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주의자', 김창완.
내가 아는 그 역시, 헤도니스트(hedonist). 즉, 심미적 쾌락주의자.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싶다, 는 생각을 이끄는 남자.
매  순간을 완성하고자 노니는 것이 보이는 남자.
우리에게 가끔 감동으로 주단을 까는 남자.
제대로 나이를 먹는다면, 김창완처럼.

단 하나.
조선일보와 인터뷰 하는 것만 빼고.


나는야, 그렇게 헤도니스트가 되고 싶다!
고종석이든, 김창완이든, 꼰대 되는 것이 최대한 늦춰지는 그런 사람들.

물론, 실천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래 나의 이 말, 진심이다.
그 사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향한, 프로포즈.
김창완의 '결혼하자'가 그댈 향할 것이니.
어때? 나에게 오랏! 푸하하.


부디, 남 배려 따윈 하지 않는 제멋대로의 여자가 나는, 조타!
배려보다는 매 지금 자신을 완성할 줄 아는,
자신을 약간 망가뜨리는 것이 될지라도,
그 여자, 어디 있니~ 보고 싶어~


"인생을 완결 짓는 순간은 지금이다."

그렇다. 황금보다 백금보다 더 좋은 '지금'.



지난 9월 김창완 아저씨를 만나고,
정말이지 좋았던 기억. 질질 쌌던 기억. ㅋㅋ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저씨 정말 쪼아~

==============================================

김창완, 책과 음악으로 주단을 깔다

[북콘서트] 환상스토리, 노래를 만나다



김창완. ‘산울림’으로 우리 귀를 살살 간질이며 가슴에 방망이질 치고 방방 뛰게 만들더니, 어느 순간 배우로 우리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의 주단을 깔았다. 뭔 소리냐고? 작가다. 그것도 환상스토리를 풀어놓는다. “슬픈 목숨을 이어가는 모든 동물들과 악의 없는 몽상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작가의 말을 담은 책, 『사일런트 머신 길자』(김창완 지음 / 마음산책 펴냄).


“글쓰기만큼 재미있는 놀이도 없다./ 연필 끝에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고/ 볼펜 끝에서 ‘길자’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러분을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죠죠’가 살고 있는/ 글 동산에 초대합니다.” 이런 그의 초대를 받았다면, 마땅히 발을 디뎌야 하는 법. 지난달 24일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 그가 마련한 주단이 깔렸다. ‘환상스토리, 노래를 만나다’.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북콘서트다. 『사일런트 머신 길자』의 출간기념으로 ‘김창완밴드’와 함께 하는 자리.



김창완밴드의 등장


내 마음에 주단을 깔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로 김창완 밴드가 모습을 드러내자, 록스타의 등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터진다. 한 마디로, 멋지다. 5인조 김창완 밴드,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로 등장을 알린다. 지난해 EP로 발매된 ‘The Happiest’의 수록곡.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예순둘은 예순둘을 살고/ 일곱 살은 일곱 살을 살지♪/ 내가 스무살이었을 때 일천구백칠십년 무렵/ 그 날은 그 날이었고 오늘은 오늘 일뿐야♬”



“막내가 세상을 뜨고 만들어진 노래다. 그 경험을 하기 전에 모든 것은 순간에 이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일을 겪고 나서 더 절실해졌다. 인생은 이 순간, 다 완성된다. 예순이 되기 위해 스물, 마흔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이 순간을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뭐랄까. 뭔가 뭉클했다. 동생을, 형제를 구름의 저편으로 보낸 슬픔에도 ‘해피스트’를 얘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허허.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행한 말들이 떠올랐다. “지금을 완성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을 완결 짓는 순간은 지금이다.” 말하자면, 김창완은 ‘지금주의자’. 카르페 디엠. 


이어지는 노래는 김창완밴드의 첫 번째 정규앨범인 「버스」의 타이틀곡인 ‘Good Morning’. “지하철에 버려진 아침 신문을 주워 구직광고를 다 읽네/ 어디 갈 곳도 없이 정해진 일도 없이 차가운 도시를 걷네♪/ 내게도 희망은 있는 걸까 내일은 내게도 기회를 줄까 이 세상이/ 쓰디쓴 커피 한 잔 빈속에 마시면서 구인포스터를 보네♬” 아, 이 시대의 어떤 자화상.


김창완, 책을 이야기하다


- 산문집, 동화를 냈고, 이번에는 소설이다.


출판사 사장님께서 하도 꼬집고 그래서. (웃음) 어릴 때, 거짓말을 해서라도 세상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3 때 딴 짓을 하고 있으니, 소설가가 돼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말을 접어놨다가 수필집도 냈는데, 늘 한 켠에는 소설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동네에 고양이가 많은데, 어느 날 어이 없이 아기고양이가 죽었다. 불쌍했다. 그리고 ‘죠죠’라는 이야기를 생각했다.(「숲으로 간 죠죠」) 달래주고 싶어서 혹은 죄책감에. 사나흘을 썼다. 지독히 슬픈 풍경으로 끝난다. 그게 원통해서 걔네 아빠를 떠올렸고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고양이 아빠와 내가 그리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뒤를 이었다.(「죠죠 그 이후」) 그 뒤 접고 있었는데, 들들 볶아서. (웃음) 죠죠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숲은 이상향이다. 동네에서 불쌍하게 죽어간 고양이 때문에 (소설을) 쓴 셈이다.  


-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 경험에서 나온 거겠지만, 경험을 뛰어넘고픈 욕망도 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재미없잖나. 달아나고픈 생각을 했다. 그 틈새로부터 글이 나온 것 같다.


- 「사일런트 머신, 길자」는 소리가 없다. 소리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건데, 어떤 배경에서?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얼핏 도시소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이런 판타지를 통해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글쓰기의 자유로움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길자를 통해 나는 자유로워졌다. 글쓰기가 얼마나 자유로운지가 요체다. 참, 책 표지에 그려진 줄자가 무척 마음에 든다. 줄자는 사일런트 머신이 어디까지 작동하느냐하는 가능성의 잣대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법의 잣대, 보이지 않지 우리 내면에 잠재돼 있는 보이지 않는 잣대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중국집 아이가 신호위반을 하고 달아나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형상화해 준 표지를 그려준 분께 고맙다. 여러분도 길자의 모습을 보며 좀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이어, 「사일런드 머신, 길자」의 김창완스러운(!) 낭독(p.18~23)이 있었고, 김창완밴드의 1집 수록곡인 ‘아이쿠’와 ‘29-1’이 연주됐다. 신난다. 누구나 가질법한, 버스안의 그녀에 대한 기억도 난다. 29-1번 버스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참 산울림스러운 음악이고, 참 좋다. 


- 죠죠 얘기를 더 해보자. 「죠죠 그 이후」의 성장하는 모습이 애틋했다. 어떻게 구상했나?


아주 오래 전 30~40년 전, 루미라는 이름의 외계인을 소재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숫자로 된 SF단편이 원형이다. 소설세계를 꿈꾼 건 아주 오래 전, 중학교 때부터고.


낭독이 다시 이어졌다. 「숲으로 간 죠죠」에서 50~53페이지까지. 「M.C. 에셔(1898~1971)」에서 89~94페이지까지. “궁금하다고? 반전이 굉장하니 책을 사보라”는 김창완은 음악이 맺어준 동생, 형제들로 모인 김창완 밴드를 소개했다. 역시 1집 곡인 ‘내가 갖고 싶은 건’과 ‘너를 업던 기억’이 연주됐다. 좋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멋진 일이다. 김창완처럼 나이를 짓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다음은, 객석의 관객들과 나눈 교감.


- 고양이를 좋아하나? 키워본 적은 있나?


전혀 없다. 어렸을 때, 동네에 집집마다 개가 있었고, 우리집도 있었다. 그런데 헤어질 때, 너무 가슴이 아파서 머리가 커서는 개를 못 키웠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겼는데, 제일 망나니로 알려진 코카스파니엘을 키웠다. 문제는, 진짜 돌대가리인 거라. (웃음) 뒷산에 풀어놓고 키웠는데, 동네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할아버지를 물어서 결국 퇴출시켰다. 고양이는, 그냥 동네에 있던 고양이를 보고 좋아했는데, 갑자기 죽어서 충격받았다. 키워보진 않았다.


- 살면서 읽은 책 가운데 좋아하거나 영향을 미친 책이 있다면.


권컨대, 책에게서 영향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있기엔, 삶이 너무 거대하다. 그 위대한 발견을 한 아인슈타인이 고작 바닷가에서 조개 하나 주웠다고 했겠나. 기본적으로 책으로부터 은혜를 입었지만, 자기 안에 있는 어마어마한 세상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한글을 깨우친 것은 참 자랑스럽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업을 포기했는데, 쓰고 읽을 줄 아는데 뭘 더 배워. (웃음) 그래도, 책을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교과서를 충실히 해라. 내가 소설가라서가 아니라 소설이 참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웃음) 일단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백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 쓰는 게 낫다. 아무거나 읽어라. 흥미 있는 거라면.


- 앞으로의 계획은.


「버스」가 나온지 얼마 안돼서 홍보도 해야 하고. 곧 하늘공원과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공연도 있고, 10월28일부터 11월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도 있다. 김창완밴드 잊지 말고 찾아주시라.



마지막 곡으로 ‘결혼하자’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진솔한 프로포즈라면, 누군들 홀딱 넘어가지 않으리오. 그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결혼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이 노래를 신부에게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 얼른 결혼 하자 성당 갈까 절에 갈까/ 누구라도 축복하면 우리끼리 결혼하자♪/ 꽃반지를 하나 끼고 면사포는 뭐로 할까/ 아무 거면 우린 어때 넌 내 행복 난 네 기쁨♬/… 우리 얼른 결혼하자 만났을 때 해버리자/ 친구들도 있으니까 우리 그냥 결혼하자♪/ 문방구에 색종이들 슈퍼에는 먹을 것들/ 아스팔트 거리에서 딴따라라 따라라라♬”


물론 당연히, 끝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 앵콜. 우리가,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너의 의미’가 진짜 피날레를 장식한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나도 그랬다. 그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그가 다음에는 어떤 주단을 깔까. 김창완, 여전히 그가 궁금한 이유다. 매 순간을 완성하고자 하는 남자. 나는 그 남자에게서 때론 감동을 받는다. 김창완이라는 감동, 당신도 함께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김창완이 했던 어느 인터뷰에서, “행복이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이 출발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금 나를 있게 했고 심장을 뛰게 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감동을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예스24 기고 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름만 들었다. 타루.
그도, 그 흔해 빠진 '홍대 여신'의 한 축으로 호명되고 있었다.
그려려니 했다. 여신. 나쁘지 않다. 나는 여신을 경배해 마지않는, 돌쇠니까!

여신의 왕림이라기에, 그는 또 어떤 여신적 포스인가, 하고 찾아갔다.
아니 왠걸. 여신은 여신인데, 야생의 여신이다. 아주 펄떡펄떡 뛴다.
와우. 이 뮤지션, 노래는 쫄깃하고, 음색은 코브라다. 살살 휘감는다.

여신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각색할 필요, 없다.
지난 10월, 야생의 현장에서 나는 즐거웠다네~
타루가, 타잔이라면, 나는 치타가 되고 싶었다.
제인 따윈 필요없어!

그는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별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타루는, 예쁘진 않은데, 귀엽다.
노래는 예쁘다, 귀엽진 않다.
조화가 잘 되지 않나. 하하.
 

========================================

경직됨 없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야생타루 탐구생활’

[인디신 팬미팅] 타루와 함께하는 야간비행


(※ 모쪼록, 이 글은 T모 방송의 프로그램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의 내레이션을 연상하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임을 알려드려요.)


지난 19일, 서울 홍대부근의 한 클럽에서 「사랑의 찬가」가 울려 퍼졌어요. 맞아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맞아요. 잠시 이 노래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려줄 테니 들어보아요. 피아프에게 사랑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어요. 특히, 권투선수이자 미들급 세계챔피언이었던 막셀 세르당과의 사랑은 애절하기로 유명해요. 문제는 세르당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 상태였다는 거예요.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끌림과 매혹을 저지할 순 없었어요. 두 사람은 미국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세르당이 프랑스로 돌아가면서 어쩔 수없이 잠시 떨어져 있게 됐어요. 떨어져 있는 동안 주고받은 편지는 책으로 나왔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사랑에도 비극이 닥쳐요. 1949년 미국에서 시합이 잡힌 세르당을 피아프가 재촉해요. 빨리 자신의 곁에 오라고 채근을 해요. 이게 화근이었어요. 피아프에게로 오던 도중 비행기가 추락하고 말아요. 세르당은 그렇게 피아프 곁을 떠나고야 말았던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잃은 피아프가 세르당을 위해 가사를 쓰고 부른 것이 「사랑의 찬가」에요. 참고로 이 사랑을 다룬 영화가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에디프 피아프의 사랑>(Edith Et Marcel, 1983)이었어요. 영화에서 세르당 역을 그의 친아들이자 복서인 막셀 세르당 주니어가 맡기도 했어요. 이런 사연을 알고 노래를 들으면, 참 슬퍼요. 술이라도 퍼마시고 싶어져요.


이 노래가 왜 울려 퍼졌는지 궁금할 거예요. 앞선 11일이 에디트 피아프의 46주기여서 울려 퍼진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틀렸어요. 타루가 이 노래를 불렀어요. 아 참, ‘타루’라는 말만 듣고, 핀란드에서 온 사람으로 오해해선 안돼요. 핀란드에서 온 사람은 ‘따루’에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루는 ‘휘바’를 외치진 않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자이리톨을 즐기는 것도 아닐 거예요.


야생타루당, 세렝게티 초원에서 놀아요



타루는 맞아요. 가수에요. 예스24의 인디씬 팬미팅 4탄으로 지난 19일 ‘타루와 함께하는 야간비행’이 열렸어요. 타루가 팬미팅 자리에서 자진자수 앵콜곡으로 이 노랠 불렀어요. 아는 분이 결혼식 축가로 부탁했대요. 그 기쁜 날, 왜 이 노래를 축가로 부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루는 노래가 참 좋아서 선곡해봤대요.


그런데 혹시 들어나 봤어요? 야생타루당. 28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당수(총재)는 바로 타루에요. 야생의 기운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나 봐요. 이들의 결집력은 상상을 초월하진 않지만 타루를 중심으로 당원들은 야생적으로 놀아요. 당원들은 그야말로 열혈이에요.


그 당은 대체 무얼하냐고 묻지 말아요. 당에 가입해서 열혈야생당원이 돼 보면 알아요.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에 따로 가지 않아도 돼요. 당원들이 모여 노니는 곳이 바로 세렝게티 초원이 돼요. 이날의 팬미팅이 바로 세렝게피였어요. 자, 함께 초원을 살짝 엿보도록 해 보아요.  


타루에게 묻고, 답해요


타루가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이 돼요. 이어 당원들의 사연도 소개가 돼요. 우주여행부터 신혼여행(니스), 독재여행(독일) 등이 거론이 돼요. 열혈야생당원답게, 야생인답게 재미난 사연들이 수북수북 쌓여 있어요.


지난 콘서트 이후에 사랑에 빠졌는데, 한동안 잊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사연도 들어있어요. 사랑에 빠진 거 맞는지 모르겠어요. 이민 가는 직장동료를 위해 야간비행에 동참한다는 애절한 사연도 있어요. 10년 지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돈독한 우정을 위해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타루는 우정의 상징인가 봐요. 그래도 타루는 야생인답게 상투적인 내용은 그냥 물어뜯어요. 당수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대목이에요. 물론 지금은 민주주의가 실종된 시대라서 그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타루가 말해요. “여성 팬을 우대하는데, 별로 없어서 속상해요.” 그래도 뻥을 곁들여서 한 100명은 모인 것 같아요. 타루의 야생이 하늘에 포효를 해요. “기뻐요. 그런데 팬 미팅은 팬이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인상착의가 궁금했다는 한 사연에는 지금 보라고 말을 해줘요. 다들 팡 터져요.


타루가 글을 올리는 시간이 늘 새벽녘이에요. 그래서 물어보아요. 대체 몇 시에 자는 거예요. 새벽 5~6시에 잔대요. 이 늦은 시각까지, 아니 이른 시각까지 곡도 만들고 인터넷쇼핑도 한 대요. 덧붙여, 요즘은 쇼핑을 끊고 게임을 한 대요. 그러다 아차 해요. 회사에서도 모르는데, 자기 입으로 그만 실토해서 타루가 진땀을 흘려요. 세렝게티 초원이 타루의 땀으로 흥건해져요.


좋아하는 아이돌을 묻는 질문에는 단박에 튀어나와요. ‘2NE1’이래요. 남자 아이돌은 딱히 없나 보아요. “2NE1에 반했어요. 노래를 잘 해서. 앞으로 크게 될 거에요.” 혹시, 타루가 2NE1의 다섯 번째 멤버가 되는 건 아닌지 몰라요. 아, 농담이에요. 세렝게티 초원에서 참혹하게 물려죽어 변사체가 될 순 없어요.


몇 가지 퀴즈를 내서 타루가 선물도 주어요. 타루의 생일은? 7월10일이에요. 타루 첫 앨범의 온라인 발매일은? 8월28일이에요. 10월19일 현재 클럽의 당원수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패스를 해버려요. 좋아하는 시인은? 『와락』을 지은 정끝별 시인이래요. 「내 처음 아이」란 시를 좋아한대요.


야생타루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대요


인생의 동반자, 오박사 얘기도 꺼내요. 목욕탕 가서 함께 때를 밀고 밀리는 사이래요. 그리고선 오박사에게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어요. “언니가 제일 좋아”라고 공식적으로 확인까지 받아요. 역시나 야생의 날것 그대로에요.


아, 인터뷰를 거절한 언론사가 있는데, 조선일보래요.  뭐, 안티조선운동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이 신문사만은 안되겠다 싶어서 거절했어요. 팬 중에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그 신문을 통해 (제 인터뷰기사를) 읽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장기적으로는 그게 낫다고 봤어요. 미천한 저에게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는 거죠. (웃음)” 이만하면 박수칠 만해요. 박수! 개념 있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막막 들어요.


그러다 원맨밴드 하기 지쳤나 봐요.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 저를 위해 노래 준비하신 분?” 아, 안타깝게도 없어요. 당원들의 야생성이 아직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어요. “점점 타루 팬미팅은 안드로메다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네요.” 누군가 타루당수 앞에서 하품을 해요. 따끔한 일침이 날아와요. “왜 하품해요! 입술을 콱 깨물고 참으셔야죠!” 버럭. 역시나 야생타루다워요.


타루는 편한 사람이고 싶어요. 방송 나가면 ‘여신’이라고 부풀리기 방송을 해대는데, 그게 싫다고 말해요. 예전에 동갑내기의 공연을 보면서 부리부리한 눈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에 혹한 적도 있지만, 지내고 보니 그런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진 않대요. “친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장 내일 만나자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스케줄이 있어서요. (웃음) 언제든 차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간이 되면 홍대동선을 그려서 올려놓고 싶어요.” 참, 타루는 홍대 메인거리에는 잘 없다고 말해요. 합정동이나 상수동 근처에서 야생성을 발현한다는 힌트를 줘요.



다시 질문이 쏟아져요. 몸매 관리는?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자랑쟁이 같은 말을 해요. 그러나 이것도 몸에 필터가 고장난 탓이라고, 지병이 있다고 실토해요. 아무리 먹어도 감흥이 없다고 해요. “극심한 다이어트는 하지 마세요.” 당부도 잊지 않아요. 동안이라고 생각하나요? “동안이라고 생각해요. 술․담배 하지 마세요.” (웃음) 혼자 산다는데 외롭지 않아요? “외로워 죽겠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어느 책에 보니 고독한 시간을 잘 견뎌야 오롯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대요.” 맞아요. 혼자서도 잘 놀고, 혼자 있는 시간을 다스릴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도 잘 놀 수 있고, 삶이 풍성해져요.


스트레스 폭발할 때는? “소리를 질러요. ‘꺼져’라고 소리치기도 하고요. 혼자 있을 때 나쁜 생각을 길게 하면 안 좋아요. 빨리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대요.” 연애스타일은? “잔소리도 하고 엄마처럼 잘 챙겨줘요. 그런데 차여요. 남자는 이상한 동물이에요. (웃음) 저는 한 번 뒤돌아서면 뒤도 안 돌아봐요. 인간관계가 그래요. 그래도 잘해줄 땐 정말 잘해줘요.”


여행하고 싶은 곳은, 요즘 사막이래요. 신비로운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요.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이집트라고 말해요. “목이 마른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사막에 밤도 있고 별이 많다고 들었어요. 사막에서 하늘을 보며 잠이 들고 싶어요.” 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타루의 모습, 꽤나 멋질 것 같아요. 낭창낭창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서 별이 폭포처럼 흘러내려요. 열혈야생당원들이 사막에서 팬미팅을 추진하는 날이 와야 할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를 물어요. “추억이나 아픔, 상처 모두 역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모두 소중해요. 무대에서 공연하고 뒷풀이에서 맛있는 것 먹는 것도 좋아요. 이걸 해 보고 싶어요. 5천 당원들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매트릭스 분장을 하고 모이는 거예요.” 언젠가 광화문에서 매트릭스 분장을 한 열혈야생당원을 볼 지도 몰라요. 그땐 ‘깜놀’하지 말고, 야생타루의 사주라고 여기고 보아요.


보물1호는? 오박사, 목소리 얘기가 당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와요. 그래도 꿋꿋하게 말해요. “딱 한 가지만 세상에서 중요하다고 하면 억울하죠. 보물들은 많아요.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보물1호라고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야생타루의 아이가 문득 궁금해져요. ‘야생타루보호구역’이 만들어질지 두고 보아요.


학창시절도 역시나 물어보아요. 공부는 많이 하지 않았고 과목을 편식했다고 말해요. 특이사항으로 선도부장을 했나 봐요. “별명이 악바리였어요. 엄격하게 관리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야생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요. 경직된 건 싫다는 당수의 바람이 전달이 되어요. 당원들에게 미리 주지했던 바, 주섬주섬 가방에서 야생의 먹이들이 나오고 있어요. 육포, 김치전, 치킨, 막걸리… 이런 자유분방한 공연, 놀라워할 것 없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에게 육포를 받아먹어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어요. 참, 격의 없는 야생의 현장다워요. 타루의 노래와 흥겨움이 함께 하는 시간이에요. 노래는 「Don't Let Me Down」부터 시작을 해요. 이어 「내일이 오면」「Sad Melody」을 거쳐, 이날 모인 당원들을 위해 새롭게 편곡한 「연애의 방식」과 첫 사랑과 연관된 노래라는 루시드 폴의 「풍경은 언제나」까지, 타루의 시간이 관통하고 있어요. 



이날의 야생타루 탐구생활은, 첫머리에 얘기했던, 「사랑의 찬가」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되어요. 타루의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46주기를 갓 지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듣는 경험은 왠지 신비로워요. ‘작은 참새’ 혹은 ‘아기 참새’라고 불렸던 피아프의 이미지가 타루에게도 약간은 겹쳐 보여요.


갑자기 어디에서 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인지 궁금한 이 계절에, 타루의 탐구생활을 일단 끝내고 흥얼거려 보아요. “어디론가로 차를 타고 떠나고만 싶어/ 끝없이 펼쳐진 하이웨이로/ 끝없는 모험과 이야기들/ 자유롭게 휘날리는 머릿결 우후/ 내일이 오면 다시 내일이 오면/ 다시 내일이 오면 나는 떠날 거야 자유롭게♪ (「내일이 오면」 중에서)” 그리고선,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서 빛들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던 어떤 풍경을 떠올려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때마다 어둠과 빛이 교차했던 어떤 순간의 추억이에요. 똑똑, 물어보아요. 잘 지내나요? 당신...

 

P.S. 참, 야생타루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가면 돼요. 당신도 당원이 될 수 있어요. 총재의 허락을 득하기만 한다면요. http://rockruler.tossi.com


[예스24 기고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지난 9월 만나기 전, 그들은 듣보잡이었다. 밴드 이름도, 노래 제목도 온통 듣보잡.
막상 음악이 흘러나오고, 귀가 익숙해지자 듣보잡은 슬슬 볼매가 됐다.
메이트(mate) 얘기다.

'인디돌'이라고 표현한 건,
인디신 팬미팅이기도 하고,
아이돌은 아니지만, 귀여운 맛이 있어서 붙여봤다.

노래는 다소 간지러운 감이 있어도, 내 귀에 캔디!
그리하야, 이건 볼매가 된 기록이라고 봐도 되겠다.

내가 꼽은 메이트의 베스트는, '그리워'.


=================================

꽃미남 인디돌, 메이트와 함께 한 가을밤의 스케치북

[인디신 팬미팅] <Be Mate>의 메이트 


메이트(mate).

1 (노동자 등의) 동료, 친구;《영·구어》 여보게, 형씨 《노동자·뱃사람끼리의 친밀한 호칭》 2 배우자, 배필 《남편 또는 아내》;짝[한 쌍]의 한 쪽.


소울메이트, 룸메이트, 하우스메이트, 데이트메이트… 어쩌면 우리네 생은 그렇게 메이트를 찾는 여정이 아닐까. 홀로이지만, 때론 홀로이고 싶지 않은 생. 그러니까, 지금은 가을, 메이트가 필요한 시기. 당신은 어떤 메이트가 있나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메이트인가요.


자, 여기, 음악을 들고 찾아온 뮤직메이트(Music Mate)가 있다. 스스로 ‘메이트’라고 자처하는, 임헌일(보컬, 기타), 정준일(보컬, 키보드), 이현재(드럼)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지난 4월 1집앨범 <Be Mate>를 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꽃미남 인디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유희열이 그간의 출연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세 팀을 선정해 그들과 함께 공연을 했는데, 그 중의 한 팀. 멤버 셋 모두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카페에서 와플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스키니가 잘 어울리는 유기농밴드.


그들이 지난달 28일 홍대 클럽 ‘타’에서 팬들과 가을의 만남을 가졌다. 이것은 등장만으로도 숱한 여성들의 아우성을 자아낸 꽃미남 인디돌이 지근거리에서 팬들과 속삭였던, 메이트와 팬들이 공유한 노래와 이야기, 이름 하여, ‘메이트의 스케치북’. 이 가을, 당신과 당신의 메이트가 함께 듣고 마음을 나눌 노래를 찾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메이트.


메이트의 스케치북이 열리다


“…난 너만 있으면 난 너만 있으면/ It's alright/ I love you I need you I want you/ 우리 처음 만났던 그날들처럼/ I love you I need you I want you/… 지친 하루의 끝에/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게/ 내겐 얼마나 힘이든지/ 넌 몰랐겠지만 알 수 없겠지만/ It's alright”


시작은 그렇게, 「It's alright」였다. 사랑에게, 끊임없이 건넸던 그 말, I love you, I need you, I want you. 그래, 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괜찮았던, 네가 곁에 없어서 힘들었지만, 괜찮아야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It's alright’를 읊조리며 다가온 메이트. “팬들이랑 이렇게 가까이서 뵙는 건 처음이에요. )”실물이 훨씬 나아요“라는 소리가 나오자) 사실 걱정이 많이 됐어요. 몇 분이니 오실까 걱정도 되고. 그래도 경쟁률이 엄청났다고 들었어요. 무척 기분도 좋고요, 얘기도 많이 하고 싶어요. (큐시트를 들고선) 메이트의 스케치북을 그럼 시작해볼게요.”



이 자리가 열리기 전, 예스24에서는 ‘Best of mate’라는 이벤트가 열렸다. 메이트 1집 가운데 최고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1곡을 고르는. 「It's alright」는 4%의 득표율로 10위였다. 1위는 20%의 득표율을 자랑한 「그리워」, 2위는 17%의 「너에게... 기대」.


「그리워」를 쓴 임헌일은 후일담을 들려준다. “가수 성시경과 일본 투어를 할 때였어요. 밤마다 음주가무로 힘든 밤을 보내고 있었는데. (웃음) 어느 날 일렉기타를 치다가, 곡이 훅~ 나오는 거예요.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가사도 슥~ 나왔어요. 당시 어려운 일도 있었고.”


정준일의 화답. “이 노래 처음 들었을 때, 당시 메이트를 할 멤버를 찾고 있을 땐데, 헌일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선 팀을 하면 앞으로의 부귀영화가 상상됐어요. (웃음) 농담이고요, 재미있게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에게... 기대」는 정준일의 곡이다. “앨범 마지막에 들어간 노래에요. 친구가 연인과 헤어진 밤에 불러내서 신세한탄을 하는 거예요. 그때 친구의 얘기를 듣자니, 과거 나도 그랬었는데 라고 일깨워줘서 쓰게 됐어요. 처음 만나면 영원을 이야기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하루가, 그 순간이, 반나절이 그렇게 힘들잖아요. 「너에게... 기대」「안녕」「난 너를 사랑해」는 쓰는데 하루도 안 걸린 곡들이에요.”


그렇지 않나. 끝내놓고서도 갑작스레 덤비는 기억 때문에, 힘든 긴 하루에 생각나는 존재 때문에, 때론 힘들었던 순간, 당신도 있지 않은가. “우리 왜 이렇게 힘들기만 했는지/ 왜 그렇게 널 놓지 못했는지/ 참 바보 같아 참 바보 같아 너를 아직도 비워내지 못해/… 가끔은 길고 긴 내 하루에 네가 있어줬으면 곁에 있어준다면/ 아직도 네가 생각날 때면/ 난 이렇게 아픈데 너도 나처럼 힘들까 봐”


어쨌거나, ‘Best of mate’에 대한 이유도 역시나 가지가지. “그리워란 가사가 잊히지 않는다” “남친과 헤어지고 메이트가 떠올랐다” (「그리워」) “마음에 와 닿는다” (「너에게... 기대」) “경쾌하다” “지친 나에게 힘을 준다”(「하늘을 날아」) 등등.



「난 너를 사랑해」에 대한 정준일의 이야기. “처음에는 다른 것 때문에 끌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것 때문에 싸우잖아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떠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이 노래가 제일 외면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분이 좋아해줘서 참 고마워요.”


그렇지. 다르지만, 사랑했던 우리. 달라서 좋다는 말이, 너무 달라서 헤어진다는 말로 전이되기까지의 과정들. 그럼에도 사랑했던 추억을 공유한 우리. 나를 안아준다면, 여전히 사랑하는 우리. “우린 너무 달라 잘 알고 있잖아/ 서로의 진심을 안을 수 없잖아/  이해하지 않아 기억하지 않아/ 늘 말뿐인 말들 - 기대하지 않아/… /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따스한 그대의 손길로 / 나를 안아줘 나를 잡아줘”


메이트에게 묻고 답하다


청중들과 호흡하는 시간. 메이트는 날아온 질문을 피하지 않고 척척 답한다.



- 메이트에게 음악이란.

(임헌일, 이하 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음악을 할 때, 그나마 사람 같아요.

 

(이현재, 이하 재) 음악이 전부인 게 아니라 같이 가는 친구 같아요. 비중이 적은 게 아니라,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음악 말고 나머지 인생도 있는 거고, 음악은 일부분이랄까요.


(정준일, 이하 준) 아직은 음악이 재미있고 전부에요. 나이를 더 먹으면 바뀔 수도 있지만, 27년 동안 듣고 만들고 연주하는 게 가장 재밌고 전부라고 말할 수 있어요. 관객 없이 연주해도 힘들지 않아요. 여자친구를 사귈 때도 음악이 전부라고 얘기했어요. 이해해라. 어쩔 수 없다.


- 만약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재) 어렸을 때는 화가가 꿈이라고 말하고,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리곤 음악이 좋아서 방과 후엔 드럼 치러 가고. (웃음) 학교 다닐 때도 음악 말고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여자친구를 안 사귀었더니, 누가 진지하게 묻더라고요. 너 게이 아니냐고. (웃음)


(준) 음악인 아닌 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아 어릴 때, 컬링(주. 빙상에서 평면으로 된 돌을 브룸(비 모양을 한 것)으로 미끄러지게 하여 표적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 전국체전에 나가기도 했어요. 이것저것 경험해 봤는데, 태어날 때부터 음악을 해야지 한 것 같아요. 단 한번도, 다른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헌) 어렸을 때는 음악이 싫었어요. 제일 싫어하는 과목에 음악을 적고.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린 만화가 재미없다고 해서 트렌드만 따라갔을 뿐이구나 싶어서 그만 뒀고. 주변 형들이 기타 치는 게 멋있어서 겉멋에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새롭고 재밌어서...


- 멤버 중, 이것 하나만은 내가 제일 잘한다는 것이나 다른 멤버의 습관이나 비밀 하나씩.


(준) 기타는 헌일이가 제일 잘 쳐요. 다른 건 뭐 없어. (웃음) 아, 머리 세팅을 잘 한다.


(재) 준일이형은 사람들 없을 때, 코를 잘 파요. 아무도 모르게. (웃음)


(헌) 준일이는요, 옷 잘 입고, 스타일에 관심 많고, 옷빨도 잘 받아요. 그런데 잘 보면 근육이 하나도 없어요. 뒷태를 보면 여성 같아요. (웃음)


이어, ‘Best of mate’에서 1, 2위를 차지한 「그리워」와 「너에게... 기대」가, 오리지널과 다른,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버전으로 특별연주됐다. 메이트가 오늘 스케치북을 함께 꾸며준 관객들에게 선사한 작은 선물. “특별한 자리”이기 때문에 “색다르게 편곡”하여 들려줬다는 메이트의 멘트. 그리고 메이트가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관객들의 신청곡에 대한 일부 화답도 따랐다. 정엽의 「Nothing better」과 이소라의 「트랙3」 등이 불려지면서, 깊어가는 가을밤.



메이트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텐데.


(헌)“계획이 많아요.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녹음을 시작했고, 정규는 아니고 미니앨범을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일지는 모르나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랜트 민트 페스티벌에도 나가야하고. 연말에는 (단독)공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열심히, 진지하게, 가볍지 않게, 실망하는 모습이 있어도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해요.”


(재)“계획이라면, 연말 공연 때는 드럼을 앞으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와~) 모두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앞 두줄만 보이네요. 다 예뻐보이고. (웃음) 팬들 만나는 게 아직 어색하고 쑥스럽긴 해요. 적응도 안 되고.”


(준)“무척 좋았어요. 데뷔 5달, 많은 일이 있었고 경험하고, 많은 사랑도 받고. 공연을 알차게 준비하고 싶어요. 단독공연을 안 하냐 묻는 분도 계시는데, 정말 멋진 공연을 하려고 Keep하고 있어요. 한번을 해도 여러분 가슴 깊이 박히고 깊은 울림이 있는 공연을 준비할게요. 감사하단 말 밖엔 없고, 어느 자리에 있든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메이트와 함께 호흡했던 가을밤은 그렇게 익어갔다. 사진과 사인 공세에 시달리는 꽃미남 인디돌이 누군가에겐 가을의 선물이 되리라. 당신에게 어떤 메이트든 있다면 좋겠지만, 행여 혼자여도 좋을 시간이라도, 뮤직메이트가 당신의 시간을 달래고 안아줄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메이트. 그리고 문득 내 그리운 메이트에게 들려주고픈 노래, 난 너를 사랑해.


[예스24 기고문]


최고의 노래에 투표하고, 메이트를 만나세요!
Best of Mate

투표기간 : 2009.09.10~09.24
순위 곡명 투표수
1위 그리워 109
2위 너에게... 기대 96
3위 하늘을 날아 81
4위 난 너를 사랑해 59
5위 우울한 너에게 53
6위 고백 40
7위 안녕 31
8위 Come Back To Me 28
9위 26
10위 It's Alright 23
총 투표수 546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김현철. 90년대의 추억.

그의 노래를 듣자면, 생각나는 어떤 추억도 있고.


지난 9월, 노래가 아닌 책 때문에 그를 만났다.

강남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도 약간 늦었지만, 내가 약속 장소를 착각하는 바람에, 나는 더 늦어버렸다. 헐~

그런 일은 처음이었는디. 어쨌든 이너뷰는 무사히 마쳤다. 


직접 만나 짧게나마 이야길 나눠보니, 뭐랄까.

경제적으로나 교양면에서도 좋은 집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잘 자란 강남 중산층의 느낌 있잖나.


만나기 전, 한 친구가 옛날 스캔들에 대해 한 번 물어봐 달랬는데,

에이~ 별 궁금하지도 않고, 그런 걸 어떻게 물어보겠어. 소심해서. ㅋㅋ 


그가 낸 책 , 『뮤직비타민』은,

아이를 키우는,

특히 아이에게 음악과 자연스레 만나게 하고픈, 부모에겐 나쁘지 않을 듯.

뭐, 난 애가 없으니까... 아, 물론 아내도 없고~

당장 와닿진 않았으나, 아이가 있다면 음악일기, 음악행복, 함께 연주하는 악기 등등 책에서 언급한 음악적 교감을 꼭 나누고 싶다는, 나눠야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100% 교감이 가능하다”

[만나고 싶었어요] 『뮤직비타민』 지은 가수 김현철


따지고 보면, 그 노래 때문이었다. 내 살던 고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춘천을 그리고, 그곳에 갈라치면 꼭 기차를 타야 한다고 고집했다. 다른 교통수단은 왠지 마뜩찮았다. 낭만도 흥겨움도 훨씬 덜할 것 같은 기분.


어떤 연애에서 그녀와 나의 첫 여행지가 춘천으로 정해진 것도 순전히 그 노래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춘천 가는 기차>를 듣고, 우리는 느닷없이 춘천을 가기로 했고, 기차를 탔다. 물론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없고, 춘천은 내게도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이다. 나를 데리고 갔던 춘천 가는 기차는,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데리고 간다. 그때 그 기차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와 나의 이야기와 사랑, 우리의 체취를.

 

그저 사소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 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음악(노래)의 힘은 세다. 가보지도 못한 어떤 곳에 끌림을 느끼거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교감하기도 하고, 그건 음악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3~4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것이 가능한 것, 그것도 음악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면서, 다른 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음악은, 그렇게 센 친구다.   


그런 면에서, 아이를 둔 부모가 아이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함께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아이의 감(수)성도 자연스럽게 키워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사람이 있다. <춘천 가는 기차>의 가수 김현철이다. 벌써 데뷔 20년을 맞이한 그가, 이번에는 앨범이 아닌 책을 내놨다. 『뮤직비타민』(김현철 지음/와이쥬 크리에이티브 펴냄).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김현철만의 방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궁금했다. 어느덧 두 아이이의 아빠가 된, 데뷔 20년의 중견(!)가수가 던지는, ‘아이와 음악 친하게 만들기’ 프로젝트.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가수 김현철이 아닌, 책의 저자로 마주친 그. 여전하면서도 달라졌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마주한 그(의 노래)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좋았다. 물론, 아빠가 된 뒤, 아이들을 위한 노래와 책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그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전하고, 언제쯤 새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느냐는 앙탈(?)도 덧붙였다.   



-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낸 것에 대해 ‘무리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첫 책을 냈는데, 소회나 느낌이 어떤가.

“어려웠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처음 곡을 썼을 때처럼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책이 나오고 보니까, 대견하기도 하다. (웃음) 한편으로는 ‘더 잘 쓸 수도 있었는데...’하는 아쉬움도 있다. 창작자는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런 감정 가지잖나. 책은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썼다. 늘 해오던 생각이니까, 그것을 정리한 셈이었다.”


- 책에 보면, 아이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 ‘교육’이라는 말 대신 ‘행복’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다. 행복이라고 일컬은 것에 대해 얘기한다면.


“대개 교육이라고 하면, 수학이나 과학을 예로 들어보면, 커리큘럼이 오래 전부터 있었고, 가다듬어졌고, 교육화 시켜서 나름 굳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울 땐, 차례가 있다. 수학을 할 땐, 덧셈부터 하고 뺄셈으로 가고, 미분하고 적분으로 가잖나. 그러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음악은 말하자면, 교육이 아니다. 같이 듣고 즐기는 것이다. 그만큼 일상적인 것이다. 같이 듣는 데서 오는 행복감도 있잖나. 그런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고 싶어서 행복이라는 말을 썼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은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단계로 꼭 가야 하는 무엇도 아니다.”


- ‘음악을 듣는 우리 가족’의 풍경을 묘사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나.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부른다. 각자가 듣고 싶은 포즈대로, 듣고 싶은 만큼 음악을 듣는다. ‘자, 음악 들어야 할 시간이다’, 이런 게 하면서 듣는 게 아니다. 그냥 틀어놓으면 좋은 거고, 같이 들어서 좋은 거고. 행복감을 느끼고. 많은 부모들이 대개 진도를 따지는데, 음악에는 진도를 따질 수 없다. 어떤 게 어렵고 쉽고, 이런 것도 없고. 음악에는 귀함과 천함도 없다. 취향이 있을 뿐이다. 수학은 1차 방정식을 모른다고 하면, 무식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합창’은 알고 ‘비창’을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할 수 없다. 진도 따지는 부모님들은 그래서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아, 그 얘기 책에서 인상 깊더라. 음악을 배울 때, ‘진도가 아닌 완성도’라는 말. 체르니 40번이나 바이엘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고, 즐길 수 있도록 풀어두면서 음악을 만나는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부모가 아이에게 아낌없이 선사해야 할 것은 재촉하는 기대가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결국 부모의 과도한 기대나 조급증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 같은데... 


“그런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 진도를 따지는 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이 전체적으로 (아이에게) 나쁜 영향 미칠 수 있다. 주변에 봐라. 아이들 대부분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다. 그러나 지금 와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 않냐. 진도주의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재촉하니까. 음악을 음악으로 배우지 못하고, 학문이나 기술로 배워서 그런 거다.”


- 어린 시절, 이런저런 음악을 듣고 연주․작곡하길 즐겼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참 좋은 분이셨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어떤 음악행복을 만나게 해 주셨나.


“음악이 좋다는 건, 부모님한테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듣고 싶을 때 듣고, 듣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듣는. 그래서 음악이 좋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음악을 할 때도, 실제로 ‘네가 음악을 하고 싶으면 하고, 음악 하기 싫으면 관둬도 돼’라고 하셨다. 그러다 또 하고 싶으면 또 해도 된다고 하셨고. 내 아이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겉멋에 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훈련이 돼야 한다고 본다.”


- 부모님은 어떤 음악을 주로 들려주셨는가.


“꽤 많은데... 팝송이 많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팝송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시고,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음악 그 자체로 들었다. 폴 앵카, 마이클 잭슨, 올리비아 뉴튼 존 등등 굳이 누구를 들지 않더라도 음악이 늘 있었다.”


- 지금 가족 사운드트랙을 만든다면, 어떤 음악들로 채워질 런지.


“부모가 가져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위주가 돼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주장해서,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아이들이 주장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놀 자리를 펴주거나 멍석을 깔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음악이 중요하다.”


- ‘음악일기’라는 아이디어가 참 좋더라. 음악일기의 효용이 있다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아이가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하고 곡도 많지 않다. 한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쓸 수도 있는데, 그 느낌이 다르다. 같은 노래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하루에 아이의 발달상황 같은 걸 지켜보기에도 좋고. 어제는 싫다가 오늘은 좋다고 그러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변덕이 심한 것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감성은 시시각각 다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 사랑받는 어른, 매력적인 어른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학원에서 벗어났다고 음악까지 등지게 하지는 말자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은 음악을 등지게 하는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싫어하고 등지게 되는 게, 다 그런 거다. 특히 영어. 되지도 않는 영어를 강요해서 그런 것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음악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데, 학교에서 음악교육은 강요하고, 주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개 음악시험을 본다. 음악사 시험을 보는 건 이해하지만, 음악은 정말 시험과 관계가 없다. 그저 느끼는 거다. 음악을 들으면 느낌이 풍부해지고 생각의 각이 넓어지고 사람이 유연해진다.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게 아니고, 우연하고 오픈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 지속적인 음악교육, 아니 음악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너무 원하는데, 그런 마인드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음악일기가 좋으니까, 앞으로 이거 써’ 그러면, 어느 아이가 좋아서 음악일기를 쓰겠나. 이건 음악을 등지라고 하는 거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 우선은 마인드가 제일 중요하다.”


- 집안에서 DJ로 산다는 것에 대해. 방송국 DJ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는데.


“조그만 아이들도 취향이 있고, 금방 또 바뀌기도 하더라. 그리고 아이들은 공감각적이라 만화영화 주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 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만화영화 주제가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30분만 시간 내면 배울 수 있는데, 안 부른다. 싫어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아빠도 같이 부르는 노래가, 진짜 노래다. 부모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애들이 좋아하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는 그런 게 좋다.”


-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는데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면.


“대중음악도 상당히 좋다. 대중음악에서도 좋은 음악이 꽤 많긴 하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이거나 저속한 그런 것들에 노출되는 것은 부모가 막아야 한다. 그 밖에 음악이라면 다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차르트 이펙트’처럼 너무 클래식 일변도인 것도 잇다. 이 책도 그래서 평범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아빠들이 봤으면 한다. 세계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나 음악천재로 키우는 그런 걸 다루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 잘 자라는 데 조금 더 감성적이었으면 하는 것을 담았다. 진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애들은 교육방식도 다르다. 이 책은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의 부모를 위한 거다.”


- 악기도 어릴 때부터 다루면 좋잖나. 2만원짜리 바이올린으로 교감하는 것도 정겹더라.


“악기도 마찬가지다. 결코 진도로 놓고 시키면 안 된다.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을 하는 건 다르지 않나. 일이든 뭐든. 사람은 그렇게 끝없이 재미를 추구하면 사는데, 일단 악기도 재미있어야 한다. 일단 흥미롭게 해야 하고.”


- 애니메이션 <카>의 OST를 들으며 아이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 에피소드도 좋았는데, 음악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즐거움에 대해.


“교감은 100% 가능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른과 아이와의 소통에는 반드시 음악이 있어야 한다. 대개 부모라는 게 서른 살쯤 많지 않나. 나도 둘째를 서른여섯에 봤는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나. 그게 음악이다. 책에도 있지만, 친구 한 명이 마이클 잭슨을 아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그 둘에게는 마이클 잭슨이 또 다른 매개체다. 부모와 아이의 그런 매개체로 음악이 가장 힘에 세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울 수도 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를 틀어 놓는다던가하는 식이다. 그러면, 아빠가 화해하자는 뜻이구나 하고 아들이 여길 수도 있다. 반대로 아들이 그럴 수도 있고.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다.”


- 자신의 노래 중, 아이들에게 권해주고픈 노래가 있다면.


“책에도 그런 걸 쓰면 그 곡만 전부 다인 줄 알까봐 쓰지 못했는데... 뭔가를 추천해달라는 것보다 뭐를 추천해주지 않겠느냐가 더 좋겠냐. 아까도 말했지만, 일부의 저속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노래는 아이들이 접속하지 않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 음반이든 책이든, 아이들을 위한 음악선물도 좋지만, 나처럼 가수 김현철을 기다리는 성인 팬들도 많다. 지난 2006년 12월에 발매된 9집 앨범이 마지막이었는데, 언제쯤 함께 늙어가는 성인들을 위한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가.


“올해 데뷔 20주년이라는데, 의미는 잘 모르겠다. (웃음) 어쨌든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있다. 발매는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다. 앨범은 완성도니까 언제까지 내겠다고 말은 못하겠다. 어쨌든 준비하고 있고,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 해 달라.


“음,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음악이라는 것은 나랑 떼래야 뗄 수 없는 거니까, 계속 음악을 하고 있고, 결코 음악을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앨범을 내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늘 음악과 함께 하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 주시면 충분히 행복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


[YES24 기고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음, 그러니까 클래식, 어릴 땐 버겁다고만 생각했는데,

차츰 세월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면서 클래식이 귀에 조금씩 들어온다.

클래식이, 곧 시간의 무게를 견뎌낸 음악이기 때문일걸까.


지난 5월 찾았던 고향에서 만난 고향 사람.

드라마 <베트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 서희태.

그때, 지휘자도, 아니 지휘를 한번이라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말이다! 

지휘도 그렇지만, 악기!

재즈피아노, 꼭꼭꼭.


무엇보다, 내 오랜 좋은 친구, 기 녀석과 함께 했던 강연의 시간.
그때 녀석의 연애, 가슴 뛴다는 그 사랑 얘기를 듣고, 내 일처럼 좋아했었지. ^.^
그러니까 오페라의 노래 '오랜만에 우린'이 떠올랐던 그때 그 시간.

사랑에 빠져있다는 너의 그 얘기에

나도 맘이 설레.. ♪       


이번엔 놓치면 안돼.. 그동안 너무

넌 외로웠잖아. ♬


그 어느해 너의 생일에 

여자친구 하나 없던 우리..♩


어깨동무를 하고 거릴 헤맸지..
그날을 기억하니? ♬

=================================


베토벤 바이러스, 클래식을 말하다

[아름다운 만남] 『베토벤 바이러스』의 저자 지휘자 서희태


클래식. 그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잠 잘 때 듣기 좋은 음악? 듣기만 해도 잠이 오는 음악? 아니면 영혼을 파고드는 음악?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고개를 절래절래?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클래식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비해 거리감이 있어요.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왠지 어려워 보여요. 같은 음악인데, 왜 유독 클래식에 대한 편견만 강할까요.


하지만 그것 아세요? 클래식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 여느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 더 가까이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 그것이 클래식이라고 인식도 못할 정도로. 여기 이 말을 볼까요.


“클래식은 조회시간에도 들리고, 지하철 환승할 때, 전화 수신대기 시간에, TV 화면 조정 시간에, 심지어 청소차가 후진할 때도 들려오는 게 클래식이다. 곡의 제목만 몰랐을 뿐 우리는 늘 클래식과 함께 살고 있다. 현관의 벨 소리,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 등등 늘 듣고 꾸준히 접하고 있는 게 클래식이다.” (pp.62~63)


정말 그렇죠?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 오고, 클래식은 그림자처럼 우릴 따라 다니고 있었던 거예요. 이 말, 서희태 지휘자가 한 말입니다. 누구냐고요? 토벤이. 강 마에. 두루미. 빙고. 맞아요. <베토벤 바이러스>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클래식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해 높은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김명민이 연기한 강 마에, 최강이었죠. 그런 강 마에를 빚고, 드라마 전반의 음악을 담당한 사람. 오케스트라 지휘자 서희태입니다. 아마 강 마에의 헤어스타일이 그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했다죠.


그가 책을 냈어요. 드라마 제목과 같은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뒷얘기에 더불어 좀 더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 있게끔 친절하게 풀어낸 책이에요. 그리고 책도 낸 김에 모처럼 고향(부산)을 찾아 어떻게 하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을까를 강연했어요. YES24와 롯데시네마가 마련한 5월의 ‘아름다운 人터뷰’에 초대된 그를 쫓아 22일 부산의 센텀시티 롯데시네마를 방문했어요. 그날 그가 들려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당신에게도 말해줄게요.


클래식, 시간의 무게를 이겨낸 음악


그는 대뜸 송대관의 ‘네 박자’를 얘기하네요. 알죠? “쿵짝쿵짝 쿵짜라쿵짝 네 박자 속에~♬” 즐겨서 부르는 노래랍니다. 클래식 지휘자가 부르는 트로트라. 왠지 재밌는 그림 같죠? 하하. 그가 묻습니다. 이런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클래식 좀 안다고 하면 뭔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 같고, 교양이 넘칠 것 같은 그런 편견들. 있지 않나요? 그러나 대중음악은 그렇지 않고. 그러나 그는 얘기합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클래식 전공자의 확언.


그것으로 끝나면 재미가 없겠죠? 역시나 ‘다만’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클래식은 시간의 무게를 견뎌냈다는 것이 다릅니다. 300~400년의 시간의 무게를 견뎌낸 것이 클래식 음악이에요. 지금도 작곡되고 있고, 당장은 빛을 못 봐도 300~400년 연주되면 클래식이 되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방점은 시간의 무게. 그러니까, 고전.


책에도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클래식 Classic’은 고전적이라고 표현돼 있다. ‘최고의 클래스 Class’의 뜻에서 파생한 것으로 ‘최고 수준의, 고상한, 역사적, 문화적 연상이 풍부한, 유서 깊은, 권위 있는, 정평 있는, 유행에 매이지 않는 전통적인’이라는 형용사가 달려 있다.”(p.60)



한때,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쥬얼리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이나 원더걸스의 ‘텔미’, 손담비의 ‘미쳤어’, 소녀시대의 ‘GG’... 우리를 열광시켰던 이 노래들.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따라부르게 만들었던 이 노래들. 그러나, 지금 부르세요? 유행도 썰물처럼 지나갔죠. 노래방 가서 한 번씩 흥을 돋우기 위해 부를까. 이들의 생명력은 이미 다했죠. 그야말로 대박도 터뜨렸고. “지금 H20, (관객들 웃음) 아 HOT라고요? 여하튼 지금 HOT 노래를 부르면 한물 간 노래하냐고 타박을 받아요. 지금은 ‘쏘리쏘리’죠. (웃음)”


듣고 보니 그렇죠? 당신의 더듬이도 더 이상 철 지난 유행가에 있질 않잖아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더듬이를 세우고 있지. 그러나 역시 클래식은 다른 법. “대중음악의 문제점은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거에요. 클래식은 그렇지 않죠. 클래식은 우리나라의 장과 같아요. 잘 발효되면 된장, 고추장이 되는. 더구나 1700년대 이전에는 녹음되지도 않았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음악들이 있죠. 그게 클래식입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 “클래식 음악은 발효된 장醬맛 같다. 한국의 장 문화는 오랫동안 반지하 항아리에서 묵어서 발효가 된다. 클래식 음악도 장맛처럼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음악들을 말한다.… 시간의 무게를 잘 견뎌서 지금도 생명력을 지닌 음악, 그것이 클래식이다. 세월의 검증을 거친 음악이면 그게 클래식이다.”(pp.60~61) 


이렇게 좋은, 시간을 뚫고 우리와 교감하고 있는 음악들이 그럼 왜 외면을 받을까, 궁금하죠. 서희태 지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TV에서 재밌는 것을 많이 보여주다보니 사람들이 찾아서 하는 문화 활동을 주저해요. 단편적으로 유럽에서는 왜 이렇게 오페라에 열광하느냐. TV가 재미없어서 그래요. 그런데 우리는 TV에서 안 보여주는 게 없으니, 오페라나 클래식 같은 것을 향한 열망이 없지 않나 싶어요.” 일리가 있죠? 끄덕끄덕.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잡아주는 클래식


클래식이 이렇게 세월의 무게를 견뎠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왜 들어야하지, 하는 의문이 생겨요? 그는 하이든이 완성한 소나타 형식에서 그 이유를 찾네요.


“대중음악은 재현없이 한번 쭉 발전하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소나타 형식은 재현돼서 다시 돌아와 안정을 찾아요. 이성과 감성이 불균형을 이루는 아이들이 많은데, 클래식을 들으면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찾는데 도움을 줘요. 연구결과도 있어요.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놓고 실험을 했더니,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아이들의 평균점수가 9점이 높았어요. 물론 단편적인 정보지만, 논문이름도 ‘모차르트 효과’로 네이처지에 실리기도 했죠.”


아, 저 말 들어봤죠? 그래서 한때 모처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모차르트를 들려주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는. 물론 이 같은 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클래식이 정서적인 안정을 줘서 감성이 안정을 찾음으로 인해 학업에 도움이 됐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2008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어릴 때 음악활동이 활발한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어요,”

 

실제 1975년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서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사주고 음악을 가르쳤대요. 그렇게 음악과 마주하며 살았던 한 아이가 커서 LA 차기상임지휘자로 발탁이 됐는데, 이런 말을 했대요. “음악은 우리에게 삶의 충만을 줬고, 지금 음악은 나의 삶이다.”


열악한 경제상황이었던 베네수엘라에서도 음악은 그렇게 꽃을 피웠고, 덕분에 현재 차베스 대통령도 자국의 50만명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을 무상으로 시켜주는 제도가 지난해부터 시작했대요. 현재 7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좀 더 넓혀질 예정이랍니다.  


서희태를 사로잡은 베토벤


그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하나의 계기. 그는 어릴 때, 오케스트라를 들으면 우주의 소리라고 생각했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워크맨이 우연히 그의 손에 들어왔는데, 바로 레코드 가게에 달려갔습니다. 그때 처음 샀던 테이프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왈츠. 무척 좋아서 수업시간에도 들을 정도였고, 그래서 선생님께 많이 맞았지만. 그 테이프, 지금도 갖고 있지만, 닳고 닳도록 들어서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네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사랑하게 됐고, 우주의 소리를 듣게 됐어요.”


그만큼 그는 음악에 매혹됐습니다. 특히나 베토벤의 음악이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답니다. 베토벤의 9번교향곡 제1악장을 들으면서도 우주의 소리를 듣게 된 그는, 당시 부산시내 도서관이라는 도서관은 다 돌아다니면서 베토벤에 대한 모든 책을 섭렵할 정도였다니, 그의 베토벤 사랑은 유별난 면이 있었죠.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간 것도 별 다른 이유 없답니다. 오로지 베토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 제목이 나온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죠?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곡을 썼다는 것을 지금도 믿지 못해요. 유학을 빈으로 간 것도 베토벤이 거닌 산책로를 거닐고 싶다. 베토벤의 언어였던 독일어로 말해보고 싶다. 베토벤의 후손들과 나도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냥 베토벤의 흔적을 따라 숨 쉬고 싶었어요. 그래서 10년을 있었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하고, 여러분과 만나게 되고.


최근에는 베토벤을 사랑한 제가, 사람을 제대로 골라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왜 ‘베토벤 바이러스’냐고요. 베토벤은 악성이고, 거룩한 음악이죠. 그래서 위대한 음악, 거룩한 음악에 감염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바이러스’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써야 하느냐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행복 바이러스니 사랑 바이러스니 하는 말도 많이 쓰잖아요.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의미로 바꾼 계기도 되지 않았나 봐요.” 


클래식 음악전도사의 꿈


그는 스스로를 ‘클래식음악전도사’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클래식을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지난 2002년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한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음악회는 7세 이상 입장이 일반적인데, 5세 이상 입장하게 했지요. 1시간30분 공연을 했는데, 희한하게도 아이들이 떠들지 않았대요. 시작하기 전에도 떠들면 어떡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음악회가 아이들에게도 재밌었나 봐요. 그는 이것을 ‘혁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클래식은 늘 우리 곁에서 의식하지 않아도 울려 퍼집니다. 결혼식장에서 늘 듣곤 하는 결혼행진곡은 어때요. 피아노 솔로로 많이 듣곤 하는데, 그는 사실 이것이 3관 편성의 곡임을 알려줍니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축하행진곡입니다. 오케스트라 80~90명 정도가 연주하는 곡이죠. 신부 입장할 때 울려 퍼지는 곡은 바그너의 ‘엘자의 결혼행진곡’이죠. 4관 편성의 관현악과 4부 합창곡이에요. 우리는 이것들을 피아노 솔로로 듣고 있는데, 제대로 들으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 그는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6월에 콘서트를 가지는 것을 비롯, 11월에는 홈페이지에서 신청곡을 받아 콘서트를 들려주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가곡쇼 또한. “클래식을 성악가가 아닌 락밴드나 아케펠라, 대중가수들이 하면 어떨까요. 그것을 해보고 싶어요. 10월에 열리는 한국가곡음악회에서 지휘를 맡기로 했는데, 아케펠라, 성악가, 시 낭송 및 오케스트라가 한데 모입니다. 그런 진일보한 한국가곡 음악회도 기획하고 있고, 내년에는 한국가곡쇼를 할 겁니다.”


그렇다면, 클래식과 친해지려면 어떡하면 될까. “문화(Culture)는 어원이 경작하다(cultivate)에서 왔어요. 우리 삶을 경작하는 것이 곧 문화라는 얘기죠. 클래식과 친해지려면, 클래식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려면 감상하는 법을 알아야 해요. 제 또래 분들은 잘 아실 거예요. 어릴 때, 자주 보던 <장학퀴즈>의 음악은 하이든의 트럼펫 연주이고 죠스바 CF에 나오는 음악은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4악장이죠.


또 원래 저한테 출연 제의가 들어왔던 쿠쿠밥솥 CF에는 신세계교향곡 4악장의 다른 부분이 쓰였죠. 학교수업 종소리는 소녀의 기도이고, 쓰레기차의 음악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입니다. 이런 곡들 여러분들도 잘 아시잖아요. 그렇게 클래식과 친해지려면 간단하고 이름 외우기 쉬운 클래식부터 들으세요.”


무엇보다 느낌 그대로 흡수하는 것. 그러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 마에가 새로 온 무미건조한 최 시장에게 클래식을 들려주며 그 느낌을 설명하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요. “누구와 함께 듣는지, 어느 장소에서 듣는지, 어떤 상황에서 듣는지에 따라 음악은 항상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별 것 없어요. 느끼는 그대로 들어 주시면 돼요. 영화 <미션>을 보면 가브리엘 신부가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원주민들이 그 음악을 듣고 무기를 내리고 가브리엘 신부를 마을로 모셔가죠. 칼이나 창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음악이에요.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음악, 그 아름다운 희열을 위해



클래식. 서희태 지휘자의 얘기를 듣자니,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네요. 음악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고요. 음악이 늘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꼭 하나라도 악기를 한번 다뤄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나 아이들이 있다면 콘서트장에도 데리고 가고, 음악적 환경에 노출시켜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함양과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아이를 사랑하는 실천적인 방법 중의 하나.


 “악기 하나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자기만의 방을 하나 갖는 것이라고 본다. 힘들고 외로울 때 혼자 연주할 악기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며 행복의 요소다. 지금부터라도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해서 그 악기와 친해지는 건 어떨까. 만약 악기를 배우는 것이 힘들다면 악기 하나를 선택해서 그 악기를 사랑해보라. 그러면 클래식 음악이 더욱 친근하게 드릴 것이고 가요를 듣더라도 그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에서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p.144)


[YES24 기고 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아니나다를까,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안 오냐?"

아 띠바. 그렇잖아도,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브루투스, 너마저...

그렇다. 눈치 챘나!

부산국제영화제(PIFF).

보고 싶었다... <바람의 소리>!


내 가을의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자 공간이건만,
나의 정기적인 가을 행차였건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일찌기 2년 내리 못 간 적은 없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ㅠ.ㅠ
이건 오명이다!

된장, 속이 뒤비지고 있다.
노떼도 사라진 마당에,
아아, 이럴 순 없는 게다.

정말정말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지고 말겠다.
부럽다!!!! 조낸!

나 보고 싶다는 부산의 팬들에게도 미안하다!
이 행님도 우짤 수가 엄따...ㅠ.ㅠ

부산영화제 갈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도 좋다.
누가 내 싼티 영혼을 사달라~~~ 저렴하게 판다~~~ 흑.

좆도. 이 가을이 넘넘 가혹하다...
내  가을, 돌리도~

지금, 절대 내게 부산에서 전화하지 말 것.
염장지르지 말 것.
난 이미 졌으니까.... OTL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두 번째 만난 오지은. 지난 7월의 작은 공연.

역시나 므흣함.



오지은, 친구의 친구에게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들

[인디신 팬미팅] ‘지은 : Hidden Track’ 오지은 팬미팅&팬사인회


올해 한국 문화예술계 열쇳말 중의 하나, ‘인디’. 물론 이전에 없던 것이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디라는 레떼르를 단 작품 혹은 인사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영화계에서 <워낭소리> <똥파리> 등 인디영화의 약진이 눈부시고, 음악계라면 장기하, 오지은 등 인디뮤지션의 활약이 대단하다. 


사실 인디라는 이유가 간택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좋은 작품과 활동이기에 우리의 오감이 즐겁고 즐길 뿐. 그런 한편으로 거대자본이나 상업적인 천박함과 타협하지 않는 활약이 주는 청량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야망과 탐욕이 미덕인 시대, “야망 따윈 필요없어!”라며 자신의 페이스로 ‘더 많은 것’이 아닌, ‘더 즐겁거나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태도. 때로는 불온하기에 더 매력적인 인디의 존재. 또 인디는 문화예술의 다양성, 혹은 삶의 다양성을 증명하고 만끽할 수 있는 기제다.


그런 다양한 이유로 인디가 호명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디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중국의 인디영화감독 웨이아팅(<해바라기 씨> <햇살의 맛> <너와 나>)의 이 말. “독립(인디)영화의 독립이라는 단어는 제작이나 투자의 독립, 감독의 생각, 사상의 독립을 말하는 거지 관객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리하여, 관객 혹은 청자들로부터 독립하거나 외떨어지지 않은 한 뮤지션과 마주했다. 지난 4월 새 앨범 ‘지은’을 낸 오지은. 그와 함께 지난 20일 홍대부근의 카페 ‘타’에서 ‘열린 음악회’ 아니 ‘열린 토크쇼’가 펼쳐졌다. ‘YES24와 함께 하는 인디씬 팬미팅 2탄’으로 열린 오지은 팬미팅 & 팬사인회. 작은 무대와 작은 객석이 어우러진 이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네 언니를 필두로 옹기종기 모여 얘길 나누는 인디 반상회랄까.

   

신고선수(인터뷰 <평범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상냥한 사람의 음악, 들어보실래요?> 참조)에서 이젠 올스타로 뽑힌 ‘홍대여왕’(뮤지션 유희열의 표현) 오지은의 단독진행으로 전개된 수다의 기록. 궁금했던 당신에게만 살짝 들려주는 이날의 스케치. 우리 지은 언니가 반갑다면, 스크롤의 압박 따위는 잊으시라.


꾸밈없이 뻔뻔한 홍대여왕의 등장


“우와~” “예쁘다~” “오~”하는 함성이, 감탄이 발사된다. 그야말로 홍대여왕의 등장에 어울리는 감탄사? 그리고선, 여왕의 짧은 인사말. “이런 행사, 좋긴 한데 당혹스러워요. 사실 팬미팅 추첨을 통해 서로 안고, 생뚱맞게 ‘텔미’를 부르고, 자동차 키를 받는 그런 것은 우리에게 먼 얘기고, (웃음) 오지은을 아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라고 생각해주세요. YES24에게 감사해요. 이번 자리 히든 트랙이라고 했는데, 왜.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은, 말로 표현해보지 않은 거를 해볼까 해요. 인터뷰는 인터뷰적으로 하니까, 제 걸 꺼내려고 해도 잘 안 되기도 하고. 오늘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뭐랄까, 캐주얼하게, 뽀대 안 나게 진행해 볼게요. (웃음)”


꾸밈없는 자리로 하겠다는 말이렷다. 사실 오지은이 그렇다. 18시간을 자도 자학하지 않고 행복해 할 뿐인 그다. 새벽 3시에 라면을 먹어도 그저 맛있기만 하고, 어깨가 뻐근해질 때까지 게임을 해도 다만 뿌듯해할 뿐인 그가 아니던가. 웬만해선 길티를 안 느끼는 뻔뻔한 뇨자가 바로 오지은 아니던가. 그의 유일한 길티플레저라면, 공포의 7시간 웹서핑 정도? 그런 그이기에,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 아니겠어. 


그는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올라 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하겠단다. 170여 개나 되는 질문에 답하겠다는 야심찬(!), 전무후무한 얘기를 꺼냈다만. 글쎄, 일단 지켜보자. 손발이 오그라드니까, 질문에 포함된 상찬은 일단 발설하지 않고, 그는 질문과 답을 잇는다. 참, 그는 세상에 살짝 삐진 상태라고 했다. 그것도 감안해서 봐 주시라. 참, 그리고 비슷한 맥락의 질문과 답변은 함께 묶었다. 


노래하는 지은



- 노래 부를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아무 생각 안 해요. 텅 빈 상태로. 텅 빈 그릇을 채우는 것처럼, 가사에만 집중해요.”


-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면? 가장 감동받은 책은?

“매일 다른데, 지금은 피치카토 파이브(주. 코니시 야스하루와 마키 노미야로 구성된, 60~70년대 복고사운드를 중심으로 시부야 케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일본의 밴드. 2001년 해체됐음.)를 즐겨들어요. 아무래도 지금 세상에 살짝 삐져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또 일본의 여자 아이돌그룹인 퍼퓸의 ‘스위트 도너츠’도 좋아요. 평소에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안 듣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마구마구 들었는데, 작업할 때 내 얘기를 해야 할 때, 누구의 뭔가를 빌려오는 것은 맞지 않아서요. 그래도 요즘은 흡수의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음악을 들어야 하는.


책은 앨범 만들 때부터 잘 안보고 있는데, 이틀 뒤 2주 여행을 가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포켓본을 사서, 여행 중에 읽을까 생각 중이에요. ‘가장’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데, 요즘 『쿠루네코』(주. 고양이 4마리와 동거 중인 30대의 여성 프리랜서 디자이너 쿠루네코 야마토가 키우던 고양이들을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기 위해 블로그에 만화 연재를 시작했고, 단행본으로도 나왔다.)라는 만화를 즐겨봐요. 참, 『토성맨션』(주. 오지은이 번역한 만화) 2권도 나왔어요. (웃음)”


-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정말 많아서 이걸로 밤 샐 수도 있어요. (웃음) 어릴 때 클래식 영향도 있었고. 비틀즈. 카펜터스, 음악 하는 자세는 너바나.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 커트 코베인(주. 너바나의 리더)이 죽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몇 억 명을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 줬는데, 자신은 너무 괴로워하고. 그런데 난 그러고 싶진 않아요. (웃음) 어릴 땐, 비틀즈를 자주 들었는데, 폴 매카트니가 부른 ‘실리 러브 송(Silly Love Song)’을 좋아해요. 거대 담론이 아닌 작은 사랑을 다뤘는데. 그렇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지.”


- 어떻게 노래를 만들어요?

“나도 신기해요. 어떻게 노래를 만드는지. 다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거나 조금씩 생각하는 것을 쓰거나, 그것을 갖고 있다가 어느 날 멜로디를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붙여요.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도 듣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에 일관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우습고. 그냥 노래가 되는 신기한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아요.”


- 기타 잘 치죠?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쉬워요?

“외국어랑 비슷해요. 앞에는 조금 어렵고 뒤는 조금씩 쉬워져요. 제가 사실 기타를 못 치는 사람인데, 3개월 정도는 지루해요. 그 시간을 견디면 오지은만큼 깔 수 있어요. (웃음)”


- 언제 공연을 처음 했어요?

“유치원에서 김완선 노래를 불렀어요. 500원을 준다고 해서. (웃음) 노래는 말할 수 있을 때부터 불렀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클래식을 좋아하셨는데, 그걸 듣고 다음날이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 일본에 공연한 적은? 길거리 공연을 한 적은 있나요?

“있어요. 삿뽀로에 22살(만 20살)에 음악을 더 이상 안 하겠다고 생각하고 간 적이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는데, 즐겁지도 않고 왜 하나 싶어서 갔었죠. 그렇게 삿뽀로에 갔는데, 음악을 더 달게 들었던 시절이에요. 돌아와 다시 음악을 하면서 삿뽀로는 못가겠더라고요. 그렇게 못 가다가 2집을 내기 직전에, 이제는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인정해 줬을 때, 삿뽀로에 다시 가서 포크음악 클럽에 갔어요. 무작정, 주인을 찾아가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 2집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딜레마가 있을 때인데, 그곳의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았어요. 그렇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맘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하는 때가.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어요. 길거리 공연은 안 해봤어요. 100%로 공연하고 싶어서요. 길거리 공연을 하면 음향도 열악하고, 잡생각도 많이 들 것 같아서요. 물론 길거리에서 하면 낭만도 있고, 어울리는 장르가 있지만, 길에선 아직 안 해봤어요.”



- 자신이 아닌 다른 소재로 가사를 쓴다면.

“최근에 만든 노래가 있어요. 아는 동생의 짝사랑을 다뤘는데, 제목은 ‘아저씨 미워요.’ (웃음) 동생이 나이 많은 아저씨와 연애를 하는데, 그 아저씨가 꼭 여우같아요. 노래는 발랄한데,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에요. 제 얘기가 아닌데, 일어날 법하고 일어날 것 같은 노래도 하고 싶어요. 전혀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목 관리는 어떻게 해요?

“안 하는 것에 가깝긴 한데요. 안 좋다 싶으면 오미자차를 마시고, 공연을 해야 하면 창법을 바꿔요. 목이란 악기는 살아있어서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삑살이 나거나 음악이 떨어지면 안 되지만, 그걸 초월할 수도 있어요. 노래 연습은 중2~중3 때 하루 2시간씩 열심히 했는데, 그때 한 걸로 지금 벌어먹고 사는 거예요. (웃음)”


- 이 사람과 듀엣하고 싶다는 가수가 있어요?

“음, 무척 많은데... 한 명 꼽으라면 이 분은 모를 텐데, 이승열. 꼭 같이 해보고 싶어요. 혼자서 용 쓰는 걸 그만하고 싶기도 하고. (웃음)”


- 오지은에게 ‘노래’, ‘음악’이란.

“안 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잖아요. 묘한 불편함이랄까. 첫 시련이 24살 때였는데, 나모 모르게 곡을 쓰고 있었어요. 극한 순간이나 어려움이 닥칠 때, 누군가는 소주나 수다, 잠 등 다양한 것이 있을 텐데, 저는 노래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또 나를 위해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것이 신기하고. 계속 그러고 싶어요. 음악은 곡 쓰고 다듬고 레코딩하고 노래하는 공정인데, 굳이 꿈이란 말을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살아가는 지은


- 현재 삶의 낙은?

“이틀 뒤 가는 홋카이도 여행 스케줄을 분초단위로 짜는 것. 철도노선을 보면 정말 좋아요. 일본에는 철도덕후(철덕후)가 있다는 데, 세상에서 제일 가는 진상덕후라죠? (웃음) 저는 철덕후라는 생각은 없고, 그저 철도를 탈 뿐! 주변에서는 본격 철도덕후 인증여행이냐고 하기도 해요. (웃음)”



- 어떻게 하면 ‘대인배’가 될 수 있을까요?

“음, 대인배는 호방한 것 보다는 눈에 안 띄게 다른 사람들 입장을 읽어서 처신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1집 때 ‘사운드 니에바’(주. 오지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인디레이블)할 때는 간단했는데, 2집(주. 2집은 음반기획사인 해피로봇과 계약을 맺고 발매했다)을 내고 날 둘러싼 세계가 너무 커져버리더라고요. 방송은 물론, 공연도 커지고. 생각해야 할 것이 100배나 커졌어요. 비유하자면, 졸업앨범을 찍을 때, 주변을 챙겨주기 그런 힘든 느낌이랄까.”


- 어디서 영감을 얻어요?

“각종 실연이죠. 요즘은 평화로워서 창작활동이 잠잠해요. (웃음) 3집에는 어떤 음악이 담길 지 모르겠는데, 경험이 음악을 만든다는 명제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그걸로 브랜드화하고 싶지도 않고요.”


- 음악이 너무 솔직해서 아프기도 했는데, 그런 아픈 사랑을 했나요? 일본어는 어떻게?

“일단은 경험이고요. 일본어는 무라카미 류의 『교코』를 일본어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막상 일본어로 읽으니 꼰대 같았아요. (웃음) 일본에 간 건, 쓰리고를 맞아 제적돼서 갔어요. 그 김에 고생하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했는데, 고생하고 정신 차렸어요. (웃음)”


- 왜 세상에 삐졌어요?

“일기장(지은닷컴, www.ji-eun.com)에 과한 것도 쓰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었는데, 누가 그걸 보고 좋지 않은 얘길 했어요. 마음을 봤으면 좋겠는데, 다른 걸 보고 멋 내기 위해 그런 말을 썼냐는 식도 있고. 저는 약간 실험하는 마음이었어요. 쇼 비즈니스와 뮤직 비즈니스 사이의 실험. 1집에서 용기와 확신을 얻고 노력은 했는데. 솔직한 사람보다는 솔직한 듯한, 털털한 듯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세상에 삐졌어요. 그래도 뭐, 이번 홋카이도 바람에 날리고 오려고요. (웃음)”


- 가족이나 친구들은 뭐라고 불러요?

“친오빠는 저를 금치산자라고 불러요. (웃음) 친구들은 내 귀여운 강아지라고도 부르고.”


- 음악 이외의 특별한 것이 있다면?

“일상이 특별하지 않아요? 오래 봐서 지겨운 남친이나 업데이트 안 되는 쇼핑몰처럼. (웃음) 참, ‘요즘 애들 싸가지 없지 않다’는 말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같은 수업을 듣는 나이 어린 친구에게 시험 범위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알려주던데, 옆에 있던 한 친구가 ‘너, 진짜 착하다’고 그러더라고요. 마초 폭발이죠. (웃음) 제가 마초에 꼰대에요. 00학번인데, 캠퍼스는 09학번이 주인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자처럼 다녀야한다’ ‘저들의 맑은 공기를 해치면 안 돼’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어요.”   


- 연애스타일은 어때요?

“음 지은양은 1기랑 2기로 나눌 수 있는데. 1기 때는 마지노선이 없었어요. 만나서 헤어지고 나면, 혼자 살림을 벌써 차렸어요. (웃음) 사귀면, 너와 나랑 결혼하면 어쩌고저쩌고. 지금은 2기인데, 있는 듯 없는 듯해요. 쓰나미 말고 바다에 발바닥이 닿을 듯 말 듯한 그런 연애를 하고 있어요. 이런 것에 생각이 많은 게 의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까지 나오고. (웃음)”


- 연애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연애를 한다는 건, 여자남자 공통된 건데, 못해본 사람들은 엉뚱한 사람을 좋아해요. 나한테 나쁜 남자, 나쁜 여자 같은. 회사 같은 부서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진국일 수 있어요. 주변 자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웃음) 더 나은 내가 되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연애해야 돼요.”


- 청순, 애교, 섹시 중 자신 없는 것이 있다면?

“잡지촬영하면 부족장 포스가 나와요. 사진 나오면 ‘얘, 누구야?’ 싶기도 하고. (웃음) 애교는 자신 없고. 섹시는 앨범 자켓 속지에 누워서 있는. 청순은 1집에 있고. (웃음)”


     

- 무엇 때문에 인디에 빠져 있나요?

“인디에 빠져 있진 않아요. 한국의 ‘인디’는 신기한 것도 있는데 좀 복잡해요. ‘홍대신’이라는 것이 생긴 거 같아요. 제가 대형기획사를 싫어하는 게, 그들은 프린세스 메이킹을 하고 싶어해요. 옛날에 (대형기획사에) 몸 담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제 몸무게가 45kg이었는데, 43kg까지 빼라는 거예요. 막 싸우고. 미친 거 아냐? 또 아는 언니 연예인이 스캔들이 터졌는데, 내쳐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모든 걸 자기가 진행하지 않으면 토사구팽 당하지 않을까, 모든 걸 내가 공정하지 않으면 남 좋은 일 시킬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전 라디오스타가 정말 좋아요. 이상한 얘긴데, 진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유일하게 나가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이에요. 날 어떻게 깔지 궁금해요.”


- 부러운 사람 있어요?

“일본 배우인 아사노 타다노부의 부인인데 뮤지션인 ‘차라(Chara)’요. 정말 부러워요. 엄청 사랑 받으면서 애 셋을 키우고, 귀엽고 주름도 없어요. 신이에요. (웃음)”


- 20대 지나오면서,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 제가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인데, 물론 내년에 또 만으로 스물여덟이 되겠지만 (웃음), 모든 충고는 같잖지만, 지금 20대에게 조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생겼어요. ‘이것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그게 차단돼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버지가 라인을 잘 못 타셔서 좌천당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굳이 출세가 아니더라도, 아파트 평수가 작아도 기운차고 행복한 아버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그건 사치스러운 질문이 아니에요. 뭘 해야 내가 좋고, 내가 좀더 잘 할 수 있고, 덜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런 것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빨리 요령 안 부렸으면 싶고, 쉴 때 쉬면서 좀더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고민을...”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역시나, 170여 개의 투구(질문)는 무리다. 그의 매니저들이 뒤에서 알게 모르게 사인을 보내면서 오지은의 투구 수를 측정하고 있던 터. 가끔 그들의 사인을 훔쳐보면서, 곧 9회말 경기가 끝나겠거니 했다. 오지은은 아직 150km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던지고, 더 던질 힘이 남아 있어 보였으나, 투수의 어깨를 염려한 감독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을 터. 관중은 아쉬워도, 충분히 경기를 즐겼으므로, 오케이.


“친구의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화장도 안 하고 멘트도 안 짜고” 이뤄진, 이날의 행사. 자주 팡 터지고, 때론 멍 때리면서, “만사를 연애로 해석하는” 오지은의 직구와 변화구에 맞춰 호흡한 경기였다. 대부분의 진지를 솔직함과 유쾌함으로 버무린 오지은의 투구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연말엔 아마 ‘골든 글러브’를 노려도 되지 않을까. 요즘 잘 부르지 않았지만 참 좋아하는 노래라는 ‘두려워’에 이어진 마지막 노래,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끝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누구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승리투수가 됐던 이날의 기록도 이것으로 거의 끝이다. 그러나, 경기 끝난다고, 다시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진정한 야구팬은 집에 돌아가 다시보기를 돌려보면서, 그날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짜릿해 하는 법.


그리하여,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가 그랬고,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야구선수인 요기베라가 그랬듯이. “It Ain't Over 'Till It's Over.” 말인 즉슨, 나머지 질문은 지은닷컴(www.ji-eun.com)의 ‘간혹에세이’에 올리겠다고 오지은이 공언했다. 물론 언제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끝날 때까지, 우리의 반상회는 끝난 것이 아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산책을 해도 좋겠다. 폴 오스터나 알랭드 보통처럼 문장력과 재치가 앞서는 것보다 애니 프루처럼 뭔가 뭉근한 정서를 좋아하는 그의 음악을. 그나저나,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언제나 그랬듯, 별은 내 가슴에.^.^



P.S. ‘라디오스타’(MBC)와 ‘LG트윈스’ 야구단에 고하자면, 지금 세상에 삐져있는 오지은에게, 라디오스타 출연과 시구를 허하라. 그리하여, 그 삐짐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시라. 혹시 아나. 오지은이 야구장에서 시구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여, LG트윈스가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될 지. 물론, 난 장담 못한다. 난 그저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를 바라는 자이언츠 빠돌이일 뿐이니까.^^; 아울러, 오지은의 출연은 고품격 방송 라디오스타의 품격을 더 높여줄...까. 역시 나는 장담 못하지만, 김구라와 오지연의 구라빨 배틀을 한번쯤은 보고 싶다규! 아, 그리고 나도 정말 좋아하는 이승열. 부디 두 사람의 듀엣이 이뤄지는 그날이 오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앨범이든 콘서트든, 이 몸은 달려가리다. 필청!


[예스24 기고 원문]

평범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상냥한 사람의 음악, 들어보실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지난 5월의 즐거웠던 인터뷰.


무엇보다 오지은이 내가 참 좋아하는 책, 《커피 한 잔 더》의 번역자여서,

그 번역 당사자를 직접 만난 기쁨도 무척이나 컸던 자리.


다만, 함께 왔던 기획사 매니저의 실수였는지,

차과 빵 값을 계산하지 않고 가서 가난한 프리랜서가 당황했던 기억. ㅜ.ㅜ

(장소는 홍대 부근의 VELOSO)




평범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상냥한 사람의 음악, 들어보실래요?

[인터뷰]  2집 앨범 <지은> 낸 뮤지션 오지은



음악은, 클래식이건 뽕작이건 상관없이, 참으로 사적인 경험이다. 이건 내 음악이야, 내 노래야, 했던 경험들,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것.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노래를 통해, 숨을 쉬고, 공감하며,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음에 안도한다. 물론 아니라도 좋다. 음악은 그저 친구다. 함께 있으면 좋은 친구. 누구나 일상을 살기에, 사람 사는 것, 그닥 다르진 않다. 우리는 어쩌면, 버티고 견딜 뿐이다. 그 와중에 음악이 있다.


건강의 3대 필수 요소.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나머지 하나가 노래 부르기란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글쎄,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쉽지는 않다. 물론 돈 많은 이들이야 이런 것들도 화폐와의 거래를 통해 쉽게 얻을 터이지만. 그렇다면 가능한 것은 노래 부르기. 누군가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흥얼거리기.


노래를 한다. 나는 그것이 참 개인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그래서 부럽다. 앨범을 내고, 그것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교감하고. 자기 목소리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 많이 부럽다. 어디 글에선가, 노래는 예술가가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란다. 물론 철저한 상업적 기획에 의해 공산품처럼 생산된 노래는 뭔가 영혼이 빠진 듯해서 왠지 시시하지만.


노래를 듣자면, 그 사람이 보이기도 한다. ‘에브리씽’이 아니라도, ‘어 리틀 빗’이라도 좋다. 특히나 나와 어떤 공감, 특정 교감이 이뤄질 때, 그 노래는 ‘베스트’다.


지은, 신고선수가 되다


여기 누군가에겐 ‘베스트’로 꼽히는 가수가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그런 가수 또 없다고 말해도 돌 날아올 확률이 높지 않은. 유희열의 표현을 빌자면, 홍대 인디신의 여왕, 오지은이다. 한 친구는, 그의 1집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띵해지면서 아득해지는 소리를 만난다. 정신과 육체가 잘 아울려 있다고나 할까.”


그래, 먼저 1집 <지은>부터 얘기하고 가야겠다. 이 음반은 음악(성)부터 유통방식까지 독특했다. 야구로 말하자면, 그는 ‘신고선수’랄까. 어디에서도 불러주지 않아 직접 구단을 찾아가 테스트를 받은 경우. 혹은 자력갱생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오지은은 음반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음반 제작에 필요한 돈이 없었다. 누구 하나 그를 위해 음반을 제작해줄 사람도 없었다. 무턱대고 저질렀다.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선입금’을 받았다. 말하자면, ‘내 음악 살 사람, 손들고, 돈을 내.’ 그렇게 모인 돈이 186만원하고 6달러. 참, 6달러는 뭐였냐고.


“해외에 살고 있는 한 학생이 자필편지를 보냈다. 6달러를 동봉해서. 맨 처음 가격이 7000원이였다. EP(Extended Play,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종의 비정규음반)를 생각해서 책정했는데, 결국 정규음반이 됐다. 돈을 더 내라고 하기도 뭣하고, 미국에 돈을 더 들여서 음반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 돈보다 더 큰 마음을 받아서 정말 기뻤다.”


그런 음반이 나오자, 입소문을 탔다. 5000여장이 나갔다. 자립형 인디 DIY음반의 깜놀(깜짝 놀랄만한) 성과였다. 야구로 말하자면, 솔로 홈런. 영화로 말하자면, 인디영화관에 걸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와이드릴리즈된. 독특한 음색도 그렇지만, 그의 노랫말과 감수성은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20대 여성들은 ‘내 얘기야’라면서 환호했다. 노래와 삶이 일치하는 듯한 느낌. 혹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신개념탑재 싱어송라이터’ 혹은 ‘자아충만보컬’.


스스로도 놀랐다. “듣는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한 일종의 실험이잖나. 100% 심하게 내 얘기를 했는데, 반응을 보고선 되게 놀랐다. 세상에 허락받은 느낌이랄까. 아싸, 이렇게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마 이런 선례도 없을 거다. 그래도 되게 힘들다. 그런 걸로 화제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필요에 의해 하면 모를까. 다시 돈이 없으면 이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하는 것은...(웃음) 뮤지션은 돈이나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DIY가 좋은 점도 많았지만, 기적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는 것.  


지은, 적시타를 날리다


2집은 그래서 레이블과 계약을 통해 음반을 냈다. 물론 일체의 간섭 없이. 누가 감히 버럭. 계약하기 전에 작업한 음악들로 1집과 마찬가지로 멋대로 만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 준 리스너(listener)들에게 무한 감사를 표한다. “사람들이 CD를 사지 않아서 음반계가 안 된다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곧 리스너를 폄하하는 말이잖나. 리스너들 덕분에 음반을 내고 생계를 잇고, 가능성을 봤다. 2집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그들이다.” 정식으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을 인정한 관중들의 열띤 응원 덕분. 신고선수의 적시타, 그리고 신화(?)의 시작.


무엇보다 그 응원은 정곡을 찌름이 있기에 가능했다. 너와 내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우린 그렇게 서로 교감하고 있구나.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적는다. 심할 정도로 내 얘기가 많다. 생각나는 것들을 휴대폰 메모에도 적고, 수첩에 적기도 하고. 영수증 뒤에도 적는다. (웃음) 기록을 위한 기록이 되는 것은 싫다. 조금씩 그렇게 기록했다가 작업을 할 때,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덧붙이곤 한다. 1집 타이틀곡은 자려고 누웠다가 가사랑 곡을 바로 쓴 경우다.”


그의 앨범이 일기장 같은 노래들로 채워진 이유다. 2년이 흐른 뒤, 지난 2월에 발매된 2집 음반도 마찬가지다.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을 중심으로 한 1집에 비해, 사운드가 확연히 강화됐지만, ‘지은스러움’은 여전하다. 음반 타이틀도 <지은>으로 똑같다. 여지없이 자신의 이야기면서, 또래의 여성들 혹은 청춘이 품음직한 감정들로 충만하다. 


1집이 품은 날 것 그대로에 비해 못내 아쉬움을 품은 사람도 있겠지만, 2집의 진화에 더욱 반가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타인과 세상과 교감하는 세계가 구축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곡들도 있다. 「 인생론」「 작은 자유」와 같은 곡을 듣다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그의 인생론은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을까.


“살다보니 알게 됐다. 인생은 어떻게든 꼬이기 마련이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친구끼리도 꼬이는데, 다른 사람과 오죽하겠나. 그래서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뚱하게 있지 않고, 함께 있는 사람들과 즐겁고 싶다.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은 만큼 주고 싶고. 20대가 끝나가면서 다짐한 것이, 사람에게 상냥하게 대하자다.(웃음) 「 인생론」은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에 ‘나는 왜 이럴까’하면서 쓰게 됐다.”


그러니까, “어차피 완벽히는 할 수 없으니 요만큼만 뻥튀기는 하지말자 그냥 나의 몸집대로 아는 만큼만 말하고 모르는 건 배우면 되지(2집 「 인생론」 중에서)”. 특히나 그가 궁핍한 시절을 거쳐 깨달은 그것. ‘헛된 욕구를 가지지 말자.’


20대 초반, 그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면 잠을 못 잘 정도였단다. 응? 그러니까 된장녀였다, 이거? 그랬던 그가, 경제적인 곤궁함에 시달리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기름기를 쫙 뺐다. “일본에 유학 갔다가, 빚을 지게 되면서 된통 뒤집어쓰는 통에 고생을 많이 했다.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40분~1시간 걷는 것은 예사였고, 사치품 구입은 2~3년 동안 제로였다. 소비습관이나 인생관이 바뀌게 된 계기였다. 좋은 인생경험이었던 셈이다.”


지은, 용병술의 귀재


음악도 자신의 깊은 곳에서 자연스레 뛰쳐나왔다. 사실 일본에 간 것도 음악과 작별하기로 한 직후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한 음악이었다. 간절히 원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내 (음악)언어도 없는 상태에서 하고 있었는데, 답보상태인 거다. 7~8년이 돼도 답이 안 나왔다. 결국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렇게 지내다보디 곡이 스르륵 나왔다. 1집에 있는 「 작은 방」이 일본에서 첫 번째 쓴 곡이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음악을 안 하고 사니까 어색하더라. 자연스럽게 음악이 나오기까지 얼쭈 10년이 걸린 셈이다. 10년은 곡을 쓰기까지의 고민이었던 셈이고.”


그러니까 야구 유망주가 갑작스레 회의를 품고,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가 자신의 길을 되찾은 경우라고 얘기하면 될까. 막상 떠나고 보니, 막 좀이 쑤셨던 거지. 그의 노래도 이같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기존의 다른 뮤지션들과는 다른 노래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 “노래도 끼워 맞춘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 내가 해야 하는 음악이 그런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들어야지 작정하고 하면 뒤틀린다. 내면의 흐름에 맡기는 음악을 당분간 하게 될 것 같다. 아마 음악학교를 다녔으면 정형화된 방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2집은 1집과 비슷한 맥락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변주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1집을 만들 때의 그와 2집을 만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켜켜이 쌓고 있다. 그는 소설, 미술, 음악, 영화 등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유심히 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작품들이 나왔나, 그 창작의 비밀이 궁금하단다. 그만한 분석 깜냥은 아니라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창작욕이 들끓는 뮤지션이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고.


2집은 그런 면에서 재미있는 협업 작업이었다. “(음반이) 갈 방향으로 잘 간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많았는데, 사공이 많아도 산으로 가지 않아서 좋다. (웃음) 디어 클라우드의 기타 ‘용린’과 같이한 트랙은 1시간 만에 끝냈다. 나도 만족하고 저쪽도 만족하는 지점을 찾았다. 타이틀곡인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는 MOT의 이언과 한 달 동안 메신저 등을 통해서 음악파일을 주고받으면서 합일지점을 만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정중엽도 그를 빛내주는 세션이다. 


그의 표현으로는 이건, WBC에서의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 적절하게 어울릴 법한 선수들을 직감적으로 선택했고, 그것이 주효했다. “좋아하는 음악인들과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고 정말 좋았다.” 더구나, 이런 재미있는 작업이 선배 음악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그는 꿈인가, 생시인가,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황홀해 한다. 유희열은 그를 ‘홍대 여왕’이라고 부르고,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은 올해 발매된 음반 중 오지은 2집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니까, 오지은이 음악을 계속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휴~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려도 좋다.


지은, 평범함에서 길어 올리는 음악


오지은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이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그에겐 평범함이, 가장 소중한 가치다. 그는 또한 그런 평범함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힘듦을 안다.


“미디어에서는 김연아의 삶이 여느 회사원의 삶보다 중요한 듯 다뤄지는데, 그건 아니다.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 머릿속의 엄청난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다 갖고 있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인생이 괴로운데, 보통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안식이나 휴식,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효용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직장생활을 해 봤는데, 음악, 소설 등 예술작품이 주는 효용이 있었다. 그걸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느 보통의 존재는 그렇다. 이타적이기도 한 동시에 이기적인. 우리는 각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그런 평범함이 한데 엮여 우리 사회 전체를 만든다. 그리고 어떤 창작자들은 이런 사회를 조망하거나 엮어서 서사를 만든다. 가장 보통의 존재에 감응하는 재능이다. 그 재능.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감정이입의 능력이 있어야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고도 갖춰야 한다. 중국이 억압한 티베트에 대해 노래한 「 작은 자유」를 듣자면, 그는 분명 그런 재능이 있다.


그의 노래가 사적이라지만 그것이 그의 안에서만 침잠하지 않는다. 1집과 비교해도 그렇다. “조금 더 철이 든 것 같다. 시선이 바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나도 어떤 방향인지는 몰라도 그 시점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에 맡겨서 음악 작업도 계속 할 거다. 3집은 그래서 나도 모른다.”


때로 그의 노래는 푸르름이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그것이 자연스럽다. “(이번 앨범의) 5번에서 7번 트랙이 뜬금 없거나 음악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의 우울을 극대화하는 건, 어떤 종류의 거짓말 같다. 사람이 늘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러다가 히히덕 거릴 수도 있지 않나. 자기 우울에 파고들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나는 ‘(음악적) 설정’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다. 좀더 원숙한 음악가가 되면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말하자면, 카르페디엠(Carpe Diem). 자신의 얘기를 한다는 큰 울타리 안에서 여러 개의 톤을 지닌 자신을 상황에 맞게 드러내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그다. 그럼에도 그는 상승 욕구가 없다고 말한다. “상승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30평 아파트를 마련하면 40평이 욕심나고, 40평을 가지면 100평을 욕심하고 또 이것이 충족되면 여러 채를 가지려고 하잖나. 목이 마른 상태라고 그런 거다. 나는 지금 목이 마르지 않고, 계속 목이 마르지 않은 상태로 있고 싶다.”



어찌 보면 생경한, 욕망을 제어하려는 이 이십대 여성의 태도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아까 언급과 같이 경제적 궁핍이 안겨 준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는 한 권의 책을 든다.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설법)을 벽안의 현각스님이 엮은 『선의 나침반』. “극도로 우울할 때 읽은 책이다. 숭산 대선사의 큰 뜻을 얼마나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영향이 컸다. ‘오직 모를 뿐’이라는 설법이 크게 와 닿았다. 모르는 상태도 괜찮다는 것. 자신에 대한 긍정을 알려줬다. 상황을 지배하려는 건 오만임을 가르쳐줬고, 나를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책이다.”


지은, 무정형의 사람


그는 정해지는 걸 두려워한다. ‘나는 이런이런 사람이다’라고 규정하는 그런 것 말이다. 몇 년 지나면 달라질 수도 있고, 한계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곡을 만들 때는 이성이 개입하지도 않고, 음반을 만들 때는 책이나 영화, 음악을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단다. 음반이 나오고 나서야 그는 모든 것을 즐겁게 흡수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을 경계하는 것.


음악에도 그래서 전면에 메시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 팩트만 얘기하면서 세상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사회나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의견이 달라도 나쁜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 생각이 익어가야지, 외부에서의 계몽은 좋지 않다고 본다. 노래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


그는 바보 같은 여행도 선호한다. 그날 나의 상태와 마음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그런 여행.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같은 명분은 위험하다. 못 찾으면 어쩔 것인가. 여행은 그저 여행. 뭔가를 꼭 얻겠다는 생각보다 그것 자체로의 즐김. 돌아오는 순간에 느끼는, ‘그래도 파이팅하면서 살아봐야지’하는 그런 느낌이 좋다.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단다. 일상의 정형을 벗어나는 순간을 만끽하게 되길.


그렇다면 3집을 벌써 꺼내 들어도 될까. 역시나 그는 아직 모른다. 그러면서도 정규 음반이 아닌, 생각지도 못한 것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잠깐 오지은이 아닌 무엇을, 자기 복제나 자기 소모를 안 하기 위해서 좀 더 즐겁게 하고 싶다. 1~2집은 슬픈 얘기가 많아서 무대 위에서 운 적도 있는데, 새로운 작업을 한다면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것을 하고 싶다.”


참, 잊지 않고 얘기해야겠다. 그는 번역 일도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알려진 작품인 『커피 한 잔 더』. 현재 2권까지 나왔는데, 커피 한 잔에 담긴 우리네 사람살이를 맛깔나게 담은 작품이다. “무척 좋은 작품이라 번역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번역일은 명예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번역하게 돼서 명예롭기도 하고.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SF만화인 『토성맨션』도 그가 번역했다.


오지은은 여전히 실험 중이며 전진하고 있다. 완결형이 아니다. 홍대 인디신의 여왕이라는 수사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의 음악이 당신과 매칭된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음악을 찾으면 그만일 터. 그럼에도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자연 곱씹게 된다. 그는 상냥한 사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근사근한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친구나 주변 사람한테 구원 받은 적이 많다. 밥도 사주고 자고 가라고도 그러고. 정말 무척 많은 위로를 받았다. 멋진 친구, 언니, 오빠들로부터. 그런 보살핌이 지금의 나를 세운 것이다.” 


그의 노래가 어쩌면 발레리나의 발 같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걸 내던지면서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담긴 노래. 그는 기교 부리지 않고 노래를 참 자유롭게 부른다. 그것도 마음을 드러내면서. 재능이 세상을 섬기게 될 때 그 가치는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그의 사적인 마음은 세상과 연대하기에 마냥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자기 욕망에의 실현에 천착하지 않는 그의 마음 때문에라도, 나는 그의 노래가 세상을 덜 슬프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그는 큰 야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야심가라고 해야겠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의 말을 빌려. 어떤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탁월한 뮤지션이 되는 일이 점지된 운명이자 소명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의미에서 야심가다. 좋은 예술가는 찬사까지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 그가 찬사에 짓눌리지 않는 상냥한 사람이 되길 나는, 바랐다. 그리고 흥얼거렸다. “착한사람이 되고 싶어/ 매일 내가 되고 싶어/ 웃을 때 이빨이 8개가 보이도록/ 친구가 되어준 너에게/ 나를 좋아라해 준 너에게/ 연락은 자주 못하더라도 사랑해요 ♪” 응? 나도 그러고 싶어. 착한 사람. 상냥한 사람. 참, 이 상냥한 사람(의 노래)을 만나고 싶다면, 31일 마포에서 열리는 그의 단독공연을 찾으시라. 아마, 후회는 않을 거다.


[예스24 기고 거의 원문. 댓글 덕분에 싱글홈런이라고 잘못 썼던 것을 솔로홈런으로 고침]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45살 남자도 중독시키는 마력의 밴드가 차오른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1집 앨범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



최근 이 남자, 울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나도 덩달아 그렁그렁. 왜 그랬는지 몰라도, 별일 없이 덩그렁. 사실 이 남자, 심드렁한 게 좀 짱이었다. 하찮은 세상을 향해 덤덤하게 일관할 것 같은. 누구 말마따나, 웃긴 듯 슬픈 노랫말과 포크선율로 마음을 휘감는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 이 남자. 음, 아마, 교주가 우니까, 신도는 자연 따라간 것, 아녔을까? 희끄므레죽죽~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


그렇다.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 요즘 가장 ‘Hot’한 국내 뮤지션. 누군가는 복귀한 서태지를 들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알록달록 ‘소시지룩’으로 무장한 소녀시대라고 외칠 테고, 혹자는 세상에 소리치는 빅뱅이라고 울부짖겠지만, 그럼 일단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감히 우리 교주님을 앞에 두고, 데끼.


참, 원더걸스의 소희양도 광팬이라는 ‘그 남자 왜’ 울었냐고? 물론, 기뻐서. 지난 12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그들은 ‘올해의 노래상’, ‘최우수 록 노래상’, ‘올해의 남자가수상’을 탔다. 아니, 정규 1집 앨범이 지난달 27일에야 발매된 이 밴드가 빅뱅의 태양도 누르고, 무려 3관왕. 우왕, 이만하면 울만하지 않은가. ‘느리게 걷자’더니, 이게 웬걸, 초고속 스피드다.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모르’는 양반이 터보엔진이라도 달았나보다. 앨범도 날개를 달았다. 사전 예약으로만 8천장이 팔리더니, 1만장을 훌쩍 넘었다. 추가로 1만장이 발주됐단다. 예스24 종합음반 차트에서도 서태지와 슈퍼주니어 등에 이어 4위. 아놔~


이거 장얼의 활약을 들어놓자면, 무궁무진이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열린 콘서트는 예매 시작 45분 만에 매진됐고, 지난 15일 서태지 8집 두 번째 싱글 기념공연에선 게스트로 나왔다. 어릴 땐 양현석 역할을 맡았다며 컴백홈의 안무까지 선보인 우리 장 교주. 인터뷰, 화보촬영 등 하루 평균 4개씩의 스케줄로 하루가 다 빡빡하다. 정규앨범 수록곡들도 최근 EBS의 <EBS스페이스-공감>을 통해 최초 방송 공개됐다. 블로고스피어엔 장얼을 향한 ‘님 좀 짱인듯~’의 경배가 차고 넘친다. 이 정도면, 인디밴드가 아니고 아이돌이다, 아이돌. 영화계에 <워낭소리>가 있다면, 음악계엔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못나고 악랄한 지도자 때문에, ‘오늘도 무사히’ 제발 별일 없이 사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 재미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외치며 길을 나섰다. 그리고 발 디딘 곳이, ‘Yes24와 함께 하는 장기하가 떴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 지난 11일 서울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 리허설 현장은 분주했다. 조명과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동선을 맞추는 와 중에 장얼의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뺏는다. 흐흐흐. BG도 유유히 흐르는 와중, 6시40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팬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좋은 자리에서 교주를 경배(?)하고픈 신도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한편, 차례대로 자리를 안내하고자하는 스탭들이 연신 양해를 얻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역시나 여성들이 절대 다수다. 역시 장 교주의 말마따나, ‘얼굴’되는 멤버들만 뽑은 영향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말고. 



장내가 정리되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뮤직비디오 메이킹이 방영된다. 다들 희희낙락. 그 유명한, 유유자적 팔동작이 나오자, 다들 ‘우와~’라는 즐거운 탄성을 지르고, ‘우하하’ 웃음을 터뜨리면서 집중 또 집중. 뮤비에 찬조 출연한 여학생들의 달오름 체조에 ‘귀여워’를 연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리고 스크린이 걷히고, 유희의 시작.

어디가 무대고, 어디가 객석인지도 모를 그 현장 속으로, 고고, 고고.

참고로,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왜냐고? 장 교주를 만난 자랑질이거든, 염장질이거든.

아주 그냥 끝내줘요. 죽어죽어. 하악하악.


들썩들썩, 흥얼흥얼… 볼매 공연의 현장


환영인사와 박수와 함께 장얼이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나타났다. “공연이라기보다는 얘기나 하고 좀…”이라며 입을 뗀 장 교주. 그렇다. 그는 우리와 함께, 놀고 싶은 게다. 룰루랄라. 예의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로 핵심만 담아 말하는 건 여전하다. “그러니까 앨범을 사신 분들 가운데 추첨해서 모이신 거니까, 다 들어보셨죠? (그럼요~) 그럼 다 아시겠네요. 아직 1집 밴드라 앨범에 있는 노래가 다에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희 노래 중에 깊은 정서를 표현한 노래가 없어 감정몰입이 잘 안 될 텐데, 그래도 불러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열광. ‘싸구려 커피’닷. 훌쩍훌쩍.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



이 눅눅한 자취방의 정서. 장 교주에 역시나 열광하는, 사무실 내 옆의 사람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를 들면서, 정말 백수였다면 이 노래 듣고선, 펑펑 울어버렸을 거란다. 웃긴 듯 슬프다. 어쩌면, 페이소스. 이 덕분에 혹자는 장얼을 패자(루저)의 정서적 대변자라고도 했다. 장 교주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승자의 정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패자의 정서라기보다는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불분명한 불확실함과 불안․허무의 정서다. 미디어가 20대를 너무 즐거운 사람들로 그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싸구려 커피로 확 달궈진 무대는,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노팅힐>을 떠올린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아름다워 함께 걸었네/ 힘든 줄도 모르고 손을 잡았네/ 빠르지 않게 걸으며 잠시 쉴 때엔/ 사뿐하게 입을 맞추네 ♬” 다음 곡 ‘말하러 가는 길’을 부르기 전, 악기를 교대한다. 그러면서 왈. “우리는 번거로운 밴드예요. 악기 전문성도 없고. 곡마다 바꿔가면서. 오늘은 곡을 많이 준비 안 했는데, 대신 얘기도 하고 선물도 있어요. (우와~) 몇 곡 부르고 얘기나. 아, 한 얘기군요.” 뻘쭘해 하는 장 교주, 아유 귀여워. 아마도 어떤 언니들은 콱 깨물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크왕.


바뀐 악기를 튜닝한다. 역시나 한마디 덧붙인다. “여러분은 튜닝하는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한 줄의 악기라도 틀어지면 전체가 틀어지는 그런 민감한 밴드가 아니나, 할 만큼 해야죠.” 쿡. 예상을 벗어난 이 어슬렁거리는 답변. 이것이 바로 장 교주의 매력이 아니던가.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말하러 가는 길’을 듣자니, 그렇다. 길모퉁이를 돌면 왠지 손잡고 입 맞추고픈 그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예감? 푸하하. “여덟 번째 정거장 지날 때 나의 입술은 말랐다.” 어쩌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하나둘 정거장 숫자를 셀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덟 번째,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입술은 바짝바짝. 촉촉한 입술이 필요해. 붕가붕가.


장 교주는, 이어 벌써 마지막 곡이라고 선수를 치면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미미 시스터즈’의 등장을 알린다. “미미 시스터즈가 살짝 들떠 계세요. 미미 시스터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표정만 봐도 아시겠지만. 팬미팅이라니까 좋아하고 계세요. 이보다 밝은 표정 보기 힘듭니다. 지금 분위기가 소풍 와서 장기자랑 하는 듯해요. 반 친구들이 같이 박수치고 어우러지는…” 아, 교주님이 우리를 친구로 명명해주시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넙죽. 절이라고 하고프다. 우왕, ‘나를 받아주오’. “나를 받아주~ 내 마음 헤짚어 놓고~♩”



무엇보다 압권은 미미 시스터즈의 강력한 포스. 장 교주를 밀어내고, 담배를 꼬나물고, 라이터를 던지고, 연기를 뿜어낸다. 황홀경이라면 이런 것 아니겠나.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꿈틀거린다. 그냥 여기서 끝낼 순 없다. 당연히 앵콜앵콜!! 수줍은 미소를 띠며, 한곡 더 추가요~ 잠깐, 이어진 마이크 세팅. 빠지지 않는 장 교주의 멘트. “전달이 안 된다고 음악적으로 훼손될 밴드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되겠죠.” 이런 센스쟁이. 쿡쿡. 그리고 달린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오름 체조는, 따라 하고픈 욕망을 동반하는 중독성 강한 몸짓이다. 나는 차오르는 달을 보면, 역시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팔과 다리를 휘적휘적 거릴지도 모르겠다. 달밤에 체조. 



장기하와 얼굴들과 얘기 하실래요?


아무리 짧아도 2부 공연을 꼭 하는 장얼. 얘기나 하면서 놀자고 했던 바람대로, 2부는 토킹 어바웃이다. “1집 앨범을 만드는 동안 녹음과 공연을 준비하고 상당히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썼어요. 적성에 안 맞아 힘든 것도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오니 좋네요. 사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장 교주의 소감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짧은 소감이 있었다. 하나 같이 소박하게 달뜬 그들을 바라보는 나도 므흣. 참, 미미 시스터즈의 소감은 어땠냐고? 대변인 장기하의 말에 따르면, 흡족해하고 있단다.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라고 하는데 힘들었다고. 더불어 미미 시스터즈에 대한 질문은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만 부탁했다.


그리하여, 질문과 답변의 시간. 싸구려 커피 대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그들에게 이번 초대이벤트의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이 이어지고 쏟아진다.



Q. 앨범표지의 의미는?

A. 나도 모른다. (앨범이 나온) 붕가붕가레코드의 디자이너 작품인데, 그림으로만 감상하려고 의미도 안 물어봤다. 본인만의 의미로 상상하면 될 것 같다.


Q. ‘별일 없이 산다’는, 정말 신나서 별일 없이 산다는 의미인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빗대 일 없이 산다는 뜻인지.

A. 모두 정답이다. 듣는 분의 해석에 맡긴다. 나름의 의미는 있는데, 다 말해 버리면, 예전에 교과서에 밑줄 긋는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는 작품 감상이 될 것 같다.


Q. 싱글을 먼저 내고 언론들의 스폿라이트가 쏟아졌다. 냄비현상도 우려되는데, 유명세를 타면서 에피소드 있나. 가령 밥집이 공짜라든지.

A. (멤버들 얼굴을 두리번 거리며 눈짓으로 묻더니) 물어보니 없다. (웃음) 아, 4명이 고깃집을 갔는데, 사장님이 아는 척 하면서 5~6인분을 먹으니 2인분을 더 주더라. (홍대 거리 다니면서 불편함은 없나?) 불편한 거 없다. 싸인해 주는 거,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Q. 오늘 코사지는 왜 없나.

A.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안 할 때가 더 많다. 쌈지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처음 했다. 뭐, 잘 때도 (코사지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코사지는 어디서 사고,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어디서 구입하냐는 질문에) 쌈지페 전날 동대문에서 구입했다. 밀리오레, APM? 코사지는 하나만 하니, ‘개똥이’라는 닉네임의 팬으로부터 연말 공연 때, 코사지 4종세트를 선물 받았다. (A4지 여러 장 가운데 답을 고르는 미미 시스터즈) …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흔히 있는 기성품이 아니고, 본인들이 말하길 원치 않아서 답하기는 어렵다.



Q. 큰 미미, 작은 미미라고 불러도 되나?

A. ‘X’(아니). (그렇다면 좌미미 우미미는?) ‘X’(역시나 아니) 따로 부르지 마세요.

(이 질문을 한 두 여성분은 미미 시스터즈가 공연 때 애용하는 라이터와 스티커를 받았다. 아울러 CD에 입술자국까지 덤으로 받았다. 왕부러움을 받았다는.)


Q. (베이스 ‘정중엽’에게) 혹시 연기에 관심 있나?

A. 관심 있다. 키가 180cm인데 모델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모델은 나보다 커야 되더라. 사실은 내 밴드가 있는데, 지금 휴업하고 장얼이 메인이 됐다. ‘장기하의 난’이 계속 되면서 못하고 있다. (웃음)


Q. (기타 ‘이민기’에게) 공연 중에 팔이 빠질 것처럼 연주해서 인상 깊었다. 밴드와서 후회한 적 없나? 잘못 낚였다고 생각한 적은?

A. 앨범까지 나온 마당에. (웃음) (기타는 몇 년째?) 대학 와서 배웠으니 9년, 10년차가 됐다.


Q. (드럼 ‘김현호’에게) 장기하가 ‘눈뜨고코베인’에서 드럼을 맡았는데, 영역을 침범해서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둥의 얘기는 않나?

A. 기하형이 인정해주는 편이다. 잘 생각해 준다. 그런 문제는 없다. (보컬 생각은?) 노래를 잘 못해서 노래할 생각은 없다.


Q. (보컬 ‘장기하’에게) 정말 중독성이 있다. ‘정말 없었는지’를 좋아하는데 경험담인지, 그냥 쓴건지, 어떻게 나온 가사인가.

A. 다른 노래들과 달리 그 노래는 직접적인 정서를 담은 게 아니다. 만들 일이 있었다. 계기가 있었는데 말하고 싶진 않다. 청탁을 받아서 만든 노래다. 이런 정서를 얘기하면서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Q. (장기하에게) 여자친구 있나? 이상형은?

A. 이상형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상상한 적은 없다. 지금 여자친구는 있다.


Q. (장기하에게)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들으면 빵집 딸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45세다. 올해 대학신입생이 된 애와 함께 왔다. (박수) 애가 좋아하는 노래를 이제는 내가 좋아하게 됐다. 혹시 안동 장씨인지. (웃음) 45살 사람을 (장기하의 얼굴들의) 전도사로 만들 수 있는 내공이나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A. 안동 장씨다. (웃음) 내공이 있다고 해 주셔서 감사한다. 잘 모르겠다. 현학적인 말을 가사에 쓴다든지, 엄청 예술가인양 인정받고픈 욕심이 없다. 그냥 내 취향이다. 일상적인 말을 쓰고, 들어서 난해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음악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공은 더 쌓아야 한다.


Q. (장기하에게) 두 번째 수능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 위안이 된다. 작년에는 싱글을 샀고, 지금은 앨범을 샀다. 살면서 삶의 위안을 주는 음악이 있다면.

A. 최근 노래를 듣고 눈물을 두 번 흘린 적이 있다. 캐비넷싱어롱즈의 ‘이 좁은 골목길’을 집에서 듣다가 울었다.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가 참 따뜻한데, 왜 울고 있나 생각했는데, 내게 위안이 됐다. 또 로로스 단독공연을 갔다가 백현진의 ‘학수고대했던 날’을 라이브로 처음 듣고 줄줄 눈물을 흘렸다. 


숱한 궁금함을 뒤로 하고 아쉽게도 우리들의 대화는 이 정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역시 끝이 아니었다. 깜짝쇼. 1집 앨범 발매를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 수여와 촛불 점등. 그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는데, 어색해 하면서도 수줍은 그들을 향해 우리들은 박수와 노래로 화답했다. “앨범 축하합니다. 앨범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앨범 축하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장기하가 닮았다는 한 여성팬이 심혈을 기울인 12행시가 우리의 2%를 채웠다. 12행시의 제목은,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진심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바랐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소박하지만, 왠지 가슴을 울리는 이 말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그들은 최고의 뮤지션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다.


송골매(배철수), 산울림, 송창식을 닮고 싶어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노래와 공연에만 몰입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든, 그렇지 않든,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해석 나름이겠으나, 그의 음악에는 동시대와 끈끈하게 맺어진 정서가 있다. 급작스런 유명세와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 듯한 꼿꼿함도 완소(완전소중)다. 명품 브랜드의 CF 제의도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는 이야기에, 그들답다고 생각했다.



말도 노래하듯, 노래도 말하듯, 세상과 소통하는 그들의 선율을 듣자면, 들썩이는 흥겨움 뒤로 “야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있어야 한다”(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팩토텀≫)는 명제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 좀 띄엄띄엄 살면 어때. 숨 좀 쉬면서 살자. 빈틈 많고 군더더기가 있으면 또 어때. 잘나야 인간 취급받는, 세상은 밥맛이다. 뭐 좀 시시콜콜해서 별일 아니면 어때. 크고 거대하셔서 국민들의 아우성에는 귀를 닫아놓은 놈들을 봐라.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시큰둥한 삶에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그 무엇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언젠가 그들도 지금의 만신전에서 내려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그들의 목표는 인기가 아니잖아. 원래 그들은 ‘아무 것도 없잖어’. 지속가능하다면 그들은 어디서든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계속하고 있을 터.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고 있겠지. 덤덤하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집으로 가는 길. 밤하늘이 묻고 있었다. 별일 없냐? 에라이, 말해줬다. 나? 별일 없이 산다. 웅~~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참, 4월3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4월4일), 광주(4월11일)에서 지방 공연이 펼쳐진단다. 신도들아, 우리 또 각개 모이자. 교주님 오시니, 전도하시라. 당신이 이미 신도라면, 교주님을 향한 신심은 더욱 깊게. 특히나 이날 특명 하나가 떨어졌으니. ‘연령 높은 분들을 전도하라.’ 꼰대들에게도 장얼을! 특히나 이래저래 자꾸 헛발질만 해대는 머리 빈(MB) 사람, ‘별일 없이’ 그저 노래만 들으심이 어떠하실까. 아마 68세 양반이라도, 충분히 중독되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에 해를 끼치는 일만 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지 않던가. 푸른 집으로 장얼 1집 앨범 하나 보내드릴까? 나, 별일 없이 살고 싶다규, 정말. 하악하악.



[지난 3월11일 성미산 마을극장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를 다녀와 작성한 예스24 기고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지난 5월16일 일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를 처음 접견하고 쓴 기고문.

처음 읽었던 그의 소설, 『사요나라 사요나라』.

아주 깊숙하게 박히는 소설은 아녔지만, 흥미롭게 술술 거침 없이 읽히는 소설이었음.


롯데시네마에서 요시다 슈이치 작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꼭 한국인이나 한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

[아름다운 人터뷰]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


요시다 슈이치 작가가 왔다. 『퍼레이드』『파크 라이프』『악인』등으로 우리의 가시권에 들어왔던 그 꽃미남 작가 말이다. 현재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하나인 그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가로 꼽힌다. 말하자면,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양쪽에서 인정받는 양다리 작가.


그의 문체는 섬세하다. 특히나 도시의 일상과 심리를 다룰 때 더욱 그러하다. 꼼꼼하게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말이 아니다. 딱딱 필요한 묘사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분히 그 광경을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빨판을 가진 듯, 우리를 흡수한다. 쉽게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냥 궁금해진다.


『사요나라 사요나라』(요시다 슈이치 지음|이영미 옮김/노블마인 펴냄)도 마찬가지다. 한 아이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어떤 사랑의 흔적과 행로. 아이의 죽음은 그저 맥거핀이다.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사랑이다. 과연 이런 게 가능해?, 라고 되물어도 할 말은 없다. 일은 벌어졌고, 사랑은 진행 중이다. 그것도 운명의 상대란다. 누군가에겐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일 것이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저 읽는 사람의 몫이다. 그의 여느 책이 그러하듯, 결말은 열려 있다. 소설이, 요시다 슈이치가 말하지 않은 것은 온전히 당신의 세계에서 말해져야 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신림동 롯데시네마 신림관에서 YES24와 롯데시네마가 마련한 ‘아름다운 책 人터뷰’에 요시다 슈이치가 초대됐다. 그는 소설과 달리, 수줍음이 많은 사람 같았다.


“안녕하세요. 요시다 슈이치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로 독자들과 첫 인사를 나눈 그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답했다. 때론 난감해하면서. 『사요나라 사요나라』를 번역한 이영미 번역가와의 대담에 이어 인터넷과 현장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조곤조곤하게 말했고, 짧지만 핵심적인 답변을 했다. 요란하지 않은 소설 풍과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했다. 



- 소설가로 들어선 계기가 있나.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미친 주변인물 등을 말해도 좋다.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많은 작가를 만났다. 특히 가와바타 와스바리를 좋아한다. 또 시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읽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 소설 속에서 심리묘사를 보면 시적이거나 시처럼 표현되는 부분이 많다. 시의 영향이 있나.


“소설과 시는 다르다. 나는 시는 못 쓰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 작품 속에 녹아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만남을 잘 포착해서 묘사한다. 『파크 라이프』나 『동경만경』  등에서 잘 드러나는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포착하나.


“일부러 소재를 찾기 위해 전철을 타거나 여행을 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잠실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그런 일상에서 옆 사람을 보고 관찰하면서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곤 한다.”


- 호메로스의 경우, 뮤즈가 영감을 줬고, 자기는 그것을 전달할 뿐이라고 말한다. 지하철의 사람 행동이나 모습을 보면서 포착하는데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보나.


“일본에서도 (뮤즈가 호메로스에게 한 것처럼) 신이 들려서 (소설을) 쓴 경험은 없다. 그런 감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써 나갈 뿐이다.”


- 『악인』 『사요나라 사요나라』 등에서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선과 악을 뒤집는 설정이 있다.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나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경우도 나오는데, 이를 설득하기 위해 어떻게 하나.


“나는 인간이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쓰려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그리려고 할 뿐이다. 범죄나 연애 다 마찬가지다.”


- 『사요나라 사요나라』의 출간 인터뷰를 보면, 특정 장소를 떠올리면서 집필했다고 하던데, 작품에서 공간이 지니는 의미가 있다면.


“책을 읽는 사람을 따라 장소가 됐든, 성격이 됐든, 성장하는 것이 있지 않나. 장소나 공간도 소설에서 등장인물을 그리는 것처럼 그려내고자 한다.”


- 반전이나 열린 결말에 대한 의도가 있나. 열린 결말은 희망적 메시지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의 가치관이나 세계관과도 연관이 있는지.


“사실 나는 일본에서 밝은 결말을 쓰는 작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나도 이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데 아는 척하면서 쓰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렇게 열린 결말을 쓰곤 한다.”


- 번역하다 보면 창작이라는 것이 대단하고, 한편으로 열등감도 느낀다. 창작할 때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이 요구될 텐데 시간이나 자기관리의 노하우가 있다면. 혹은 긴장해소나 재충전의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


“성격상 내겐 소설가가 맞다.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좋다기보다는 종일 방에 있어도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스는 쌓인다. (웃음) 나는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수영이나 사우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긴장을 푼다.”


-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계나 진실된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묘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일상의 에피소드를 겹쳐서 적어내는 것이 소설이다.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것이 소설의 테마이고. 세상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일상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이영미 번역가와의 대담이 끝나고 인터넷을 통한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특별히 아끼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추천해달라.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본다. 일본에서 한국영화나 드라마의 인기가 좋아서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영화를 많이 소개한다. 추천하자면, 일본의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작품을 봐줬으면 한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가까운 감독인데, 멜로장르를 고상하고 품위 있게 만든다. 볼 기회가 있다면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작품을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주. 나루세 미키오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4대 거장으로 꼽힌다. 일본 누벨바그의 선구자로 불렸으며, <아내> <부부>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밥>과 같은 작품이 있다.)


-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여기에 오기 전에 인터뷰를 했던 기자한테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웃음) 내 경우를 보면, ‘노력하면 된다’가 아니라, 정말 운이 좋았다. 그래서 노력보다는 운이 좋아지도록 만들라고 얘기하고 싶다. (웃음)”


-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쓸 생각이 있나.


“꼭 한국인이나 한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 그래서 며칠 더 한국에 체류할 것이다. 꼭 한번 쓰고 싶다.”


- 작가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람다움이란 뭔가.


“(한동안 뜸을 들이며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내 경험상, 남들이 나를 소중하다고 여겨줄 때, 그러니까 ‘아,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구나’하고 느낄 때, 그것이 사람다움이 아닐까 싶다.”


- 본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각 작품에 나오는 좋은 인물과 나쁜 인물 모두 나름대로 애착이 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악인』의 이시바시 요시모다. 내가 (소설을 통해) 죽여서 그런지,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다. (웃음)”


- 현재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아까 한국인이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건 단편이다. 장편이 아니고. 그래서 바로 다음 작품은 단편을 구상하고 있다.”


- 좋아하는 여성상을 말해 달라.   


“(굉장히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짓고는) 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웃음) (쑥스러워하면서) 함께 있을 때 강해지게 하는, 백배천배 용기를 갖고 하는, 그러니까 내게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여성과 함께 있고 싶다.”


-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중학교 때 한번 소설가가 돼보면 어떨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글을 쓴 것은 아니다. 24~25살 때 『워터』라는 작품을 쓴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 그림이나 사진을 혹시 배운 적이 있나.


“사진이나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그림을 잘 그리거나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대신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에서 작은 갤러리가 모인 곳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온 김에 그곳에 가고 싶다.”


- 자신의 소설이었던 <워터>를 영화로 직접 만들었는데, 그 외에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또 있나.


“내가 직접? (웃음) 영화를 찍었을 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영화는 내가 아닌 다름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작품 중에 영화화됐으면 하는 것이 있나? 아니면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지금 영화화하자고 온 제의가 몇 개 있다. 『퍼레이드』에 한국 배우가 나와서 찍거나 한국을 배경으로 해서 찍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가장 애착이 가고,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작품이 있나.


“이번 가을에 ‘요꼬미찌 요노스케’라는 작품이 나올 예정인데, 쑥스럽지만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웃음)”


- 여성 심리를 잘 묘사한다. 남성인데 어떻게 그리 잘 묘사하나.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모르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주의다. ‘남성 입장에서 여성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상상해서 그것을 쓰진 않는다. 아는 것만 쓴다.”


- 작품 제목을 잘 짓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정하나.


“작품에 따라 다르다. 『퍼레이드』는 탈고를 끝내고 나서도 제목이 나오지 않아 고생했다. 반면 『동경만경』은 타이틀부터 정하고 쓰기 시작한 경우다.”


- 일본작가 중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설이 좋고, 독자들이 알려주고픈 작가가 있다면.


“12년 전에는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뽑히는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뽑는 입장이 됐다. (웃음) 얼마 전 심사한 작품 중에 이란 여성이 일본어를 배워서 일본어로 쓴 소설이 있다. 이름이 ‘시린 네자마피’인데, 그의 소설을 권한다.”(주. 시린 네자마피는 일본 전자업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지난 4월 『하얀 종이』로 일본 월간 문예춘추의 제108회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이란-이라크 전쟁 아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사랑을 그렸다.)



이어서 현장 관객들이 질문을 했고, 요시다 작가가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마산에서 왔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상처나 상실감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상처나 상실에 대한 기억이 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다.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고민이나 상처를 구체적으로 써서 이겨내고 극복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 힘든 상황이 있긴 했지만, 내가 이래라저래라 코치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도 상처나 상실을 겪은 독자들이 소설 등을 보면서 이를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고3학생이다.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외양묘사가 자세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잘 생겼다’와 같은 식으로 표현한다. 독자들이 상상하라고 그런 건가, 아니면 잘 잡히질 않아서 그런 건가.


“(‘진짜 그런가요?’라고 되묻고는 관객들도 ‘그렇다’고 얘기하자) 보통 때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 분위기를 많이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자세히 쓰면 되레 인물이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상에 맡긴다. (모르는 건 안 쓴다고 했는데, 작품에 나온 여성들은 주변에서 고르나?) 특별하게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변 여성들을 보면서 관찰한 것들을 골라서 쓴다.”


- 『사랑을 말해줘』는 일본에서 원제가 『조용한 폭탄』인데, 저자의 의도인가.


“제목이 바뀐 경위를 말하자면, 내가 바꾼 것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의논 끝에 바꿔서 출간해도 되냐고 물어왔다. 내가 한국 사정을 잘 모르니까, 믿고 수락했다. 제목이 바뀌는 것은 문제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


- 『7월24일 거리』나 『퍼레이드』에서 등장인물의 묘사에 애정이 묻어난다. 소설 묘사와 같이 모든 인간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나.


“등장인물이 나쁘건 좋건, 전부 애정을 가지고자 한다. 그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소설을 쓰지 못할 것이다.”


- 작품이 손을 놓지 못할 만큼 탄력적이다. 그런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좋지만, 허무하다. 속편이나 이후의 이야기를 낼 생각은 없나.


“한 작품이 끝났고 결말이 났다. 속편이나 이후의 이야기를 따로 쓸 생각은 전혀 없다.” 



[YES24 기고 원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PREV | 1 | 2 | 3 | 4 | NEXT ▶

BLOG main image
버려질 수 없는, 버려져선 안되는 생의 사랑 by 필감준수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59)
My Own Coffeestory (36)
메종드 쭌 (164)
러브레터 for U (12)
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32)
할말있 수다~ (12)
캘리쭌 다이어리 (3)

글 보관함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378,806
Today : 74 Yesterday :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