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도... 오늘 붓놀림을 하면서, 내가 붓이 되고 싶었다.
붓은, 그 놀림은 내 마음의 행로라지만,
생이 역시나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거나 흐르지 않듯,
붓 또한 마음의 기대치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선을 그린다. 쯧.

그러나
나이듦의 좋은 점은,
세상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닥 없음을 깨닫는 것이듯,
붓놀림이 그리는 파장이 의도와는 달리 생성돼도
아직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붓이 되고 싶었다.
벼루 속 까망 먹물을 자신의 깃털로 흡수하여
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붓의 궤적이 오롯이 좋았다.

곰이 되고픈 소년이 곰으로 살아가듯,
붓이 되고픈 청년도 붓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 미친 놈의 상상력 ^^;;

가로, 세로를 넘어,
이제 가로와 세로를 연결하는, 그것이 감쪽같이, 티나지 않게.
그리려고 애썼다.


흠모해서는 아니지만,
네모난 박경림이도 그려보고,
출구도 없는, 큐브를 생성하기도 했다.
새초롬한 붓끝의 부끄러움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을 풀고,
붓 따라, 손 따라, 호흡 따라, 종이 위를 방목케 하기도 했다.

붓은 노닌다. 그래서 붓은 폐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화두는, 엉뚱하게도...
"붓이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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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시작은 삐뚤빼뚤 서툼과 미약함의 극치지만,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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