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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_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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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고딩(들)도 골다방을 찾아온다.
그런데, 교복까지 갖춰입고 찾아온 예는 없었다.
정말 뽀송뽀송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의 남고딩이 한 명 들어선다.


카메라를 둘러멘 것으로 보아, 출사를 나온 듯하다.
어떻게 찾아왔나 싶어, 궁금함이 묻어난다.

역시나 사진촬영을 위해 이곳을 들른 거다.
'좋은 걸 어떡해'(카라멜 마키아또)를 시키는데,
이젠 촌스럽게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고등학생인데 커피 먹어도 돼요?"
아, 한번 그랬다가 쫑크를 먹었던 터라.^^;;;
 
어느 별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파주란다. 우와~
되게 멀리서 왔다고 놀랐더니,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단다.
음, 이 몸이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보다 덜 걸린다.=.=;; 된장.

파주가 그렇게 외딴 시골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 소년.
후훗, 귀엽기도 하지.
물론, 그곳이 시골이라서가 아니라,
경계를 넘어서는 곳이라 멀게 느껴져서 그랬어요~

파주에서 왔다고 하니, 자연 헤이리 얘기도 나왔는데,
이곳이 헤이리마을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그런데 와 보니, 이 곳이 더욱 좋단다.
인위적으로 예술마을을 꾸민 곳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이 곳이.

이번이 두 번째라는 소년.
그 뽀송뽀송한 얼굴에 참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혼자서 이런 공간을 찾아 혼자서 즐길 줄도 아는 이 소년이,
왠지 참으로 미덥고 대견하다.

지금 고2의 학생이라,
더 자주 이곳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대학에 가면, 사진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여기 사진작업을 하시는 작가도 계시다고 위치도 알려줬더니,
무턱대고 찾아봬도 될까요, 라고 그 순진한 얼굴로 묻는다.
그럼, 나쁜 분이 아니니까, 괜찮아, 괜찮아.

문득, 나보고 왜 이곳에 왔냐고 묻는다.
음, 10대에게 받아본 그런 질문은 처음이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어떻게 대답할지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짧고 간명하게 대답한다. "재미있게 살려고!"

그랬더니 얼굴이 환해진다.
소년이 보기에도, 어른들 쳇바퀴가 안돼 보였나보다.
아니, 분명 소년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살고 싶진 않을 게다.
다른 삶을 허용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가는 대부분의 삶.

어줍잖게, 꼰대의 조언을 하고 만 셈이지만,
하고 싶은 일, 무엇을 하면 행복해할지 스스로 찾아보라고 한다.

지금 소년에겐, 사진이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소년은 옥상의 트랜스포머를 비롯, 몇몇 작품을 마주하고,
옥상에서 본 풍경을 찍고는, 벤치에 걸레질하고 있던 내 모습도 찍고 싶단다.

자주는 아니지만,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다음에 올 때는 날 찍은 사진을 꼭 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냥 빙그레 웃음이 났다.

교복을 입고 찾아온 오늘의 고마운 어린 손님.
부디 꼭! 사진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길.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였지만,
오늘 하루, 이 작은 손님으로 인해 므훗했노라.
언젠가 소년이 찍은 사진을 이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는 그날도 오길.

posted by 낭만_밤9시의커피 낭만_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