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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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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생긴 후로 한국에 모텔이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의 많은 수가 모텔 등과 같은 숙박업소다. 

주로 움직이는 동선에서도 숙박업소 몇 개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니.


내 어릴 적에는 모텔이라는 것이 없었다. 호텔, 여관, 여인숙이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많던 여관, 여인숙은 어디로 갔을까. 모텔이 그 자리를 메우고 훨씬 더 많은 수의 모텔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야말로 모텔천국. 


MOTEL. 줄여서 'MT'라고도 부르는 그것. 

모텔의 본디 뜻을 따라가면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는 장소다. MOtor+hoTEL. 

모텔들이 주차공간을 널찍하게 마련한 것이 그런 뜻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면 뻥이고,

그저 차를 갖고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함일 뿐이다. 


뭐, 모텔의 사회학을 쓰자는 그런 어설픈 의도는 아니다.

친구들과 술에 쩔어 술 한 잔 더 하자며 들어갔던 대학신입생절부터 이런저런 MT를 다녀봤다. (성인이 MT 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닌 건 알지?ㅋㅋ MT 가서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MT 이야기를 쓰는 것 역시 처음인데, 

태어나 처음으로 MT 리뷰어로 꼽혀서 '강동지역 최고의 호텔'이라는 수식어를 내건 IMT를 찾았다. 순전히 리뷰를 쓰기 위해서. 강동(구)에 별로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선 새로운 세계였던 셈인데, 길동역 부근은 아예 처음이다. 늘 가던 동네와 다른 풍경의 그곳은 그 덕분에 새롭고,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 느낌도 줬다. 어느 중소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우선 신선하고 좋았다. 


더 좋은 것이 있었다. 무료니까, 그냥 일반실을 주겠거니 했다. 웬걸, VVIP나 VIP실을 제공해 준다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그건 예약 만땅이고, 특실을 주겠단다. 그게 어딘가 싶어서, 별 기대없이 발을 내디뎠다. 허거걱~ 



아니, 왜 이렇게 좋아? @,@

입이 떡 벌어졌다. 우선 방도 널찍하니 좋고, 침대도 우와 넓다! 침대 맡 너머에는 휴식공간과 욕조가 있는데, 와우~ 내가 너무 좁디 좁은 모텔만 다닌 것인가!ㅋ


 

물론 이렇게 큰방이나 VIP룸을 안 가본 것은 아닌데, 

그곳보다 방의 구조나 배치가 더 좋았다. 마음을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생목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조목이어도 있으니 괜찮~다~. 


TV도 적당한 위치다. 침대에서도 휴식공간이나 욕조에서도 볼 수 있게끔 만들어놨다.

방은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MT를 나오니 인근이 바로 먹거리골목이다. 강동의 먹거리집은 또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일일이 맛 본 것은 아니니 맛을 얘기할 바는 아니고, 다른 먹거리골목과 살짝 다른 공간적 특징이 있었다. 퓨전 선술집이 종종 눈에 띠었는데, 식욕을 부르는 풍경이다.   


내 다니는 동선이 지겹고, 어딘가 낯선 풍경을 만나고 싶을 때 강동을 한 번씩 찾을 생각이다.  그리고 뭣보다 IMT, 마음에 들었다. IMT는 아마도 I'm MoTel의 뜻이 아닐까 혼자 유추해봤는데, 작명 센스 나쁘지 않다. 나는 모텔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씩씩한 자신감. 


사진이 흐릿하고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사진기를 따로 들고가지 못하다보니, 스마트폰도 아닌 내 피처폰이 담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이었다. 실제로 IMT의 방은 훨씬 더 좋고 넉넉하다. 내가 모텔이라고 내세우는 자신감을 믿어도 된다! 


모텔을 좋은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 새삼 깨달았다. 

문득 모텔의 사회학을 쓴 글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텔의 변천사와 진화를 적은 글이 있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모텔에는 과연 한국인의 어떤 각종 욕망이 묻어 있을까. 상당히 흥미로운 텍스트일 것 같다. 모텔의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텔에 근무하거나 운영하는 분들이 그런 글을 쓰고 계시지 않을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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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
TAG imt, 강동, 길동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김하늘과 강동원. 당시 '그녀'는 사기꾼이었다. 그러다 순박하고 착한 청년과 그 가족을 만나 개과천선한다. 재미있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였다. 김하늘을 '로코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든 영화 중의 하나.  


그러나 대학로 추천연극 중의 하나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내용과 결을 놓고 보자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진 <김종욱 찾기>와 맥이 닿는다. 



맞다. 이 연극은 '짝짓기'를 위한 고군분투기다. 짝사랑을 내사랑으로 만들고 싶은 한 여성이 한바탕 소동을 거쳐 연애 에이전시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우들의 적절한 슬랩스틱이 초반부터 극에 대한 흥미를 복돋는다. 


귀엽고 상큼하지만 허당매력의 의뢰인 김준희(홍바다). 그녀의 사랑이 당연히 이뤄질 것이다. 로코 연극, 해피엔딩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테고. 관건은 그 인연의 씨줄과 날줄을 얼마나 촘촘하게 엮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그녀가 찍은 짝사랑의 대상은 병원 인테리어디자이너 차명석(한재웅)이다. 잘 생기고 간지 좔좔. 카사노바 풍의 좀 느끼한 인물이다. 배우 이기우 좀 닮아주시고. 뭐 그래도 김준희가 좋다니까!ㅋ 


그리고 의뢰인의 명을 받들어 각본을 짜서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사랑을 연결하는 연애 에이전시 로맨틱컴퍼니. 이 회사의 대표 강태범(홍성민)과 조력자 고대로(김도겸)가 오작교 노릇을 해보자고 끼어든다.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시종일관 재미를 유지한다.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 간의 차별성 덕분이다. 차명석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성격의 세 사람이 빚어내는 좌충우돌이 조화를 이룬다. 진지하고 까칠한 차명석에 반해 그의 수족 역할을 하는 고대로는 그야말로 천방지축이다. 더구나 고대로를 연기한 김도겸은 관객들의 혼을 빼놓을 만큼 종횡무진이다. 오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주 적절한 양념으로 극의 간을 제대로 맞춰놓는다. 아울러 차명석을 맡은 홍성민의 중저음도 그의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일조한다. 진지함이 목소리를 타고 뚝뚝 묻어난다. 



그 와중에 서툴고 순수한 김준희의 야생마 같은 캐릭터는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실어나른다. 사랑은 본디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정과 감성에 의해 좌우되는 그런 것이잖나. 


캐릭터 간의 앙상블이 극을 흥미롭게 이끄는 한편, 사랑에 대한 전형성 또한 관객들에겐 안전한 장치다. 즉, 부담 없이 극에 빠져들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사랑의 아포리즘도 빠지지 않는다. "생각이 길어지면 용기는 사라져요. 지금 당장 고백하세요." 그래, 생각은 용기와 반비례하는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지금. 그리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잘 들여다보길. 


무엇보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놀라운 반전. 오호~ '그녀를 믿지 마세요'라는 작명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대로의 반전 또한 절묘하고. 이 반전의 풍경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헌데, 그 재미에도 불구하고, '연애 에이전시'가 사랑을 연결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 씁쓸하다. 이는 연애불능시대를 대변한다. 연애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결국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도권 교육이 관계(이별 또한 관계의 일부다!)를 어떻게 잘 맺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영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 우정, 이별 등이다. 살면서 더 필요하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할 것들이다. 


"완벽한 사랑의 타이밍 당신에게도 만들어드립니다"라는 카피가 그래서 안타까웠다. 사랑은 온전히 나와 그 사람, 당사자들의 것임에도 누군가 그것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사랑이 주체적이지 못하다면, 우리는 무엇을 주체적으로 할 것인가. 


물론 사랑을 위해 주변의 도움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각본을 짜서 비밀 공작을 펼쳐야만 사랑이 가능해지는 시대라니, 아쉽고 섬뜩하지 않나? 더 나아가 사랑에도 국정원이 필요한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 국정원이 '국가조작원'이 됐듯, 연애도 '연애조작단'이 창궐한다면? 끔찍하다. 모든 사랑에 조작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부터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잡설은 이것으로 마치고, 데이트용으로 추천한다. 공연히 나처럼 연애 에이전시의 사회적 조건까지 생각한다면 살짝 복잡해지겠지만. 대학로 공연장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혜화역 1번 출구에서 3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