 모른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는 일이나 습한 대기가 짜증나고 질퍽한 도로를 다닐 때 바짓가랑이와 신이 젖어 끈적거리는 일도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맑은 날을 축복하는 모양이다.”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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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 플럭서스의 멤버다.
플럭서스, 그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간다고나 할까.
뮤직레이블이자 기획사지만, SM, JYP 따위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자 이름.

알겠지만,
본디 그 이름(플럭서스)은,
1960~1970년대 독일, 미국(뉴욕) 등에서 펼쳐진 국제적인 전위예술운동이다.

아마 거기서 비롯된 이름인 듯한데,
과거 플럭서스는 예술가 개개인이 느슨한 연대를 이룬 자유로운 집단(적 형태)이기도 했다. 아마, 여기의 플럭서스도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음악적 연대를 모토로 삼는 듯하다.

플럭서스에는 박기영도 있고, 클래지콰이도 있으며, 뭣보다 미친 존재감, 이승열이 있다. 윈터플레이도 거기에 더한 이름이다.
버블, 버블~♪ 밖에 몰랐는데, 인터뷰 전후로 노래를 많이 접했다. '재즈돌'이라고 이름 붙여줬다. 기분 나빠하진 않는 것 같다.
 
방송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라~하는 그들의 곡은, '세월이 가면'이다.
(이)승환형부터 마야, (조)성모, 거미, (김)장훈 등에 이어,
최근에 슈스케의 (박)보람 양까지 이 노랠 리메이크해서 불렀는데,
재즈적 선율과 어울린 윈터플레이의 '세월이 가면'이 가장 좋다. 물론 원곡은 빼고.
김주혁도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이 노랠, 불렀었지.

플럭서스 멤버들의 콘서트가 지금 한창이다.
(이)승열이형 콘서트, 참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윈터플레이도 어제, 오늘 콘서트를 한다. 콘서트, 잘 되길 바란다.
뭐 이미 매진됐다지만. ;;
 
지난 시월, 재즈가 깊숙하게 파고들기 딱 좋은 계절, 윈터플레이를 만난 기록.
오텀(Autumn)플레이였다고나 할까, 폴(Fall)플레이였다고나 할까.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2집을 내고 음악적 추수를 막 시작할 즈음, Autumn Play를 하면서,
계절이 그렇게 떨어지는(fall) 시즌을 관통하고 있었으니.
지금은 그렇게 눈 내리는 하얀 계절, Winter Play는 계속 된다.  




바야흐로, 찬바람이 부는 계절. 몸을 적시던 땀방울은, 이제 마음으로 스며든다. 몸 바깥보다 몸 안이 더 따뜻한 즈음이다. 그럴 때, 음악의 선율과 리듬도 바뀐다. 공기도, 기온도, 하늘도 달라진 마당에, 당연한 것이다. 서늘한 바람 한 자락에도 무너지고야 마는 마음 한켠을 붙들기 위한 음악이 필요하다. 물론, 커피 한 잔도 곁들여서!

그렇다. 커피 만드는 사람인 내게, 재즈는 계절 필수품이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에 특히나 어울리는 선율 아닌가. 진하게 추출한 동티모르 카부라키마운틴의 향을 맡으며 재즈선율에 몸을 맡길라치면, 나는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부럽지 않다. 음악에 있어 한없이 유려한 취향을 가진 ‘이지리스너’의 곡 선택이 까다로울 이유도 없다. 그저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으면 된다. 커피 한 잔과 어울리면 된다.


그래서 선택했다. 윈터플레이. 올해, 재즈로 물든 그 좋은 ‘자라섬’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팝재즈 밴드. 귀에 착착 감긴다. 선율은 몸을 타고 어깨를 들썩이게 하더니, 마음까지 스며든다. 보컬의 매력적인 음색과 악기들이 서로 삼투압하고 연대한다. 유후~ 몇몇 리메이크한, 재지한 팝과 대중가요도 친근하고 새롭다.


바로, 이주한(트럼펫, 프로듀서), 소은규(콘트라베이스), 최우준(기타), 혜원(보컬)이다. 윈터플레이의 2집 앨범, <투셰모나모>다. 뭐 행여나 ‘듣보잡’이라고 여겨진다면, 모 전자회사의 세탁기 CF에서 한가인과 함께 도드라진 버블에 깔렸던 음악 「Happy Bubble」을 떠올리면 된다. ‘버블 버블♪’ 하면서 귀에 착착 감겼던 그 음악을 불렀던 재즈 밴드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을 알 턱이 없었던 소년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멋도 모르고 좋아했던 소년은, 이제는 그 마음을, 노래의 의미를 안다. ‘세월이 가면’ 알게 되는 무엇. ‘세월이 가면’ 다른 사람도 이 노래를 부른다.


귀에 띄는 목소리의 주인공, 혜원도 이 노래, 불렀다.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tvilles)』에 나오는 오래된 호텔을 개조한 셜록 홈즈 바에서 커피 한 잔 후 쇼케이스 리허설을 하는 영상은 압권이다. 비 내리는 가을날의 아침, 커피 한 잔에 곁들여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나는 아마 터진 가슴에서 눈으로 삐져나온 물질을 만날 것이다.


어쩌면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윈터플레이. 지난 11일, 실력파 뮤지션들의 집합소, 플럭서스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주한, 소은규, 최우준, 혜원이었다. ‘Play’버튼을 눌렀다. ‘Stop’이나 ‘Pause’, ‘Rewind’는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도 눈 내리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 이유는 찬찬히 읽어보면 알 테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당신이 자주 가는 곳,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이 당신을 말해준다지. 거기에 하나 덧붙이겠다. 음악. 당신이 듣고 있는 음악도, 당신을 살짝 드러낸다. 그리하여, 권하겠다. 당신의 가을과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한, 뭣보다 당신의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윈터플레이의 음악의 ‘Play’버튼을 눌러보는 건 어떻겠나.



재즈돌, 아이돌을 누르다!


이변’이라고도 하고, ‘깜놀’이라고도 하더라. (웃음) 「투셰모나모」가 각 아이돌의 노래를 제치고 각종 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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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 이후에나, 마호가니 킹의 공연모습을 보게 됐는데,
우와, 생각 이상이었다.

다행이었다. 한숨을 돌렸다.
그들 공연 한 번 보지 않고 인터뷰했던 내용이,
결과적으로는 낚시질이거나 거짓말이 되지 않았으니. ^^

훅(Hook)~ 훅~ 거리는 공산품 아이돌(들)의 노래나 무대가 전부는 아니다.

세상엔 아주 다양한 노래와 뮤지션이 있고, 그것을 찾아 즐기면 세상이 더 즐겁다.

지난 11월, 마호가니 킹과 이상은을 만난록.
눈앞에서 처음 봤다. 이상은을. 우와, 멋있다, 간지난다.
한편으로 (나쁜 뜻은 아니고,) 그녀는 꼭 장난꾸러기 '소년' 같았다. ^.^
마호가니 킹, 아마 지금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계속 지키면서 나아간다면,
충분히 좋은 뮤지션이자 퍼포머가 될 거라고, 이지리스너인 나도 감히 확신한다.



지금, 문제는 그것이다. 획일화.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숱한 기획 공산품(‘모든’ 아이돌은 아니나)이 만들어낸 엇비슷한 음악만 활개를 친다. 아이돌 음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아이돌 음악만 전부인양 여겨지는 게 문제다. 그래서 (대중)음악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의 대중음악이 후지다, 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다양성? 말로만 떠들지, 엇비슷한 아이들을 아이돌이라고 세워놓고, ‘훅’만 제대로 치면 ‘대박’이랍시고 공중 부양한다. 음악이 가질 수 있는, 창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갈증이요, 결핍이다. 장르의 실험 또한 어색해졌다. 여러 가능성들이 스러졌다.


많은 원죄를 품고 있지만, 기획사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대중의 취향(?)이라는 명분을 들어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상태가 아니면, 데뷔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악행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적극 발설하지 않은 음악 듣는 사람의 잘못도 있다. 음악은 그러다보니 평면화 되고, 일회성이 됐다.


이런 상황에선 모험가가 필요하다. 백주대로의 안전한 주행을 외면하고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나는 나’를 기치로 물적 토대가 부족해도 그 안에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자. 눈 밝은 안내자도 필요하다. 음악적 재능과 시장을 만나는 좁은 길을 찾아내는.


그런 이들이 만났다. ‘튠업!’이다. ‘창작음악신의 슈퍼스타 K’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최근 2기를 맞은 CJ아지트의 ‘튠업!’은 지난 8월 예선 쇼케이스를 거쳐, 지난 9월 결선을 통해 최종 2팀을 선정했다. 마호가니 킹과 썸머 히어 키즈. 선배 뮤지션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창작 음악신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팀으로 낙찰!


스타시스템 바깥에 있는 신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튠업은, 뮤지션들에겐 한 마디로 기회다. 우선, 선배 뮤지션과 협업을 통해 피처링 콘서트의 기회가 부여된다. 둘째, 음반 제작 지원을 받는다. 셋째, 칠전팔기, 즉 될 때까지 계속해서 지원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연습실, 공연, 음반제작, 홍보마케팅, 기획사 매칭, 음악프로그램 소개 등이 음악작업을 돕는다.


이에 지난 23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튠업 2기의 능력자, 마호가니 킹을 만났다. 협업 선배 뮤지션인 이상은 씨도 함께였다. 마호가니(Mahogany)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나뭇결이 매우 아름다운 활엽수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구용 나무다. 다른 한편으로 흑인 비속어로 ‘흑인이 아닌 흑인, 혼혈의’라는 뜻이 있다. 마호가니 킹은 그러니까, 가장 좋은 가구용 나무처럼, 다양한 음악은 물론, 음악과 다른 표현 방식을 섞은 창작 활동을 하는 팀이다.


블로거 별비님의 증언을 보자. 마호가니 킹의 지난 7월 공연을 보고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마호가니 킹의 스토커가 되고 싶다고 느꼈을 만큼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곡이 너무도 아쉬운 그런 공연이었다.… 나는 마호가니 킹의 음악에 철저히 매료되어 버렸다!!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확인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12월3일 오후 8시 CJ아지트에서 특별한 공연이, 난장이 펼쳐진다. 만드는 노래마다 세련과는 멀었지만 그것도 마음에 들고 사랑스러웠던 마호가니 킹이 기존 아이돌과는 ‘다른’ 음악과 무대를 선보인다. 뭣으로 그걸 믿느냐고? 그럼, 여기. 이상은 씨가 그들에게 기를 불어넣었고, 함께 한다. 생각과 철학을 음악과 결합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 이상은. 더 말이 필요한가.


분명 ‘다른’ 음악도 있다. 당신의 세계에 다른 음악적 기운을 불어 넣어보라. 생의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이 스멀스멀 스며들면 더욱 좋고. 기대해도 좋다. 인디언 체로키족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칭했다. ‘마호가니 킹 feat. 이상은’의 아주 특별한 공연이 주는 세상이 그럴 것이다. ‘마치 첫 번째 공연인 것처럼’ 인간에게 이로운 공연, 당신에게 권한다.



마호가니 킹은 스타시스템 바깥에 있는 신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튠업’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기분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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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우혁 작가 인터뷰.
인터뷰 장소였던 삼성동의 시티(CT) 베이커리.
커피 맛은 차치하고, 인터뷰는 뒤로 하고서라도,
그곳의 헝클어진 채 마음껏 놓여 있는 앤틱들이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

그래, 얘들아, 잘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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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이 있었다. 그야말로, 인터넷 이전의 통신망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전설의 이야기. 그 열기는 책으로 연결됐고,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지금도 『퇴마록』을 꺼내면, 경배 섞인 찬양을 보내는 열혈 신도들이 줄을 섰다. 판타지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자, 열혈 신도들을 탄생시킨 교주(?) 이우혁.



그가 7년 만에 새 책을 들고 돌아왔다.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이우혁 지음|해냄 펴냄). 바이퍼케이션? 수학 용어로 일반적으로 분기, 분기점을 뜻하며, 불확실한 결과, 즉 학문적이라기보다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지칭이다. 카오스 이론 등에 쓰이는 개념이다. 하이드라는 히드라라고도 불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물뱀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7년만의 귀환이 상징하듯, 뭔가 큰 놈(!)을 끌고 왔다.


우선 출간된 3권은, 예의 그가 그러했듯, 전주곡에 가깝다. 더 크고 거대한 세계를 향한 담대한 도전. 미국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통해 이야기는 흥미를 더한다. 곳곳에 포진한 신화적 배경과 범죄심리학을 토대로 이우혁은 인간의 본질과 주체에 대해서도 묻는다. “인간의 본질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죠? 어떻게 그걸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요?”(3권, p.12)


과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해되고 알 수 있는 것일까. 이우혁은 피비린내 나는 범죄의 현장에서 느끼는 범죄적 쾌감만큼이나 사유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를 선보였다.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에서 눈병 때문에 병원을 오가는 상황의 이우혁 작가를 만났다. 7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해후한 반가움부터, 소설 쓰기,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픈 열망 등을 담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야기와 본질에 대한 넘치는 열망이었을까. 눈병 때문에 낀 선글라스를 뚫고 강한 눈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바이퍼케이션이었다.


『바이퍼케이션』, 7년 만의 신작이다. 이우혁을 기다린 독자들에겐 단비와도 같다.


이번 책은 예전에 쓰던 것과 달랐다. 인정사정없이 썼다. 20대 미만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어린 팬들에게 욕먹고 있는데, 나중에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책 내면서 굉장히 걱정했다. 백안시당하는 것 아니냐 해서. 그런데 생각 외로 좋게 봐 주시는 독자들이 많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소신대로 써야지.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의 행간에 숨겨둔 간단하지만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내가 이 글을 쓴 의미와 던진 질문을 찾는 지적인 재미가 부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런 것이 싫은 분들이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재미와 의미의 두 마리 토끼를 쫓은 내 나름의 노력의 산물이니, 그런 맥락에서 보아주시면 고맙겠다.”(‘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로서 이번 작품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간단하게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다.(웃음) 연쇄살인마나 수사관 이야기, 그게 다가 아니거든. 물론 그것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철학적이라고까지 얘기하긴 어렵지만, 주체와 본질에 대한 담론이다. 사실 이건 그런 것만 놓고 말하면, 지루한 얘기다. 재밌는 것으로 포장해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런 쪽으로 유도하게 하고. 나름 답을 찾고 독자들과 함께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감흥을 이끌어내는 이런 것과 달랐다.


“물론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글쓴이의 책임이지만, 그 재미란 것이 떠들썩한 사건이나 외면적인 흥미 요소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 근간의 내 생각이다. 모든 소설이나 창작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회귀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관점, 수많은 판단이 있지만, 결국은 이 작은 질문에 대한 수없이 많을지 모르는 답을 찾기 위해 창작이 행해지고, 사람들은 그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본다.”(‘작가의 말’ 중에서, p.349)


앞선 『퇴마록』 『왜란종결자』 『파이로 매니악』 『치우천왕기』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상상력으로 꾸며진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우혁 장르’라는 레떼르를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장르를 생각해서 쓰진 않았다. 그것들도 많이 갈라질 건데, 세계관에서만 일맥상통한다. 일단 내가 가진 세계관은 크다. 현실 세계를 포함한 사상의 세계를 다루는데, 동떨어져 다른 세계는 다루고 싶지 않다. 진정한 상상력은 일상 과학, 논리 등 우리 자체를 포함해야지. 옛날부터 그것을 추구했고, 이 책도 아주 크게 보면 그 맥락 안에 있다. 인간 외의 세계도 있는데, 그건 우리가 못 볼 뿐이다. 굳이 얽힌다면, 그 정도가 겹치고 실제는 다른 방향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15년의 구상과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했다. 무엇이 가장 시간을 오래 걸리게 했나.


예를 들면, 『퇴마록』은 신기한 자료를 모아서 재창조했다. 재창조는 금방이다. 문제는 제대로 되기 위해서 제반지식을 쌓고 앞뒤를 맞추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한 출판사에서 ‘환단고기’(주. 한국 상고사를 다룬 책)를 진서처럼, 스토리처럼 만들어달라고 해서 1~2년 조사하고 추적했는데, 안 되겠더라. 논증할 수가 없더라. 이런 경우가 많다.


이번 책은 첫 번째가 심리학이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써봤는데, 안 되겠더라. 맨 처음, 최면을 생각했었다. 최면을 연구하다보니, 그게 아주 작은 부분이더라. 심리학이 크고 포괄적이고. 그러다보니 철학담론까지 이어지더라. 심리를 판정하려면 주체에 대한 것이 중요하다보니, 주체담론을 얘기 안 할 수도 없게 됐다.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자꾸 확산된 거지.(웃음) 후기주의까지 다 훑었다. 심리학이 세분화하면 서른 몇 분야까지 있다. 가령 범죄 심리학도 푸코 쪽에 의견이 많이 기울곤 했는데, 그게 오래 걸렸다.


두 번째로 미국을 연구하는데 오래 걸렸다. 처음엔 배경을 그리스로 할까 생각했지만 결국 미국으로 정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법률관계였다. 15년 사이에 (관련 법률이) 여러 번 바뀌었다. 바뀔 때마다 엎어야 했다. 완벽한 미국 세계라고 말할 순 없지만, 바뀌고 이러다보니 짜증도 나고 하더라.(웃음)


“이 글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범죄심리학에 있었다. 처음에는 반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조사를 해나갈수록 범죄심리학도 결국은 심리학적인 맥락 하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p.347)


원래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고, 글은 준비만 끝나면 빨리 쓰는 편으로 알고 있다. 철저한 준비가 좋은 작품을 낳는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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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