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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1 16:05 러브레터 for U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아름다운 하루
8월4일(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 ‘고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
…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이들이라면,
그들이 만들어 준 사람의 모습으로 사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방법이다. - 마크 롤랜즈철학자와 늑대

 


 

지난 2004년 84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기일에 맞춰 추모바자회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녀가 진행했던 <FM 영화음악등을 통해 영화와 세상그리고 삶을 형성했던 이들입니다그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그녀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기억을 지속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기억을 지속하기 위해그 목소리그 얼굴그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아름다운 하루를 열기로 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84(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서 추모바자회를 엽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가게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라는 제목으로 여는 이번 행사는 정은임 아나운서 팬페이지’(www.worldost.com)의 회원들이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등과 함께 합니다.

바자회는 정은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로 이뤄집니다행사 당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 모여 봉사활동도 하고 수집된 물품을 판매합니다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수익금은 아름다운가게에 전액 기부소외아동지원 금으로 사용됩니다.

추모바자회에 오시면 정은임 아나운서의 그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품 기증 및 구매도 가능합니다. 행사 중에 오셔서 추억과 기억을 나눠도 좋고, 행사가 끝난 오후 6시 이후 뒷풀이에 참여하셔도 좋습니다. 갖고 오실 것은, 정은임 아나운서를 향한 마음! 

정든님 정은임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우리는 늘 당신에게 마음 빚쟁이로 삽니다.
당신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그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우리들입니다.

 


다음은 9주기 추모행사 내용입니다.

1. 
행사일 : 2013년 84일 일요일 오전 10~오후 6시 

(끝난 뒤 가벼운 뒷풀이가 있을지도!)

2. 
행사장소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 

(서울역 14번 출구서울 용산구 동자동 43-54 1, 02-363-8778)

3. 
아름다운가게 기증 방법 
http://www.beautifulstore.org/Join/Giving/Process.aspx



[관련 사이트]

http://www.worldost.com 정은임 추모사이트 ‘정든님’
http://www.cyworld.com/bastian2004 정은임 미니홈피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3.02.09 23:28 러브레터 for U

 

신문을 펴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보는 코너가 있다. 부고란이다.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을 본다. 그 이름에 얽힌 사람들도 자연히 보게 된다. 사라진 한 우주와 그 우주를 둘러싼 세계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아주 잠시 상념에 빠진다. 물론 세상엔 신문 부고란에 나오지 않는 죽음이 더 많다. 그 사실도 철저하게 잊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죽음은 허투루 다뤄서는 안 된다. 죽음에 대해 성숙하지 태도를 지닌 사회야말로 천박한 사회다. 그렇게 보면 한국 사회가 죽음을 다루는 태도는 아쉬운 점이 많다. 오비추어리(Obituary, 부고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부고란을 맡고 부고 기사를 쓰는 담당 기자는 대부분 신입이나 경력이 얕다. 부고 기사를 한국 미디어들이 얼마나 소홀하게 다루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쩔 수 없다. 해외의 예를 들어야 겠다. 해외 유력 언론에게 오비추어리는 중요하다. 사내 최고의 기자들이 부도 담당을 한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오비추어리는 유명하다. 부고 기사만 모아 책으로 발간할 정도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 페이지를 한 사람의 부고 기사에 모두 할애한다.
 
부고 담당 기자는 그래서 엄청난 자료를 갖고 있고,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양한 취재원과 접촉한다. 한 우주의 소멸을 다루는데,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요, 다양하고 입체적인 정보를 담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오비추어리는 죽음을 다루지만 결국 독자들에게 지금의 ‘삶’을 돌아볼 것을 권하는 기사인 것이다. 스티븐 킹은 그래서 부고 기사를 커튼콜에 비유했다. 이런 말까지 덧붙여. “때론 쇼의 최고 장면은 커튼콜이다.”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나는 이 작품을 오비추어리로 읽었다. ‘잭 캘로웨이’라는 생소한 작가를 기록한 뭉클한 오비추어리.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한 만화가를 좇는 세스의 여정은 특별한 것이 없다. (자료를) 찾고, (캘로웨이의 흔적을) 찾아가고, 이를 친구와 나눈다. 대단한 작가도 아닌 캘로웨이를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찾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도, 이 작품,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림은 더디게 흘러가고, 빠른 장면 전환도 없다. 천천히 묵묵하게 간다. 여느 만화의 속도와는 다르다. 영화의 ‘롱테이크(길게 찍기)’와도 같다.

 

그림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그리고 정교하다. 한 장면이라도 허투루 그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연출 같다. 한 컷 한 컷에 뭔가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한 컷 한 컷도 그래서 주인공이다. 만화로 세상을 배운 세스를 통해 드러난 ‘만화경’도 하나의 사소한 재미다. 덕분에 만화에 대한 메타만화로서도 기능한다.
 
세스의 캘로웨이 찾기는 인간이 지닌 어떤 한 본성을 엿보는 것 같다. 사실 캘로웨이를 찾는 일에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 그 이유의 불분명함 때문에 이 만화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세스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런지 의아할 때가 있다.
 
“캘로를 찾아헤매는 것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가 대체 뭐라고… 그냥 반짝 뜨다 만 사람을 가지고. 더 중요한 작품을 남긴 사람을 찾아봤어야지. 그게 더 현명한 일이었을 텐데.”(p.125)
 
그럼에도 인간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끌림에 따른다. 자료를 찾고,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전화번호부를 통해 집 주소를 찾아낼 정도의 열성이다. 세스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일까. 세스를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나도 궁금했다. 돈 되는 일도 아니요, 그의 작품과 흔적을 찾는다고 세상이 떠들썩할 것 같지도 않다. 그는 그저 발을 떼고 찾을 뿐이다.
 
“인생은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의 연속이 아니야.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이 방향으로 간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방향으로 간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끌려다니는 거야.”(p.155)
 
어쩌면 캘로웨이는 세스에게 ‘좋은 것’의 대명사였는지도 모르겠다. ‘쇠락해가는 옛 것들을 보며 사라져가는 과거를 슬퍼하’는 세스다. ‘옛날 삶이 더 단순했고,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쉬웠다고 생각하’는 세스다. ‘좋은 건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세스다. 그 시절의 좋은 것들이 자신의 삶에 계속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로선, 캘로웨이의 작품을 찾는 것이 자신의 삶의 돌파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과거 속에 가라앉아 허우적대고 있다. 어린 시절에 해답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지나간 시절을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뭔가 실마리를 찾아내면 현재의 지긋지긋한 문제들도 해결될 것 같다. 5분만 놔둬도 곧바로 우울해지는 게 나란 사람이다. 세상만사 슬프지 않은 게 없다. 안다. 내가 유난 떤다는 것. 하지만 많은 게 날 우울하게 만든다. 여기 이 기름때 낀 숟가락만 해도 그렇다.”(p.41)
 
그가 캐나다를 오가면서 찾은 캘로웨이의 이야기도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그것은 특별한 순간이다. 생의 모든 순간을 기적이라 칭할 순 없지만, 가슴이 뛰는 찰나의 순간을 기적이라 칭하지 말란 법도 없다. 캘로웨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세스가 만난 사람들에게서 나는 가슴이 살짝 뛰었다. 세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특별할 것도 없는 그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질 어느 순간을 감식한 세스는 아마 행복했던 것 같다. 미처 몰랐던 아들의 야한 만화를 보면서 재밌어하는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아들의 몰랐던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어머니의 모습을 향해 세스는 웃고 있다.
 
그는 한 뼘 성장했을 것이다. 물론 성장이 아니어도 좋다. 성장은 한 순간에 훌쩍 크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이 모인 결정체다. 인생은 그러니까,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IT‘S A GOOD LIFE, IF YOU DON’T WEAKEN.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다. 누구에게나 약해지려는 순간, 느닷없이 닥친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순간은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약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 “조금 비참한 게 영혼에는 좋아요”라는 캘로웨이의 말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또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본다면 알 수 있겠지만, 캘로웨이의 말은 불행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말없이 수긍하며 사는 삶에 만족했던 캘로웨이의 미소를 상상해볼 수 있다. 나도 세스가 말했던 것처럼 그의 어머니 바이올렛이 고마웠다. 이 책의 제목이자, 세스에게 종종 해주시던 말씀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삶을 버티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 로고테라피(의미치유)의 기능도 한다. 이런 오비추어리, 긴 여운을 남긴다. 하늘에 있을 캘로웨이도 참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 참, 세스 옆에서 그저 묵묵히 받아주는, 체트의 존재도 은근히 인상 깊다. 그는 친구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고, 자기비하를 일삼는 친구에게 넌지시 “넌 괜찮은 놈이야”라고 건네준다. 친구의 만화 열광을 묵묵히 들어주다가 “그러게… 느낌이 좋다”고 말해주며, 어쩌면 그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캘로웨이 찾기’에 나선 친구를 응원해 준다. 좋은 친구의 좋은 예다. 체트 같은 친구, 옆에 두고 싶다는 생각도 생각이지만, 내 스스로가 누군가의 그런 친구이고 싶다. 많은 사람이 아닌 오롯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존엄을 지닌 당신에게만.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3.01.31 16:23 러브레터 for U

책 읽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살림술사 효재의 울림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이효재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다. 이름 하나만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사람. 획일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한 사람에게 주어진 무엇이다. ‘효재’라는 이름도 그렇다. 이효재 선생이다. 한복디자이너 출신의 이 선생은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로 효재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었다. 자연주의 살림도 빠지지 않았다. 그것은 ‘효재’라는 살림술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각인시켰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자연에 기대어 나누고 사색하는 여행’을 주제로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를 내놨다.

 

그래서 지난 1월8일, 서울 성북동 ‘효재’를 찾았다.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 출간기념 효재와의 만남 때문이다. 효재로 가는 길은 쉽지 않지만, 걸어야 한다. 성북동 주택가를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집들과 골목 때문이다. 그 집들을 보며 사색을 할 수 있다. 집을 살피며 걷고 또 걷다보니 길상사가 나온다. 법정 스님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앞서 백석과 김영한을 떠올린다. 이승에서 못다 한 그들의 사랑. 눈이 쌓여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효재에서 바라본 길상사

길상사.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대형 요정이었다. 김영한은 이곳의 주인장이었고 백석의 연인이었다. 백석은 그녀에게 ‘자야’라는 호를 지어줬다. 그녀는 이곳을 법정스님에게 조건 없이 시주했고, 길상사가 만들어졌다. 사람들, 그녀에게 물었다. 7천여 평 1천억 원의 부지, 그렇게 기부하면 아깝지 않아? 그녀의 짧은 답, 마음을 아리게 한다. 1천억도 그 사람의 詩 한 줄만도 못해. 백석의 詩를 일컬음이다.  

김영한(자야)과 백석

두 사람이 만났을 당시, 백석은 스물여섯의 영어교사였고, 김영한은 몰락한 가문출신의 스물 둘 기생이었다. 그들,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나 백석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집안의 반대가 잠잠해지면 다시 합칠 요량으로 백석은 러시아로 떠났다. 그것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영영 이별.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백석은 북한으로 갔고, 김영한은 서울에서 평생 혼자 살면서 요정을 운영했다.

 

“한낱 기생에 지나지 않는 저에게 남편으로서의 사랑을 베풀어주신 그대. 그때 저는 평생그대를 사랑하며 살아갈 운명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그대를 평생 사랑하리라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십대에 만난 한 사람만 평생 사랑했던 김영한은 여든 셋에 세상을 떠났다. 효재로 오르는 계단, 길상사가 보인다. 효재에 살포시 쌓인 눈 때문일까. 그녀를 위해 백석이 지었다는 詩(「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흰눈 때문에 더욱 빛난다. 효재, ‘본받는 집’에서 떠올리는 이 사랑.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냐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눈과 나타샤를 떠올리는데, 효재 선생이 화사하게 반긴다. ‘효재의 여행과 나눔에 관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효재 선생, 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녀가 지구 물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돌과 책이란다. 그녀의 신조, 뚜렷하다. 책 읽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지독히 책을 안 읽는 시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책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 맏딸로 크면서 책을 통해 성장했다. 글은 밤하늘 별 같아서, 사라지지 않는다. 외롭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효재처럼』 1권이 천 일 동안 쓴 일기다. 이 책이 10만부 팔리면서 <인간극장>에 나가고, 팬들이 생겼다. 나는 TV강의를 하지 않는다. 에너지 소모가 심한데다 남편에게 욕 먹이면 안 되니까. (웃음) 나는 인생을 노동자로 살겠다고 신에게 맹세하고 어떤 여행도 안 갔다. 그래서 TV에 나오는 건 일하러 가는 거다. (웃음)” 


참고로, 효재 선생의 남편은 음악가(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이다.

 

“처음 ‘굿모닝 대한민국’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아, 집에서 일만 하는 나에게 신께서 보너스로 여행을 보내주시나 보다. 오케이!’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작한 여행이 나를 바꿔주었다. 내 조국, 우리나라가 어찌나 구석구석 예쁜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래를 하다가 그렇게 또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 좀 느리게 느리게, 푸르게 푸르게 지켜갈 수 있다면, 그동안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와 함께 발견하고 아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p.6)

 

『효재, 아름다운 나라에서 천천히』는 그렇게 나왔다. 이번 책, 인세 전액이 환경재단에 기부돼 네팔 어린이와 네팔의 오지 마을을 돕는데 사용된다.

 

일본 팬과의 만남, 눈물겹다! 

 

빈대떡과 고구마가 간식으로 준비됐다. 녹차도 마련됐다. 효재 선생이 마련한 간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 눈 쌓인 겨울날의 오후가 주는 즐거움이다. 

 

“우리 집 음식이란 게 그렇다. 사람도 자연이라 음식도 ‘자연에서 난 것이 제일’이라 여기기에, 특별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음식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p.196)   

효재 선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3년 전 이야기. 밤 12시, 한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욘사마 일본 팬들이 한국에 왔고 ‘효재 선생, 효재 선생’하면서 찾는데, 알려줘도 되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배우 배용준(욘사마) 덕분이었다. 배용준이 낸 책 『한국의 아름다운 여행』에 효재가 소개됐다. 덕분에 일본 관광객들에게 ‘효재’ 방문은 필수 코스처럼 됐다. 이튿날, 일본 여인들이 효재를 찾아왔다. 집으로 들였다. 간식을 먹였다. 너무 많은 사람이 왔고, 이들을 접대하느라 효재 선생, 지쳤다.

 

“너무 힘들어서 앉았는데, 한 여자가 설거지를 하더라. 키도 크고 미스코리아 머리를 하고. 배우 이태란처럼 예쁘더라. 난 예쁜 여자면 다 좋아해. (웃음) 예쁜 여자가 슬프면 아름다워. 통역이 마침 도착해서 왜 안 가고 설거지를 하는지 물어봤다. 43세인데, 암 걸려서 죽는대. 죽기 전, 욘사마를 보려고 왔고, 주변에서 효재 선생 효재 선생하기에 효재가 하는 걸 보고 싶어 왔다더라.”  

 

그리고 그 여자는 일본에 돌아갔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가 지난 7월 전화가 왔다. 암에 걸렸던 여성, 아사다가 투병 중인데, 효재 선생을 만난 게 가장 자랑스럽다는 유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효재 선생 일본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행기 표가 없었다. 아사다는 효재 선생이 온다는 생각에 안 죽고 버틴 터였다. 효재 선생, 스케줄도 빡빡했지만 죽어도 가야했다. 8월10일, 간신히 표를 구해서 갔다. 

 

찾아갔더니 이 아름다운 여인, 해골처럼 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이외수 선생이 효재 선생을 위해 쓴 詩(이외수, 「효재처럼」)에 남편이 곡을 붙인 노래를 일본어로 불렀다.

여자로 태어나
사는 일 버겁거든
풀꽃처럼 구름처럼
효재처럼 살 일이네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8월29일, 일본인 여행객들이 다녀갔다. 궁금해서 일본에 전화했다. 아사다가 별일 없냐고 물었다. 별일 없다며 끊었다. 이튿날, 경주에 전통음식 강연을 가는 중 KTX에서 전화를 받았다. 울고 있었다. 아사다가 죽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어제 왜 전화했었냐며 효재 선생이 무섭다며 울고 있었다. 3시54분, 아사다는 효재 선생 사진을 보면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사다 남편의 연락이었다. 마침 아사다가 숨을 거둔 8월29일, 욘사마의 생일이었다.  

 

“이 여자, 욘사마 얼굴을 보고 죽으려고 했는데, 욘사마 생일에 죽었다. 아사다라는 詩를 썼다. 이번 달 말에 『시가 있는 효재 밥상』이라는 책이 나오는데, 거기에 詩 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벼락 맞듯 다가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쌓여서 일어난다.” 

 

네팔 어린이, 동자승과의 만남 

효재 선생, 네팔에 다녀온 이야기를 잇는다. 네팔 어린이에게 태양광전지를 달아주러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카트만두에 갔다. 그곳에 가니, 어린 시절에 갔던 소풍 때의 풍경이 펼쳐졌다. 소똥이 있고, 비포장도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3시간을 갔다. 벼랑 같은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올라갔다. 1900미터의 고산지대에 마침내 도착했다. 해가 저물었다. 마을사람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님이 왔다며 나팔을 불고 축하를 해줬다. 눈물이 펑펑 흘렀다. 무사히 도착한 안도감에 울고, 그들의 환대가 고마워서 울었다. 

 

“세 살짜리 애들이 맨발로 어디를 올라가고 뭘 만들 때 우리만 쳐다보는 거야. 거기선 열다섯이면 시집을 보내는데, 키가 안 커. 그리고 인도에 팔려가기도 하고. 우리는 거기에선 거인이야. 그런데 거기선 가슴이 안 아파. 더 놀라운 건, 태양판 전구를 달아달라며 자신들의 마을에서 4일을 내려와서 우리에게 온 거였던 거야.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다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네팔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네팔 귀신이 붙어서 뭐만 하면 눈물이 나오는 거야.” 

 

아사다 그리고 네팔과의 만남. 그녀,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러한 때 아침방송이 일정이 잡혔다. 1월1일. 괴산 무심사에 고아 동자승을 만나고 오는 것이었다. 어묵 국물을 우리고 빵을 들고 산타할머니처럼 동자승을 만나러 갔다. 

 

“네팔, 아사다를 넘어서 충격이더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었다. 네팔은 가난해도 부모가 있는데, 부모가 삶을 위해 버린 아이들이 28명이나 있는 거야. 펑펑 울었다. 아이들이 잘 먹어도 울고, 못 먹어도 울고. 너무 가슴이 아파. 네팔의 아이들을 보곤 가슴이 아팠는데, 이건 슬퍼. 이 아이들 보니 너무 슬퍼. 한 해 동안 강타를 세 번 맞은 거야. 7월부터 해서.”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 

효재 선생은 소녀 같다. 오십대라는 생물학적 나이와는 상관없다.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이는데, 효재는 효재 선생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효재 선생 그 자체라고 봐도 되겠다. 예쁜 것을 유독 좋아하는 효재라는 소녀가 효재 안에 있다. 행주에도 예쁜 꽃수를 놓는 이 여자의 마음은 건너편 길상사에 묻은 자야 김영한의 마음과도 통한다. 사랑 없이 살지 못할 두 여자의 마음이 동네를 감싸고 있다. 마당에 살포시 쌓인 눈이 시리도록 하얗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세상을 따뜻하게 감싼다. 좋은 일에 내가 쓰였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 오십 넘어서 세상에 드러난 효재 선생의 굳은 다짐이다. 소녀 같은 효재 선생의 삶이 앞으로도 크게 바뀔 리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네팔에 다녀온 이야기를 이 책의 2부로 쓸 생각이다. 

 

“두 번째 책도 사회에 기증하고 이런 모습으로 살다가 가려고. 막 살면 족 팔리잖아. (웃음) 우리, 덕담하는 문화를 만들자. 우리말엔 부정적인 게 너무 많다. 옥의 티 같은 거. 티가 옥이 되었다, 이런 말을 책에 박아 놓았다. 마당 있는 집엔 꽃 사오지 말고, ‘책 선물하기 운동’을 하자. 돈 만원에 대화가 바뀌고 품위 있게 선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믿어라. 자기 이름 앞에 ‘훌륭한’이라는 수사를 붙여라. 그러면 훌륭하게 산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녀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 보검 하나를 마음에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녀, 책 읽는 사람들은 신중해진다는 것을 안다. 하물며 꽃 하나를 배치할 때도 수고로움이 있는데, 주말여행을 생각한다면 이 책 아무 페이지나 펴서 여행을 간다면 좋겠다고 권한다. 가족끼리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가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한다. 

 

“미국엔 마사 스튜어트, 일본의 하루미, 한국의 효재라고 한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밉다. (스마트폰에 빠져서) 독서를 안 하게 만들었거든. 서점에 가서 책을 그득히 사면 스스로 멋있어진다. 옷을 예쁘게 입고 다니면 다른 사람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된다. 그런데 나는 아예 기워 입으니까 비교 대상이 없어. (웃음) 지금 입고 있는 옷도 30년 된 쪼가리를 모아 만든 거다. 더 이상 비교한들, 내가 만족스러울까? 내가 기운 이 옷은 곧 나를 디자인한 것이다. 오늘 이후 선물 목록을 책으로 바꿔라. 남의 집에 갈 때 책을 선물해라.”

 

효재 선생이 보기에, 인간은 누구나 천재다. 긍정과 부정, 그것을 바꾸는 것에도 천재다. 인간이 부정(긍정)을 가지면 한없는 부정(긍정)을 가진다. 긍정과 부정, 그것은 한 끗발 차이다. 한 끗발만 옮겨도 긍정이 되고, 부정이 된다. 따라서 이 만남도 쉽지 않은 만남임을 새기게 된다. 60억분의 1로 태어났고, 우린 만났고, 거룩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훌륭하고 거룩한 존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내가 쓰는 언어는 거의 오답이다. 내가 쓰는 말에 대해 정리를 해보라.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 말은 사라지지 않아서, 나는 말을 교정하면서 산다. 지나가는 말이라고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글과 말이 사는데 힘을 실어준다. 언어를 작게 바꾸면서 삶을 바꿀 수 있다. 언어도 디자인하는 것이다. 각자 생활의 디자이너가 돼 보라. 기계를 믿지 말고. 말을 해야 한다. 말을 하면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다. 자기 모습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단점을 가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삶이 바뀐다. 지구의 에너지는 이제 기쁨이다.”

 

그녀는 지금 동화책을 10권 쓰고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다. ‘살림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기증하려고 책도 모으고 있다. 그녀는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살림술사’다. 효재 선생은 이날, 보자기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한 인간이 평균 200그루의 나무를 사용하는 통계가 있는데, 우리는 더 이상 산림에 누를 끼치지 말자며 보자기의 다양한 이용법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패션이 되고, 누군가에겐 쇼핑백이 되며, 누군가는 배낭처럼 사용되는 보자기. 좋은 에너지의 발산이다. 좋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내 남편에게는 음악이며 글이고, 나에게는 음식이자 보자기이다.”(p.196)

이날 엄마를 따라 이 자리에 온 아이는 좋은 에너지를 받았을 것이다. 이 두 시간여의 짧은 시간이 그 아이가 자라는데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에 분명하다. 그 아이는 네팔 어린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어느 자리에서 네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때를 떠올릴 것이다. 또래와 다를 것이다. 지구의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효재. 본받는 집. 이날의 만남, 이름값을 한다. 우리는 본받고 간다. 길상사에서도 효재에서도 모든 것에서 본받는다. 2013년 1월이 준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효재 선생의 마무리 멘트를 되새겨본다.

 

“내게 일어나는 작은 기적을 적어본다. 그러니 매일이 기적이더라. 어릴 때 아버지가 나가지도 못하게 해서, 나는 매일 가출을 꿈꾸고, 다방 레지가 되게 해달라고, 우리 집이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까 아버지 사랑이 느껴지더라. 일상이 별 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좋은 것 얻어갔으면 좋겠다. 자신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인생은 큰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소한 것을 통해 바뀐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밝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남편과 나의 삶이 언론에 제법 조명되어 이제 꽤나 유명인이 되었고, 또 평범하지 않은 삶으로 비춰지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의 사는 방법이란 건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p.195)

 

인생을 멋있게 살고 싶다는 욕망, 누구나 있다. 그렇다고 이 글, 효재처럼 살라는 것이 아니다. 멋있게 산다는 것,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사는 것 이대로가 멋있는 일이지 않을까. ‘효재’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것을 알려준다. 지금 여기에서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멋있는 인생이라는 것. 백석이 사랑한 자야는 멋있는 인생을 살았다. 살면서 사랑했고, 사랑하면서 살았으니까. 효재에서 바라본 길상사가 아름답다. 길상사에서 바라본 효재도 그렇다. 삶은 천천히 살수록 아름답다. ‘천천히’를 통해 타인과 똑같지 않은 자신만의 맛과 향기를 갖게 된다. 효재가 그것을 알려준다. 나는 효재를 감탄한다.

 

아름답다.

 

 [예스24(채널예스) 기고원문, 사진제공 :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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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0:07 러브레터 for U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상.

 

 

나의 겨울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건 늘 당신이군요.

 

하얀 눈, 설산과 함께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흐느끼는 당신.

 

그런 당신을 만날 때마다 눈물이 터지고야 마는 나는,

이번 겨울이라고 다름없이 당신을 만나곤 여전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야 맙니다.

 

어젯밤, 코끝이 찡하도록 벅찬 밤이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스크린을 통해 만난다는 재개봉 예고편만으로도 말이죠.  

 

2월14일,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당신이 찾아온다니,

제 맘은 이미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지금 제 인생의 'small happiness'입니다.  

 

그날, 눈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하얗고 포근한 눈.

이번에는 더욱 벅찬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극장에서 당신을 만나곤, 울고 있는 한 남자를 보거든,

저라는 남자겠거니 여겨주세요. 전 여전히 '히로코앓이'를 하고 있거든요.

 

나는 당신이 여전히, 아픕니다...   

 

 
 
그리고 내게 세계를 선물해줬던 내 모든 첫사랑(들)에게,
히로코처럼 나도 묻습니다.
 
잘 지내나요, 고마운 당신(들)...

 

나카야마 미호, 애잔한 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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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6 17:04 러브레터 for U

사실, 요리() 이야기라기에, 솔깃했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먹는 문제라면 신경이 발딱 선다. 그것이 살아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면서, 다른 사전 정보 따윈 거의 없었다. 약간 유명한 셰프가 음식이야기를 펼친다는 정도?

 

그래서 어떤 먹을거리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나를 사유하게 만들까. 식품에 대한 어떤 세계와 철학이 펼쳐질까. 궁금했다. 책 두께(528페이지)도 만만치 않지만(심지어 사진 한 장도 없다!), 먹을거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 정돈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아뿔싸!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 식품이 아니었다. 요리가 아니었다. 거기엔 구체적인 개별의 인간이 있었다. 개브리엘 해밀턴(Gabrielle Hamilton). 뉴욕 이스트빌리지 프룬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한 인간이 세계와 긴장을 이루면서 살아낸 삶이 팔팔 끓고 있었다. , 뜨거 뜨거!!!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 나는 이 여자, 아니 사람, 여자사람에 반했다. 책만 놓고 보면 그렇다. 직접 만나면 무서울 것 같다. 섣불리 범접하지 못할 카리스마에 나는 찍소리 못하고, 음식만 먹을 것이다. 아마도. 먼발치에서 그녀를 힐긋 바라보면서. 흠모의 마음을 품고. 저런 멋진 셰프 작가를 눈앞에서 보다니, 오오.

 

피와 뼈 그리고 버터, 유기농, 친환경, 자연산 등의 수식어 따윈 저버리고, 그저 자신의 마당에서 막 자란 채소와 근처 농장에서 갓 잡아와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를 적당히 구워 자신이 만든 소스를 버무려 만든, 개성 뚝뚝 떨어지는 개브리엘표 요리다. 

 

글은 생생하게 팔딱거리며, 자신만의 생명을 갖고 움직인다. 스트레이트로 쭉쭉 뻗어나가는데다 한 번씩 날리는 잽은 맞으면 기분이 좋다. 내 눈앞에서 으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그만큼 현장감 있고, 돌직구처럼 달려든다. 번역한 사람도 꽤나 공을 들인 것 같다. 어지간하면 이런 생각 들지 않는데, 원서로 읽고 싶어졌다. 아마 평생을 가도 다 읽진 못하겠지만.

 

책은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자주 웃었고, 종종 뭉클했으며, 가끔 눈물이 찔끔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든 생각은, 이 책, 식품이나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외로웠던 한 사람의 가족 예찬사. 평소의 나 같으면, 부정적인 의미로 이를 다뤘겠지만, 이 책,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복선처럼 깔린 그녀의 분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요리에 대한 멋지고 풍성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 책을 지배하는 기조는 가족이다. 특히 가족(시월드), 그중에서도 저자가 시어머니와 함께 요리를 하고 그것을 나누는 장면, 압권이다. 그 장면만으로도 그림이 나온다.

 

그러니까 그녀, 어릴 때부터 어른이었다. 세상엔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돼야하는 아이들이 있다. 개브리엘이 그랬다. 부모의 이혼이 계기였고, 십대의 나이, 주급 74달러 11센트의 주급이 쥐어진 순간부터 그녀, 어른이 됐다. ‘나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 말고 또 누가 있는가.’ 그녀를 지켜줄 혹은 옭아맬 신념이 아로새겨졌다. “내가 몸소 벌어서 살아간다면, 나는 내 맘대로 살 거야.”(p.71)

 

열세 살, 초보 요리사가 된 그녀, 공장노동이나 다름없는 케이터링 업체의 요리기계를 거치고, 작가의 길로 잠시 들어섰다가 우연찮게 오너 셰프로 레스토랑을 꾸려간다. 지지고 볶고 고달프게 버텨나가는 그 전쟁 같은 요리사 생활 가운데서도 그녀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시종일관 가족이다. 스쳐지나갈지라도 따뜻하게 던져진 말 한마디, 남자보다 욕을 잘 하는 그녀지만 그 안에 있는 소녀를 단 한 순간이라도 보듬어줄 수 있는 손길 하나. 그녀는 꽤나 많이 터프하고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녀를 관통하는 건 소녀다. 가족을 배경으로 둔 소녀. 채워질 수 없는 소녀의 아픔이나 외로움이 그 터프함을 뚫고 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알다는 유사 어머니이자 가족이다. 남편이라는 것을 소유하게 된 그녀가 덩달아 만나게 된 사람, 시월드에서 만난 놀라운 인물. 알다와 그녀는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알다의 아들이자 개브리엘의 남편을 매개로 하지 않고, ‘요리라는 언어를 매개로 맺어진다. 그것이 인상적이다. 개브리엘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그녀의 요리는 워낙 단순하고 순식간에 끝나서 조리법을 말하고 자시고 할 건더기도 없을 정도다. 그녀에게서 조리법을 알아내는 것은 교육적이라기보다 시적인 경험이다.”(p.302)

 

레즈비언이었으나 어쩌다 이탈리아 출신 의사이자 박사 남편을 소유하게 된 그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결혼생활이지만,(책 곳곳에 그녀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진정 멘탈갑이다. 괴롭고 힘들고 슬프고 외롭고 지치지만,그녀는 그것을 이야기함으로써 견뎌낸다. 부모와의 불화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오해를 털어내는 장면, 오빠의 죽음, 남편과의 심난한 결혼생활. 요리 덕분에 견딘 것도 같지만, 일찍 어른이 된 그녀의 멘탈은 충분히 단련이 된 듯하다. 죽음(자살) 대신 또 다른 죽음이라며 실종을 선택하고 여행을 떠난 나이가 열아홉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세계와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삶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견뎌냈다.

 

개브리엘의 이야기를 통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이자크 디네센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린 이유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7월의 이탈리아 휴가길, 이젠 더 이상 시월드와 관계를 맺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앞에 그녀는 시월드 별장의 가지를 치고 바다를 바라본다. 시어머니 알다와 함께. 그 장면, 시적이다. 이후 그녀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불안하지 않다. 다만, 가족. 그토록 갈망하던 가족이라는 배후. 7월의 이탈리아 3주 여행. 그녀는 지금도 시월드를 방문하면서 알다와 요리를 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살짝 궁금하다.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저녁 식탁에 모여 앉아 있는 이탈리아 대가족의 그림은 정말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다. 그러나 그건 내 가족이 아니고, 나는 그들의 가족이 아니다. 아무리 많이 아들을 낳아주고, 저녁을 차려주고, 낙엽을 치워주고, 정원을 가꿔주고, 비행기 요금을 대주어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p.511)

 

 

(책만 보고 단정해버렸지만) 개브리엘 같은 이 멋진 여자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그녀만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남자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켈레(개브리엘의 남편) 같은 남자는 아니고 싶다. 슬픔 품은 이토록 매력적인 여자를 외롭게 만들다니. . 개브리엘이 완벽한 식당의 본보기로 여긴다는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의 작은 섬 세리포스의 작은 식당으로 데리고 가야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그물로 무엇을 얼마나 잡든 그것이 저녁 요리로 나오는. 오후 8시에라도 물고기가 떨어지면 그걸로 요리는 끝인 식당. 손님이 양고기를 원하면 양념만 해서 아무런 야채도 없이 달랑 양고기만 내주고, 콩과 감자를 원하면 따로 주문해야 하는. 그곳에.

 

대부분 사람은 그렇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은 많고, 조화로운 날은 좀처럼 없다. 누구나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생기고, 누구나 상처를 받고 그래도, 개브리엘에게도 그렇고, 우리에겐 그렇다. 요리가 있다! 2013년 신년 첫 책 덕분에, 나는 실컷 웃고 뭉클했으며 찔끔했다. 요리도 잘하고(먹어보진 못하였으나), 글도 잘 쓰는 이 사람. 부럽다. 나는 커피라도 잘 내렸으면 좋겠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내 커피는, 내 요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다. 9, 문을 열고 들어오시라. 당신만을 위한 만찬의 시간이다. 개브리엘, 라 브라바(La Brava).

 

요리는 나로 하여금 이 땅에 발붙이고 살게 하는 것이고, 내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다.”(p.500)

 

 

참, 이 책 영화화된단다. 기네스 팰트로가 영화 제작도 하고, 개브리엘 역할로 출연도 하기로 했단다. 개봉하면 바로 간다. 같이 갈 사람?! 영화, 내가 보여준다. 큰별이 만나러 뉴욕에 가면, 프룬 레스토랑(Prune Restauruant), 꼭 들러야지. 주소는 54 East 1st Street, New York, NY 10003(between 1st Ave. & 2nd Ave.).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됐다. 

그러나 그런 사실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느끼는 바 그대로를 긁적였다.) 

 

A Chef’s Life, With Scars and All

It's written in the scars
Gabrielle Hamilton
Gwyneth Paltrow to Star in Blood, Bones & Butter Movie?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2.05.08 11:20 러브레터 for U

그러니까, 이것은 답장입니다. 이제는 케케묵은 골동품 같은 뉘앙스가 돼 버린 편지. 그 편지를 받아들고 찡했던 제 마음의 울림을 담은 답신이죠. 물론 앞서, 제 마음을 흔들었던 《숲에게 길을 묻다》에서 이어진 작은 인연 덕분이기도 하겠죠.


이 편지를 받은 저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숲이 뿜은 피톤치드를 그의 분신인 종이를 통해 받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선생님이 지닌 행운을 나눈 까닭이기도 할 겁니다. ‘제 스스로 찾은 기쁨과 즐거움의 삶의 시간을 재조립시키는 마법’을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요.

 

삶의 변곡점. 저도 제게 불쑥 다가왔던 그 순간을 기억합니다. 내 선택을 위해 모든 것을 뒤집는다는 것. 그 순간은 각자에게 다른 형태이자 내용이겠지만, 그때의 느낌, 여전히 잊지 못합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만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탈출을 감행했던 순간. 노예의 편안과 자본의 (거짓)평안을 거부하고 나섰던 순간. 그 순간을 다시 오롯이 기억해낸 것도 선생님의 책 덕분입니다.

 


여우숲을 떠올렸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뵀을 때 상상했던 그 숲.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접했던 그 숲. 숲 학교가 들어서고 만났던 그 숲. 한때, 서울, CEO... 선생님의 몸과 마음에 묻은 그 기억이 낙엽처럼 썩어서 새로운 삶의 흙이 됐고, 그 흙이 뿌려진 숲은 참 좋았습니다. 그제서 깨달았습니다. 흙 묻었다며 더럽다고 야단치던 도시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저는 그래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백오산방. 선생님 스스로 짓고, 선생님의 삶을 고스란히 품은 그 집. 저는 아직 도시의 네모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제 살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그리고 상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압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며,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으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당장은 아니지만, 성급하게도 저는 이미 제 살 집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살짝 알려드리자면, 수운잡방입니다. 조선 중종 때 안동 출신 김유가 지은 전통 요리서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풍류를 아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특별한 요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제 사는 곳에서 그렇게 풍류를 아는 사람에게만 커피를 비롯해 요리를 대접하고 싶거든요. 


제 소박한 바람은 그것입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며 조금 더 선연하게 그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게 다 선생님을 비롯한 바람잡이들 때문(!)입니다. 백오산방을 비롯, 몇몇 분들이 살 집을 스스로 짓고 그 안에서 스스로 노래하는 풍경을 자꾸 접해서 그렇습니다. 그 분들, 그렇게 살 집을 스스로 짓고, 농사도 짓고, 숲과 자연에 기대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모색하고 실험하십니다. 저는 그것에 마구 끌리는 학생인 셈이죠.


물론 저는 바지런한 농사꾼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천성이 한량이라, 온 몸과 마음을 쏟아야 할 농사꾼의 자질에 턱도 없이 모자라서죠. 다만 텃밭을 어떻게든 가꿀 생각입니다. 커피도 퉁퉁 볶을 생각이고요. 그리고 선생님의 기조를 빌리려고요. 내가 만든 농작물과 볶은 커피를 돈으로만 사려는 사람에게 팔지 않을 심산입니다. '따라쟁이'라고 호통 치진 마세요. 하하. 그냥 선생님 생각에 동조하는 한 사람이라고 여겨주세요. 


더구나 그건 제가 결국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였다고요. 커피 얘깁니다. 공정무역 커피를 다루면서, 공정무역 커피산지를 다녀오면서, 저는 그만 ‘형님’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을 중요시 여겼던 제게, 산지를 직접 다녀온 경험은 또 다른 축복이자, 배움이었습니다. 커피열매 한 톨에 담긴 자연과 농부들의 노고, 하얗게 피는 커피 꽃과 빨갛게 혹은 노랗게 익는 커피 열매의 향기에 감사하는 사람에게만 커피를 팔 수 있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물론 충분하지만, 제 수운잡방엔 더 까탈로 대하고 싶었습니다.


쉽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일회성 결심이 아닌 삶을 송두리째 바꿀 때부터 스멀스멀 스며든 사유입니다. 불가능할 거라고 좌절하지도 않습니다. 선생님의 편지 덕분입니다. 선생님 말씀, 기억합니다. “작은 확신을 실현하는 것조차 온 생애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것도. “하찮은 소망의 실현도 만만치 않다.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억압을 설득하고 깨 부셔야만 얻게 되는 전리품인 탓이다.”


아무렴요. 그래야 한다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언제나 힘들고 쉬이 오지 않는 법이잖아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겨울나기’를 마음에 새겼습니다. 겨울이 온 것을 알지 못하기에 오는 우리의 불행, 겨울엔 간결해지며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금의 이상야릇하게 뜨거운 봄도 겨울을 견뎠기에 가능했다는 것도.


그리하여 선생님이 말씀하신 성장의 방식, 아니 방식이라기보다 철학에 저도 좀 더 근접조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그만큼 투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좀 더 크고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단단하게 다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비료나 농약을 주어 단기적 성과를 얻는 방식이 아닌 이 땅을 써야 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아마 농사꾼이자 숲학교 교장인 선생님도 그렇지만, 커피를 만드는 저도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것 기억하실 거예요.


“상대적으로 모양은 조금 못났어도 자연의 수많은 은혜로 빚어지는 농산물의 건강한 맛을 인정할 줄 아는 소비자, 여느 공산품처럼 모든 농작물도 최종 가격만을 통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 아닌, 땅과 햇빛과 바람과 물과 다른 무수한 생명들과의 관계가 빚어내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고 그 모든 것의 수고로움에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소비자를 만나야 합니다.”(p.68)


사실 저는 이들 소비자 앞에 굳이 ‘착한’이라는 수사를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인간’보다는 ‘사람’일 테고, 그저 우리들의 동지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얼마 전 들은 얘기인데, ‘농부로부터’라는 유기농 가게가 있습니다. 그곳엔 ‘생긴 대로 좋아’라는 코너가 있는 모양입니다.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하는 이 코너, 흠집이 난 과일을 모아서 싸게 파는 자리라고 합니다.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네요.

 

“겉모양새로 가치를 결정하는 시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세상에는 우리가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이 한 겹 더 늘어납니다.”


한량이 바라는 포인트가 저기 있습니다.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이 한 겹 더 늘어난다는 것. 나중에, 제가 꼭 숲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있는 곳이 어디든, 제가 견지하고 싶은 것을 담은 이 편지를 한 번씩 들춰보겠습니다.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하신 이 말씀, 기억하실 겁니다.  “숲 생활 3년 만에 나는 풀도 나무도 강아지도 모두 생명인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놈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남의 인생을 살지 않게,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길을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적 불편이라는 겨울이 아직 남아 있지만, 저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견디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을 얻었고, 이런 편지에 감흥 할 줄 아는 사람도 됐습니다. 아주 가끔은 스스로 버티고 견뎌준 것이 대견해서 토닥토닥해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대표하기보다 지키기로 마음먹은 것을 꾸준히 지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 편지, 잘 간직하겠습니다.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우숲, 참 좋았습니다. 산과 바다, 바람소리는 잘 있는지요? 참 이 책을 읽고 궁금했는데요. 절룩거리던 자자. 눈에 밟히더군요. 

 

자자의 숨결이 깃든 그 여우숲, 저는 참 좋아합니다. :)  

 

 

 ☞ 숲, 내가 낙심하지 않는 이유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2.03.10 01:11 러브레터 for U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서울대 교수 2명. 특히 한 명은 15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저자.
뭐, 스펙 하나는 끝내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합인 것 같다만,

그 잘난 이력 때문인지,
(의도한 바 아니겠으나) 끊임없이 번들번들하게 난 척이 되고, 멘토질 해대는데 공허하다.
그놈의 절친 타령은 뭘 그리 해대누. 그들과 절친이라고 눈도장이라도 찍으면 뭔가 달라져?

청춘멘토 김난도? 사랑멘토 곽금주?
그냥 잘났다. 그뿐이다. 감흥, 없다. 감동, 없다.

그 공허함 속에서도 유독 빛나는 존재가 있으니. 다행이지.

유진 박. 눈 앞에서 유진 박의 공연을 본 것은 생애 처음인데, 그만 뿅 갔다.

음악이 나오기 전, 수줍음과 서툶이 지배하던 유진 박은 음악과 함께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아니, 그는 악기다. 바이올린 그 자체다.



유진 박은 음악과 무대를 완전히 장악한다.
약간 벌어진 입. 음악과 완벽하게 조응하는 몸짓. 관객들을 향한 소통.
감동과 감흥은 그런 것이다.


그를 보며, 서번트 증후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대에선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을 연주하는 품새다. 온전한 몰입의 풍경. 



유진 박, 멋지고 아름답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서울대 교수들이 내뱉는 공허함보다,
유진 박의 텅 빈 음악이 봄밤을 감동과 감흥, 흥분으로 감싼다.


역시, 음악의 힘은 세다.
당신에게도, 유진 박을 권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놓치지 말고 만나길 바란다.
왜, 유진 박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1.10.09 21:03 러브레터 for U

(10월9일, 김진숙 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77일째다.
그를 지키는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씨가 오른 지 105일째 되는 날.
)

내가 믿는 것 중의 하나인데, 공간은,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을 닮아간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면, 소유하고 재산증식(집을 재테크라고 일컫는 주객전도)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꼭 주인장이 아니라도. 다른 말로, 사람은 공간을 변화시킨다. 공간과 사람이 나누는 교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카페를 드나들 때마다, 나는 공간을 통해 사람을 느낀다. 주인이든 일하는 사람이든.   

내가 살고 싶은 공간, 사는 공간이 어때야 하는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다. 무엇이 되기 위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공간은 허영의 결과물이며, 허구의 공간이다. 사람을 닮지 못한다. 사람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 공간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저 물화된 하나의 상품일 뿐이다. 개별의 인간이 지닌 구체적인 존엄이 묻어있질 않다.

그러니, 내가 둥지를 틀고 싶은 공간은, 내가 온전하게 묻어나는 곳이면 좋겠다. 실은, 공간은 그렇게 변해가기 마련이다. 공간과 교감을 나누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랄까. 그 사람이 지닌 독특한 느낌, 그것이 공간에 묻어난다. 공간이 사람을 품는다면, 사람은 공간을 하나의 개성으로 빚어낸다.


커피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내가 둥지를 튼 공간은 그래서, 커피향 같은 곳이다. 커피향 같은 곳이라니? 그건 뭔가. 우선, 커피향은 정형화되지 않았다. 어떤 콩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그때 기분 상태나 조건에 따라, 향은 각양각색이다. 오늘은 이런 향, 내일은 저런 향,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향기 같은 커피 향.

반듯반듯하고 질서정연한 공간은 그래서 매력이 없다. 그런 대표적인 공간이라면,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면 된다.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간이다. 우리네 많은 아파트 단지가 그렇다. 그러니 하나 같이 똑같은 모습으로만 살고자 한다. 욕망도 뻔하고, 사는 모습도 빤하다. 남들 생각으로 살고, 남들 눈치에 휘둘린다. 개성이 없다. 자기가 없다. 파시스트적 주거 공간 같다. 아파트 공화국의 비극이다. 그걸 획책한 토건업자들의 파시스트성이 놀라울 정도다.  

그러니 커피향 같은 내 공간은,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다. 어디에도 없는 내 존재와 다르지 않다. 공간이 크거나 넓을 필요도 없고, 남들 보기에 버젓할 이유도 없다. 베스트가 아닌 온리니까. 그것이 내 커피였으면 하니까. 내 자존감과 그대로 조응할 수 있는 공간, 커피향 같은 나의 공간이다. 

아마도 커피향이 잘 배려면, 낡은 공간이면 더 좋을 것이다. 낡은 건물을 개조한 그런 공간. 소박하고, 화려한 것과도 거리가 멀다. 커피향을 잘 품고 있으려면 목조 건물이면 좋겠다. 커피향의 통풍이 잘 되게끔 길쭉한 공간을 품은 것도 좋겠고. 나는 나무를 다루고 만지는 '목수'가 되고 싶은 생각도 크기 때문에, 내가 둥지를 틀 공간에 쓰일 나무를 직접 자르고 합을 맞춰서 그 공간을 꾸몄으면 좋겠다. 내가 커피를 볶고 내리는 특정한 공간을 커피나무로 조응할 수 있으면 아싸라비야~

그래서 내가 둥지를 튼 공간은 대지 얼마에, 방이 몇 개고, 몇 제곱미터(평)이며, 시가로 얼마라는 말이 필요없다. 그저 내가 묻어나고, 타인을 배려하고 유머가 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비싸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어디서든 즐길 수 없는 맛의 호사가 풀풀 풍기는 그런 작은 집.

그런 맛의 호사를 위해, 자급자족할 수 있고, 내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텃밭만 마련돼 있으면 그야말로 딱이다. 좋은 음식과 커피가 있는 나의 아주 작은 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레나데를 불러줄 수 있는 집. 사랑하는 우리 각자 좋아하는 영화와 책이 공간 곳곳에 자신의 위치를 점하고, 턴테이블에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와 공간을 채우는 집. 당신과 내가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꽉 찰 수 있는 집.  

그런 호사를 위해 가능한 석유 사용을 극히 줄여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되 유지하기 더 쉽고 환경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치는 적정기술로 집안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과거 내가 만들었던 자전거 발전기 등으로 커피콩도 볶고, 세탁기도 돌릴 수 있는 그런. 그리고 휴식 시간, 나는 그녀를 위해 커피를 볶아 뽑아주며, 우쿨렐레로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효율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고, 재테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구체적인 실존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으로 존재하는 집. 나는 꿈꾼다. 그곳에서 글을 쓰고 커피향을 만들고, 작은 텃밭농부로 살아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    

사실, 뭔가 꼭 있어야 한다면, 다른 건 필요없다. 오직 당신만 있으면 된다. 당신 하나 만으로 꽉 차는 집이다. 다른 모든 조건들은 그저 거들뿐. '내집마련'이라는 부풀린 허영섞인 신화에 휘둘리지 않고, 사랑과 순간으로 충만한 우리의 공간이자 집. 우리를 닮은 집에서, 집에 우리의 흔적을 하나둘 남기며, 그렇게 살고 싶다. 어쩌면, 당신이 곧 나의 집이요, 내가 곧 당신의 집이다. 당신이라는 집, 나는 그곳에서 살고 사랑하고 잠들고 싶다. 나는, 그런 집, 찾고 있다. 

참, 
집에 이 정도 포스터는 걸려 있어줘야겠다. 
10월9일 체 게바라의 기일에는,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을 볶고 내려서 함께 마시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나 <CHE> 등의 영화를 보거나, 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쿠바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함께 살사를 출 수 있는 당신이라는 집. 그런 10월9일을 꿈꾼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1.04.16 23:51 러브레터 for U
우선, 이 노래부터.


무려 8년 만이다. 사랑에 빠졌다. 주말 사랑.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라는 말, 실감한다.

8년 전, 남들 별로 보지 않던 <죽도록 사랑해>를,
죽도록 사랑하면서 본방 사수했었다.
내 주말 사랑이었다.

  사내들의 순정에 대한 보고서(1) … <죽도록 사랑해>
  사내들의 순정에 대한 보고서(2) … <죽도록 사랑해>

허나, 이후 어떤 주말 드라마도(미드를 빼고는),
나를 잡지 못했다! 사랑에 빠질만한 깜냥이 없었다.

그런 나를, 8년 만에 풍덩!
<반짝반짝 빛나는>. 8년 만에 주말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는 나!@.@

반반빛, 완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빛이 나!!!

정원(김현주)과 송편(김석훈)의 로맨스가,
오늘 드뎌 오글오글로 본격 시작됨을 알렸도다~
왜 내가 눈물이 글썽글썽하냐!!! (송편에 미친 듯 감정이입?ㅋㅋ)

이름하야,
슬금슬금 어색어색 풋풋상큼 수줍수줍 알콩달콩 두근두근 로맨스~


김현주, 완전 예쁘고, 이리도 예쁜 여자인줄 미처 몰라 미안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 여자때문에 주말이 기다려지고 설레.
한정원을 연기하는 김현주 같은 여자, 찾습니다!

김석훈, 잘 생기기만 했던 이 남자,
이 드라마에선 쑥쓰러운 무뚝뚝함과 강직함이 매력인디,
 뻥 좀 치자면 나도 무뚝뚝한 것 빼고는, 송편 같은 남자다~
아, 물론 외모는 빼고, 저 얼굴의 반만 닮았어도!!! 캬아, 여자들 다 쓰러졌쓰~

오늘 반반빛, 배시시 혹은 헤벌쭉하면서 본 노총각의 다짐 혹은 감상.

1. 턴 테이블, 마련해야겠다. (자취집에 꼭!)
2. 냇 킹 콜 음악, 마스터해야지. (우쿨렐레로?)
3. 마음 쏙 드는 여자 앞, 부러 커피 엎질러볼까? (흠흠;)

뭔 소린지는, 오늘 반반빛 19회를 보면 알 터이고,
커피 만드는 노총각이 점점 더 미쳐간다고?
혼자서도 잘 노니, 얼마나 좋아.ㅋㅋ

반짝반짝 빛나는.
따지자면, 에쿠니 가오리 때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가운데 마이 훼이버릿!

제목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만 풍덩 빠져버렸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이유, 반반빛.

커피가 키스로 이어지는 과정을 알려준 반반빛.
"그래도 손님인데 커피라도 달라"는 여자를 찾습니다.
Soul 36.6에 오시라. 혹시 아나, 달콤한 입맞춤까지 덤으로 받을지.ㅋ

Fly me to the moon~
나도, 당신도 달에 갈 수 있는 방법!

정원아(김현주)~ 넌 어쩜 그리 반짝반짝 빛나니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정원아~
노떼(자이언츠)로 슬픈 가슴 달래주는 우리 정원이...


아, 부끄부끄...

또 얘기하자. 반반빛은 계속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테니.^.~
 
부록. Nat King Cole 'When I fall in love'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의 OST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냇 킹 콜이 이에 앞서 불렀다. 반반빛에도 이 노랜, 반짝 빛난다. ^^
냇 킹 콜은 <Let's Fall in Love>에 출연, 이 노랠 부르기도 한다.

딸(나탈리 콜)이 아버지의 원곡에 자신의 음성을 입힌 'When I fall in love'도 있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2011.02.01 22:26 러브레터 for U

이렇게 뻐근한 멜랑꼴리의 선율이라니...

후, 몸이 녹는다, 마음이 절인다...

그래, 당신과 함께 듣고 싶다...

 
그때 그, 버터플라이,
미안해...

지금, 대한민국의 인간에게 멸절당하고 있는, 소돼지닭들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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